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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천재가 되었다-149화 (149/200)

금융계 천재가 되었다 149화

“사장님. 갑자기 이게 어떻게 된 노릇입니까? 과장 따위한테 전권을 맡기시다니요?”

프로젝트가 진행된 지 3일이 지나고 나서야 눈치를 챈 임원들이 사장실에 모여들었다.

“내가 보니까 김도형 과장 능력이 심상치 않더라고? 내가 우리 할아버지를 닮아서 사람 보는 눈은 아주 정확해. 그래서 일을 맡긴 거야

임원들은 어이가 없어서 대꾸도 하지 못했다.

능력은 쥐꼬리만큼도 없는 놈이 자기가 사람 보는 눈 하나는 끝내준다고 떠벌린다.

만약 신 회장이 제 손자의 허세를 봤다면 혀를 찼을 것이다.

“사장님. 김도형 과장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아십니까? 무분별한 공매부터 시작해 옵션을 마구 생산해 내고 있습니다. 이미 기준을 한참이나 초과했다는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어요. 미국 신용등급이 떨어질지도 모른답니다. 그거 때문에 지금 J&H도 모든 옵션들을 회수하고 방어에 들어갔습니다.”

그 말이 나올 줄 알았다는 듯 신재영이 음흉하게 웃음소리를 흘렸다.

“흐흐. 그거 다 말도 안 되는 찌라시야

“근거 없는 찌라시라는 겁니까?”

“당신들 그 소문의 출처가 어디인지 모르지?”

임원들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신재영은 알 수 없는 희열이 느껴졌다.

“다 나한테서 뿌려진 찌라시야. 우리 신화 그룹이 움직일 수 있는 언론사는 전부 쑤셔 대서 찌라시를 뿌리게 만들었지.”

“사장님이 퍼뜨린 찌라시라고요?”

“그래. 무식한 개미 새끼들은 또 이걸 곧이곧대로 믿어요. 나한테 생돈 가져다 바치는 꼴이라니깐? 그런데 당신들까지 거기에 속으면 어떡해? 분별력이라도 좀 갖춥시다.”

신재영 사장이 직접 퍼뜨린 헛소문이었단 말인가.

임원들은 왠지 바보가 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상한 점이 몇 가지 있었다.

“그럼 J&H는 왜 저런 행동을 하는 겁니까? 마치 거북이처럼 꽉 움츠러드는 게 심상치가 않습니다.”

“예. 거기다 우리가 뿌리고 있는 옵션들을 꽤 많이 매수해 갔다던데, 만약 그 거짓 찌라시가 사실이면······.”

그러자 신재영은 상을 내려치며 버럭 소리부터 질러댔다.

“이 사람들아. 귀먹었어?! 그 소문은 내가 퍼뜨린 거라고 했잖아. 내일 내가 운석이 떨어져서 지구가 다 망한다고 하면 그것도 진짜라고 믿을 거야?”

“그, 그렇긴 합니다만 J&H의 행동이 너무나도 이상해서요.”

“그거야 그놈들이 병신처럼 속아 넘어간 거니까 그렇지. 내가 일 처리를 대충 하는 줄 알아? 우리 할아버지도 속아 넘어갈 수 있게 철저히 언론 조장을 해 놓은 거야. 뭘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의심만 해 대고 있어?”

임원들은 뭔가 믿음직스럽지 않았지만, 이 찌라시가 정말 신재영에게서 나온 거라면 J&H는 언론 플레이에 낚여 돈만 버린 짓을 한 것이 된다.

그뿐인가?

단기간에 큰 수익을 볼 수 있을 테고 그건 곧 신태일 회장의 귀로 들어갈 터.

J&H 회장 이진석과 마찰이 일어난 뒤부터 신태일 회장은 금융 사장을 교체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었다.

하지만 이번 일을 잘 성공시킨다면 신재영을 향한 신태일 회장의 시선이 달라질 것이고 사장 자리는 당분간 지킬 수 있게 된다.

하는 거라고는 폼만 잡으면서 보고를 받는 게 전부인 놈을 이제야 떠나보내게 된다고 좋아했던 임원들의 안색이 조금씩 굳어 갔다.

“아무튼, 이제 걱정할 건 하나도 없어. 내가 J&H 그 새끼들 물 먹이는 거 보여 줄 테니까 그냥 앉아서 구경만 해. 당신들은 감히 엄두도 못 낼 일이잖아?”

콧대가 천장을 뚫을 것처럼 높아진 신재영을 보며 임원들은 슬슬 불안해졌다.

