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천재가 되었다 132화
“이미 32곳의 기업이 투자를 했고, 저희 예상으로는 50~80여 개의 기업이 참여를 할 것 같습니다.”
인공 태양 개발에 우리 J&H가 흥미를 드러내자 정부는 곧바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차관 한 명을 우리에게 보냈다.
그는 장황하게 설명을 이어 가며 현재 인공 태양 개발이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말해 주었다.
“토카막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1958년에 소련에서 처음 발명한 건데, 한마디로 플라스마, 자기장을 원 모양의 형태로 가둬 버린다는 거죠. 그렇게 해서 발생된 에너지를 우리가 쓰는 겁니다.”
“그러니까 인공 태양이라고 불리긴 하지만, 정말 영화에서처럼 태양이 만들어지는 건 아니라는 거죠?”
“예. 그런 기술력도 없거니와,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말이 인공 태양이지, 사실은 핵융합이니까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열에너지죠. 원자력 발전소를 보십시오. 원자력 발전소의 원리도 결국 열이지 않습니까? 물을 끓여서 나오는 연기를 통해 엔진을 돌리는 것이 원자력이니까요. 이것도 똑같습니다. 플라스마에서 뿜어져 나오는 1억 도 이상의 온도를 활용해 열을 가하고 그것으로 에너지를 얻는 거죠. 아주 간단합니다.”
보고서를 통해 이미 파악해 둔 정보이다.
“문제는 토카막이 절대적인 방법이 될 수 없다는 겁니다. 여러 이론들이 존재하고, 그 이론들을 증명하기 위해 수많은 과학자들이 달려들고 있죠. 우리 대한민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장 가둠이라는 이론을 토대로 토카막을 만들어 내긴 했지만, 그것이 꼭 정답일 수는 없다는 걸 알기에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해 보고 있습니다.”
“그럼, 현재 어디까지 진행이 된 겁니까?”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라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어쩌면 걸음마 수준보다 이하일 수도 있고요. 우리나라는 후발 주자인 만큼 다른 나라보다 뒤떨어지는 면이 있죠. 그러나 지금 과학자들은 2040년 안에는 인공 태양 상용화가 가능할 거라 보더군요.”
2040년.
지금으로부터 26년이 흘러야 한다.
참 까마득하게 보인다.
“예측이 2040년이지, 이것보다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대답을 하는 양호진 차관의 목소리가 기어들어 간다.
너무 시일이 오래 걸려 내가 투자하기를 망설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장기적으로 봐야 할 문제이지 않은가?
나는 전기 자동차의 미래를 보고 과감히 테슬라에 투자를 했었다. 언젠가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전기 자동차를 타고 다니게 되리란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공 태양 역시 마찬가지다.
시간이 걸릴 뿐이지, 언젠가는 완성될 친환경 에너지이다.
이것만 있으면 더 이상 석유나 원자력 발전소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
“우리 J&H는 한라 중공업을 인수해 현재 중공업 그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쪽에서 투자를 한다면 지분이 얼마 정도나 들어올까요?”
“일단 천하 그룹이 10%의 지분을 들고 있습니다. 가장 많은 비율을 보유하고 있죠. 그만큼 투자한 돈도 많고요. 지금까지 이 프로젝트에 들어간 돈이 5조 원이 넘으니까요. 만약 과감히 투자를 하신다면 천하 그룹과 마찬가지로 10%의 지분을 보유할 수 있으실 겁니다.”
“맥시멈이 10%다?”
“예. 그런데 감당하셔야 할 자금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
“만약 지금 투자를 한다면 어느 정도······?”
“시작 금액은 3천억 정도가 되겠군요. 그다음은 돈이 또 얼마나 나갈지 알 수 없습니다.”
맥시멈 10%.
그 말은 우리나라에서 운영하는 인공 태양 에너지에 대한 10%의 이익을 내가 갖게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시작 투자 금액이 3천억이라면 앞으로 나갈 돈이 수조 원은 족히 넘는다는 얘기다.
“J&H 정도의 자금력이라면 충분히 감당 가능할 거라 봅니다. 다른 기업들도 천하 그룹만큼의 지분을 갖길 원했지만, 그에 합당한 자금력이 있지 않아 모두 배제되었습니다.”
“10%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죠. 이게 정말 실용화가 된다면 그야말로 돈방석일 테니까요.”
