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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천재가 되었다-141화 (141/200)

금융계 천재가 되었다 141화

“무슨 말씀을 하는 건지 모르겠군요. 미국 증시가 폭락을 한다? 지금 하늘을 뚫으려 하는 증시가 왜 폭락을 하겠습니까?”

로널드 웨인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반박을 했지만, 나는 그의 얼굴에 경련이 일어나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난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러게요. 제가 잠시 허언을 했습니다. 극적인 타결도 이뤄 냈는데, 미국 증시가 폭락을 할 리 있겠습니까? 하하.”

“그럼요. 미국 증시는 계속해서 상한가를 치게 될 것이고, 폭락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미국 증시의 하락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는 듯 못을 박는 로널드 웨인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특히 그가 증시 폭락 얘기를 들었을 때 보였던 표정을 잊지 못한다.

“잘 알겠습니다. 오늘은 이만 일어나죠. 공항에 들어가실 때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예. 고맙습니다.”

나는 로널드와 악수를 나누고 먼저 방을 나섰다.

아무래도 저 코 큰 놈이 뭔가를 더 알고 있는 듯하다.

* * *

“뭐지? 때려 맞춘 건가?”

로널드는 이진석이 나가고 나서 벌떡 일어났다.

그와 이진석의 대화를 듣고 있던 임원들도 표정이 덩달아 굳었다.

“분명 어디서 정보를 듣고 온 거 같지?”

“예. 미국 증시가 폭락한다는 얘기를 했을 때도 굉장히 확신에 찬 얼굴 같았습니다.”

“시발. 어떻게 안 거지? 그쪽에서 정보가 새어 나갔을 리도 없을 텐데.”

“맞습니다. 그쪽도 정보가 새어 나가면 증시가 출렁인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철저히 함구하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폭탄이 터지는 건 적어도 한 달 이상은 걸리지 않습니까? 무엇보다도 정보 엄수가 중요하죠.”

“그런데 저놈은 어떻게 알았냐는 거야.”

그러자 다른 임원이 흥분하는 로널드 웨인을 다독였다.

“블러핑일 수도 있습니다. 그냥 한번 찔러 본 거겠죠.”

“저게 찔러 본 걸로 보여? 그것도 미국 증시 폭락을 감히 입에 담아? 아니야. 미친놈이 아닌 이상 그런 말은 함부로 하지 않아. 하지만 뭔가를 알고 있다면 저런 소리가 가능하겠지.”

로널드는 다리를 떨며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불안감을 느끼면 보이는 그만의 버릇이었다.

“많이 불안하시면 이진석과 다시 만나 협상을 해 보는 게 어떻습니까?”

“협상?”

“예. 정보를 밖으로 유출하지 말아 달라는-.”

“하하. 내가 지금 정보 유출을 걱정하는 거 같아?”

“그럼 왜······?”

“저놈이 나랑 반반 나눠 먹을 것 같아 그러는 거지. 이번 레이스는 우리만 판돈을 걸어야 돼. 내가 차려 놓은 만찬인데, 당연히 나만 먹어야지. 저놈이 끼어들면 되겠어?”

그제서야 임원들도 납득을 한 표정이었다.

“J&H의 동향을 잘 살펴봐. 저놈들이 우리가 쓸어 담으려는 걸 혹시 빼앗으려 든다면 그땐 속도전이야. 처음에는 그냥 조용히 수집을 하려고 했는데, 중간에 J&H가 끼어든다면 무조건 눈에 보이는 건 다 담아야 돼.”

“예, 사장님.”

한 번에 돈을 쓸어 담는 거대한 판이다.

다른 누군가가 이 잔칫상에 난입해 만찬을 나눠 먹는 건 절대 용납할 수가 없었다.

* * *

“누구를 조사하라고요?”

“로널드 웨인의 주변인을 좀 알아봐 주세요. 친인척이든 뭐든 상관없습니다. 금융업이나 정치 쪽에서 그와 깊은 인연이 있는 사람들을 알아봐 주시면 됩니다.”

“그쪽에서 뭔가 구린 짓을 꾸민다는 걸 눈치채신 거군요.”

“예. 아직은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 이번에 연방 정부 국채 한도가 극적 타결되고 나서 증시가 폭락할 것 같아요.”

권 대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극적 타결이 되면 증시는 상승을 할 텐데요?”

“보통은 그렇겠죠. 아마 적어도 한 달 동안은 계속 증시가 상승할 겁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에요. 뭔가 일이 터져서 증시가 폭락할 것 같은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 로널드 웨인은 왠지 그걸 알고 있는 것 같고요.”

