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융계 천재가 되었다-138화 (138/200)

금융계 천재가 되었다 138화

“음······. 생각보다 심각한데.”

우산호에 대한 소식은 연이어 들어오고 있었다.

나도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 기사들을 보는 중이어서 실시간으로 소식을 접하는 중이었다.

“476명의 탑승자들 중 절반도 구조를 못 했다잖아.”

“이미 배는 침몰했고, 혹시 모를 인명 구조를 위해서 잠수부를 투입한다고는 하는데······.”

우리 모두 한숨만 푹 내쉬었다.

배가 침몰하는 거야 종종 있는 일이지만, 이 정도로 많은 탑승자가, 그것도 어린 고등학생들이 대거 타고 있는 배가 침몰하는 건 전혀 다른 경우였다.

아직 제대로 꽃도 피우지 못한 어린아이들이 아니던가?

거기다가 이번 사태의 원인은 배가 노후된 것도 있지만, 자기 목숨만 챙기고자 했던 선장의 이기심도 한몫을 했다.

선장은 배에서 탈출하기 전, 모두 제자리에 가만있으라는 반복 녹음 방송을 했는데, 그것을 곧이곧대로 믿은 아이들이 배에 남아 있던 통에 더 큰 피해가 발생하게 된 것이었다.

얼른 배에서 탈출해야 한다는 방송만 해 줬어도 이 정도로 사상자가 발생하진 않았을 터.

“아주 난리야. 특히 우산호가 은퇴를 했어야 하는 배인데, 그걸 끝까지 운행하고 다녔다잖아. 어찌 보면 이 사고는 예견된 거라고 볼 수가 있지.”

기자들이 조사를 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사실들이 밝혀졌는데, 그중 하나가 침몰한 우산호는 운행을 해서는 안 되는 배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청해 해진은 한술 더 떠서 개조까지 해 무게를 증가시키는 등, 아예 배가 침몰하라고 고사를 지냈다.

“벌써 책임자들 다 잡아들이고 있네. 그리고 그거 알았냐? 청해 해진이 사이비 종교 수장의 소유라는데?”

“나도 봤어. 세상이 어떻게 되려는 건지 참······.”

우리끼리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권 대표에게서 전화가 왔다.

마침 기다렸던 전화라 얼른 받았다.

“대표님. 거기 분위기 어떻습니까?”

“후. 말도 마십시오. 다들 초상집 분위기입니다. 수학여행 떠난 고등학생들이 그런 사고를 당했으니, 애 가진 부모들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은 거죠. 저도 아직 심장이 벌렁거릴 정도예요.”

“정치권 분위기는요?”

“심각합니다. 대통령이 사고 처리를 제때 하지 못했다고 야당의 비판이 엄청나요. 문제는 국민들도 야당 편이라는 거죠. 지금 청와대는 완전 패닉 상태고요.”

“그 정도입니까?”

“예. 제가 알아보니까 야당이 건수를 제대로 잡아서 정권을 뒤집어 놓으려 한다는데, 한동안 언론 플레이가 엄청날 것 같습니다. 잘하면 대권이 바뀔 수도 있겠어요”

그동안 보수 정당이 정권을 잡고 흔들어 놓지 않았던가.

야당은 학생들의 죽음을 제물로 삼아 정권을 뒤집어 놓으려는 것이다.

잔인한 일이지만, 정치라는 것이 그렇다.

“일단 잘 알겠습니다. 특별한 일이 있으면 계속 연락해 주세요. 그리고 주가 동향은 어떻습니까?”

“전체적으로 내려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혼란이 찾아온 건 아니고요. 아직은 원만한 상태입니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행사 다 취소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나?”

“딱히 그럴 필요는 없지 않아? 당장 네가 간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없잖아.”

“그렇긴 하지.”

우산호 침몰 사건은 가히 충격적인 일이었으나, 주가를 요동치게 만드는 사건은 아니다.

권 대표 말을 들어 봐도 금융계에서는 크게 동요를 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이진석 회장님?”

그때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며 나를 찾았다.

누군가 하고 봤더니, 교황을 수행하는 신부였다.

“아, 예. 무슨 일이십니까?”

“교황께서 찾으십니다. 혹시 괜찮으실까요?”

교황이 나를?

대충 무슨 일 때문인지 감이 왔다.

“예. 금방 준비하고 나가겠습니다.”

한국에서 벌어진 우산호 참사가 세계 언론을 타고 방영되어 교황의 귀까지 들어간 게 틀림없다.

오희진은 옷을 갈아입고 나가려는 나를 붙잡으며 말했다.

