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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천재가 되었다-140화 (140/200)

금융계 천재가 되었다 140화

“아무리 개인이 만든 회사라고 해도 결국 미국계 회사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독자적인 기술도 미국 정부의 소유가 됩니다. 즉, 한국으로 넘어올 때 당연히 이슈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음. 무슨 의미인지 잘 알겠습니다. 프리미엄의 뜻은 결국 미 정부에 로비를 해 달라는 것이군요.”

“예. 그렇게만 해 준다면 7억 달러에 지분을 사들이겠습니다.”

기존에 로널드 웨인이 제시한 금액은 7억 5천.

하지만 나와 권 대표가 생각했던 금액은 7억 달러였다.

“내가 방금 말했을 텐데요? 나는 분명 7억 5천만에 지분을 넘기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5천만을 빼는 것에 모자라 로비까지 시킨다? 도대체 그건 어느 나라 계산법입니까?”

“R&B에 대한 저희의 평가는 명확합니다. 귀사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의 가치는 7억 달러를 초과할 수 없어요.”

“아무래도 오늘은 날이 아닌 듯하군요.”

로널드 웨인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여유를 잃지 않은 모습을 보이며 그에게 말했다.

“최고급 호텔을 준비했습니다. 머무시면서 다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글쎄요. 다시 생각해도 그 가격에는 팔지 않을 것 같군요. 그래도 준비하신 성의를 거절하진 않겠습니다.”

로널드가 나가고 나서 권 대표는 근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회장님. 정말 안 팔 생각인 거 같은데요?”

“그럴지도 모르죠. 그런데 골드 트리먼은 뭔가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급하게 가지고 있는 지분들을 팔아서 총알을 준비하려는 거고요.”

“하지만 방금 전 모습을 보면 그리 급해 보이지 않은 것 같은데······.”

“천성적인 겜블러 아닙니까? 전부 블러핑일 수도 있어요. 정말 우리와 계약을 할 생각이 없었다면 한국에 머무르지 않고 바로 떠났겠죠. 그런데 일주일이나 잡아 놓은 호텔에 알아서 기어들어 가겠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으음. 시간을 좀 태우면 알아서 반응을 할 거란 뜻입니까?”

“아직은 추측일 뿐입니다. 그리고 골드 트리먼이 뭘 준비하고 있는지 대표님이 좀 알아봐 주세요. 저놈들이 계속 총알을 모으고 있는 게 아무래도 수상하니까.”

“예, 회장님.”

첫 협상은 불발이 되었지만, 로널드는 아직 미련이 남아 있는 듯 한국을 떠나지 않았다.

지금은 나와 거래를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듯 행동하지만, 항상 급한 놈이 먼저 반응을 보이지 않던가?

일단 기다려 보면 알아서 로널드가 움직여 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 *

“한번 세게 불러 봤는데, 오히려 역풍 맞은 거 같네.”

실무진과 함께 호텔로 들어온 로널드는 넥타이를 풀어 헤쳤다.

“혹시 저쪽에서 우리 의도를 알아챈 건 아니겠지?”

“오늘 이진석 회장을 만나 보니, 어쩌면 우리의 속내를 읽었을지도 모릅니다.”

“젠장. 내가 괜히 저번에 만나서 총알 준비 중이라는 말을 꺼냈나 봐. 하여튼 나도 조금 흥분하면 이렇게 말실수를 해요.”

로널드는 자신의 입을 툭툭 쳐 댔다. 그러고는 임원들에게 물었다.

“7억 5천만은 죽었다 깨어나도 안 줄 거 같지?”

“예. 의지가 단호하더군요. 저쪽에서는 급할 게 하나도 없지 않습니까? J&H는 어디까지나 R&B에 흥미를 느낀 것뿐입니다. 그에 반해 우리는 다수의 총알이 필요한 것이고요.”

“그렇다는 건 여기서 일주일 동안 버텨도 저쪽에서 제스처를 취하지 않으면 그냥 시간만 버린다는 뜻이네.”

“예. 결국 우리 쪽에서 숙이고 들어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흐음-.”

J&H에서는 7억 5천만이 비싸다고 했지만, 사실 로널드는 그렇게 비싼 값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가 넘기려는 R&B 회사가 결코 수준 이하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록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해도 R&B는 분명 잠재적 가치가 충분한 곳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R&B의 기술력을 아직 따라가지 못한다. 그렇기에 7억 5천만도 어찌 보면 싸다고 여겼다.

그러나 협상을 하는 동안 이진석은 처음부터 끝까지 여유로운 모습만 보였다.

로널드는 먼저 상대를 흔들어 놓으려 했으나, 되레 그가 상대에게 당하고 말았다.

