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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천재가 되었다-135화 (135/200)

금융계 천재가 되었다 135화

“핵융합 개발은 인류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사업입니다.”

수십 명의 기자들이 회견장에 모여 조용히 내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핵융합 기술이 개발만 된다면 더 이상 우리는 자원 때문에 허덕일 필요가 없고, 큰돈을 쓸 필요도 없어집니다. 또한 환경 파괴도 최소한으로 줄여 죽어 가는 지구를 살릴 수 있게 됩니다. 우리 후손들에게 다시 깨끗하고 아름다운 지구를 물려줄 수 있는 겁니다.”

핵융합 기술 개발을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고 호소하며 간단하게 성명을 마쳤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기자들이 질문을 쏟아 냈다.

“회장님께서는 시연회 당일에 사고를 겪지 않으셨습니까? 천하 그룹을 비롯한 다른 기업들이 이번 사업에 손을 떼는 건 전부 그날 사고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J&H는 끝까지 투자를 고수한다는 겁니까?”

이미 회견장에 모인 기자들 절반 이상은 J&H에서 돈을 받고 나온 이들이다.

즉, 우리를 위해 최대한 우호적인 기사를 쓴다는 것이다.

이 질문 역시 우리 회사 측에서 미리 제공해 준 질문들 중 하나다.

“그 사고는 굉장히 끔찍했고,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에게는 큰 트라우마로 남았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제가 투자금을 거두지 않는 이유는 저 개인의 이익 때문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한 겁니다.”

“회장님께서는 그 기술이 반드시 성공할 거라 보시는군요.”

“예. 만약 여기서 개발을 중단한다면 미국, 러시아, 영국 등 세계 선진국들이 먼저 핵융합 기술을 완성시킬 겁니다. 우리는 자연스레 그들보다 뒤처지는 것이죠. 그때 가서 후회하면 이미 늦은 거예요. 언제까지 우리가 남의 나라 기술을 써 가며 그 뒤만 졸졸 따라다녀야 한답니까? 그들이 선진 기술을 쓰며 국가의 이익을 극대화시킬 때, 우린 아직도 석유와 석탄을 들여 가며 큰 비용을 낭비하게 될 겁니다.”

그런 끔찍한 사고를 겪었음에도 이 기술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를 보여 주었다.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내 말을 듣고 깨닫는 바가 있을 것이다.

이 기술은 반드시 개발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주변에서는 핵융합 기술이 사기라고 말합니다. 아주 허무맹랑한 이야기이며 후쿠시마와 체르노빌 때보다 더 큰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 기자는 아무래도 야당 쪽에서 보낸 것 같았다.

하지만 내게 불리한 질문은 아니다.

“핵융합이 사기라고 한다면 미국과 같은 선진국들이 왜 그 기술에 천문학적인 돈을 들이고 있을까요? 전 그것을 사기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목적이 궁금합니다. 거짓이 아닌 것을 거짓이라고 한다면 그거야말로 사기가 아닐까요? 더군다나 핵융합 기술은 원자력 발전소와는 그 구조부터가 다르기 때문에 사고가 일어나도 방사능이 유출될 일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 외에도 기자들은 몇 가지 질문을 던져 댔고, 나는 적절하게 받아치며 핵융합 기술은 꼭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는 마지막으로 그들에게 말했다.

“저는 이제까지 단 한 번도 투자를 실패한 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언제나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곳에만 투자를 했기 때문이죠.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핵융합 기술은 반드시 성공합니다. 그리고 후발 주자인 우리나라가 최선두에 서게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만큼 연구진들이 뼈를 깎는 노력으로 연구에 임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러니 여러분. 부디 응원해 주십시오. 우리의 자녀들을 위해서라도 이건 반드시 개발되어야 하며 절대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됩니다.”

그 말을 끝으로 기자 회견을 끝냈다.

“고생하셨습니다, 회장님.”

“예. 반응은 좀 어떻습니까?”

“각 채널에서 생방송으로 틀어 준 덕분에 시청률이 꽤 나왔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댓글들을 확인해 보니, 여론이 점점 바뀌는 것 같더군요. 아무래도 회장님이 직접 나오셔서 핵융합 기술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 마음에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내 이름과 얼굴, 그리고 그 뒤에 있는 회사의 명예를 걸고 연 기자 회견이다.

