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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천재가 되었다-158화 (158/200)

금융계 천재가 되었다 158화

신재영은 방에 틀어박혀 매일 뉴스 시청만 하고 있었다.

신화 금융이 이대로 사라질지 모른다는 내용의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지 않던가.

더군다나 제2의 신화 그룹 게이트가 터지면서 상황은 알 수 없게 흘러가고 있었다.

만약 이렇게 신화 금융이 사라진다면 그 역시 더 이상 신화 그룹의 일원으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아, 아버지?”

그때 신용일 부회장이 오랜만에 방 안으로 들어왔다.

한 줄기 희망을 보는 듯, 신재영은 그의 아버지를 반겼다.

“꼴이 아주 말이 아니구나. 집구석에 있기만 한다고 씻지도 않는 거냐?”

“그게······.”

“일단 앉아라.”

신재영은 기대 반, 불안 반으로 착석을 했다.

신용일은 잠시 동안 말이 없다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재영아. 회사가 지금 많이 힘들다는 거 알지?”

“예.”

“그게 누구 때문인지도 잘 알겠고?”

“전부 제 탓입니다.”

이진석 탓이라는 말을 했으면 신용일은 냅다 뺨부터 갈길 생각이었는데, 다행히 그 정도로 막장은 아니었다.

“그래. 사람은 잘못을 하면 책임을 져야지. 더군다나 너는 다 큰 성인이잖냐? 애는 없지만 결혼도 했고. 그 말은 너에게도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잘 알고 있다니 다행이네.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마. 우리 신화 그룹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모든 문제들의 책임을 너한테 전가할 거다.”

신재영은 제 귀를 의심했다.

“책임을 저한테 전가해요?”

“그래. 네가 모든 책임을 지는 거다.”

“그럼 어떻게 되는 겁니까?”

“재판을 받는 거지. 신화 그룹 최고의 변호인단이 널 변호해 줄 거다.”

신재영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버지! 저더러 감옥에 가라는 말씀이세요?!”

“집행유예를 받지 못하면 가야지. 별수가 있겠냐?”

“아버지!!”

소리를 질러도 소용없었다.

신용일은 아주 덤덤하고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신화 그룹은 내일 바로 공식 성명문을 발표할 거야. 모든 잘못은 너에게 있다는 식으로 말이다.”

“저도 듣는 귀가 있습니다. 황 국장이 아버지 이름을 불었다고 들었어요!”

“그건 이미 얘기가 끝났다. 황 국장은 어제부로 진술을 바꿨어. 너한테서 뇌물을 받았다고 말이야. 그러니까 너도 그런 줄 알고 그냥 모든 혐의를 인정해라.”

신재영은 이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버지! 어떻게 이러실 수 있습니까? 전 아버지 아들이에요! 신화 그룹의 장손이라고요!”

“아니. 넌 신화 그룹의 장손이 아니다.”

“예?”

“회장님이 결정하신 일이야. 넌 신화 그룹의 일원이 아니라고 못을 박으셨다. 그리고 내게 결정을 하라고 하더구나. 부회장 자리를 내놓을지, 아니면 널 감옥에 보낼지 말이다.”

신재영도 제 아비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다.

권력을 위해서라면 가족도 팔아먹을 사람이다.

“난 부회장 자리를 내놓을 생각이 없어. 그것도 멍청한 아들놈 때문에 말이다. 내가 이 자리를 쟁취하려고 어떤 개고생을 했는지 네가 아느냐?”

“그래서 아들인 절 감옥에 보내시겠다고요?”

“네가 처음부터 행동을 똑바로 했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거다. 이진석 그놈한테 이따위 치욕을 당하면서 살진 않았을 거야. 거기에 대해선 너도 할 말은 없겠지. 아무리 냉혈한이라도 제 아들을 감옥에 보내고 싶어 하는 아비는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되었을 뿐이야.”

“그냥 입 닥치고 받아들이라는 거군요.”

“그래.”

“제가 거절하면요?”

“그날로 호적에 파이고 이곳에서 쫓겨나는 거지. 평민보다 더 못한 삶을 살게 될 거다. 네가 신화 그룹 이름 없이 과연 어디서 살 수 있을까? 통장, 카드, 현금 모두 우리가 빼앗아 버릴 텐데. 외가에서도 널 받아 주지 않을 거다.”

이건 거의 협박 수준이었다.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모든 걸 빼앗아 말려 죽여 버리겠다는 뜻 아닌가?

결국 신재영의 눈에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어떻게······ 어떻게 저한테 이러실 수가 있습니까?”

“내가 오히려 묻고 싶구나. 어떻게 네가 나한테 이럴 수 있냐? 왜 날 잔인한 애비로 만드는 거냐고? 그냥 금융사 사장으로 앉아만 있으면 되는 걸 쓸데없이 일을 벌여서 이 사달이 나게 해?”

