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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천재가 되었다-101화 (101/200)

금융계 천재가 되었다 101화

“어디를 뚫으신다고요?”

권오준 대표는 아침부터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천하 물산이요. 거기서 요즘 수상한 움직임을 보인다는 얘기가 있어요.”

그는 아침밥을 먹다 체한 듯한 얼굴로 대꾸했다.

“갑자기 왜 천하 물산에 관심을 보이시는지······.”

“하하. 벌써부터 겁이 나십니까?”

“회장님께서 무슨 일을 꾸미실지 아무도 모르니까요. 거기다 상대가 천하 그룹의 지주 회사인 천하 물산이라면 더더욱 겁이 나지 않겠습니까?”

“실망인데요. 권 대표님이라면 파이팅 넘치게 으쌰으쌰 할 줄 알았는데.”

“상대가 토끼인지, 호랑이인지 구분이 가니까요.”

무식하게 돌격부터 하는 것이 아닌, 상대를 가려 가면서 싸움을 걸 줄 안다는 뜻이었다.

거기다 칼을 뽑으려는 상대가 천하 그룹이라면 누구라도 멈칫거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제 장현욱 부회장을 만났습니다.”

“장현욱 부회장이라면 얼마 못 가 숙청당할 사람 아닙니까?”

“예. 그런데 가만히 앉아서 목 떨어지기를 기다릴 생각은 없답니다. 자기가 가지지 못하면 차라리 부숴 버리겠다는 마음인 것 같더라고요.”

“거기 장연욱 회장의 성격이야 다들 알지 않습니까. 갈가리 찢긴 현광 그룹을 보고 느끼는 바가 컸을 겁니다. 차남으로 태어나 회사 하나 제대로 물려받지 못한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나, 대의를 따라야죠.”

“권 대표님은 천하 물산을 흔드는 게 불가능하다고 보십니까?”

“천하 물산 하나를 흔드는 거야 가능하겠지만, 천하 그룹 전체가 흔들리진 않을 겁니다. 괜히 그런 일에 끼어들다 회장님이 다치실 수도 있어요.”

권오준 대표는 내가 괜한 일에 휘말려 피해를 보는 걸 원치 않는 것 같았다.

“저도 확실한 건수가 없으면 건들 일 없습니다. 그런데 장현욱 부회장이 말해 준 게 조금 흥미가 있더라고요. 장연욱 회장이 장남에게 회사를 물려주려고 저번부터 지분을 옮기고 있답니다. 문제는 이걸 진행하려면 계열사 몇 개를 강제 합병하고 주식을 감자 처리해야 한다는 거죠. 거기다 국가 기관들이 나서 주지 않으면 힘들답니다.”

“신화 그룹 때처럼 국가 기관들이 나서는 겁니까?”

“예. 장현욱 부회장은 그걸 공론화해서 지분이 제 형에게 들어가는 걸 막으려는 겁니다.”

“근데 그게 공론화가 가능할까요? 상대는 천하 그룹입니다. 검찰청에 고발을 한다고 해도 검사들이 천하 그룹 이름만 보면 바로 덮어 버릴 텐데요?”

“그래서 저한테 하소연을 한 게 아니겠어요? 개미들이야 백날 울부짖어도 정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테지만, J&H 금융이 관련되어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이슈화가 되고 말 테니까요.”

장현욱 부회장이 내게 무엇을 제안했는지 눈치챈 권오준 대표는 손을 저었다.

“흐름은 잘 알겠으나, 절대 끼어들어서는 안 됩니다.”

“그 정도입니까?”

“천하 그룹이 장남에게 정상적인 승계를 하려면 어마어마한 상속세를 내야 합니다. 그걸 막으려고 저 난리를 치는 거니까요. 아마 목숨을 걸고 달려들 겁니다. 나라에 돈을 내느니, 차라리 강물에 던져 버리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양반들이니까요.”

권오준 대표는 단호한 입장이었다.

나도 장현욱 부회장이 어떤 무기를 가지고 있는지 자세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섣불리 나설 생각은 없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상대를 가려 가면서 싸움을 거니까요. 무턱대고 달려들 생각은 없습니다.”

“저는 장현욱 부회장이 뭘 가져오든 그냥 모른 척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상대도 아니고 천하 그룹이라니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겁니다.”

난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이야기로 넘어갔다.

“김 장관한테 서류는 보내셨죠?”