“진석 씨.”

“응?”

“이게 그 명분이 될 수도 있어요.”

나는 대답 대신 씁쓸한 미소를 보였다.

난 사제들의 인도에 따라 교황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에, 홀로 소파에 앉아 TV를 시청하고 있던 교황은 내가 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건넸다.

“형제님. 한국에서 일어난 소식은 저도 이제야 막 듣게 되었습니다. 유감을 표하는 바입니다.”

“예. 실로 안타까운 일이죠. 저도 그 소식을 듣고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습니다.”

“자. 일단 앉으시죠.”

나도 교황과 같이 소파에 앉아 앞에 있는 TV에 시선을 옮겼다.

교황이 보고 있는 건 CNN 뉴스였는데, 그곳에서도 우산호 참사를 비중 있게 다루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회장님이라면 한국 상황을 저 뉴스보다 더 많이 알고 있을 것 같아서 말이죠. 지금 상황이 어떻습니까?”

“다들 말도 못 할 분위기입니다. 충격이 굉장히 크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런······.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저런 큰 사건을 겪었으니 한동안 다들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겠군요.”

“예. 정치권에서도 벌써부터 시끌벅적합니다. 참담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이것을 정치적 목적으로 쓰려 하니까요.”

“그것도 이해합니다. 이런 큰 사건은 당연히 정치적으로 이용이 될 수밖에 없죠.”

그 외에도 내가 알고 있는 사실 몇 가지를 더 말해 주었다.

본인의 궁금증을 해결한 교황은 지나가듯 내게 말했다.

“저번에 그런 말씀을 하셨죠? 제가 한국에 방문하면 좋지 않겠냐는······.”

“예. 그땐 정중히 거절을 하셨지만,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지셨습니까?”

“우산호 참사를 보니, 위로를 바라는 형제자매들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교황도 한국에 방문할 명분이 생겼다는 뜻이다.

“제가 한국으로 돌아가면 적극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 교황님께서 직접 오셔서 위로를 해 주신다면야 그보다 좋은 일이 없을 겁니다.”

“예. 저도 교황청에 건의를 올려 보겠습니다. 아마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군요. 아마 빠르게 추진을 한다면 8월 안에는 한국 방문이 가능할 겁니다.”

“최대한 빨리 방문하실 수 있게 준비해 놓겠습니다.”

교황과 헤어지고 나서 나는 핸드폰을 꺼내 보았다.

마침 시간도 밤 12시가 지나는 중이다.

난 미래 커뮤니티 센터로 들어가 앞으로의 일을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는 탄탄했던 청와대가 이번 사건으로 크게 흔들려 무너질 수도 있다는 느낌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다.

* * *

우산호 참사가 발생한 지 벌써 2주가 흘렀다.

침몰한 배 안에 생존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고 있던 국민들도 이제 학생들의 죽음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리고 그 분노는 고스란히 정부를 향해 쏟아졌다.

이번 참사에서 여러모로 정부의 대처가 미흡했던 건 사실이지 않은가?

더군다나 우산호를 둘러싼 의혹들이 줄줄이 터져 나오고 여러 음모론까지 제기되면서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굉장히 낮아진 상태였다.

“교황을 말입니까?”

“예. 처음에는 그냥 한번 던져 본 거였는데, 그쪽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줬습니다. 무엇보다 우산호 참사가 컸어요. 교황님은 직접 한국을 방문해 형제자매들을 위로하고 싶다더군요.”

“준비만 잘한다면야 청와대를 향한 국민들의 분노를 조금은 잠재울 수 있겠죠.”

“예. 아마 그럴 거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교황청에서의 행사를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즉시 이 문제를 외교부와 나눠 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청와대가 두들겨 맞고 있어 조금은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지금에서야 외교부 차관 황태영을 불러들였다.

“회장님께서 저희를 위해 이 정도로 신경을 써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청와대도 이 소식을 들으면 뛸 듯이 기뻐할 겁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교황이지 않습니까? 아마 국민 절반 이상이 교황을 환영하려 하겠죠.”

“예. 우산호 참사에 관련된 사람들을 초청해 직접 교황을 만나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 봅니다. 그분께서 이곳에 오시는 건 결국 그들을 위로하기 위함이니까요.”

“물론입니다. 이거, 저희가 너무 큰 선물을 받게 되는군요.”

“좋은 건 원래 같이 나눠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청와대에서도 분명 저희 회사를 위해 해 주실 게 있으리라 봅니다.”

“하하. 그 점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군요. 저는 외교부 차관이라 청와대에 보고만 할 뿐, 다른 얘기는 할 수 없습니다.”

