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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천재가 되었다-139화 (139/200)

금융계 천재가 되었다 139화

“정부는 억울한 아이들의 죽음을 명백하게 밝혀라!!”

야당과 더불어 시민단체들, 그리고 사고로 아이를 잃은 부모들이 청와대 앞에 모여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었다.

그들은 하루속히 의문점을 밝혀 달라고 촉구했고, 정부는 그에 따라 수사 라인을 전부 우산호 쪽에 집중시켰다.

“청와대에서 청해 해진을 완전히 부숴 버리려고 단단히 벼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청해 해진을 소유 중인 청해 그룹도 해체해 버리려는 것 같고요.”

청와대로써는 분노하는 국민들에게 뭔가 던져 줘야 할 제물이 필요했다. 그리고 노후한 우산호를 억지로 띄우게 만든 청해 해진과 청해 그룹을 동시에 엮어 버렸다.

특히 청해 그룹의 회장은 사이비 종교의 교주이기까지 해서 청와대가 딱 원하는 그림이 나왔다.

이런 청와대의 움직임을 눈치챈 야당은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자 대통령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야당도 지독하게 물어뜯을 예정인가 봅니다. 청해 그룹으로 청와대가 퉁을 치려니까 어떻게든 대통령까지 똥통에 처넣으려고 작정을 했어요.”

“정부가 대처를 똑바로 못 한 건 맞잖아요?”

“예. 청와대가 빌미를 제공해 준 셈이죠. 야당은 정도를 넘어섰다 싶을 정도로 공격하는 거고요. 저번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잘만 하면 대권이 바뀔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보수 정당이 강한 힘으로 집권하고 있었으니까요.”

야당에는 절대 놓칠 수 없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래서 내가 정치를 싫어한다.

아이들의 죽음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다니.

“그런데 청와대에서는 별도로 연락이 온 게 있습니까?”

“예. 그렇지 않아도 오늘 아침에 청와대 쪽에서 먼저 연락을 했습니다. J&H가 교황청과 다이렉트로 연락이 닿는다는 것을 알고는 적극적으로 추진해 달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방산 산업에 관련된 건 책임자를 별도로 보낸다고 하더군요.”

“좋습니다. 그럼 지금 출발할까요?”

“예, 회장님.”

방산 산업에 우리도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보인 이상, 중공업 임원들의 고삐를 단단히 붙잡아 두어야 한다.

“회장님 오셨습니다.”

내가 회의실에 들어서자 긴장한 얼굴이 역력한 건설 그룹 임원들이 전부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 앉으시죠.”

자리에 엉덩이를 붙이기 무섭게 나는 임원들에게 물었다.

“다들 우산호 참사를 잘 아실 겁니다. 이 얼마나 비통하고 안타까운 일입니까. 두 번 다시 그런 일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면 안 되겠죠? 현재 우리가 운용하고 있는 선박들에 대한 안전 점검은 어떻게 됐습니까?”

“모두 안전 점검을 안전하게 통과했습니다. 저희가 청해 해진처럼 직접 배를 운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현재 만들고 있거나, 혹은 완성이 된 것들은 전부 검사를 마쳤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제가 알아보라고 지시한 건요?”

“그렇지 않아도 미리 서류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내 앞에 놓인 서류는 R&B에 대한 회사 리포트였다.

재무 상태가 어떻고, 그들이 가진 기술력이 어떤지도 자세히 나와 있었다.

하지만 내가 그걸 본다고 해서 그들의 기술력이 뛰어난지 아닌지 어떻게 알겠는가?

“제가 기술 용어들을 잘 알지 못해서요. 여러분은 전문가들이시지 않습니까? 이 회사, 냉정하게 평가해서 어떻습니까?”

그러자 임원들 중 하나가 대답했다.

“미국에는 여러 경쟁 업체들이 많다 보니, 확실히 경쟁력이 떨어져 회사가 기운 것 같습니다. 그러나 기술력만을 봤을 땐 결코 부족한 회사가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니다?”

“해군용 함선을 만드는 것과 조선을 만드는 건 전혀 다른 일입니다. 아무래도 군사적 목적이다 보니, 무기를 배치할 곳도 생각해야 하고 더 빠른 추진력을 구성해 내야죠. 무거운 무기를 그 위에 올려놓아도 배의 속도가 줄어들지 않게 계량을 시키는 것 역시 어려운 기술입니다.”

“그런 쪽에서는 R&B가 우리나라 업체들보다 낫다는 얘기로군요.”