통곡을 하는 신재영을 차마 두고 볼 수가 없어서 신용일은 그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냥 따르거라. 어떻게든 집행유예로 끝낼 수 있게 해 주마. 그리고 이번을 경험 삼아 두 번 다시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으면 돼. 그럼 네게도 기회가 다시 찾아갈 거다.”

“제게 기회가 오긴 하는 겁니까?”

“반드시 온다. 할아버지가 얼마나 더 오래 사시겠냐? 저 늙은 호랑이가 눈을 감기 전까진 자숙하고 또 자숙해라. 그러면 네게도 봄날이 올 거다.”

신재영은 그제서야 눈물을 그쳤다.

신 회장이 사라지는 그날, 이 모든 치욕을 청산할 날이 오게 된다.

* * *

“모든 잘못은 저에게 있습니다. 그에 대한 책임을 지겠습니다.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합니다.”

신재영은 검찰청에 직접 출두해 전 국민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설마하니 자기 아들을 제물로 바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 기회에 신화 그룹 회장까지 엮어서 골로 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 내가 단순한 것일지도.

하지만 지금은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니다.

“그냥 신화 금융을 저에게 놓고 가시면 됩니다. 제가 뭔가를 드려야 할 의무는 없지 않겠어요?”

“신화 금융이 들고 있는 지분들을 모조리 삼키겠다?”

“그걸 대금으로 치는 겁니다. 뭐, 지분 몇 개는 넘겨 드릴 의향이 있습니다.”

“그럼 내가 어떤 지분을 원하는지도 잘 알겠네?”

“예. 신화 그룹 지주 회사 지분을 원하시는 거 아닙니까?”

“그래. 그건 내놓아야 돼.”

“안 됩니다.”

딱 잘라 말하니 신용일은 인상을 굳혔다.

“그 지분이 뭘 뜻하는지 몰라서 하는 말이야?”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딱히 많은 비율도 아니더군요. 대다수 지분은 기관이나 부회장님 댁이 소유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 외는 유통 쪽에 뿌려져 있고요.”

“그게 많은 비율이 아니라고? 7퍼센트야. 그걸 입 싹 닫고 가져가겠다?”

“그냥 가져가는 건 아니죠. 수조 원의 빚을 제가 대신 삭감해 드리고 있지 않습니까? 이 정도면 싼 거래일 텐데요?”

“여기까지 와서 판 엎자는 건 아니겠지?”

“그랬다가는 부회장님이 손해라는 건 알고 계시죠?”

한마디를 지지 않고 받아쳤다.

신용일은 험한 말이 나올 것처럼 얼굴이 붉게 변했지만, 일단 꾹 참고 넘어갔다.

“좋아. 그건 내가 확답을 줄 순 없어.”

“최종 결정권자 아니셨습니까?”

“그건 맞는데, 신화 그룹 지분을 건드리는 건 예상외였거든. 아무리 양심이 없어도 그렇지, 그걸 가져가려 해?”

“계산법이 특이하시네요. 신화 그룹 쪽에서도 계산기 두드려 보면 답 나올 겁니다. 이거, 제가 손해 보고 사들이는 거예요. 오히려 제가 부회장님을 구제해 드리는 거라고요.”

표정을 보니 건방진 새끼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른 모양이다.

그러나 신용일도 분명히 알고 있을 터.

주판 돌려보면 내가 손해 보는 장사를 하고 있다는 걸 바보라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내가 신화 금융을 손에 넣으려는 건 지금 당장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다.

먼 미래를 본다면 신화 금융을 내가 흡수해 덩치를 키우는 것이 훨씬 더 이득이다. 그리고 신화 금융을 삼킨다는 건 대한민국 금융업에서 최고의 위치로 올라간다는 것을 의미했다.

난 우리나라 금융업을 독점하는 초대형 기업을 탄생시키려는 것이다.

정부는 별로 반기지 않겠지만, 한번 가속이 붙으면 브레이크를 걸 수가 없는 지경까지 달려가게 된다.

그 시작이 바로 신화 금융을 삼키는 거다.

* * *

신 부회장과 협상을 마치고 나서 나는 약속 장소로 나갔다.

그곳에는 지긋하게 앉아 있는 신 회장이 있었다.

협상이 다 끝날 때까진 신 회장과 만날 생각이 없었는데, 결국 최종 결정은 신 회장이 내려야 하기 때문에 그를 대면하게 되었다.

“오셨는가? 내가 음식은 미리 시켜 놨는데, 괜찮지?”

“예. 회장님께서 추천하는 음식은 항상 맛있었습니다.”