만약 핵융합 개발에 실패하게 된다면 내 모든 것이 추락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 실패한 게 아니다.

우리 앞에는 성공만이 있을 뿐이다.

“실시간으로 반응을 계속 확인해 주세요. 청와대에서도 오늘 제가 지원 사격을 해 줬으니 분명 이에 따른 호응을 하겠죠.”

“예, 회장님. 제가 계속 주시하고 있겠습니다.”

별로 한 것도 없이 기자 회견만 했을 뿐인데, 벌써 온몸에 힘이 쭉 빠지는 듯한 기분이다.

이제 인터넷 상에서 갑론을박이 펼쳐질 것이고, 국민들은 핵융합 기술에 대해 다시 생각할 것이다.

* * *

“정말 감사드립니다, 회장님. 덕분에 다시 연구를 이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닙니다. 차관님이 노력해 주신 덕분이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예. 물론입니다, 회장님.”

양 차관은 연신 고맙다는 말을 거듭하며 전화를 끊었다.

권 대표도 한숨 돌렸다는 듯 말했다.

“다행입니다. 회장님께서 기자 회견을 열어 주신 덕분에 국민들이 마음을 돌렸어요. 핵융합에 대한 잘못된 사실을 바로잡아 주는 전문가들도 많아서 더욱 잘 먹혔고요.”

“제가 뭐 한 게 있나요. BJ들부터 시작해 영향력 있는 사람들을 죄다 동원해서 이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지 않았습니까. 다 그들 덕분이죠.”

“하하. 우리나라에 있는 어떤 사람도 회장님만큼 영향력을 끼칠 순 없습니다. 웬만한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보다 훨씬 더 시청률이 잘 나왔다고 방송사에서 거품을 물더군요. 혹시 연예계 쪽에 진출할 생각이 없으시냐는 질문까지 받았습니다.”

나도 내색하진 않았지만, 생각 이상으로 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가 높은 것을 보고 굉장히 놀랐다.

실시간 검색어에 내 이름이 도배된 것은 물론, 사방에서 내 얘기만 하고 있었으니까.

당연히 날 욕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내 말을 한번 믿어 보자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것을 보고 이미지 메이킹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청와대는 내 기자 회견을 보고 힘을 얻었는지 핵융합 개발에 박차를 가했고, 내가 요구한 대로 지분 구조를 변경해 50%를 J&H의 소유로 만들어 주었다.

기자회견 한 번으로 나는 불로소득이 될 지분 50%를 얻게 된 것이다.

그렇게 추운 겨울이 지나갔다.

김연아 선수가 소치 올림픽에서 압도적인 연기를 보여 줬음에도 심판들은 러시아 정부의 눈치를 보며 실망스러운 연기를 보인 러시아 선수에게 금메달을 안겨 주었다.

전 세계가 심판들의 공정하지 못한 판결에 비판을 쏟아 냈지만, 정작 김연아 선수는 덤덤하게 사실을 받아들이며 진정한 여왕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6월은 지방 선거가 있는 중요한 날이다.

몇 달 남지 않은 선거를 위해 청와대는 국민들의 환심을 사고자 했고, 이번 핵융합 사태로 지지율이 내려간 야당은 어떻게든 힘을 복구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4월.

금융, 건설 등.

내가 맡고 있는 모든 회사가 안정적으로 굴러가고 있는 것을 보고 나는 처음으로 장기 휴가를 냈다.

너무 일에만 집중해 몸을 해칠 수도 있다는 권오준 대표와 주변 사람들의 권고 때문이었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초청장이 날아왔다.

“이거······ 제가 잘못 들은 거 아니죠?”

“예. 잘못 들으신 거 아닙니다.”

나도 놀라고 내 옆에 있던 현식이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니. 대체 이 음흉한 놈한테 바티칸이 초청장을 보내는 겁니까?”

현식이는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느님의 나라라고 불리는 바티칸에서 왜 나를 초청한단 말인가?

권 대표는 짧게 웃으며 설명을 해 주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계적으로 모범이 되는 CEO들을 초청해 만찬을 연다고 합니다. 또한 현재 세계가 직면한 기아와 환경 파괴 문제를 나누겠다는 것이죠. 그리고 교황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행사를 주도한다면 기업인들은 자연스레 거기다 기부금을 낼 것이고, 그것은 고스란히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쓰인다는 그런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저만 초청했다면서요?”