“예. 보내긴 했습니다만, 문제는 초기 자금입니다. 저희가 프로젝트를 아무리 축소한다고 해도 초기 자금 3조 원. 이건 바뀌지 않는 고정 금액이에요. 그리고 당장 3조 원을 해소하려면 은행 빚을 질 수밖에 없습니다.”

“리스크가 크다고 보세요?”

“보통의 경우라면 그렇겠죠. 그런데 회장님께서 제안서를 보내셨다는 건 어디선가 나올 구멍이 있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리스크라고 생각 안 합니다.”

“예? 하하. 이거, 너무 앞서 보시는데요?”

“제 말이 틀렸습니까?”

권오준 대표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돈 나올 구멍이 있기 때문에 내가 제안서를 김 장관에게 보낸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딱 시기가 맞아떨어져요.”

“어떤 시기가······.”

“1,000억을 30배로 불릴 수 있는 시기 말입니다. 그것도 단기간에.”

“무려 천억을 말입니까? 단기간에 천억을 30배로 불릴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건 처음 들어 봅니다. 아무리 미국 증시라고 해도 그 정도로 빠르게는······.”

“제가 저번에 4천억을 어떻게 벌었는지 잊으셨어요?”

“예? 아! 설마 비트코인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예전에 꽤 재미를 봤던 비트코인.

한창 치솟을 땐 200만 원을 훌쩍 넘었다가 지금은 10만 원까지 폭락하고 말았다. 그런데 내가 저번에 본 미래 커뮤니티의 정보에 의하면 다시 한번 반등하여 350만 원까지 상승한다.

그것도 단 열흘 만에 말이다.

그리고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지금 빨리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

“그런데 1,000억을 소화시킬 순 있습니까?”

“거기 규모가 꽤 커졌어요.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돈이 많으니까요. 우리나라는 별로 관심을 갖고 있지 않지만, 외국에서는 관심도가 크잖아요.”

내가 비트코인으로 4천억을 벌어들였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아주 잠깐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었다. 그러나 그때쯤엔 비트코인이 하락세를 타는 중이라서 국민들의 관심도 금방 사그라들었다.

그러는 동안 비트코인은 하락과 반등을 반복하며 규모를 키웠는데, 벌써 시가총액 20조 원을 넘었다.

“실물이 없는 가상의 화폐가 20조 원이라는 시가 총액을 가지고 있다니······. 참 세상이 우습게 변하는 거 같기도 합니다.”

권 대표는 현타라도 온 것처럼 보였지만, 나는 이 좋은 먹잇감을 눈앞에 두고 좌시할 생각은 없었다.

“세상일이 원래 다 그렇고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어떤 일이든 그것을 잘 이용하는 게 중요하죠. 전 이 말썽 많은 코인이 다시 한번 치솟을 거 같거든요. 그래서 과감하게 천억이란 돈을 쏟아부으려는 겁니다.”

“후-. 괜찮을까요? 간간이 비트코인 시세를 확인해 보긴 했습니다만, 거의 초 단위로 시세가 확확 달라지던데.”

“그게 코인의 매력이죠. 떨어질 때는 저 밑바닥까지 추락하지만, 한번 오를 땐 끝도 없이 올라가니까요. 그리고 천억을 한 번에 소화시킬 수 있는 시장은 그리 많지 않아요.”

방금 전까지 천하 그룹 때문에 줄곧 움츠려 있던 권 대표가 언제 그랬냐는 듯 싸움꾼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좋습니다. 저도 한번 알아보죠. 가격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조사해 보면 뭐라도 건지지 않겠습니까?”

권오준 대표는 일반 주식 시장처럼 라인을 돌려 조사해 보면 반등하는 이유와 폭락하는 이유를 동시에 알아낼 것처럼 말했다.

그러나 비트코인 시장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이다.

반등의 이유도 없고, 폭락의 이유도 없다.

그저 인간의 광기만이 가득한 곳이 바로 그곳이기 때문이다.

* * *

비트코인에 대한 미래 커뮤니티 센터를 통해 특별 정보를 받은 적이 있다.

6월에 350만 원까지 치솟다가 7월에 5만 원까지 폭락하고 12월에는 무려 700만 원까지 상승하게 된다. 그 이후부터는 시세가 어떻게 되는지 나도 알지 못한다. 중요한 건 곧 시세가 350만 원까지 치솟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권 대표에게 말했던 것처럼 망설이지 않고 천억이란 거금을 코인 시장에 쏟아부었다. 한꺼번에 돈을 쏟아부으면 그 충격으로 가격이 치솟아 원하는 대로 물량 확보를 못 한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조금씩 금액을 나눠 순차적으로 물량을 확보해 나갔다.