그들은 회의가 끝나고 따로 자리를 마련해 대책 회의에 나섰다.

“아무래도 이상하지 않습니까? 저 망나니 같은 새끼가 일을 그렇게 잘해 낼 리 없을 텐데요?”

“근데 정말 찌라시 출처가 우리 사장 쪽이라면 단기간에 큰 수익을 볼 순 있을 겁니다.”

“그건 그렇죠. 근데 전 아무리 생각해 봐도 J&H의 움직임이 너무 수상해요.”

다른 회사들이라면 몰라도 J&H는 패배를 모르는 금융계의 투사다.

이들은 돈이 크게 걸린 판일수록 단 한 번도 실패를 한 적이 없다.

“제가 봐도 그렇습니다. J&H가 신재영 같은 놈이 뿌린 찌라시에 과연 속아 넘어갈까요?”

“우리도 깜빡 속아 넘어간 걸 보면 신재영이 작정하고 찌라시를 뿌린 거 같긴 한데······.”

“지금 먼저 확인을 해야 할 건 다른 것도 아닌 정말 미국 신용등급이 떨어지냐, 아니냐이지 않습니까?”

“그걸 말이라고? 이번에 국채 한도 협상 타결하고 나서 오바마 대통령이 힘줘서 말했잖아요. 백악관에 협조 잘 해서 경제가 휘청거리지 않게 해 달라고. 근데 그걸 무시하고 신용등급을 내려 버린다? 이건 대놓고 맞짱 뜨자는 거지.”

“그건 그렇죠? 아무리 신용평가 회사들이 세계를 쥐락펴락한다지만 설마 미국을······.”

“그래. 이번에 연장된 오바마 정권이 지금 파워가 얼마나 센데? 그 정도로 막장 짓을 하진 않을 거야.”

결국 결론은 신재영의 계획이 옳았다는 뜻이 된다.

“젠장. 그 새끼 얼굴 이제 안 봐서 좋구나 생각했는데, 이거 정말 각본대로 되면 신 회장님이 탈춤이라도 추려고 할걸? 다른 것도 아니고 J&H 뒤통수를 자기 손주가 쳐 버린 거니까.”

“그렇네요. 입지가 꽤 많이 달라지겠습니다.”

“회장님 정정하신 걸 보니까 100세까지는 너끈하실 것 같던데, 그럼 저 새끼는 회장님 돌아가실 때까지 금융에서 자리 지키고 있을 거 아니야. 어이구-. 돌아 버리겠네.”

그러다 한 임원이 오싹한 말을 꺼냈다.

“그런데 만약에, 정말로 만약에 미국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걸 말이라고 해? 다 좆 되는 거지. 이번에 뿌려 놓은 옵션이 역풍 맞아서 돌아오면 그 금액이 얼마인 줄 알아? 공매한 주식들은 또 어떻고? 몇천억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조 단위의 금액이 날아가.”

몇천억도 아닌 조 단위의 금액.

정확히 계산을 해 보진 않았지만, 대충 때려 맞춰도 3조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손실이 나온다.

신화 금융이 글로벌 증권 회사도 아니지 않던가.

미국 유명 증권 회사들은 3조 원 손실이 결코 적진 않으나 휘청거릴 정도의 타격은 아니다. 당장 그들은 서브프라임 때도 100조 원 이상의 손실을 이겨 내고 지금까지 달려왔으니까.

하지만 한국 시장에 머물러 있는 신화 금융이 옵션 만기와 겹쳐 3조 원 이상의 손실을 보게 될 경우 큰 충격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에이.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겠어?”

“맞아. 미쳤다고 미국 신용등급을 떨어뜨리겠냐? 백악관이 빡쳐서 미사일 쏘면 어쩌려고? 흐흐.”

그들은 절대 미국 신용등급이 하락할 일 없다고 자신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번 찌라시는 신재영이 퍼뜨린 것이지 않던가. 순진한 개미들은 그걸 또 믿고 옵션을 사들이겠지만, 금융 지식이 많은 사람이라면 작전 세력의 장난질이라고 판단할 게 뻔했다.

하지만 3일 뒤에 모두의 예상을 깨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 * *

“우리는 분명히 미국 정부에 경고를 했었습니다. 무분별하게 국가 부채 한도를 늘리는 일은 있어선 안 될 일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백악관은 되지도 않는 협상으로 야당과 협의를 맺었고 결국 터무니없는 결정을 내리고 말았습니다. 그에 따라 우린 긴밀한 회의를 통해 미국의 신용등급을 AA+로 강등시키려 합니다.”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는 사태가 벌어졌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 앤 푸어스사가 최근 백악관이 야당과 맺은 국가 부채 한도 체결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등급을 AA+로 낮춰 버린 것이었다.

