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천재가 되었다 129화
“레전드 오브 챔피언? 요즘 그거 안 하는 애들도 있냐?”
현식이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 배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핫하잖아. 게임 출시하고 1년 후에 우리나라로 넘어왔는데, 오자마자 바로 1위 먹었지. 작년부터 우리나라도 프로팀을 만들긴 했다더라.”
“너도 해?”
“하지. 너도 저번에 몇 판 해 봤잖아.”
“일이 바빠서 아직 큰 재미는 못 느꼈는데.”
“좀만 더 해 봐. 그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것만 하게 된다. 게임 잘 만들긴 했어.”
나는 혹시나 싶어서 현식이에게 물어봤다.
“혹시 ‘테이커’라는 선수 알아?”
“테이커? 잘 모르겠는데?”
어제 내가 미래 커뮤니티 센터를 통해 습득한 정보에 의하면 대한민국은 이번 연도부터 월드 챔피언십에 참가해 당당히 우승컵을 들게 된다.
스타크래프트 때부터 나돌던 게임 강국이란 타이틀이 다시 한번 주어지게 된다는 것.
그 뒤로도 계속 한국이 우승하게 되고 그중 특별히 빛나는 선수 한 명이 나온다.
바로 ‘테이커’라는 선수였다.
농구로 따지자면 마이클 조던 같은 취급을 받을 정도로 단숨에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된다는데······.
“아직 데뷔를 안 했나?”
문득 이건 기회가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에서 1위를 하는 게임.
점유율이 40퍼센트가 넘을 정도로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나라 선수가 세계 최고의 플레이어라는 칭호까지 얻는다?
야구팀이 문제가 아니었다.
야구팀은 국내에만 이름을 알릴 수 있지만, 레전드 오브 챔피언이 정말 전 세계적인 게임이 된다면 홍보 효과는 가히 대단할 터.
전 세계에 J&H라는 이름을 알릴 수가 있는 것이다.
그 생각이 들자 나는 당장 회사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만들어요. 프로팀!”
“예? 아. 야구팀 말입니까?”
“야구팀 말고요. E-스포츠 팀 말입니다.”
권 대표는 어안이 벙벙한 듯 눈을 껌뻑이기만 했다.
“E-스포츠 팀을 말입니까? 어제만 하더라도 그건 별로일 거 같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야구팀은 결국 국내에서만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게임은 달라요. 그것도 전 세계적 인기를 끌게 될 게임의 프로팀을 만들고, 우리가 만든 프로팀이 세계 무대에서 1등을 하게 된다면 차원이 다른 홍보가 되겠죠?”
“그건 그렇습니다만······. 과연 우리나라 팀이 우승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다른 건 좀 밀려도 게임 하나만큼은 진심인 국가 아닙니까. 분명 게임 강국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성적을 올리게 될 겁니다. 그리고 빨리 추진을 해 주세요. 놓치고 싶지 않은 선수들이 있습니다.”
이미 내게는 이번 연도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멤버들의 명단이 손에 있었다.
이들을 전부 다 내 팀으로 영입한다면 우승은 떼 놓은 당상이라 봐도 무방하다.
권 대표는 얼른 서두르라는 내 다그침에 얼른 전화부터 돌렸다.
“팀을 창단하려면 5억 원의 가입비가 있어야 하고, 선수들과 계약을 하기 위해서는······.”
“해 달라는 대로 다 해 주세요. 그리고 선수 명단은 저한테 주시고요. 누굴 뽑아서 데려와야 하는지 제가 점찍어 드릴게요.”
“아, 예. 알겠습니다.”
보고 회의에 들어가야 할 권 대표는 내 지시를 받고 모든 일정을 취소해 버렸다.
내가 이렇게 급한 지시를 내릴 때면 분명 이유가 있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연락을 받은 쪽에서 회신이 오기를 가만히 기다리기만 했다.
* * *
LCK는 우리나라 레전드 오브 챔피언의 팀들이 속해 있는 리그를 뜻한다.
이제 시작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아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 많은 곳이나, 덕분에 가입비도 그리 높지 않고 팀을 만들어 내는 데에도 큰돈이 들진 않는다.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회장님. 저희가 설마 회장님과 이 자리를 함께할 줄은 꿈에도 몰랐군요.”
