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천재가 되었다 77화
“테슬라는 미래를 지향합니다. 이 오토 파일럿 시스템은 차세대 기술력이고, 우리 테슬라가 선두에 서서 모두를 이끌어 가게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고 있습니다.”
테슬라가 발표한 오토 파일럿.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자동 주행 시스템이 처음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시연 장소에 모인 사람들은 수천 명이었고, 엘론 머스크는 그들 앞에서 자동차가 자동 운행을 하는 기술력을 뽐냈다.
나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시연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사실 테슬라가 시연을 하기 전에 구글이 먼저 인공지능 주행을 시연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시연 중에 오류를 일으켜 자동 주행이 불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오늘 테슬라가 보여 준 주행 시범은 그때와 차원이 달랐다.
코너를 도는 것과 신호를 지키는 것, 그리고 앞, 뒤, 옆에 있는 차들을 모두 감지하여 그에 따른 운행을 하는 능력 등이 세세하게 달라졌다.
물론, 이것 역시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몇 년 더 개발을 한다면 정말 우리는 운전자가 필요하지 않은 자동차를 타게 될지도 모른다.
“오우. 미스터 리. 와 주셨군요.”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여기 대주주라서 말입니다. 하하.”
“잘 오셨습니다. 오늘 시연은 마음에 드셨습니까?”
“테슬라가 가고자 하는 미래가 보이더군요. 앞으로 기대가 더 큽니다.”
나와 엘론 머스크가 얘기를 나누고 있자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그들은 테슬라가 선보인 자동 주행에 대한 내용을 엘론 머스크에게 묻기보다는 나한테 질문을 쏟아 냈다.
“이진석 회장님께서는 아시아의 투자 귀재라 불리고 계십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글쎄요. 제가 그런 이름으로 불려도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테슬라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합니다. 그건 테슬라의 미래가 확실하다고 여기시는 겁니까?”
여기서 대답을 잘 해야 한다.
자랑하는 건 아니지만, 한국에서도, 그리고 아시아 내에서도 내 발언은 꽤 힘이 있다. 미국까지 그 힘이 미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여기서 내가 확신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투자자들이 절로 따라오게 된다.
“당연합니다. 테슬라는 미래의 기술입니다. 언젠가 세상은 전기차 중심으로 바뀌게 될 것이고, 당연히 테슬라는 최선두에 서서 전기차 시장을 지배하게 될 겁니다.”
나는 목소리에 힘을 주며 테슬라가 성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세계는 점점 더 환경 보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의 지구가 망가진다는 것을 아는 거죠. 그래서 각 국가의 관심이 전기차에 쏠리고 있는 겁니다. 향후 5년 안에 전기차 기술은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증진하게 될 것이며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이 업계로 뛰어들게 될 겁니다. 그러나 이미 그때에는 테슬라가 최선두에 서 있겠죠.”
그 외에도 나는 테슬라에 대한 기업 가치를 강조했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많은 칭찬을 해 댔지만, 기자들은 내 얘기를 들으며 하나둘 고개를 끄덕였다.
“회장님. 영어 실력이 매우 뛰어나시네요.”
“회장님 말씀만 들으면 당장이라도 테슬라 주식을 사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사세요.”
이때를 놓치지 않고 엘론 머스크가 끼어들었다.
“미스터 리는 정말 감각이 뛰어난 투자자입니다. 이렇게 젊은 나이에 벌써 한국 최고의 투자자가 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전 이제 시작이라고 봅니다. 앞으로 모든 투자자가 미스터 리의 말만 경청하는 시대가 반드시 오게 될 겁니다.”
그렇게 훈훈한 분위기 속에 기자들과의 인터뷰가 끝이 났다.
“미스터 리 덕분에 주가가 꽤 오르겠네요.”
“글쎄요. 제 덕분일까요? 오늘 오토 파일럿 시연은 성공적이지 않았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미스터 리의 발언이 결정적이지 않을까 싶네요. 아무리 아시아 쪽에 있는 투자자라고 해도 여기 미국 개인 투자자들은 국적을 따지지 않고 실력이 검증되기만 하면 누구 말이라도 믿을 겁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좋겠다.
난 테슬라가 미래에 큰 활약을 하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다.
어느 정도까지 주가가 상승할지는 모르겠으나, 분명 크게 성장할 것이다.
