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천재가 되었다 73화
엘론 머스크와 계약을 마치고 나는 무려 2조 원에 달하는 금액으로 테슬라의 지분을 매입했다. 과연 이 회사가 얼마나 발전을 이뤄 낼지는 알 수 없으나, 여기서 주가가 2배만 올라도 대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딱 3배까지는 올라가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회장님. 푹 쉬고 오시라니까 왜 이렇게 빨리 돌아오셨습니까?”
모든 계약을 마치고 나서 나는 딱 하루만 더 머문 다음 한국으로 귀국했다.
현식이는 한 달을 꽉 채워서 쉬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고집을 피우다 결국 나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원래 자리가 높으면 높을수록 더 열심히 일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신경 쓰이는 일이 있어서 빨리 귀국했습니다.”
“회장님께서 신경 쓰이는 일이 있다는 건 앞으로 우리 회사가 바빠진다는 뜻이겠군요. 회사까지 모시겠습니다.”
하던 일을 다 내팽개치고 공항까지 마중 나온 권오준 대표와 함께 나는 입이 삐뚤어진 현식이를 데리고 공항 밖으로 나섰다.
“이진석 회장님!!”
“잠깐 인터뷰 좀 해 주실 수 있을까요?”
그런데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기자들이 오늘 내가 귀국한다는 얘기를 어디에서 들었는지 우르르 몰려와 있던 것이다.
“이번에 미국에서 큰 투자를 하게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정확히 어떤 종목에 투자를 하셨는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미국 기업에 투자를 위해 다녀오신 겁니까? 아니면 그저 휴가입니까?”
경제 일간지를 쓰는 기자들일수록 내 일거수일투족이 매우 궁금할 것이다.
대한민국에서는 내가 최고의 투자자로 불리고 있지 않은가.
당연히 나의 자금 흐름을 파악해 어느 종목에 투자를 해야 하는지 알고 싶을 것이다.
신화 그룹 때부터 하도 기자들을 많이 상대해서 그런지, 이제는 여유가 넘쳐났다.
“이번 정부의 목표가 뭔지 아십니까?”
“예?”
“이번 정부는 4차 산업에 집중 투자하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저도 그런 정부의 뜻에 따라 4차 산업 개발을 위한 종목 발굴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안에서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해외에도 시선을 돌려 다양하게 투자를 진행했죠. 이미 미국에서 큰 투자를 결정하고 오는 길입니다.”
“정확히 어떤 종목에 투자를 하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그건 추후에 그룹 차원에서 발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갈 길을 가려 하는 나를 기자들이 끈질기게 붙잡았다.
“회장님. 한 말씀만 더 해 주십시오. 각 금융 기업과 개인 투자자들에게 짧은 조언이라도······.”
나는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질문을 한 기자를 돌아보았다.
조언이라.
내가 그 황금 같은 휴가를 다 제쳐 두고 한국으로 급히 돌아온 이유가 있지 않은가.
“조언이라기보다는 경고를 하고 싶군요.”
“경고요?”
“우리나라 금융 시스템은 보안이 취약한 수준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정부와 금융 기업들은 그와 같은 사실을 외면하고 있죠. 점점 해킹 강도가 강해지고 있는 이때 언제 또 저번과 같은 개인 정보 유출 사태가 터질지 모릅니다. 그래서 그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봅니다.”
“J&H는 그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습니까?”
“예. 막대한 돈을 들여 그 어떤 금융 기업들보다 더 튼튼한 보안 시스템을 구축해 놓을 겁니다.”
나는 그 말을 남기고 기자들을 지나 차에 올라탔다.
권오준 대표는 기자들에게 남긴 내 말이 마음에 걸렸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회장님. 신경 쓰이는 일이 있다고 하시는 게 혹시······.”
“예. 보안 시스템에 손을 좀 대야 할 것 같습니다.”
“보안 시스템에요?”
“LK 금융 때 쓰던 보안 시스템을 계속 쓰고 있지 않습니까? 회사를 인수하면서 보안 시스템을 살짝 바꾸긴 했어도 기존과 별반 다를 바 없죠. 이번에 싹 갈아엎을 생각입니다.”
“음. 그런데 갑자기 바꾸는 건 쉽지 않을 겁니다. 아무래도 보안 시스템이 정부와 공유가 되어 있어서 말이죠.”
금융 기업들이 쓰는 보안 시스템은 정부와 연결이 되어 있다.