확보가 끝나면 느긋하게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데, 그러는 동안 나는 오랜만에 커뮤니티 센터를 돌아다니며 이런저런 정보를 확인했다.

그리고 별생각 없이 일주일 뒤의 정보를 확인하려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정보가 튀어나왔다.

비트코인으로 천억을 투자해 3조 원을 만들겠다고 하는 것도 좋지만, 이것도 꽤나 쓸모 있는 돈벌이가 될 것 같았다.

바로 다음 날 나는 임원 회의를 소집했다.

임원들은 내가 급히 회의를 소집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할 터.

“금융위원회에서 결국 은행 2곳을 영업 정지시켰습니다. 서울, 영남 저축은행인데 다른 은행들도 줄줄이 꿰여 나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많습니다.”

“벌써부터 메이저 은행사들의 주가가 출렁입니다. 그리고 은행 쪽에 들어가 있는 주식을 뺄 수 있냐는 문의 전화도 한창 많아지고 있고요. 메이저 은행권은 다 안정권에 들어가 있는데, 어지간히 불안한 모양입니다.”

산호저축은행에 포함되어 있는 서울과 영남 쪽 저축은행이 영업 정지를 맞게 됐다.

부실한 채권과 경영 악화에 의한 조치였는데, 문제는 이것이 국민들에게 공포로 인식되었다는 것이다.

연달아 파산이 터져 버리는 뱅크런이 다시 한번 일어날 수 있다는 공포.

그로 인해 국민들은 은행으로 달려가 통장에 예치되어 있는 돈을 빼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금융사들의 눈으로 봤을 때 메이저 은행권들은 전혀 위험하지 않았다. 오히려 저렇게 호들갑을 떠는 것이 은행들을 위험하게 만든다.

별로 관심도 없는 얘기라 나는 그냥 흘려들었다. 그런데 이어지는 소식은 흥미를 돋워 냈다.

“그리고 회장님. 이번 용산국제도시 프로젝트에 가장 많은 지분을 들고 있는 LK 관광개발이 곧 법정 관리에 들어갈 거 같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LK 관광개발은 천하 물산으로부터 지분을 전부 양도받아 국제도시 건설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LK 금융이 고꾸라지고 다른 계열사들까지 흔들리면서 건설 사업까지 영향을 받고 말았다.

“이렇게 되면 용산 프로젝트는 최종 부도를 맞이하게 됩니다. LK 관광개발 주가도 엄청나게 폭락할 거고요. 법정 관리에 들어간다는 얘기가 퍼지게 되면 아마 다 휴짓조각이 된다고 봐야 합니다.”

“정말로 국제도시 프로젝트에 우리가 끼어드는 거라면 재고를 해 보심이 어떠실지······.”

용산국제도시 프로젝트는 날이 갈수록 험난해지고 있었다.

건설사들도 전부 손을 놓고 있고,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한 LK 관광개발이 두 손을 들게 되면 이 프로젝트는 정말 끝장이 난다고 봐야 한다.

내가 보낸 제안서를 검토하고 있을 김 장관은 화들짝 놀라 나한테 먼저 전화를 걸 것이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내 제안서를 받아들여야 할 터.

협상에서 내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고민을 해 봐야겠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고민할 때가 아니다.

국민의 공분을 살 용산 프로젝트 같은 건 금방 파묻히게 될 사건이 곧 벌어지기 때문이다.

“오늘 제가 여러분을 모이게 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임원들이 자세를 고쳐 잡았다.

“오늘부로 블루칩에 들어가 있는 주식들을 전부 다 회수하겠습니다. 우리 회사가 자체적으로 투자한 것들부터 시작해 펀드, 대리 투자로 인한 지분을 전부 매각하겠다는 뜻입니다.”

임원들의 놀란 표정이 훤히 드러났다.

너무 놀라고 당황하기까지 하여 뭐라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건 권오준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이를 이상하게 여기는 고객들이 있다면 그분들의 뜻대로 하시면 됩니다. 그러나 저희 금융사가 분명 경고를 했다는 걸 잊지 말라고 당부도 하시고요. 그리고 지금부터 모든 옵션 판매를 금지합니다. 매도 포지션을 잡고 있는 게 있다면 모두 판매 중지시키세요.”

2차로 놀란 임원들을 바라보며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뭣들 하고 계세요? 얼른 일하러 가셔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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