만약 7억 달러에 지분을 팔게 되면 백악관에 로비를 넣는 건 필수로 해야 하는 일이 되어 버렸다.

“만약 로비를 넣는다면 진행이 쉬워지려나?”

“예. 그닥 어려운 일은 아닐 겁니다. 함선 제조 기술이야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고 있으니까요. 한국도 금방 R&B의 기술력을 따라잡을 게 뻔할 테니, 잘만 구슬린다면 정부에서 문제 삼을 일이 없을 겁니다.”

“고민이네. 이것들 말대로 해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서둘러야 하지 않을까요? 들리는 말에는 백악관이 공화당의 요구를 전부 수용해 협상을 이끌어 내고 있답니다.”

이들이 급하게 총알을 모으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조만간 미국 시장을 뒤흔들게 될 텐데, 그 정보를 미리 캐치하고 있던 골드 트리먼은 이것으로 큰 이익을 보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자금을 뽑아 가지 않는다면 그들이 벌이려는 작전은 실패하게 된다.

그렇기에 임원들은 로널드를 설득하고 있는 것이었다.

결국 로널드도 바보는 아니었기에 그들의 설득에 넘어갔다.

“좋아. 어쩔 수 없지. 7억에 넘겨.”

“훌륭한 선택이십니다.”

“그런데 당장 전화는 하지 마. 좀 없어 보이잖아. 내일 오후쯤에 전화 넣어. 7억 달러에 콜하겠다고.”

“예, 사장님.”

그렇게 지시를 내려놓고 로널드는 위스키가 담긴 잔을 들었다.

7억 달러.

조금 아쉬운 금액이긴 했지만, 결코 그가 손해 보는 일은 아니었다. 그동안 R&B에서 뽑아낸 수익은 충분했으니까.

그리고 그 돈으로 만들어 낼 더 많은 돈을 떠올리면 절로 미소가 나왔다.

* * *

“회장님. 저쪽에서 7억 달러에 넘기겠다고 합니다.”

바로 한국을 뜰 것처럼 굴던 로널드는 하루도 안 가서 백기를 들었다.

7억 달러에 지분을 넘기고 미 정부에 로비를 넣는 것 역시 계약서에 들어간 조항이기 때문에 그들은 반드시 그 의무를 실행할 것이다.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예. 어제만 해도 절대 안 줄 것처럼 굴던 사람들이 하루도 안 돼서 꼬랑지를 내리는 걸 보면 뭔가 있는 게 분명합니다. 급히 돈을 마련해야 할 이유가 있다는 거죠.”

“아니면 R&B에 우리가 모르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거나?”

“그건 아닐 겁니다. 저희가 정말 빡빡하게 회사를 들여다봤어요. 흔들리긴 해도 무너지는 곳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는 건 R&B와 상관없이 미국 주식 시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다는 뜻이었다.

도대체 그게 뭘까?

“일단 계약은 하세요. 그리고 그놈들이 무슨 꿍꿍이인지는 계속 조사하시고요.”

“지금 알아보고 있기는 한데, 최대한 빨리 정보를 알아내겠습니다.”

“그리고 내일 로널드에게 좀 보자고 말도 전해 주시고요.”

“내일이요?”

“예. 직접 만나서 뭘 하려는지 한번 떠보려고요.”

“알겠습니다.”

권 대표에게 일을 맡기고 나서 나는 일찍 퇴근을 했다.

그리고 집에서 쉬다가 12시가 되자마자 핸드폰부터 켰다.

로널드를 만나기 전에 미래 커뮤니티 센터를 통해서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일단 3일 뒤의 기사부터 확인해 봤는데, 기사 1면에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미국 정부, 국가 부채 한도 극적인 협상 타결.]

[오바마 임기 최악의 위기 모면. 하지만 공화당의 정치적인 승리?]

[뿔난 민주당 지지자들. 오바마는 형편없는 협상가다 비판.]

오호라. 설마 이것 때문에 골드 트리먼이 돈을 모으고 있던 건가?

연방 정부의 국가 부채 한도가 넘어 버리면 미국 연방 정부가 파산해 버리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 그것을 막기 위해 미 정부는 매번 국가 부채 한도를 올려놓는데, 그걸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방안이 함께 따라온다.

복지 감축, 증세를 통한 재정 적자 최소화, 등등이다.

2011년에도 한번 이런 이슈가 있었다가 잘 넘어갔지만, 이번 연도에도 부채가 크게 늘어 결국 민주당과 공화당은 국가 부채 한도를 올리기 위한 협상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증세를 외쳤고, 그에 반해 공화당은 감세를 함과 동시에 복지 예산을 줄이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거기에는 미국 대통령 오바마가 강력하게 밀고 있던 오바마 케어도 함께 들어가 있었는데, 원래부터 오바마 케어를 반대하던 공화당은 협상 타결을 위해서는 오바마 케어를 포기해야 한다고 백악관을 압박했다.