“그냥 흘려만 주세요. 원래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이 있어야 하는 게 사람 사는 거 아니겠어요?”

“당연하죠. 제가 적당히 얘기를 흘려 보겠습니다.”

“예. 음식이 식겠네요. 얼른 드세요.”

우리 둘은 빠르게 장어덮밥을 비워 나간 뒤 각자 할 일을 위해 헤어졌다.

회장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권 대표는 내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 물었다.

“어떻게 됐습니까?”

“당연히 저쪽에서는 받을 수밖에 없죠. 교황이 와서 국민들을 위로해 주겠다는데 그걸 거절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잘됐군요.”

“예. 그리고 눈치가 있는 사람이라 그런지 알아서 청와대에 흘리겠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뭔가를 줬으니, 그쪽에서도 뭔가를 줘야 하니까요.”

“혹시 뭘 요구하려 하시는 건지······.”

“제가 교황청에 갔을 때 어떤 사람을 만났어요.”

나는 로널드 웨인에게서 받은 명함을 권 대표에게 건넸다.

“골드 트리먼? 그 로널드 웨인 말입니까?”

“예. 저한테 접근하더군요.”

“골드 트리먼이라면 미국에서도 유명한 투자 회사죠. 그런데 그쪽이 갑자기 왜 회장님에게······.”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는 조선 해양 하나를 언급하더라고요. R&B라는 회사인데, 미국에서 군함을 만들던 곳입니다.”

“방산 산업이군요.”

“예. 그런데 최근 그쪽 사업이 신통치가 않아 판매처를 알아보는 중이랍니다. 마음만 먹으면 골드 트리먼에서 충분히 살려 낼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다고 합니다.”

“골드 트리먼이 여유가 없다고요? 이상하네요.”

“그쪽 말로는 다른 곳에 쓰기 위해 총알을 구비하고 있다네요? 정확히 어디에다 쓰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그 업체를 저희에게 팔려는 겁니까?”

“예. 우리 J&H도 중공업을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까? 만약 한국 방산 업체에 J&H가 끼어들 수만 있다면 R&B를 사들이는 건 결코 손해가 아닐 거라고 하더군요.”

그제서야 권 대표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교황을 설득해서 한국으로 오게 했으니, 그것을 조건으로 회장님께서는 방산 산업에 뛰어드시려는 겁니까?”

“알짜배기잖아요. 우리나라는 분단국가입니다. 당연히 국방비에 돈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죠. 요즘 조선소가 예전처럼 많이 힘들진 않아도 여전히 간당간당하지 않습니까?”

“예. 그나마 회장님께서 산소 호흡기 대 주신 덕분에 아직은 잘 굴러가고 있습니다만, 만약 방산 쪽에서 우리가 독점을 할 수만 있다면 앞으로 밥그릇 걱정할 일은 없을 겁니다.”

“독점을 하는 건 아무래도 어렵겠죠?”

“지금까지 실컷 해 먹던 놈들이 있어서 갑자기 끼어들면 반발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건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다른 곳도 아니고 J&H 아닙니까? 괜히 잘못 덤볐다가 개박살 난다는 건 다들 알려 주지 않아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권 대표가 저렇게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을 보면 그만큼 우리 회사가 크게 성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공업 쪽 사람들을 한번 불러 모아 주세요. 그쪽 의견도 들어 봐야겠습니다. 그리고 방산 산업은 여러모로 뒷돈이 많아 들어간다고 들었어요.”

“예. 우리나라 방산 비리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큽니다. 그런데도 단속이 잘 안 돼요. 아마 앞으로 들어가는 돈보다 뒤로 들어가는 돈이 더 많을 겁니다.”

예전부터 방산 비리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고쳐진 부분은 거의 없다는 것이 현실.

군대를 다녀와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분명 뉴스에서는 새로운 장비가 만들어지고 있다는데, 정작 내 손에 쥐어진 건 80년대에 쓰던 M16이다. 그리고 물을 담아 마시는 수통은 벌써 30년이 더 된 것들도 많다.

잠자리는 또 어떠한가? 식단은? 샤워실과 그 외 시설들은?

그 많은 국방비가 들어가는데도 여전히 부족한 게 많다. 그 뜻은 누군가가 뒤에서 쏙쏙 빼 먹는 돈이 상상 이상으로 많다는 것이다.

나도 뒤에서 쏙쏙 빼 먹는 놈이 될지, 아니면 정당하게 돈을 받아 최상급의 물품을 내놓는 사람이 될지는 두고 봐야 알 것 같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