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융계 천재가 되었다-76화 (76/200)

금융계 천재가 되었다 76화

키프로스 공화국.

유럽 연합에 속해 있는 나라들 중 유일하게 대통령제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다.

이곳 역시 우리나라처럼 남북으로 분단되어 있는 곳인데, 그동안 UN의 중재에 따라 수십 번 통일 협상이 열렸지만 매번 무산되었다.

그리고 경제적 위기까지 봉착하여 구제 금융을 받게 되었는데, 우리나라가 IMF 때 그리했던 것처럼 이들은 금 모으기 운동을 시작했었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턱도 없다는 걸 깨달은 키프로스 공화국은 마침내 큰 결정을 내리게 된다. 그것은 바로 온 국민의 통장에 있는 돈 40%를 국고로 환수하는 것이다.

문제는 키프로스 공화국에 비자금을 숨겨 둔 해외 부자들이 꽤 있었다는 것. 특히 러시아 마피아나 부자들이 키프로스에 돈을 숨겨 둔 경우가 많았는데, 이로 인해 그들의 돈까지 모조리 빼앗길 위기였다.

결국 그들은 그 돈을 전부 빼서 키프로스 정부가 강탈하기 전에 해결을 봐야 했는데, 금을 사는 건 이미 금지가 되어 살 수가 없었고 다른 해외 계좌에 돈을 옮기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비트코인 거래소는 어떤 돈이든 다 받아들이기 때문에 키프로스 정부의 압박에서 자유로웠고 결국 그 많은 부자들이 비트코인에 몰려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만다.

“300달러라······.”

저번 주만 해도 30달러를 왔다 갔다 하고 있던 비트코인이 어느새 300달러까지 치솟았다. 우리나라는 주식 가격이 하루 만에 2배 이상 뛸 수가 없다. 상한가를 치는 것도 제한이 걸려 있어서 그런 건데, 비트코인 거래소에는 그런 게 없다.

오르면 끝을 모르고 오르고 내려갈 땐 바닥이 어디인지 모르게 떨어지는 것이 비트코인의 특징이다. 그리고 고작 하루 만에 비트코인은 3배 이상 뛰어 버려 300달러라는 가격을 이뤄 냈다.

“아쉽다······.”

만약 여기다 150억이 아니라 1,500억을 부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지만 1,500억의 물량을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가 없다. 사실, 150억 물량도 며칠을 걸쳐 겨우 사들인 것이다.

비트코인 거래소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주식 시장만큼 많은 게 아니고, 거기다 비트코인의 수량도 한도가 있어서 내가 원한다고 마음대로 다 사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150억이 일주일도 안 되어 1,500억이 되는 마법을 눈앞에서 목격했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했던가.

“뭐? 일주일도 안 돼서 10배?!”

시리얼을 우유에 말아 먹고 있던 현식이는 하마터면 입에 있는 내용물을 전부 다 쏟을 뻔했다.

“내가 말했잖아. 디지털 부자가 될 거라고.”

“아니. 그런 좋은 종목이 있었단 말이야? 나한테도 말을 하지 그랬어.”

“추천할 만한 종목은 아니었어. 생각해 봐. 이건 실체가 없는 가상의 돈이야. 이걸 잔뜩 사 둔다고 해도 어디다 쓸데도 없어. 그런 걸 추천하면 네가 뭐라고 했을까?”

“미친놈이라고 했겠지.”

“그래서 안 한 거야.”

현식이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수저를 내려놓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이 좀 심했네. 가상 화폐로써도 가치가 없는 걸 300달러나 받고 팔다니.”

“키프로스 공화국이 한몫했지. 그 작은 섬나라에 러시아 마피아들이 꿍쳐 놓은 돈이 얼마나 많은데. 그 작자들은 원래 비트코인으로 해외에서 마약 거래를 하잖아. 때마침 키프로스 정부가 그런 돈들까지 회수를 하겠다고 나서니, 전부 비트코인에 쏟아부어 가격을 무지막지하게 올려놓은 거지.”

비트코인은 가격을 다 떠나서 그 자체적인 모델로만 보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각 국가에서 비트코인을 정식 화폐로 인정해 주지 않는 한, 이건 그저 컴퓨터에서 만들어 낸 숫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유용 가치가 없는 가상 화폐가 1BTC 당 300달러를 돌파하는 중이다.

“넌 이게 얼마나 갈 거 같은데?”

“한 400까진 갈 거야. 그리고 한차례 폭락을 하겠지.”

“쯧. 이미 사기에는 늦었네.”

“아니. 난 폭락했을 때 더 사 둘 생각인데?”