금융 시스템이 마비되면 국가 마비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정부가 협업을 하는 건데, 천하 그룹은 한 번 해킹 사건을 겪고 난 뒤 정부와의 공유를 최대한으로 낮추고 독자적인 보안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다.
“천하 그룹은 예전부터 보안 시스템에 손을 대서 독자적인 라인을 만들어 놓지 않았습니까? 우리도 그럴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아마 투자자들도 제 생각에 동의할 거라 보고요. 뭐든 보안이 튼튼한 게 좋지 않겠어요?”
권오준 대표는 고개를 끄덕이며 헛웃음을 지었다.
“회장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걸 보면 조만간 무슨 일이 터질 수도 있겠군요.”
난 조금 뜨끔 했지만 짐짓 모른 척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항상 패턴이 그렇지 않았습니까. 회장님이 뭔가 행동을 하시면 꼭 거기서 일이 터지더라고요. 일단 제가 새로운 보안 시스템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예. 최대한 빨리 알아봐 주세요.”
권오준은 농담 삼아 얘기를 하긴 했지만, 그의 말대로 조만간 보안 시스템에 큰 문제가 생기게 된다. 그리고 남은 시간은 고작 10일도 안 되는 상황.
대한민국 금융계가 큰 충격에 빠지는 사건이 곧 벌어진다.
* * *
“테슬라? 그거 전기 자동차 회사 아니야?”
“예. 맞습니다, 사장님. 미국 실리콘 밸리에 있는 전기 자동차 회사입니다.”
“거기에다 2조 원을 쏟아부었다는 거지?”
KV 증권사 사장, 윤진혁은 갑작스럽게 미국을 다녀온 이진석의 행방을 자세히 조사했다. 그리고 그가 테슬라에 2조 원이나 되는 돈을 때려 박고 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지금쯤 다른 금융사들도 이진석의 발자취를 따라 테슬라에 돈이 묻혀 있단 사실을 알아냈을 터. 문제는 왜 갑자기 거기다 돈을 넣었느냐다.
“테슬라 거기가 발전 가능성이 높은 곳인가?”
“그렇지도 않습니다. 이진석이 투자를 했을 때만 하더라도 주가가 계속 내려가고 있었으니까요. 더군다나 내놓는 전기차들도 좋은 성능을 보여 주고 있지 않아 테슬라라는 기업 가치가 많이 내려간 상태입니다.”
전기 자동차를 만들고 배터리를 만드는 게 고작인 회사에 2조 원을 투자하고 왔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분명 이진석이 다른 누군가가 보지 못하는 뭔가를 봤다는 건데, 대체 그게 무엇일까?
“세탁을 하려는 건 아니겠죠?”
“미친. 미국 기업에 돈 때려 박고 세탁하는 놈이 어디 있어? 이건 아무리 봐도 진짜 투자야. 이진석 그놈이 테슬라에서 2조 원 이상의 가치를 본 거라고.”
속이 쓰린 일이지만, 이진석은 현재 대한민국 불패의 상징이다.
그 젊은 나이에 신화 그룹 사장을 역임하고 LK 금융을 집어삼켜 J&H라는 금융 그룹의 회장이 되었다. 아마 이 나라에서 저 어린 나이에 저렇게까지 성공한 사례는 매우 보기 드물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들어 자꾸 큰손들이 이진석의 명성을 따라 돈을 옮기고 있어 곤란하던 참이었다.
“이진석을 따라서 저희 KV 금융도 한번 테슬라에 투자 검토를 해 보는 것이······.”
“너무 따라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요? 이진석의 행보를 무작정 따라만 가면 주변에서 말들이 많을 겁니다.”
윤진혁도 그 생각을 안 해 본 것은 아니다.
그래서 테슬라에 대한 기업 평가 서류를 받아오기도 했다.
그런데 서류상으로 보았을 때 이 회사에 투자를 하는 건 여러모로 문제가 많았다.
“영업 이익은 매해 마이너스고, 자본도 시원치 않고, 그렇다고 비전이 확실하지도 않아. 그뿐이야? 최근에는 경영권 싸움으로 진흙탕 싸움까지 했다. 이런 곳에 20억을 넣는 것도 사실 아까워. 지금도 계속 주가가 내려가고 있잖아.”
윤진혁 사장은 아무리 봐도 이번 투자는 이상한 점이 많다고 여겼다.
아마 다른 금융사 사장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터.
그렇지 않아도 J&H 금융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터라 다들 경계 중에 있지 않은가.
