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융계 천재가 되었다-118화 (118/200)

금융계 천재가 되었다 118화

[희대의 의료 기기, 에디슨 키트 발표 후 회사 자본 90억 달러로 상승]

[여성 스티븐 잡스, 엘리자베스 홈즈. 타임즈 메인 등극]

[여성 백만장자 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엘리자베스 홈즈]

[테라노스의 상승세, 심상치가 않다. 국내에도 돈 몰리기 시작]

미래 커뮤니티 센터를 통해 나는 한 달 후의 정보를 받아 보았다.

그에 소비되는 포인트 양이 만만치 않았지만, 이번 건은 매우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에 아낌없이 포인트를 썼다.

그리고 모든 기사에서 테라노스를 찬양하는 중이었다.

놀라운 건 테라노스가 본격적으로 투자금을 받기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되는 시점에 기업 가치가 90억 달러로 상승했다는 것이다.

유명 기업인들부터 연예인들까지.

이름을 대면 누구나 다 알 만한 사람들이 수십, 수백억을 아낌없이 투자금으로 내놓았으며 그중에는 우리나라 금융사들도 있었다.

내 예상대로 우리나라에서는 KV 금융이 최선두에 있었으며, 별도의 계약을 나눈 것인지 테라노스는 KV 금융 말고는 우리나라에서 투자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에디슨 키트를 한국에 단독 유통하겠다는 KV 금융의 야망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그렇다면 나도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건데.”

KV 금융이 이렇게 독점권을 가져가게 놔둘 순 없지 않은가.

에디슨 키트가 우리나라에 유통되기 시작하면 KV 금융은 유통에 필요한 계열사들을 사들이고 자체적 프리미엄을 붙여 돈방석에 앉게 될 것이다.

이건 우리나라에만 한정되어 있는 방식이 아니다.

일본, 캐나다, 대만, 태국 등등.

각 기업들이 자국 유통권을 독점하기 위해 테라노스에 러브 콜을 보내고 서로 경쟁을 하게 된다.

이것이 고작 1개월 만에 벌어지는 일.

그러므로 내게 선택권이 주어진다.

90억 달러의 가치로 한 달 만에 급성장을 하게 되는 테라노스. 그에 따라 한국 유통 독점권을 가져가는 KV 금융 그룹.

그들로서는 가히 초대박을 터트리는 것과 다름이 없을 터.

그렇다면 그들이 독점권을 가져가기 전에 견제를 해야 한다는 건데, 나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현재까지 미래 커뮤니티 센터를 통해서 본 테라노스의 미래는 밝다.

시작한 지 별로 되지도 않는 스타트업 기업이, 1개월 후에 기업 가치 90억 달러로 치솟는다는 건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이지 않은가.

이 상승세를 유지한다면 어디까지 치솟을지 아무도 예상할 수가 없을 것이다.

KV 그룹과 피를 말리는 전쟁을 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이것을 다른 용도로 써먹어야 하는 것일까?

* * *

“회장님을 만나 뵙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이번에 한국 지부 지사장을 맡게 된 김서용이라고 합니다.”

테라노스에 대한 결정은 잠시 뒤로 미루고 나는 웹플릭스 한국 지부 지사장, 김서용과 미팅을 하게 되었다.

실무진을 파견해도 되는 일이긴 하지만, 아직은 현장에서 뛰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직접 사람들을 대면하곤 한다.

그는 몇 번이나 연신 고개를 숙이며 내게 인사를 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J&H가 저희의 요청을 받아들일 줄은 사실 몰랐습니다. 거의 포기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가장 존경하는 회장님과 대면을 하게 될 줄은 전혀 예상 못 했어요.”

“저도 웹플릭스에 흥미가 있었거든요. 너튜브처럼 스트리밍 서비스로 시청자들에게 영화와 여러 드라마를 제공해 준다는 게 가능성이 있어 보여서요.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해외 기업이 한국으로 진출하는 일이니까요.”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과연 웹플릭스가 한국에서 통하느냐죠. 우리나라 인터넷 속도가 무지막지하게 빠르지 않습니까? 그래서 보통 사람들은 DVD를 대여해서 보기보다는 차라리 웹하드 사이트에 접속해 그곳에 뿌려져 있는 영화 파일을 다운로드해서 보는 걸 선호합니다.”