우리가 투자 의향을 밝히자 득달같이 달려온 LCK 실무진들은 얼굴에 미소가 만연했다.
J&H 정도의 투자자라면 당연히 환영할 것이다.
“저희는 가입비를 내기 부담스러운 팀을 배려하기 위해 챌린져스 리그라는 곳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아주 싼 가격에 챌린저스 리그에서 팀을 만들고 성적이 좋으면 승격을 시켜 주는 거죠.”
“저는 챌린저스 리그부터 시작할 생각이 없는데요?”
“예. 이번에 새로운 시즌을 맞이하게 되면서 저희도 가입팀을 새로 받고 있습니다. 기존에 있던 팀 몇 개가 해체를 하게 돼서 말이죠. 별도의 금액을 내주신다면 바로 LCK 1부 리그에서 J&H 팀이 활동할 수 있게 됩니다. 그닥 큰 금액은 아니긴 하지만, 문제는 선수과 코치진을 기용할 때 드는 비용입니다.”
“돈이 좀 드나요?”
“이미 중국과 미국은 억대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초기 단계라 그 정도는 아니죠. 그래도 선수들의 숙소와 팀 체계를 꾸리기 위해서는 최소 20~30억 이상은 투자를 하셔야 할 겁니다.”
그 정도 돈은 이제 내게 껌값도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만약 야구팀을 만들려 했다면 이것에 10배는 우습게 넘는 돈을 지불해야 했을 것이다.
“팀을 만드는 건 당장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 선수들 명단부터 보고 싶은데요?”
“아. 그건 바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평소에 레전드 오브 챔피언을 플레이하시나요?”
“몇 판 정도 해 봤을 뿐입니다. 선수들에 대해서 잘 알진 못하고요.”
“그러시군요. 선수를 계약하는 데에 있어서는 감독과 코치진의 조언이 필요하실 겁니다.”
나는 속으로 콧방귀를 뀌며 그들이 건네는 명단을 받았다.
지금 나는 누구의 조언도 필요하지가 않다.
이미 내게는 미래의 우승자들의 이름이 머릿속에 있으니까.
나는 명단에 있는 사람들을 주욱 둘러보았다.
“작년에 각 팀들과 1년씩 계약을 맺어 현재 FA 상태에 들어간 선수들입니다. 다시 원래 팀과 재계약을 할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팀으로 갈 수도 있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몇몇 선수들의 이름에 동그라미를 쳤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선수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혹시 테이커 선수는 FA가 아닌 겁니까?”
“테이커요? 그런 이름은 처음 들어봅니다.”
그럴 리가?
당장 이번 연도부터 한국에서 우승을 하고 월드 챔피언십까지 우승으로 이끌어 내는 주역인데?
잠깐만.
혹시 아직 데뷔를 안 한 건가?
“최대한 빨리 팀 창설을 해 주시고, 여기 있는 선수들과 계약 진행해 주세요. 보통 연봉은 얼마 정도 줍니까?”
“현재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선수가 7천입니다.”
“그렇군요. 그럼 저는 선수 한 명 당 1억 5천씩 투자하겠습니다. 이 정도면 우리 팀과 계약하려 하겠죠?”
1억 5천이란 말에 이들은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2배나 높게 말입니까? 그랬다가는 다른 팀들이 반발할 텐데요? 갑자기 평균 연봉을 높여 버리면 그만큼 부담이 커지니까요.”
“그래요? 잘됐네요. 제 목표는 우승입니다. 한국뿐만이 아니라 세계에서도 말입니다. 그리고 우승을 위해서라면 그에 따른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 J&H가 돈에서는 절대 밀리지 않는다는 걸 시작부터 보여 줘야죠. 이 선수들한테 연락부터 다 돌려 주세요.
한국 우승과 세계 우승을 동시에 노린다는 말이 너무 거창하게 들렸던 것일까.
이들은 한 번 더 날 말려 보려 했다.
“회장님. 팀을 만들자마자 우승을 한다는 건 아무래도 어려운 조건이 아닐지······.”
“예. 일단 목표를 조금 낮춰 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들의 걱정이 뭔지 안다.
벌써 팀 4개가 해체되지 않았는가?
그들은 우승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투자자가 해체를 시켜 버렸다. 하지만 난 그런 좀팽이 짓은 하지 않는다.