이럴 때일수록 경쟁사들끼리 힘을 합쳐 밀려 들어오는 파도를 막아 내야 한다.
“우린 반대로 가자고.”
“반대라고 하시면······.”
“그냥 물어뜯고 보는 거지. 이진석이 정부와의 약속과는 달리 한국 경제 활성화에 돈을 쓰지 않고 오히려 미국으로 넘어가 2조 원이라는 거금을 썼다고 공격을 하는 거야. 내가 저번에 들으니까, 정부에서도 이진석을 좀 못마땅하게 보는 것 같던데.”
“안 그래도 이야기가 돌고 있긴 합니다. 정부에서 원하는 대로 이진석이 템포를 안 맞춰 주었나 봅니다.”
“그래. 정부에서도 이진석을 싫어하고 있잖아. 이 기회에 우리가 편승해서 그놈을 공격하는 거지. 2조 원이란 돈을 허투루 썼다고. 우리가 먼저 신호탄을 발사하면 다른 증권사들도 그에 맞춰 움직여 줄 거야.”
윤진혁 사장의 말에 임원들은 감탄을 터트렸다.
“잘하면 J&H 금융 이미지에 흠집을 낼 수 있겠군요.”
“바로 추진하겠습니다, 사장님.”
막상 일을 시켜 놓고도 윤진혁 사장은 뭔가 찝찝했다.
테슬라에서 대체 뭘 봤기에 이진석은 2조 원이란 돈을 쏟아부은 걸까.
차명으로 되어 있는 계좌로 테슬라 주식을 좀 사놔야 하는 건 아닌지 문득 고민이 되는 윤진혁 사장이었다.
“아참. 그런데 이진석이 이번에 공항 들어와서 한 인터뷰는 뭐야? 갑자기 보안 시스템 문제는 왜 건드는 건데?”
“J&H 금융은 다른 금융사들과 질적으로 다르다는 걸 어필하기 위해 그런 얘기를 꺼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에 한국 들어와서 J&H 보안 시스템을 전체적으로 손을 봤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저번처럼 개인 정보 유출 사건을 걱정하는 건가? 근데 그건 해킹이라고 보기 어렵잖아. 그냥 한 놈이 미친 짓을 한 거지. 그에 대한 대비는 확실하게 되어 있는 거지?”
“예. LK 금융 때처럼 어이없게 신상이 털리는 일은 이제 없을 겁니다.”
항상 남들과는 다른 행보로 눈길을 끄는 이진석.
이번에는 뜬금없이 보안 시스템 문제를 들먹거려 주변에서 말이 많이 나오게 만들었다. 그래서 대다수 금융사들이 현재 시스템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잘 커버를 치긴 했다.
“괜한 말을 꺼내서 우리만 생고생시켜 놓고 말이야. 이번 일로 정부한테 제대로 찍혔겠어.”
금융사 보안 시스템은 정부와 협업을 하고 있으니, 현재 보안 시스템이 문제 있다고 지적하는 건 곧 정부에게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게 계속 정부를 적으로 돌렸다가는 결코 좋은 꼴을 보지 못한다.
“설마 보안 문제가 터지는 건 아니겠지?”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윤진혁 사장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LK 금융 사태를 겪은 지 얼마나 됐다고 또 그런 일이 터지겠는가?
* * *
주말 동안 총알을 준비해 그것들을 한꺼번에 터트리는 월요일의 주식 시장.
다들 원하는 종목을 매수하거나, 혹은 원치 않는 종목을 매도하여 개인의 이익을 쟁취하려 든다. 그렇게 하루에 수조 원이 넘는 돈이 왔다 갔다 하고 있을 때였다.
“뭐야?”
“갑자기 왜 거래가 안 돼?”
컴퓨터, 혹은 모바일을 통해 단타 거래를 진행 중이던 개인 투자자들이 여기저기서 탄성을 내질렀다.
회사 일을 하면서 짬짬이 주식 화면을 바라보며 투자를 하던 회사원들도 갑작스러운 서버 오류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 어느 서버보다 가장 중요한 증권 서버가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일은 전례가 없기 때문.
포털 사이트 검색어에는 온통 증권사 이름들이 나열되어 있었고, 이들 모두 똑같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뉴스 속보가 떴다.
[정체불명의 세력에 의한 디도스 공격! 증권 서버 마비!]
[사상 초유의 사태! 해킹으로 인한 서버 마비.]
한순간에 수조 원의 돈이 사라질 수도 있는 금융 마비 사태가 터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