“예. 발명만 된다면야 어디든 사용할 수가 있죠. 과학자들은 인공 태양 개발이 우주 개척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끼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만약 화성이나 달에 인간이 살 수 있는 땅을 만든다면 에너지가 절대적이지 않겠습니까? 인공 태양이 그 해답으로 자리 잡는 거죠. 거기다 이것을 활용한 로켓이 나온다면 더 먼 곳까지 빠르게 갈 수 있을 테고요.”
양호진 차관은 벌써 인공 태양이 개발된 것처럼 흥분에 휩싸여 있었다.
이 양반도 연구원 출신이라더니, 직업병은 못 속이는 모양이다.
“안 그래도 곧 시연이 있을 예정입니다. 이번에 우리나라가 5,000만 도의 플라스마를 3초 정도 붙잡아 놓았거든요. 아마 곧 10초 이상 붙잡아 놓을 수 있을 거라고 한답니다. 그때 투자자들을 모아 시연을 할 예정입니다. 그때 시간이 되신다면 참석을 해 보시는 게 어떨지요?”
“인류의 혁명이나 다름없는 진귀한 구경을 놓칠 순 없죠. 언제든 불러만 주세요.”
“하하. 회장님께서 저희와 함께하신다니 아주 든든합니다. 회장님이 투자하신 곳은 매번 성공만 했다더군요. 그야말로 마이더스의 손 아니십니까? 성공 수표가 확실하니, 전 더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더욱 자세한 내용은 제가 다시 서류를 들고 와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예. 저희 실무진들이 차관님을 보필하면서 계약을 맺게 될 겁니다. 그리고 초대장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아주 대어를 낚았다는 얼굴로 양호진 차관은 회장실을 나갔다.
난 그의 뒷모습을 보며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아주 좋아 죽는데요?”
“저 말이 맞으니까요.”
“어떤 말이요?”
“회장님이 찍은 곳은 반드시 성공한다. 뭐, 항상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까? 성공이 확실한 부적이라고 생각하는 거겠죠.”
하지만 반대로 생각한다면 저들도 인공 태양 개발이 과연 성공적일지 아니면 실패작일지 확신할 수 없다는 뜻이다.
“아직 시간이 더 있으니까, 자세한 자료부터 조사해 주세요. 이게 정말 성공이 확실한 아이템인지 좀 더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예. 큰돈이 들어가는 것만큼 확실히 조사를 하는 게 중요하죠. 회장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권 대표의 말을 듣고 나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보통 이런 중대한 투자가 눈앞에 있으면 종종 미래 커뮤니티 센터에서 내게 정보를 제공해 주지 않았던가?
* * *
“그럼 그렇지.”
이틀 뒤에 나는 미래 커뮤니티 센터를 통해 한 가지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었다.
이것 역시 이벤트성으로 나타난 정보였는데, 거기에는 2020년에 우리나라 인공 태양 개발팀인 KSTAR가 무려 1억 도에 달하는 플라스마를 20초 동안 유지해 세계 기록을 깼다는 정보였다. 그 말은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핵융합 기술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참 대단한 나라이지 않은가.
항상 후발 주자이지만, 언제나 남들을 앞서가는 대단한 능력을 보여 주는 민족이다.
난 인공 태양에 가졌던 의구심을 거둬 냈다.
최대한 정부가 요구하는 금액은 전부 다 맞춰 줘서 투자를 할 생각이다.
생각해 보라.
만약 우리나라가 먼저 인공 태양을 개발해 상용화를 시킨다면 다른 나라는 우리나라에서 기술력을 사 가야 한다. 그때 발생하는 금액과 추후에 들어오는 인센티브를 고려해 본다면 이건 엄청난 이익이다.
벌써부터 휘파람이 절로 나오는 순간이지 않은가.
나는 미래 커뮤니티 센터를 닫고 이번에는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여러 기사와 사람들이 올린 글들을 확인해 보았다.
[영화도 다운로드 못 하게 하다니.]
[100원 내고 볼 수 있는 영화를 10,000원이나 내라는 건 양아치 아니냐?]
[솔직히 영화사들 돈 욕심이 너무 심한 것 같습니다.]
국회를 통해 영화와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등에 대한 저작권이 더욱 강화되면서 푼돈을 내고 영화 파일을 다운로드하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하게 됐다.
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매우 차가웠으나, 이것을 반기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누군가가 피땀 흘려 만든 영화를 불법 다운로드 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임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공공연하게 이 불만을 드러내진 못할 터.
