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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천재가 되었다-107화 (107/200)

금융계 천재가 되었다 107화

J&H가 LK 관광개발의 지분을 인수하지 않으면 이 프로젝트는 무산이 되는 것이고, 각 기업들이 소유하고 있는 지분 역시 사라지게 된다.

그렇다고 지분을 다 넘기자니, 그동안 들어간 돈이 아깝다. 그리고 J&H 건설이 용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치게 된다면?

가히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이게 될 터.

“이건 명백한 독점입니다! 이럴 순 없어요!”

과연 반발은 매서웠다.

그러나 내게는 승냥이들이 울부짖는 것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좋을 대로 하십시오. 저는 아쉬울 거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왜 이 프로젝트의 지분을 전부 다 가져오려고 하는지 아십니까?”

“그야······.”

“이 프로젝트는 시작부터가 잘못됐어요.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이건 한 개의 기업이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게 옳습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했으면 프로젝트가 이 지경으로 오진 않았을 거고요.”

나는 이들에게 단단히 못을 박아 두었다.

“전 분명히 말했습니다. J&H 건설이 단독 시행사가 아니라면 여기서 전부 내려놓고 나갈 겁니다. 그럼, 여러분의 지분은 전부 다 쓸모가 없어지겠죠. 좋은 쪽으로 선택해 보십시오.”

최후의 통첩을 날렸다.

기업 대표들이 끙 소리를 내며 서로 의논을 하고 있을 때, 김 장관은 해탈한 표정으로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프로젝트가 날아가든, 아니면 J&H에게 넘어가든 그는 이미 내게 영혼을 팔아넘기지 않았던가. 저자가 이번 일로 장관직을 내려놓게 된다면 그의 편의는 내가 봐주게 될 것이다.

보통 저런 자리에서 내려오면 대기업에서 고문이라는 자리로 데려와 편하게 일하도록 해 준다. 무려 장관직을 역임한 사람이 아니던가?

그의 입김은 은퇴 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다.

“가격을 제시해 주십시오, 회장님. 그래야 저희도 더 깊이 고민할 것 아닙니까?”

“30%.”

30%라는 말에 김 장관도 살짝 몸을 움찔거렸다.

당연히 기업 대표들은 발작을 일으켰다.

“절반도 아니고 30%?!”

“진심으로 하시는 소리입니까?”

나는 귀찮다는 듯 머리를 긁적여 보였다.

“어차피 0%냐 30%냐 아닙니까? 선택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전 30% 이상을 쳐 드릴 생각이 없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10%만 치고 싶은데, 그래도 조금이나마 위로를 해 드리고자 20% 더 붙여 드린 겁니다. 싫으시면 받지 말고 그냥 다 소각해 버리십시오.”

욕심도 많은 놈들이다.

다 무너진 프로젝트 지분을 30%나 쳐 준다는데 감사하다고 절은 못 할망정, 불합리하다고 발악을 하다니.

“40%라도 챙겨 주시는 게······.”

“30%. 네고는 없습니다. 방금도 말했죠? 싫으시면 없던 일로 하자고요.”

그들은 결국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일단 회장님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저희도 상의를 해야 하는 부분이라 조금 시간을 주십시오.”

나는 그들의 행동을 비웃듯 대꾸했다.

“계산이 참 안 되시는 분들이군요. 0%냐, 아니면 30%냐에 대한 문제이지 않습니까? 저 같으면 고맙다고 넙죽 절이라도 올릴 텐데 말이죠.”

“······.”

“아무튼, 잘 알겠습니다. 이틀 드리죠. 그 안에 답이 없다면 저도 생각 접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나는 권오준 대표와 함께 회의실을 나와 버렸다.

그제서야 권 대표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연기하느라 혼났네요. 회장님은 아주 멀쩡해 보이십니다.”

“솔직히 저희가 눈치 볼 게 없잖아요. 저 사람들 얼굴 보니 알겠더군요. 30%를 불러 놓고 아차 했다니까요?”

“정말요?”

“예. 30%가 아니라 20%로 할 걸······ 하고 말이죠.”

“하하하! 벼룩의 간까지 다 뽑아 먹을 생각이시군요.”

“틀린 말은 아니지 않습니까? 저쪽이 말아 먹은 사업을 우리가 대신해 주겠다는데, 그 정도 값은 치러야죠.”

나도 안다.