“그가 게임메이커일 수도 있다는 겁니까?”

게임메이커.

즉, 증시 시장을 흔드는 전략을 세우는 사람을 말한다.

“예. 그래서 알아보려는 겁니다. 주변 인물들을 조사하다 보면 단서가 나오지 않겠어요?”

“으음. 잘 알겠습니다, 회장님. 제가 최대한 빠르게 알아보도록 하죠.”

“예. 그리고 R&B 회사를 인수했으니, 청와대에다가도 압박을 넣으세요. 함선 제조는 이제 우리가 맡아야 하지 않겠어요? 건설 임원들 고삐도 잘 잡아 주시고요.”

“알겠습니다. 그럼, 두 분 말씀 나누십시오.”

오희진이 아까부터 회장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터라 권 대표는 적당한 타이밍에 빠져 주었다. 그녀는 우리의 얘기를 전부 다 듣고 있었기 때문인지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다 내게 말했다.

“자기 경호실 사람들 있잖아.”

“응?”

“그 사람들은 어디까지 자기한테 해 줄 수 있어?”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궁금해서 묻는 거야. 그 경호실 사람들이 자기 대신해서 뒤처리를 해 준다거나, 그런 건 안 해?”

“처리조를 말하는 거야?”

처리조라는 건 대기업 사이에서 나도는 은어 같은 것이다.

재벌집 자식들이 사고를 치면 경호팀이 나서서 뒤처리를 깔끔하게 해 놓는다.

오직 그런 일들을 전문으로 하는 팀을 처리조라고 부르는데, 우리 회사에는 당연히 그런 처리조 개념이 없다.

일단 내 자식도 없거니와, 난 어디 가서 재벌집 애들처럼 방탕하게 놀지도 않기 때문이다. 딱히 사고 칠 일이 없기 때문에 처리조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있는 게 편하지 않을까?”

“그래?”

“처리조가 단순히 사고 처리만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야. 유능한 팀을 뽑으면 굉장히 많은 일을 할 수 있어. 권 대표한테 정보를 알아 오라고 시키는 것보다 그 사람들 시키는 게 훨씬 나을 수도 있다는 거지. 거기다가 힘을 써야 하는 일이 생기면 그 사람들 도움을 받을 수 있고.”

“힘을 써야 하는 일?”

“세상일이라는 게 법보다는 주먹이 가까울 때가 있잖아.”

나는 웃어넘겼지만, 오희진은 꽤나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나도 얼핏 들은 얘기야. 천하 그룹에는 처리조가 여럿 있는데, 자기도 알지? 천하 그룹에서는 노조가 살아남을 수 없는 거. 특히 노조원들 중의 몇몇 핵심 인물들은 아예 실종이 돼서 아직까지 못 찾았다더라.”

“그러니까 지금 나 대신 사람 죽여 줄 수 있는 킬러들을 고용해라, 이거야?”

“험하게 말하면 그렇지. 자기는 보통 사람이 아니잖아. 그룹을 운영하다 보면 벌레가 꼬이고 생각 이상으로 그 벌레들이 앞길을 막을 때가 있어. 그땐 법보다는 힘으로 해결을 해야 하는 거야. 괜히 재벌들이 처리조를 두겠어? KV 그룹에서도 사람들이 몇이나 죽어 나갔을 거 같아? 그것도 자살로 위장해서.”

그 말을 듣고 난 순간 멈칫거렸다.

그러니까 저 말은 오 회장이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사람 목숨까지 빼앗았다는 뜻 아닌가?

“진짜야?”

“뭐, 물적 증거가 있는 건 아니야. 그냥 심증이지. 설사 증거가 있다고 해서 그걸 터트리진 않아. 아무리 내가 불효녀라도 아빠를 살인죄로 감옥에 처넣겠어?”

“지금 오 회장님 재판 중인 거 알지?”

“알아. 근데 자기가 힘 좀 써 줘서 어차피 유예로 풀려날 거잖아.”

“그건 그렇지.”

“그런데 혹시 모르니까 내가 증거들을 한번 모아 볼게. 아빠가 유예로 풀려나고 나서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잖아?”

참 무서운 여자다.

저런 얘기를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하다니.

가끔 볼 때면 목덜미가 서늘해질 때가 있다.

“그리고 처리조에 관한 건 진지하게 고민을 해 봐. 지금 경호실장 있지? 아마 그 사람도 이쪽 일에는 빠삭할걸? 한번 잘 물어보고.”

“그래. 한번 알아볼게.”

“지금 바로 알아봐. 오늘은 나도 본가에 가 봐야 하니깐.”