그렇다고 한 편당 만 원이나 하는 영화 파일을 계속 구매하기에는 부담이 있을 것이다.
그로 인해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다른 쪽으로 기울였다.
[이번에 앱플릭스 나온 거, 나도 구독이나 할까?]
[그거 개꿀임. 만 원 주고 영화 하나 보느니, 차라리 만 원 주고 한 달 동안 앱플릭스에서 보고 싶은 거 다 보면 됨.]
[앱플릭스 진짜 좋아요! 완전 신세계!]
[다른 타 사이트보다 훨씬 더 잘 되어 있습니다. 강력 추천해요.]
처음에 나와 계약하기를 꺼려 했던 앱플릭스는 결국 백기를 들고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그들과 사인한 직후 나는 국회에 로비를 해 영화 저작권법을 강력하게 만들어 줄 것을 요구했고, 당연히 도덕적으로 문제 될 것이 하나도 없는 법이라 국회는 금방 법안 처리를 해 주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나는 마케팅 부서를 전면 동원해 각 커뮤니티마다 앱플릭스에 대한 좋은 점을 홍보하게 했고, 내가 투자한 클린 히트 기획사에 소속된 스트리머들도 동원해서 앱플릭스에 대한 좋은 리뷰를 남기게 했다.
그로 인해 앱플릭스는 우리나라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다.
이런 성장세를 심상치 않게 여긴 몇몇 기업들은 앱플릭스와 비슷한 구독형 스트리밍 사이트 만들기에 돌입했고, 치열한 경쟁이 있을 것을 예고했다.
물론, 이미 앱플릭스가 대한민국 시장을 먹어 버려 과연 게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 * *
“회장님. 도착했습니다.”
양호진 차관이 말한 시연회가 바로 오늘이었다.
나는 초청장을 받고 핵융합연구본부에 도착했다.
사진으로만 봐서 잘 몰랐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훨씬 더 규모가 거대했다.
특히 토카막 방식으로 만들어 낸 자기장 가둠 장치는 거의 돔구장을 연상시킬 만큼 넓었다. 여기서 인류는 혁명을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다.
“핵융합 에너지는 전부 거짓말이다!”
“거짓 과학에 수조 원을 투자하는 정부는 반성하라!!”
하지만 입구에서부터 유쾌하지 않은 소리가 들렸다.
시위대가 본부 앞까지 찾아와 난리를 부리고 있는 것이었다.
“친환경 에너지인데, 우습게도 환경 단체가 인공 태양을 반대하고 있답니다.”
권 대표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요? 원자력보다 훨씬 더 안전하고 좋은 건데?”
“그걸 믿지 않는 거죠. 영화에서 보면 인공 태양이 세상을 멸망시키려 들지 않습니까? 그걸 곧이곧대로 믿는 겁니다. 그 미국은 아직도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잖아요.”
조금 어이가 없긴 했으나, 이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조금 덜한 수준이지만, 미국은 이것보다 더 심하다고 들었다.
지구는 평평하고, 인간은 달에 간 적이 없으며 백신은 정부가 인간을 통제하기 위해 만든 약이라고 각종 음모론을 퍼뜨린다.
또한 인공 태양 역시 인류를 멸망시킬 원인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부류의 인간들이 있다.
“그냥 무시하시면 됩니다. 저런 사이비 과학에 빠진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니까요.”
권 대표의 말에 나도 동감하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본부 안에는 벌써 여러 기업인들이 참석을 했는데,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대기업 회장들도 자리를 차지했다.
나는 안내 요원의 인도에 따라 지정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이번 핵융합 실험의 대표 연구원이 나와 가벼운 설명을 해 주었다.
“오늘 이 자리에 나와 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 전해 드립니다. 오늘 우리는 한 발자국 더 인류의 발전을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5천만 도 이상의 온도에서 최대 10초 동안 플라스마를 붙잡아 두는 것이 오늘의 목표입니다.”
유리창 너머로 우리는 기계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토카막 장치로 플라스마를 전부 가두는 거라 우리가 그 빛을 볼 수는 없으나, 저 거대한 기계가 작동하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시선을 끌었다.
“현재 가동 중입니다. 앞으로 1분 후면 그 결과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5분이 지나도 별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자 연구원들은 단체로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뭔가 문제가 생긴 거 같은······.”
콰앙-!!
순간 큰 굉음과 함께 모든 것이 흔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