“걱정하지 마세요. 1년만 하고 팀을 해체시킬 생각은 없으니까요. 전 J&H 팀을 세계 최고의 팀으로 만들 겁니다. 돈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고요. 그러니 진행하십시오.”
그제서야 이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렇게 말씀해 주신다면야 저희는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런데 회장님. 레전드 오브 챔피언에 큰돈을 투자할 만큼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는 겁니까?”
“전 가능성 없는 일에 돈을 쓰지 않습니다. 분명 J&H는 최고의 팀이 될 테고, 어마어마한 홍보 효과도 같이 누리게 될 겁니다. 저는 투자한 돈의 10배, 100배 이상은 이익을 봐야 적성이 풀리거든요.”
과연 내가 투자한 금액만큼의 홍보 효과를 누릴 것인지는 미지수다. 그리고 이 완벽한 팀을 만들기 위해서는 퍼즐 한 조각이 더 필요했다. 그것도 가장 중요한 퍼즐 조각이다.
아직 세상에 등장하지 않은 테이커 선수를 J&H로 데려오는 것이다.
* * *
“생각 외로 협상이 쉽게 진행되지는 않네요.”
업계 최고인 1억 5천이란 연봉을 불렀다.
당연히 그 금액을 보고 흔들리지 않을 선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데려오려는 사람들 중 3명이 한 팀에 속해 있었는데, 현재 재계약을 할지 아니면 팀을 떠날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었다.
“KBT가 선수들을 안 놔주려 하는 것 같습니다. 작년에 신설된 팀인데, 준우승을 했거든요. 이번에 팀을 개편하면서 우승을 노리고 있답니다. 거기다 현재 LCK에서 자본 보유량이 가장 많고요.”
“천하 그룹도 LCK에 팀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거긴 좀 다릅니다. 천하 그룹의 계열사이긴 한데, 그닥 신경을 쓰는 눈치가 아니라서 투자금이 크지도 않답니다.”
KBT는 우리나라 3대 통신사 중 하나다.
이들도 이번 시즌에 우승을 하고 세계 무대로 나가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설계를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중간에 끼어들지 않았다면 이들은 그 뜻을 이루었을 것이다.
내가 본 미래 커뮤니티 센터의 정보에 의하면 테이커 선수는 KBT 팀에 들어가게 되고 동료들과 합을 맞춰 마침내 우승까지 이뤄 낸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세 번 연속!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일단 기다려 보죠. 만약 저쪽에서 KBT와 계약을 한다고 하면 그땐 연봉 5천을 더 올리세요.”
“······.”
갑자기 권 대표가 굳은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세요?”
“아. 뭐랄까요. 새삼 세상이 바뀌었다는 게 느껴져서 말입니다. 연봉 2억이면 우리 금융 회사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니까요. 하하.”
“하지만 그 홍보 효과는 가히 대단할 겁니다. 지켜보세요.”
“저야 회장님의 말씀을 믿습니다.”
나중에 선수들 연봉이 수십억으로 불어난다는 걸 알면 권 대표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내가 미래 커뮤니티에서 건진 정보에서는 나중에 테이커 선수가 50억이 넘는 연봉으로 계약을 맺는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테이커 선수는 나와 계약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그와 계약을 맺지 않은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 프로 무대에 데뷔를 하지 않았으니까.
나는 BJ들이 방송을 하는 사이트에 들어가 대마왕이란 닉네임을 가진 BJ를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한 학생이 카메라를 조정하며 수줍게 방송을 하는 걸 볼 수 있었다.
“카메라가 잘 안 보이나요? 이상하네.”
나는 저절로 아빠 미소를 지으며 그가 하는 행동을 지켜보았다.
시청자 수는 1,000명.
이미 레전드 오브 챔피언에서 수준급 실력으로 알려진 BJ라 그런지 나름 시청자들 숫자가 있었다.
나는 방송을 진행하려는 그에게 후원금을 보냈다.
“어? 이진석 님. 백만 원 후원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큰 후원금을······.”
나는 한 번 더 백만 원을 쏘았다.
그러자 채팅창은 온통 물음표가 가득 했고 BJ도 크게 당황한 듯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5백만 원을 보낸 뒤 짧은 글을 남겼다.
[J&H 그룹 회장 이진석이라고 합니다. 회사에서 잠깐 만나볼 수 있을까요?]
드디어 찾았다, 테이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