이 소식을 듣고 오바마는 직접 카메라 앞에 나와 강력하게 항의를 했다.

“우리 미국은 푸어스사의 폭거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미국은 새로운 경제 발전을 위해 나아가고 있는데, 그들은 우리의 진격을 막고자 신용등급을 내려 버렸습니다. 이는 결코 옳지 않은 판단입니다.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을 철회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세계 시장을 움켜쥐고 있던 신용평가사들이 그런 오바마의 항의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좀 더 사태를 주시하다 필요하다면 더 신용등급을 하락시켜 버릴 거라는 경고까지 했다.

“이, 이게 도, 도대체······.”

뉴스 속보를 통해 미국의 신용등급이 하락했다는 걸 알게 된 신재영 사장은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했다. 자신이 김도형 과장의 말에 따라 뿌려 댄 찌라시가 현실이 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심장이 벌렁거리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기, 김도형. 김도형 그 새끼 당장 사장실로 올라오라고 해!!”

비서에게 악을 쓰며 당장 김도형을 데려오라고 명령했다.

그런데 얼마 안 있어 황당한 소식을 듣게 된다.

“사장님. 김도형 과장은 어젯밤에 사표를 내고 출근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뭐, 뭐야? 사표?! 그걸 누가 마음대로 수리하라고 했어!”

“아직 수리는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출근은 하지 않았다고······.”

그제서야 신재영은 자신이 속았음을 깨달았다.

“이런 씨발! 감히 그 새끼가 내 뒤통수를 치고 나가?!”

이에 그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소리쳤다.

“어. 난데. 지금 당장 누구 하나 내 앞에 잡아 와야겠다. 우리 금융사에서 일했던 김도형 과장이란 새끼가 있어. 그 자식 당장 잡아 와서 내 앞에 무릎 꿇려. 지금 당장!!”

한바탕 소리를 꽥 지르고 난 뒤에 임원들이 헐레벌떡 사장실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사장님!!”

“뉴스 보셨습니까?”

뒷북을 치고 있는 임원들에게도 실컷 욕이라도 뿌려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후. 지금 보면 몰라? 저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오히려 저희가 사장님께 묻고 싶은 말입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분명 가짜 찌라시라고 하셨잖아요.”

“예. 혹시 다른 곳에서 정보를 받기라도 하셨던 겁니까?”

“다른 곳에서 정보를 받아? 그랬으면 내가 옵션을 팔았겠어? 다 회수했겠지!”

신재영 사장은 애써 흥분을 가라앉히고 임원들에게 물었다.

“이제 이거 어떻게 될 것 같아?”

“벌써부터 헬게이트 오픈입니다. 전 세계가 다 그래요. 다른 나라도 아니고 미국의 신용등급이 떨어진 거 아닙니까. 우리나라 증시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치게 될 겁니다.”

“다우 지수가 곧 10,000을 넘길 거라고 그렇게 좋아들 했잖아. 그런데 그 턱 한번 못 넘겨 보고 추락한다?”

“이미 미국은 폭락 중입니다. 9,000대가 벌써 깨졌어요. 우리나라도 어디까지 내려갈지 도저히 예측할 수가 없는 상황이고요.”

전 세계가 미국 증시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을 보인다.

“만약에 떨어진다면 얼마나?”

“지금 코스피 지수가 2,015입니다. 얼마 안 가 1,900대는 분명히 무너집니다.”

2천을 넘은 코스피 지수가 1,800까지 하락한단 말인가?

벌써부터 아찔한 수치였다.

“그, 그럼 우리가 내다 판 옵션들은? 공매한 것들은? 그게 다 되돌아오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게······ 예상 금액은 대충 계산해 봐도 3조 원은 넘습니다.”

“3, 3조 원?! 그렇게나 많이 팔았다고?”

“저희가 너무 막 찍어 파는 거 아니냐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아니. 아무리 그래도 적정선은 지켰어야지! 당신들은 대체 뭐 하고 있었던 거야!”

신재영 사장의 특기가 나왔다.

가만히 지켜만 보라고 했을 땐 언제고 딴소리를 한다.

“어, 얼른 다들 나가서 해결해! 어떻게든 막으라고!”

“······.”

신재영 사장은 발악을 하며 임원들에게 사태를 떠맡겼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사장실을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이미 포기한 것이다.

신재영도 그걸 알기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회사에서 확실한 입지를 굳히려다 오히려 회사 하나를 날려 먹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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