아주 날강도 같은, 상도의라고는 없는 금액을 불렀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저들에게는 선택권이 많지 않다. 그리고 차라리 한 푼이라도 더 건지자는 마음에 결국 지분을 내놓게 될 것이다.

“그런데 몇몇 기업에서 지분을 내놓지 않겠다고 버티면요?”

“그땐 없던 일로 하는 거죠. 제가 세게 나오면 다른 기업들이 알아서 움직여 지분을 내놓지 않는 놈들을 찾아가 상을 엎을 겁니다. 어떻게든 잃은 돈을 조금이라도 복구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우리도 넘어야 할 산이 있었다.

“이제 모든 결정은 LK에 넘어갔군요.”

최대 지분을 보유 중인 LK 관광개발.

현재 법정 관리를 신청한 상태라고는 하나, 내가 여기서 지분을 인수하게 되면 LK 그룹은 관광개발 계열사를 살릴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들이 과연 순순히 지분을 내놓느냐가 문제다.

더군다나 30%밖에 되지 않는 가격을 제시했으니, 이들은 고민에 빠질 것이다.

여기서 나와 줄다리기를 하느냐, 아니면 그냥 내게 고개를 숙이느냐.

“제가 LK 사람들 쪽을 한번 만나 볼까요?”

“아니요. 그 일은 김 장관에게 맡기죠. 그 양반도 이제 우리 사람이 되기로 했으니, 뭔가를 해야 하지 않겠어요?”

“음. 그쪽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군요.”

“저희가 나서는 것보다 장관이 나서는 게 더 무게가 있을 겁니다. 그리고 전 딱히 겁나지도 않아요. 이 프로젝트는 언제든 포기할 생각으로 뛰어든 거니까요.”

그리 마음이 가지도 않는 프로젝트였다.

그러므로 LK가 무슨 결정을 하든, 나는 내 마음을 바꾸지 않을 생각이다.

* * *

“김 장관님. 정말 이렇게 두고만 보실 겁니까?”

LK 관광개발의 대표, 우경호는 J&H와의 협상 내내 침묵으로 일관하던 김 장관이 너무나도 못마땅했다.

“그걸 왜 저한테 그러십니까? 제가 괜히 나섰다가 이상한 말만 나오게 됩니다. 중립을 지켜야 할 정부가 다른 한쪽을 편애한다고 말이죠. J&H 금융이 언론사를 잘 주무르고 있다는 건 알고 계시죠?”

“김 장관님. 그 말이 아니잖아요. 저 새파랗게 어린놈이 여러 사람을 등쳐 먹으려 하고 있는 거예요. 계획안 못 보셨어요? 청와대도 저놈에게 던져 줘야 할 돈이 만만치 않아요.”

“그럼 어쩔 수 없군요. 전부 다 없는 일로 하는 수밖에.”

“김 장관님!”

우경호 대표가 버럭 소리를 질러도 김 장관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저더러 어쩌라는 겁니까? J&H의 의지는 확고합니다. 30%밖에는 가격을 쳐 줄 수가 없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까놓고 말해서, 그 정도도 감지덕지죠. J&H 아니면 다 휴지 될 지분들이었는데.”

“김 장관님. 이러시면 섭섭합니다. 저희가 그동안 김 장관님에게 해 드린 게 얼만데요?”

“그러신 분들이 소송까지 걸어서 절 장작 위에 올려놓으셨던 겁니까? 아주 뼛조각 하나 남지 않게 태워 버리려고?”

“그거야 정부를 압박하는 용도죠. 일이 잘못됐으면 저희 쪽에서 장관님을 모셨을 겁니다.”

“그 이야기는 그만합시다. 피차 좋게 끝날 얘기인 거 같지도 않고. 아무튼, J&H의 제안을 그냥 받으세요. 정부도 지금 이 상황을 결코 좋게 보고 있지 않아요. 만약 정부가 애써 만들어 놓은 자리를 LK가 파투내 버린다면 그땐 각오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뭐, 뭐라고요?”

“지금은 정권의 힘이 가장 강할 때입니다. LK 그룹이 일을 망치면 정부가 어떻게 칼춤을 추는지 보게 되실 겁니다. 전 분명히 경고했어요.”

김 장관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런 그의 패기로운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우경호 대표는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순한 양처럼 주는 것만 받아먹던 사람이 지금 청와대까지 들먹이며 힘자랑을 했다.

“저 양반, J&H에 홀라당 넘어갔구먼.”