김서용 지사장의 표정을 보니, 그도 그러한 문제를 인지한 듯 보였다.

“캐나다, 호주와 같은 곳에서 웹플릭스가 크게 성공할 수 있던 이유는 우리나라처럼 빠른 인터넷을 기반한 웹하드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회장님께서는 웹플릭스가 한국에서 흥하지 못할 거라 생각하시는 거군요.”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나는 웹플릭스를 비판하고자 이곳에 온 것이 아니다.

내가 이 사람을 만나고 있다는 건 이 회사에 투자를 결심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사장님. 제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바로 시간 낭비입니다. 투자할 마음도 없는 회사 사람들과 만나는 것만큼 쓸모없는 시간이 또 있을까요?”

“예? 그럼······.”

“전 웹플릭스에 이미 투자를 하기로 결심했고, 앞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을 치워 버릴 생각입니다. 제 돈이 들어간 이상, 반드시 성공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방금 전 회장님께서 캐나다, 호주와는 다르게 한국은 힘들 거라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힘들다고 했지, 성공을 못 한다고는 안 했습니다. 방법이야 만들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그제야 지사장은 내게 다른 생각이 있다는 걸 알아채고는 자세를 고쳐 잡았다.

“회장님. 정말 죄송합니다만, 가르침을 주셨으면 합니다. 제 아둔한 머리로는 도저히 회장님께서 바라보는 그림을 따라갈 수가 없군요.”

“특별한 게 아닙니다. 지금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이 뭐에요?”

“그거야 방금 말씀하신 웹하드 사이트들 아닙니까?”

“예. 불법 다운로드 사이트들. 그것들을 전부 다 차단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예?”

“웹플릭스에 투자를 하고 나서 저는 열심히 로비를 넣을 겁니다. 저작권법을 매우 강력하게 개정해서 더 이상 불법 다운로드를 하지 못하게 하는 거예요. 정당한 가격을 주고 영화를 다운로드하게 하는 거죠. 한 편당 7,000원에서 10,000원으로 말입니다.”

“그, 그게 가능합니까?”

“이미 여러 포털 사이트에서 불법 다운로드를 하지 말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영화를 구매해 다운로드해 달라는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어요. 거기에 우리가 편승해서 아주 세게 나가 보는 거죠.”

영화 수입 문제와 저작권 이슈가 겹치면서 불법 다운로드를 근절하는 캠페인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그 수준은 아직 미미하여 사람들은 이게 잘못된 일이라는 걸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그러한 잘못된 생각을 바꾸게 해 주려면 좋은 말보다는 법을 앞세워 강력한 제재를 해야만 한다. 그래야 사람들도 이것이 잘못된 일임을 깨닫게 된다.

“먼저 국회에 이 문제를 상정하고 유명 연예인들과 각종 포털 사이트들을 동원해 홍보를 시작할 겁니다. 온 국민이 이 사실을 문제로 인식할 때까지 말입니다. 그렇게 되면 여러 제재가 가해지겠죠. 당분간 100원, 200원으로 영화를 다운로드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럼, 이제 사람들이 어디에 눈을 돌리게 될까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 주는 스트리밍 서비스?”

“예. 그때 웹플릭스가 광고를 팡팡 때리면서 등장하는 거죠. 월정액 금액이 정상적인 루트로 다운로드하는 영화 한두 편 가격과 비슷하다면 누구라도 웹플릭스를 선택할 거 같지 않습니까?”

김서용 지사장은 찢어질 듯이 미소를 지었다.

“대체 어떻게 그런 생각을······. 전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잔머리를 잘 굴려 봤을 뿐입니다.‘

“하하. 잔머리라니요. 이거야말로 신의 한 수이지 않습니까? 회장님 말씀대로 이 문제를 이슈화시켜 제재할 수만 있다면 웹플릭스는 등에 날개를 다는 격이 될 겁니다.”

“예. 아마도 그렇겠죠. 그럼, 이제 본격적인 내용으로 들어가 볼까요?”

나는 웹플릭스에서 제공한 서류를 넘겨 가며 말을 이었다.

“일단 지분 분배부터 확인해 보죠.”