“아참. 그리고 미스터 리의 말씀대로 되었더군요.”
“어떤 게 말입니까?”
“저번에 저희가 지분 계약을 했을 때 미스터 리가 그랬었죠? 테슬라 주가가 47달러까지 떨어질 거라고.”
“아, 예. 그때 미스터 머스크 쪽 사람들이 아주 난리였죠.”
“예. 근데 놀랍게도 정말 테슬라 주가가 47달러까지 떨어졌더군요. 그래서 그날 목소리를 높이며 반대했던 임원들과 사람들 모두 한 번만 더 미스터 리를 만나게 해 달라고 아우성이었습니다.”
“저를요?”
“예. 어떤 주식이 또 오르는지 한번 꼭 물어보고 싶다고. 하하하.”
절대 47달러까지 내려갈 리 없다고 난리를 치던 그들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날 다시 보고 싶다고 하긴 했지만, 아마 내가 그들 앞에 다가가면 다들 부끄러워 도망칠 게 뻔했다.
“여러모로 우리에게는 유리한 상황입니다. 어제 이란과의 핵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하지 않았습니까. 거기다 최근에는 파리 기후 협약까지 맺었죠.”
그동안 미국의 큰 골칫덩어리였던 이란 핵 문제가 드디어 해결될 기미를 보였다.
질질 끌어왔던 핵 협상이 타결되어 다우 증시가 전부 상승하는 효과를 누렸다. 또한 파리 기후 협약으로 각 선진국이 오존층 보호와 기후 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협약을 맺었다.
친환경적인 개발을 이어 가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건데, 그 안에는 전기차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즉, 테슬라에는 큰 호재나 다름이 없다는 것이다.
엘론 머스크도, 그리고 나도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 * *
-테슬라가 오토 파일럿, 즉 자동 운전 시스템을 공개하면서 큰 호평을 듣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CEO 엘론 머스크는 오토 파일럿은 차세대 기술력이 될 것이며, 테슬라가 그 선두에 서게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밝혔습니다.
성공적인 엘론 머스크의 발표에 테슬라 주식은 계속해서 상승하기 시작했고, 어느새 120달러를 돌파했다.
테슬라 주식의 고공 행진에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J&H로 향했다.
이진석을 선두로 J&H는 테슬라 주식을 미리 사 놓아 대주주가 되지 않았던가. 그들이 투자한 2조 원의 돈이 금세 2배로 불어났다.
“이진석 이 사람 진짜 미친 거 아니냐? 여기다 2조 원을 부었다며. 그럼 벌써 돈을 4조 원으로 만든 거잖아.”
“저번 달만 해도 이상한 회사에 투자했다고 엄청 욕했던 거 같은데. 지금은 찍소리도 못 하겠다.”
“기사 봐 봐. 이진석 욕하던 기사는 전부 다 삭제되고 다들 칭찬 일색이야.”
이란 핵무기 협약, 파리 기후 협약까지 전부 테슬라를 위한 호재로 변하면서 사람들은 J&H와 이진석의 안목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로 인해 J&H 주가도 함께 상승을 했고 그곳에 돈을 넣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어마어마한 J&H의 상승세와 성장력에 다른 금융사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는데, 곧 발표될 J&H의 분기별 실적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얘기가 벌써 업계에 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다가 J&H 금융 그룹이 공룡이 되어 다른 투자사들을 전부 집어삼켜 독점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또한 아시아 최고의 투자 귀재라는 브랜드가 있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도 J&H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바로 그때 뉴스 속보가 떴다.
[J&H 전면 압수 수색.]
[J&H 회장, 이진석. 출처 모를 비자금 발견?]
[투자의 귀재가 이대로 몰락하는가?]
* * *
이왕 미국으로 넘어간 거 며칠만 놀다 오려고 했더니, 한국에서 일이 터지고 말았다.
결국 나는 새벽 비행기를 타고 넘어와 권오준 대표부터 만났다.
“이게 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갑자기 뜬금없이 압수 수색이라니요?”
권오준 대표도 참 난감하다는 얼굴로 흥분해 있는 나를 진정시켰다.
“일단 진정부터 하십시오. 이거 한잔하시면 좀 가라앉히실 겁니다.”
권오준 대표가 건넨 건 양주가 따라져 있는 잔이었다.