“진심이냐?”

“이번 한 차례 주목을 받은 비트코인은 계속해서 사람들 눈에 띄게 될 거야. 한번 급등하기 시작하면 정말 끝도 없이 상승을 하잖아. 그 매력에 사람들이 뛰어들겠지. 나는 1,000달러까지 갈 수도 있다고 봐.”

“천 달러?! 무슨 말도 안 되는.”

누가 저런 소리를 했으면 나 같아도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정신 차리라고 싸대기를 한 대 쳤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본 미래 커뮤니티 센터에서는 비트코인의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올라 1,200달러까지 찍게 된다. 그것도 고작 5개월 안에 말이다.

“내가 이제까지 허튼소리를 한 적이 있었니? 아무런 제재도 없이 상승만 하는 종목이 있다면 누구라도 혹해서 돈을 투자해 보지 않을까? 그리고 내가 말했지? 비트코인이 이번에 상승하는 이유는 마피아들과 해외 부자들 때문이라고. 아마 그놈들이 최대한 가격을 펌핑하려고 온갖 짓을 다 할 거야.”

“그렇게 한창 가격을 올리다 어느 시점에 전부 다 팔아 버리고?”

“그래. 모든 주식 판에서 번번이 일어나는 일이잖아? 작전 세력이 가격을 끌어 올리면 개미들이 상따를 해 주고, 어느 시점에서 퍼펑 터트리는 거.”

솔직히 말해서 나도 비트코인이 왜 1,200달러까지 상승하게 되는지 그 이유를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아마 끝없이 오르는 그래프를 보고 너도나도 돈을 쏟아붓게 되어 나타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이왕 하는 거 회삿돈도 들여서 해 보려고.”

“물량은 구할 수 있고?”

“구해야지. 그리고 비트코인은 장점이 하나 있어. 내 마음대로 코인을 쪼갤 수가 있다는 거야. 액면 분할 하는 것처럼. 그렇게 분할해서 파는 사람들도 많더라. 최대한 끌어모아 봐야지. 그리고 내가 다시 매수 포지션 잡을 때면 아마 사람들이 다 팔려고 물량을 내놓을 거야.”

난 비트코인이 그래프 천장을 뚫고 올라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이런 기회를 놓친다는 건 금융맨이라 할 수 없지 않겠는가.

* * *

“회장님. 비트코인 거래소 가격 보셨습니까? 무려 350달러입니다! 이건 결코 정상적인 일이 아니에요!”

아침부터 내게 전화를 건 사람은 김영훈 교수였다.

그는 흥분감으로 가득 찬 목소리로 떠들어 댔는데, 나는 덤덤하게 경청을 하다 슬쩍 물어보았다.

“사셨습니까?”

“예?”

“비트코인이요. 사셨습니까?”

“아뇨. 안 샀습니다. 혹시 회장님께서는······.”

나는 대답 대신 웃음을 흘렸다. 그러자 김영훈 교수가 감탄하며 말했다.

“역시, 회장님께서는 사 놓으셨군요.”

“예. 30달러일 때 사 놓았죠.”

“허어. 얼마나 사 놓으신 겁니까?”

“150억이요.”

“헉!?”

많이 놀랐는지 김영훈 교수는 딸꾹질까지 했다.

“회장님. 정말 통도 크시군요. 미래가 정말 불투명한 종목이었는데 그런 과감한 투자를 하시다니······. 괜히 투자의 귀재라 불리시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하하. 그렇게 말씀을 하시니 제가 다 부끄럽네요. 그냥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그리고 이게 다 교수님이 조언을 해 주신 덕분이죠.”

“아닙니다. 제가 금융업에서 일하는 사람들한테 그 서류를 다 보여 줬어도 회장님처럼 직접 투자에 나서는 사람은 아마 없었을 겁니다.”

많이 아쉬워하는 건가 싶었지만, 김영훈 교수는 돈에 큰 욕심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전 아무래도 이런 쪽과는 인연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저 잘하는 걸 열심히 하는 수밖에요. 뭔가 진전이 있으면 다시 한번 연락 드리겠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교수님.”

그렇게 김 교수와 통화를 끊었다.

나도 미래 커뮤니티 센터가 아니었다면 비트코인에 투자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로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

“비트코인이요? 처음 들어 봅니다.”

아침 회의를 끝내고 나는 권오준 대표와 단둘이 커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었다.

당연하게도 그는 비트코인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김영훈 교수가 소개해 준 가상 화폐입니다. 어느 일본 교수가 만든 건데, 이게 딥웹이라는 곳에서 범죄 활동을 위해 쓰였다고 하더군요. 그러다 최근 키프로스 공화국이 한바탕 난리를 치면서 주목을 받게 됐습니다.”