결국 백악관은 고심을 거듭하다 공화당의 뜻에 따라 주었다. 하지만 이 일로 공화당을 지지하던 지지자들이 오바마를 연신 비판하고 나서게 됐다.

이번 협상에서 오바마가 공화당이 원하는 대로 전부 다 들어줬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아무튼, 연방 정부 부도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하게 됐지만 오바마에 대한 평가는 바닥을 치게 되었다.

“혹시 이거랑 골드 트리먼과 상관관계가 있는 건가?”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미국 시장 분위기는 매우 밝게 돌아간다.

나는 남은 포인트를 거의 다 써서 2주 뒤에 있을 상황까지 살펴보았지만, 이렇다 할 이슈는 없었다.

그렇다면 둘 중 하나다.

내가 헛다리를 짚고 있거나, 아니면 2주 뒤보다 더 미래에 무슨 일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 * *

“떠나기 전 이렇게 찾아와 주셨군요.”

로널드 웨인은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그가 원하는 대로 협상이 진행되진 않았음에도 그것을 결코 내색하지 않았다.

“사장님과 제대로 술 한잔하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워서 말이죠.”

“하하. 그렇다면 환영입니다. 제가 저번에도 말했었죠? 제가 이 회장님 팬이라고 말입니다.”

“그랬었나요?”

나는 로널드와 잔을 부딪친 뒤 목을 축였다.

약 5분 정도는 시답잖은 얘기를 나누며 시간을 때우다 내가 먼저 본론을 꺼냈다.

“저번에 말씀해 주셨던 것 있잖아요.”

“어떤······?”

“총알을 준비하고 있다는 거 말입니다.”

“아. 그거요? 미안합니다. 자세한 건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

“그런가요? 저는 대충 알 것도 같았는데.”

“예?”

로널드의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

“제 예상으로는 이틀, 아니면 사흘 뒤에 백악관에서 소식이 들려오지 않겠어요? 국가 부채 한도 협상 말입니다. 극적인 타결을 해냈다고 말이죠.”

나는 술잔을 잡은 로널드의 손이 살짝 떨려오는 걸 놓치지 않았다.

내가 제대로 짚은 건 맞는 듯 보였다.

“공화당의 무리한 부탁을 다 들어줘서라도 오바마 대통령은 연방 정부의 부도를 막아 내려 할 겁니다. 그리고 결국 오바마 케어도 포기하겠죠.”

“으음-. 그렇게 보십니까?”

“예. 재선에 성공한 지 얼마 안 돼서 이런 위기가 찾아왔으니, 어떻게든 해결을 하고 싶겠죠. 그동안 자기가 쌓아온 탑을 다 무너뜨리느니, 그중 일부를 부숴 버리는 것으로 합의를 볼 겁니다.”

“그런데요?”

“그것 때문에 총알을 준비 중이신 거 아닙니까?”

그제서야 로널드가 미소를 보였다.

“이거야 원, 귀신이 따로 없군요. 대체 어떻게 아셨습니까? 백악관이 곧 협상을 타결시킬 거라는 건 극소수만 알고 있는 정보인데. 설마 J&H 정보망이 백악관까지 닿아 있었나요?”

“이게 그 정도로 고급 정보란 말이에요?”

“예. 대다수 사람들은 민주당이 그 정도로 양보를 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하거든요. 어차피 둘 다 연방 정부를 파산시킬 생각은 없으니, 어느 정도 선에서 협상을 할 거라 보고 있죠.”

발표는 이틀 뒤에 하지만, 이미 결과는 벌써 나왔다는 뜻이다.

“그냥 그럴 것 같았습니다.”

“그냥 그럴 것 같았다? 좋습니다. 소스를 밝힐 수 없다는 거군요. 이해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 이후에 뭘 할지도 알고 계십니까?”

이 상황이 아주 재밌다는 듯 날 바라보는 로널드와 눈을 마주쳤다.

사실 내가 알고 있는 여기까지다. 그 이후부터는 나도 알고 있는 것이 없다.

하지만 만약 내가 로널드라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계획을 세우게 될까?

그 정도로 돈을 모으고 있다면 필시 무언가가 일이 벌어진다는 걸 뜻한다. 그리고 골드 트리먼은 그것을 통해 돈을 벌려 하는 것이고.

짧은 시간 안에 큰돈을 번다······?

순간 내 머릿속에 한 생각이 번뜩였다.

“미국 증시가 대폭락을 하는 것이군요.”

그러자 로널드의 눈도 동그랗게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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