보통 때라면 숙이는 자세를 보여 줄 텐데, 뒷배가 확실하다는 듯 강경하게 나온다. 그렇다는 건 J&H가 백업을 확실하게 해 주고 있다는 뜻이다.

“후-. 이걸 또 어떻게 전해야 한다?”

우경호 대표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고민에 빠졌다.

이 모든 사항을 LK 그룹 회장님에게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 * *

이틀이라는 시간을 준 이유는 이들이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내 예상과는 조금 다른 그림이 펼쳐졌다.

“딱 한 곳만 빼고 전부 다 백기 들었습니다.”

“그 한 곳이 어디입니까?”

“그게··· LK 관광개발입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반기를 들었다.

김 장관까지 보내서 확실하게 단도리를 지은 줄 알았더니, 이놈들이 결국 막판에 뒤집기를 선언해 버렸다.

“제일 중요한 곳이 백기를 들지 않으면 결국 이건 파투네요.”

“예. 아무래도 LK 관광개발이 끝까지 개기고 싶은 모양입니다. 남 좋은 일 못 시키겠다, 이거겠죠? 그런데 한 가지 협상 조건이 있었습니다.”

“협상 조건이요?”

“예. LK 그룹에서 회장님을 직접 만나 담판을 짓고 싶답니다. 다른 관련자들은 전부 다 빼고 대주주와 단둘이 만나자는 거겠죠. 담백하게.”

떨거지들은 다 치우고 단둘이 만나서 협상을 하자는 건데, 이걸 굳이 내가 받을 필요가 있을까?

“그래도 한번 받아 보시는 것이······.”

“권 대표님은 이 프로젝트에 욕심이 있으신 모양입니다.”

“J&H 건설에 갈 때마다 임원들이 아주 졸라대서 저도 죽겠습니다. 그런데 그것 말고도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저쪽에서 무슨 말을 할지 말입니다. 자존심을 굽히고 고개를 숙일지, 아니면 대기업의 위엄을 보이려고 안간힘을 쓸지 말이죠.”

권 대표의 말을 듣고 보니 나도 갑자기 궁금해졌다.

“흐흐. 제가 또 남의 자존심 긁는 거 잘하지 않습니까. LK 그룹이 어디까지 자존심을 굽힐 수 있을지 궁금하군요. 제가 살살 긁어 오겠습니다.”

권 대표는 아주 자신 있는 얼굴이었다.

어차피 LK 관광개발의 대표인 우경호가 협상 테이블에 나올 테니, 분명 다루기 쉽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저도 옆에서 구경 한번 해 보죠. 권 대표님이 얼마나 긁어대는지. 아주 재밌겠네요.”

“같이 가시려고요?”

“그쪽에서 무슨 말을 지껄이는지 들어는 보고 싶으니까요.”

우리 두 사람은 그렇게 결정을 내리고 LK 관광개발에서 말한 장소로 향했다.

한 가지 이상한 건, LK 관광개발이 정한 협상 장소가 LK 그룹 본사라는 것이었다.

거기서부터 우리는 뭔가 꺼림칙하다는 걸 느꼈다.

“보통 본사로 부르진 않을 텐데······ 이상하네요.”

“그러게요. 무슨 꿍꿍이인지 더 궁금하네요.”

삼엄한 경호를 받으며 우리 둘은 난생처음으로 LK 그룹 본사의 VIP 엘리베이터를 타게 되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도착한 장소는 다름 아닌 LK 회장실이었다.

이윽고 입구에서 우리를 맞이하러 비서가 나왔다.

“저희 회장님께서는 이진석 회장님만 만나 뵙기를 원하십니다.”

우경호 대표를 어떻게 요리할까 신나게 고민하던 권오준 대표의 얼굴이 굳어졌다.

설마하니 LK 그룹 회장이 직접 우리를 초청할 줄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권 대표님. 아무래도 여기서 기다리셔야겠네요.”

“아, 예. 저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당황해하는 권 대표를 뒤로하고 나는 회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LK 그룹 회장이 이런 깜짝 쇼를 준비할 줄도 아는 사람이라니. 하지만 나도 당신과 마찬가지로 그룹을 경영하는 회장이다.

깜짝 쇼는 고사하고 이건 나를 무시하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선을 넘었으면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해 줘야 하지 않겠는가?

“음-. 어서 오게. 반갑네.”

나는 거만한 자세로 내게 손을 내미는 LK 그룹 회장, 안영상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나도 아주 빳빳한 자세로 그가 건넨 손을 맞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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