권오준 대표는 반신반의하며 비트코인에 대한 것을 인터넷에 찾아보았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한국 인터넷에서는 비트코인의 정보를 얻기가 힘들었다.

“한국에서는 아예 관심조차 없는 종목이네요?”

“그렇죠.”

“그런데 회장님께서는 그곳에 투자를 하고 싶으신 거고요.”

“이미 했습니다. 150억 정도.”

“예에-?! 개인 돈으로 하셨다는 겁니까?”

“네.”

“하지만 회장님 개인 돈으로 투자를 하시는 건 금융법 위반이 될 수도 있는······.”

“비트코인은 가상 화폐잖아요. 주식 시장이랑 관련도 없고. 전혀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었어요.”

권오준 대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입니다. 제가 일단 계좌를 열어 둘 수 있는지 확인은 해 놓겠습니다. 그런데 이게 실용 가치가 있는 종목이긴 합니까?”

“제가 30달러일 때 150억을 투자했거든요. 그런데 일주일 만에 얼마나 상승했는지 아십니까?”

“글쎄요. 2배?”

“아뇨. 10배.”

“그, 그게 가능한 겁니까?”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는 종목이잖아요. 한번 상승을 하면 끝없이 올라가게 되죠. 지금 350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권 대표는 눈알을 굴리며 계산을 했다.

“150억을 고작 일주일 만에 4천억으로 만드셨네요. 대단하십니다.”

일주일 만에 10배 수익을 내는 투자라.

권오준 대표가 마른침을 삼키는 것이 눈에 훤히 보였다.

“그런데 그렇게 미친 듯이 상승할 정도라면 하락을 할 때도 정말 끔찍하겠네요.”

비트코인의 성질을 금방 파악한 권오준 대표의 말대로 비트코인은 한번 추락하면 나락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

“예. 그것 역시 제재하는 수단이 없기 때문에 한번 추락하면 엄청나게 폭락할 겁니다. 하지만 전 끝까지 달려 보려고요. 지금 당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혀 관심을 갖고 있지 않지만, 해외 투자자들은 벌써 반응이 뜨겁죠. 완전히 포화 시장이 되기 전에 먼저 뛰어들 생각입니다.”

“음. 350달러까지 치솟은 상태라면 지금 사는 건 무리가 있지 않겠습니까?”

“조만간 한번 폭락을 할 겁니다. 이 정도까지 돈이 치솟으면 너도나도 비트코인을 사서 인생 역전을 해 보려고 할 테죠. 하지만 이걸 정부가 그냥 두고만 보겠습니까? 한 국가의 화폐 체계를 흔들어 놓을 수도 있는 거니까요. 아마 여러 곳에서 약하게나마 제재를 할 거라 봅니다.”

나는 구체적인 목표를 말해 주었다.

“지금 치솟고 있는 비트코인의 가격이 어느 순간 폭락하게 될 겁니다. 한 50~70달러 사이를 웃돌고 있을 때 우리 쪽에서 자금을 투입하는 겁니다. 최대한 물량을 매수할 수 있는 만큼요.”

그렇게 해서 고객의 돈이 아니라 우리 회사의 자체 자금을 크게 넓히고 싶었다.

만약 비트코인이 미래 커뮤니티 센터에서 보여 준 것처럼 1,200달러까지 상승한다면 적어도 수조 원의 돈을 벌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회장님께서 결정하신 일이니, 저도 군말 없이 따르겠습니다.”

그렇게 권오준 대표와의 티 타임이 끝나나 싶었다.

“아참. 그런데 소식 들으셨습니까?”

“어떤 소식이요?”

“한라 그룹 말입니다. 결국 계열사들을 쪼개서 팔려는 것 같습니다. 아마 정부 주도하에 매각이 이루어질 거 같다고 하더군요. 혹시 흥미가 있으시다면 제가 서류를 따로 준비해 보여 드리겠습니다.”

한라 그룹.

나와는 꽤 인연이 있는 곳이다.

한라 그룹 회장이 우리 쪽에 넣어 둔 돈을 급하게 전부 빼는 것 같더니, 그것만으로는 회사가 기우는 걸 막지 못한 것 같았다.

만약 내가 비트코인으로 수조 원의 돈을 번다면 한라 그룹 계열사 중 쓸 만한 건 건질 수 있지 않을까?

워런 버핏의 버크셔 투자 기업이 망해 가는 회사를 사들여 다시 크게 키워 내는 것처럼 말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