“예. 지금 우리나라 함선을 만드는 곳이 총 3곳인데, 그중에서 제일가는 곳이 바로 신화 그룹입니다. 방산 쪽은 신화 그룹이 전부 쥐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기술력만을 따졌을 땐 R&B가 조금 더 앞선다고 봐야죠. 경력을 보니, R&B는 미국 항공 모함 제작에도 참여를 했었어요.”

“항공모함을요? R&B 단독으로?”

“그건 아닙니다. 워낙 큰 배이다 보니, 기업 하나가 항공 모함을 제조하진 않습니다. 제가 알기로 5개의 기업이 모여 설계 및 제작을 한 것으로 알고 있죠. 거기서 몇 퍼센트의 지분을 갖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경험만으로도 큰 메리트가 됐을 겁니다.”

천조국 미국에서 함선을 만든다는 건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그들의 군사적 기술력은 가히 세계 제일이니까.

“문제는 R&B가 우리나라로 넘어왔을 때, 미국 정부가 이에 대해 태클을 걸 수도 있다는 겁니다.”

“아무리 동맹국이라도 군사 기술이 넘어간다는 건 용납하기 어렵겠죠? 저도 그게 염려가 돼서 제게 인수를 제의한 로널드 웨인에게 물어는 봤습니다. 그런데 그쪽에서는 별로 문제 될 게 없다는 듯이 얘기하더군요.”

“그건 단정할 수 없습니다. 미국 정부가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중요한 거니까요.”

아무리 기술력이 R&B의 독자적인 것이라고 해도 군사력과 관련이 되는 순간, 그 기술은 더 이상 그 회사만의 것이 아닌 미국의 소유가 된다.

“하지만 만약 그쪽에서 별다른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겁니다. R&B가 10,000톤급 구축함 제작을 강점으로 내세웠는데, 우리나라에 10,000톤급으로 분류된 구축함이 딱 2척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추가로 1척에서 2척을 더 만들어 낼 예정이고요.”

“돈은 좀 될까요?”

“10,000톤급 아래로도 정부가 추가로 증비할 계획을 세워 놓고 있으니, 잘만 따내면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봅니다. 조선소 사업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긴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지 않습니까? 그런데 워낙 이쪽 분야는 신화 그룹이 잘 장악을 해 놓아서 과연 수주를 받을 수 있을지는······.”

그렇다는 건 교황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조건으로 받은 이 포상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R&B에 대해서는 계속 자료 수집을 해 주세요. 골드 트리먼이 갑자기 R&B를 버리는 이유가 뭔지 아직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으니까요.”

“예, 회장님.”

* * *

“이야. 우리 장군님 샷이 오늘도 아주 예술입니다? 하하하!”

“아이고. 그만 좀 띄워, 강 사장. 계속 그러면 진짜로 내가 잘하는 줄 알 거 아니야.”

“무슨 말씀을! 참모부장님 실력은 국방부에서도 알아주지 않습니까?”

“사람 참 말은 청산유수처럼 잘해요. 허허.”

오늘도 어김없이 참모부장의 비위를 맞춰 주며 접대 골프를 친 신화 중공업 강도원 사장은 손수건으로 이마를 닦으며 욕을 내뱉었다.

“시발. 저 새끼는 허구한 날 골프를 쳐도 실력이 늘지를 않네.”

대가리에 별 몇 개 박아 놓은 노땅들을 상대하는 건 고역이었으나, 저들 손에 자신의 명줄이 달려 있으니 처신을 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에게 비서실장이 다가와 말했다.

“사장님. 한 가지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무슨 소문?”

“J&H가 방산 산업에 뛰어든다고 합니다.”

“응? 아니. 현찰 세는 새끼들이 갑자기 왜 총질을 하겠다고 지랄이야?”

“일단 소문이 그렇습니다.”

“뭐, 우리랑은 관련 없잖아? 화학 쪽이 좀 짜증을 내겠네.”

강도원 사장은 J&H가 무기 제작에 참여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렇다는 건 신화 화학과 경쟁을 한다는 뜻이니, 자신과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화학 쪽이 아닙니다.”

“뭐?”

“J&H가 미국 회사 하나를 사들이려 하는데, 그게 미국 함선을 만드는 회사라고 합니다. R&B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아. 거기 알지. 큰 회사는 아니지만, 나름 실력 있는 곳이잖아.”