“예. 아무래도 최근 회장님이 핵융합 기술에 대한 기자 회견을 열지 않으셨습니까? 이게 국내뿐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꽤 화제가 된 모양입니다. 친환경 에너지 사업이다 보니 이슈가 된 것이죠. 그뿐만이 아니라 우리 회사에서 운영하는 J&H 재단 때문인 것도 있습니다.”

“재단이요?”

“결식아동이나, 해외에서 결핵으로 죽어가는 이들을 위해 우리 재단이 정기적으로 후원을 하고 있잖습니까. 그게 다른 기업들보다 규모가 크다 보니 바티칸의 눈에 들어갔나 봅니다.”

J&H 재단은 말 그대로 회사 자금을 이용해 다른 이들을 돕는 기부 사업이다.

국내 결식아동들과 아프리카에서 매일 결핵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을 위해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까지 돈을 들인다.

“그런데 거긴······.”

하지만 J&H 재단이 꼭 기부 사업만을 위해 만들어진 곳은 아니다.

“예. 저희가 비자금 조성을 위해 만든 곳입니다. 실제로 기부 사업을 하긴 하지만, 뒤로 돈을 세탁하는 경우가 많죠. 근데 워낙 기부하는 돈이 많다 보니 뒤에서 세탁을 하는 건 미처 발견하지 못했나 봅니다.”

보통 대기업이 만든 재단이라고 하면 재벌들이 돈 빼먹으려고 만든 창고라는 인식이 박혀 있다. 실제로도 그러려고 재단을 만드는 경우가 허다하고 J&H도 비자금 조성 목적으로 재단을 설립했다.

“조금 부끄럽네요. 이런 걸로 불려가다니.”

“꼭 재단 때문은 아닙니다. 회장님께서는 우리나라에서도 모범적인 기업인의 대표이지 않으십니까? 그리고 우리 재단이 돈세탁을 하는 건 맞지만, 매년 수백억을 써 가며 불쌍한 아이들을 돕고 있다는 건 변함 없는 사실이니까요.”

바티칸에서도 우리 J&H가 설립한 재단이 결코 깨끗하지만은 않으리라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정도 규모의 대기업이 만든 재단이라면 필연적으로 더러운 일에 연루될 수밖에 없을 테니까.

그럼에도 그들은 매년 수백억을 들여 불쌍한 이들을 위해 기부한다는 것을 높이 평가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최근에 내가 친환경 에너지 산업인 핵융합 개발을 강력하게 주장하지 않았던가?

교황청도 후손들을 위해서 환경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만큼 나와 의견이 부합되었을 거라 보는 것 같았다.

“일정이 언제입니까?”

“4월 15일입니다. 17일 동안 행사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바티칸이라.

내가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교황은 만인에게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거기다가 신의 나라라 불리는 바티칸이라니.

언젠가 그곳을 여행해 보는 것이 목표였는데, 이렇게 초청까지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마침 회장님께서 휴가를 쓰시려 하지 않으셨습니까? 17일까지 교황을 만나시고 그 뒤부터는 휴가를 좀 즐기도록 하세요. 지금 회사도 많이 안정된 상태이니, 몇 주 동안은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셔도 괜찮습니다.”

권 대표 말대로 나는 거침없이 앞만 보고 질주해 왔다.

그리고 여러 기업을 J&H 발아래 두었다.

그러면서 발생하는 부작용들을 처리하느라 회사가 많이 혼란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고, 다소 안정을 되찾아 잠깐 숨을 돌려도 되는 시기였다.

“오희진 씨와도 언제 여행을 한번 갈 예정이라고 하셨잖아요. 이번이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래. 그동안 너무 쉬지 않고 일만 해 왔어. 너 없는 동안 내가 대신하고 있을 테니까, 좀 푹 쉬고 와.”

“너한테 그런 말을 들으니까 절대 휴가를 가면 안 될 것 같잖아.”

말은 그렇게 해도 이미 내 입은 미소를 그리고 있었다.

나도 조금은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었으니까.

그것도 신성한 바티칸에서 보내는 휴식이라.

생각만 해도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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