“응? 데이트하려고 나온 거 아니었어?”

“아니야. 그냥 잠깐 자기 얼굴 보고 가려고 했지. 오늘 본가 갔다가 내일 다시 올게.”

오희진이 나가고 나서 나는 잠시 고민하다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경호실장 좀 들어오라고 하세요.”

이윽고 김강현 경호실장이 안으로 들어와 정중히 인사를 올렸다.

“부르셨습니까, 회장님.”

“예. 잠깐 앉으세요.”

기존에 있던 경호실장이 일을 그만두면서 후임으로 두고 간 사람인데, 아직 정식으로 인사조차 나눈 적이 없었다.

“이렇게 단둘이 얘기를 나누는 건 처음이네요. 일은 잘 적응했습니까?”

“예. 워낙 회장님의 동선이 단순해서 할 일이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그 흔한 룸살롱도 가지 않고 회사 일이 끝나면 바로 집으로 직행을 하니, 이들로서는 하루하루가 단조로울 것이다.

나는 김강현이란 사람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전에 있던 경호실장의 말에 의하면 미국 특수부대 출신으로 굉장히 입이 무겁고 일 처리가 확실하다고 했다.

그래도 아직 그에 대해서 아는 것이 많지 않으니, 나는 혹시 상대가 오해할지 몰라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처리조라고 아세요?”

그러자 김강현은 의외라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알고 있습니다. 혹시 처리조가 필요하신 겁니까?”

“필요하다면 만들어 주실 순 있으세요?”

“어렵지 않습니다. 대신 지금 경호 비용으로 나가는 지출을 5배 정도 늘리셔야 합니다. 그리고 어떤 일을 맡기느냐에 따라 10배까지 늘어날 수 있습니다.”

“돈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럼, 가능하다는 거죠?”

“예. 그런데 지금 있는 인원들만으로는 안 됩니다. 추가로 더 들여와야 구색이 갖춰질 겁니다.”

이제 가장 중요한 질문이 남았다.

“어디까지 해 줄 수 있는 겁니까? 그 처리조.”

“어디까지 원하시는 겁니까?”

“누군가가 그러더군요. 때론 법보다 주먹이 앞설 때가 있다고. 그런데 괜히 뒤탈이 있을까 봐 망설여집니다.”

“뒤탈이 전혀 없게 하는 것이 처리조의 일입니다. 특히 경찰과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살인 사건이 나도 큰일로 번지지 않습니다.”

살인이라는 것을 입에 담았다.

김강현 실장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누군가를 묻어 달라고 하시면 그 일을 하는 것이 처리조의 일입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죠. 만약 상대도 회장님처럼 경호원들이 바짝 붙어 있으면 사실상 그 사람을 조용히 처리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꼭 경험이 있으신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김강현은 대답 대신 잔잔하게 얼굴빛을 보였다.

그래서 더욱 궁금해졌다.

“요즘 같은 세상에 사람 죽인다고 조용히 처리가 됩니까? 영화에서는 본 거 같아요. 시멘트 먹이고 바다에 던지는 거.”

“그건 너무 고전적입니다.”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겁니까?”

“듣기 불쾌하실 수도 있습니다.”

“괜찮아요. 조금 궁금하네요. 제가 진짜 누구를 죽이겠다는 뜻은 아니고, 그냥 호기심입니다.”

처리조를 이용해서 누군가를 죽인다?

이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남의 손을 빌리기는 한다지만, 결국 그것도 살인이니까.

하지만 저들의 세상이 궁금하긴 했다.

김강현 경호실장은 차분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옛날에는 드럼통에 넣어서 바다에 집어 던졌지만, 지금은 매우 간소화가 되었습니다.”

“어떤 식으로요?”

“애완동물 장례식장이라고 아십니까?”

점점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그에 따라 애완동물 전용 장례식장 규모가 덩달아 커졌다.

설마 거기서?

“죽은 애완동물을 아무 땅에 묻는 건 불법입니다. 그래서 장례식장을 이용하죠. 거기서 애완동물들을 태우는데, 정부의 관리가 매우 허술하고 법에 허점도 많아서 대한민국에 있는 애완동물 장례식장은 대다수 조폭들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그 사람들은 애완동물만 태우지 않습니다. 의뢰가 들어오는 것들을 전부 다 태워 버리죠.”

“아······.”

“그렇게 하면 흔적이 전혀 남지 않기 때문에 요즘은 다들 그 루트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실종 처리가 되어도 찾을 수가 없는 것이고요.”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런 걸 듣고 나면 아직도 나는 우물 안 개구리인 듯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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