“예. 최근 거기가 자금난이 있어서 많이 기울어졌는데, 그곳 대주주인 골드 트리먼이 J&H에게 지분을 판매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제서야 이 일이 자신과 매우 관련이 있다는 걸 깨달은 강도원 사장이었다.

“잠깐만. J&H가 거기를 인수한다는 건 결국······.”

“자기들도 함선을 만들어 보겠다는 거죠. R&B 정도의 기술력이라면 저희 신화보다 조금 앞서 있을 겁니다. 분명 그걸 어필해서 정부와 쇼부를 보려는 게 틀림없습니다.”

“하-. 이 새끼들 보게? 지금 내가 저 노땅들이랑 골프 접대까지 하면서 발로 뛰고 있는데 그걸 날름 처먹으려 들어? 방산 산업이 기술력 좋다고 무조건 뽑아 주는 줄 알아? 저런 새끼들 똥구녕에 현찰 쑤셔 넣어 줘야 가능한 사업이야.”

방산 산업은 정부가 기술력을 평가해 특정 회사를 지목하여 수주를 맡긴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정당한 기술력 평가라고 할 수 있겠는가.

2014년도에 책정된 국방비만 무려 34조 원.

그중에서 누군가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액수가 상당하며, 여러 방산 업체들로부터 챙기는 뒷돈도 상당하다. 그래서 돈이 많은 업체들은 아예 싹수가 보이는 장교들을 지원해 장성까지 만들어 내어 이익을 챙기기도 한다.

“이 세계가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더군다나 우리 신화 그룹이 터줏대감으로 여길 휘어잡고 있는데,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시겠다? 어림도 없는 소리지.”

“아직 확실한 건 아닙니다. 찌라시에 불과하긴 한데, 혹시 몰라 보고를 드리는 겁니다.”

“아닐 거야. J&H 그놈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여기 시장을 공략하진 않겠지. 만약 그랬다가는 우리 신화 그룹이랑 정면으로 맞짱 뜨겠다는 거랑 뭐가 달라?”

“예. 그래도 끝까지 주시는 하라고 지시해 놓을까요?”

“그래. 그놈들이 이상한 낌새 보이면 바로 보고해.”

강도원 사장은 그렇게 지시를 내려놓고는 휴식을 끝내고 다시 참모부장에게 달려갔다.

미리 붙여 둔 캐디와 알콩달콩 시간을 보내고 있는 노인네가 탐탁지 않긴 했지만, 그의 얼굴에는 사심 하나 없어 보이는 미소가 가득했다.

* * *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아닙니다. 저야말로 대표님이 직접 한국을 찾을 줄은 몰랐습니다.”

우리가 인수 의향을 보이자마자 로널드 웨인은 우리 회사가 있는 서울로 날아왔다.

“저는 회장님에 대해 알고 나서부터 한국에 대한 흥미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이곳에 와 보기로 마음을 먹었죠. 직접 와서 보니 아주 아름다운 나라군요.”

“마음 놓고 투어를 하실 수 있게 사람을 붙여 드리죠.”

“그렇게 해 준다면 고맙습니다. 자, 이제 일 이야기를 해 볼까요?”

로널드 웨인을 비롯해 실무진들이 함께 그를 따라왔다.

그들은 비장한 얼굴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 골드 트리먼이 보유하고 있는 R&B의 지분은 총 62%. 상장을 하지 않은 곳이라서 시장 가격이 딱 정해져 있진 않아요. 저희는 이 지분을 7억 5천만 달러에 팔고 싶습니다.”

7억 5천만이란 숫자에 권 대표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가 예상한 금액은 7억 달러였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경쟁력을 잃은 회사이지 않습니까? 그 정도의 값어치를 하는지 의문이군요.”

“그럼 회장님은 어느 정도로 보셨는데요?”

“6억 달러.”

기존 예상 금액보다 1억 달러 더 싸게 부르자 권 대표는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고, 로널드 웨인은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 그 얘기는 저더러 여길 나가라는 소리로밖에 안 들리는데요?”

말도 안 되는 숫자라면서 로널드는 아예 없던 일로 만들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난 이 판을 엎자는 게 아니었다.

“저도 6억 달러를 초과한 금액을 드릴 순 없습니다.”

“그렇군요. 아직 우리가 거래를 할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그를 내가 붙잡았다.

“하지만 프리미엄이라는 게 붙으면 다르겠죠?”

그러자 로널드는 슬그머니 다시 자리에 앉았다.

“어디 들어나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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