원래 술을 즐겨 마시진 않지만, 오늘은 아주 꿀꺽 잘만 넘어갔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우리 J&H가 정부에 제대로 찍힌 것 같습니다.”
“찍혀요?”
“예. 우리가 정부의 뜻에 따라 발을 맞추긴 했지만, 정작 그들이 원하는 곳에는 단 한 번도 투자를 하지 않았죠.”
“그거야 당연히 누가 봐도 구린내가 나니까 그런 게 아닙니까.”
나는 정부의 뜻대로 4차 산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실행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특정 기업에 투자를 하길 원했고, 그곳의 실태를 확인한 나는 모든 투자를 거부했다.
당장 제대로 된 비전도 없고 계획서도 없는 유령 회사에 수십억을 투자하라는 건 날강도나 하는 짓이 아니던가.
“천하 그룹부터 이미 저명한 각 대기업이 정부가 점찍는 곳에 다 투자를 한 모양입니다. 우리만 하지 않았죠. 그래서 찍힌 거고요.”
“그 결과가 압수 수색입니까? 도대체 무슨 죄목으로요?”
“최근에 회장님이 하신 비트코인 투자가 원인인 것 같습니다.”
“비트코인이요?”
“예. 해외 계좌이기도 하고 원래 금융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투자를 하면 안 되지 않습니까. 물론, 비트코인은 정식 투자 대상이라 보기 어렵기 때문에 당연히 죄가 되진 않을 겁니다. 문제는 정부가 얼마나 이 건덕지를 가지고 질질 끄느냐죠. 비트코인이란 것 자체가 모두에게 생소하니까요.”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 아파 왔다.
그냥 눈 딱 감고 정부가 원하는 대로 돈을 던져 줄 걸 그랬나.
더군다나 투자 대상이 비트코인이라 정부도 이게 뭔지 자세히 알지 못한다. 그리고 뭔가 이상한 구조를 하고 있으니 날 잡아 두기 좋은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압수 수색에서 털릴 만한 건 있었습니까?”
“제가 알기론 딱히 없습니다. 결재상 오류가 날 순 있어도 저희가 누구 뒤통수 치는 곳은 아니지 않습니까. 큰 문제가 될 만한 건 아마 없을 겁니다.”
나는 비트코인이 폭락하는 시점에 전부 다 팔아 버렸다. 그리고 저점을 찍었을 때 다시 사려고 대기 중이었는데, 그때 내 계좌로 들어온 돈이 문제가 된 듯싶었다.
150억이 수천억이 되어 돌아왔으니, 누군들 의심하지 않을까.
결국 원인은 내가 제공했다.
정부는 조금만 알아봐도 별일이 아니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압수 수색이라는 대환장 쇼를 벌인 것이고.
“후······.”
나는 길게 숨을 내쉬며 권오준이 따라 주는 술을 한 잔 더 마셨다.
압수 수색을 했다는 것만으로 그동안 쌓아 올린 J&H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정부도 그걸 노리고 벌인 짓이 틀림없다.
그래서 나도 결심했다.
저놈들이 더럽게 나온다면 나도 더럽게 나갈 수밖에 없지 않은가.
“대표님.”
“예, 회장님.”
“대표님이 신화 그룹에서 일했을 당시에 금융위 쪽이랑 검찰 쪽에 선이 많이 닿아 있었겠죠?”
권오준 대표는 설마 하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다.
“제가 그동안 너무 물렁물렁하게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착한 일만 하면서 기업을 운영하면 다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네요. 예전에 이강철 회장님이랑 제일 금융 그룹 최진철 사장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대기업일수록 내가 더러워질 수밖에 없을 거라고. 그게 무슨 뜻인지 이제야 알겠네요.”
“그 말씀은 회장님도 이제 국가 기관에 줄을 대신다는 것이군요.”
“저희 쪽에 확실한 라인이 있었다면 이런 일이 생기기 전에 알아챘을 겁니다. 그에 따른 대비도 했을 테고요. 근데 지금은 아무런 방비도 없이 두들겨 맞기만 하지 않았습니까.”
나는 쭉 들이켠 잔을 세게 내려놓으며 말했다.
“돈이라면 우리도 충분히 있다는 걸 한번 보여 주죠. 권 대표님이 알고 있는 라인을 전부 다 제 앞에 가져와 주세요. 이제 저희도 주식이 아니라 권력이라는 걸 사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