내 진지한 목소리에 김 지사장은 짐짓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웹플릭스는 이제까지 7 대 3으로 투자사와 지분을 나눴네요?”

“예. 저희가 배급을 하다 보니, 수익의 70%를 가져갑니다. 30%도 후하게 주는 거라고 봐야겠죠.”

“그런가요? 저는 J&H 70%, 웹플릭스가 30%로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예? 회, 회장님. 진심이십니까?”

“전 이런 자리에서 농담 안 합니다. 그리고 한번 뱉은 값은 절대 내리는 법도 없고요. J&H 70%, 웹플릭스 30%로 계약을 하지 않으면 오늘 만남은 없던 거로 하겠습니다.”

이렇게만 말하면 가벼워 보인다. 조금 더 강력하게 나가야 이들의 똥줄을 타게 만들 수 있다.

“아! 그리고 혹시라도 오늘 계약을 없던 거로 한 다음에 다른 회사와 손을 잡고 제가 말한 방법을 따라 한다면······ 약속드리죠. 웹플릭스가 한국 땅을 절대 밟을 수 없게 제가 온갖 수를 다 쓸 겁니다. 제가 얼마나 지독한 놈인지 똑똑히 보시게 될 거예요.”

“······.”

김서용 지사장은 할 말을 잃었는지 멍한 얼굴로 눈만 껌뻑거렸다.

그러다 이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회장님. 이건 제가 본사와 얘기를 나눠 봐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러세요. 그런데 이거 하나는 명심하십시오. 전 70%에서 절대 깎을 생각이 없습니다. 본사에 전하세요. 제 제안을 받지 않는다면 한국 진출은 없던 일이 될 거라고.”

지사장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뒤 먼저 밖으로 나갔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권 대표가 걱정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괜찮을까요? 웹플릭스가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미국에서는 잘나가는 회사인데, 자존심 상해서 안 들어오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그냥 다 쌩까고 다른 회사 알아봐서 한국에 정착할 수도 있고요.”

“아니요. 한국에서 웹플릭스에 투자할 회사는 없을 겁니다.”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그냥 소문을 퍼뜨리면 되니까요. J&H의 이진석이 웹플릭스는 미래가 없다고 판단해 까 버렸다- 라고 얘기가 퍼지면 어떤 회사도 웹플릭스를 거들떠보지 않을 겁니다.”

그 말에 권 대표는 감탄한 얼굴로 짧게 손뼉을 쳤다.

“하하. 무패의 신화를 이어 가고 계시는 회장님이 깐 거라면 누구도 투자금을 던지려 하지 않겠죠. 다들 찝찝해서 말도 걸어 보지 않을 테고요.”

“예. 그리고 웹플릭스가 자존심 때문에 한국으로 진출하지 않는다고 해서 제가 아쉬울 건 없어요. 자. 우리도 일어나죠. 오늘 저녁에 성대한 파티가 예약되어 있지 않습니까?”

“아! 오늘 KV 그룹 회장님 생신 잔치가 있는 날이죠?”

“예. 그냥 가족끼리 하면 될 거를 굳이 호텔을 통째로 빌려 파티를 여는 걸 보면 참 그 양반도 허세 부리는 거 좋아해요.”

KV 그룹 회장, 오대현은 자신의 생일을 맞이해 성대한 파티를 계획했다.

KV 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KV 호텔을 통째로 비워 놓고 손님들을 초대해 같이 잔치를 하는 것인데, 가수 초청에 배우들까지 이번 파티에 참석한다고 한다.

물론, 나에게도 초청장이 2개월 전에 왔고, 처음에는 안 가려 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오대현 회장을 만나보고 진심을 알아내려고요.”

“테라노스 건 말입니까?”

“예. 그룹 차원에서 베팅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과연 얼마만큼 진심으로 달려드는지 봐야겠어요. 그쪽이 얼마나 돈을 쓰냐에 따라 제 결정도 달라질 거 같고요.”

그룹 차원에서 테라노스 투자를 결정했다면 분명 오대현 회장이 깊이 관여되어 있을 터. 나는 그가 얼마나 이번 일에 힘을 다하는지 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었다.

만약 이번 일이 잘만 풀린다면 KV 그룹을 통째로 흔들어 놓아 쓰러지게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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