그는 내가 잔부터 건네며 술을 따라 주었다.

“그래. 내 아들 녀석한테 보고는 받았어. 건방지게 우리 그룹 지분을 안 내놓을 거라고 했다지?”

“예.”

“그에 합당한 가격을 쳐 준다고 해도 줄 생각이 없는 게지?”

“그렇습니다.”

“허어-. 참으로 지독한 욕심이로군. 기어코 우리 그룹까지 흔들어 보겠다는 건가?”

“그럴 생각 없습니다. 그냥 방패막이로 쓰는 거죠. 이번에는 제가 신화 금융을 무사히 가져가지만, 언제 또 회장님이 빼앗으려 들지 모르니까요. 그걸 방지하기 위해 지분을 남겨 두는 겁니다.”

“틀렸어. 오히려 그 지분 때문에 자네가 곤경에 처할 수도 있네.”

“양날의 검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버리는 것보단 쥐고 있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렇군. 내가 만약 안 준다고 버티면 다 없던 일로 하려 하겠지?”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신화 그룹이 밀린 돈만 지불해 주시면 깨끗하게 손 털고 나갈 생각입니다.”

신 회장도, 그리고 나도 알고 있다.

신화 그룹은 그 많은 돈을 지불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할부로 천천히 갚아 나갈 순 있겠으나, 난 인심 좋은 장사꾼이 아니기에 그건 절대 허락할 수 없다.

“자네가 아주 포위망을 촘촘하게 세워 놨더군. 도저히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 신화 금융을 넘기지 않으려고 할부해서 돈을 갚아 나가려 했는데, 그마저도 허락이 떨어지질 않으니 원.”

“상대가 회장님인 만큼 대충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습니다.”

“으허허. 아주 좋은 자세야. 늙었다고 무시하면 한 방에 훅 가거든. 노장의 노련미라는 게 있지 않나. 물론, 자네한텐 다 막혀 버렸지만.”

씁쓸하게 웃으며 신 회장은 술잔을 들이켰다.

나는 그의 잔을 술로 채워 주며 말했다.

“제가 아주 몹쓸 놈으로 보이시겠군요.”

“응? 내가 왜? 난 오히려 자네에게 아주 고맙다는 말을 하려고 여기 온 거야.”

이 대답은 조금 의외였다.

“자네 덕분에 내 새끼들의 그릇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게 됐어. 그놈들한테 그룹 일을 다 맡겼다가는 10년도 못 가서 갈가리 찢어질 거 같더군.”

설마 경영 대물림을 하지 않으려 하는 건가?

“차라리 전문 경영인을 붙여서 회사를 경영시키는 게 나아 보인다는 생각이 요즘 자주 들어.”

“신용일 부회장이 들으면 팔짝 뛰겠군요.”

“쯧-. 그럼 그놈이 처음부터 잘했어야지. 아들 얘기는 그만하지. 그것들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

그러면서 자연스레 신 회장은 화제를 돌렸다.

“자네 덕분에 오랜만에 재밌게 놀았어. 나이가 드니까 젊은이를 상대로는 더 이상 힘을 낼 수가 없더군.”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아슬아슬했죠.”

“흐흐. 그렇긴 하지? 어느 순간부터 참 삶이 지루했는데 요 몇 달간 자네와 치고받고 싸우면서 젊었을 때로 돌아간 듯한 기분으로 살았다네.”

“절 엄청 싫어하실 줄 알았는데요?”

“그럴 리가. 난 그렇게 쪼잔한 놈이 아니야. 승패를 잘 받아들일 줄 아는 게 경영인의 자세이기도 하지. 그리고 지금부터는 내가 충고를 하나 해 주겠네.”

신 회장은 잔을 비운 뒤 내게 말했다.

과연 어떤 충고를 하려는 것일까?

“자넨 지금 날 때려 눕혔다고 좋아할 때가 아니야. 오히려 날 밟고 넘어간 걸 불행하게 생각해야 돼.”

“어째서 그렇습니까?”

“신화 금융이 J&H에 넘어가면 자연스레 J&H 금융 그룹은 대한민국 최고의 금융 기업이 돼. 그 말은 천하 금융이 1위에서 2위 자리로 내려와야 한다는 뜻이지.”

나는 신 회장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감이 조금 잡혔다.

“천하 그룹 장연욱 회장은 1이라는 숫자를 매우 좋아해. 거의 광적으로 집착하는 수준이야. 그런 그가 금융업에서 밀렸다는 걸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내가 조금 난감한 표정을 짓자 신 회장은 재밌어 죽겠다는 듯이 말했다.

“이제 내가 아니라 우리나라 재벌들 중 최고 권력자라는 장연욱, 그 인사와 싸워야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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