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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천재가 되었다-71화 (71/200)

금융계 천재가 되었다 71화

엘론 머스크에게 붙잡혀 장황한 설명을 들었던 우리는 잠깐 담배를 피우고 온다는 핑계로 옥상에 올라왔다.

“어떻게 생각해?”

내 물음에 담배를 하나 물고 불을 붙이던 현식이가 대답했다.

“내 기준으로 봤을 때 저건 미친놈이야.”

“그래?”

“뭔가 너무 시대를 앞서간 느낌? 자동 운전까진 좋았는데, 갑자기 화성에 기지를 건설하겠다니. 나가도 너무 나갔어.”

“그런가? 화성에 기지를 세우겠다는 계획은 어차피 먼 훗날 이야기잖아. 그리고 로켓 연료를 절반으로 줄여서 절약을 하겠다는 프로젝트도 나쁘지 않아 보이던데. 특히 그 로켓 연구가 정말로 성공적이면 세계 각국에서 테슬라 기술을 사 두려고 할지도.”

내 말에 현식이가 길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저 양반 눈빛 봤지? 화성에 기지를 세우겠다는 그 허무맹랑한 프로젝트에 언제든 돈을 투자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더라. 여기 와서 보니까 왜 테슬라 이사회가 엘론 머스크를 쫓아내려 했는지도 알 것 같다. 현실이랑 동떨어진 프로젝트에 자꾸 돈을 쏟아부으려고 하니까 이사회에서 기각을 때리는 거지.”

“내가 여기서 힘을 보태 주면 엘론 머스크는 자기 뜻대로 회사를 이끌어 가겠지?”

“정말로 투자하게? 여긴 내가 보니까 저 엘론 머스크라는 양반이 삐끗하는 순간 그날로 파산이야.”

전기차를 개발해 생산 중인 테슬라는 아직 이렇다 할 영업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계속해서 영업 손실을 내는 중이다.

이번 연도만 해도 영업 손실이 2.9억 달러에 달한다. 거의 3천억을 날려 먹었다는 건데, 여기까지만 보면 테슬라는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많이 흔들리고 있다.

“나는 미래가 있어 보여. 전기차 생산량과 판매량도 점점 늘어나고 있고. 거기다 언젠가는 전기차 시대가 올 거잖아? 그때 테슬라가 무조건 선두 주자에 서겠지.”

“그 시대가 언제쯤 오는데? 오긴 하는 거야?”

“난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해.”

현식이는 뭔가 골똘히 생각하다 어느새 담배 하나를 다 피우게 되었다.

“얼마나 투자를 하려고?”

“음. 내가 여기 오기 전에 권오준 대표한테 확답을 받은 투자금이 2조 원이었어.”

“그럼 거의 4천만 주 가까이 사 버리겠다는 거네? 지금 주가가 60달러에서 65달러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있으니까. 그 정도 매입을 해 버리면 단숨에 테슬라의 대주주가 되는 거고.”

현재 테슬라의 시가 총액은 한화로 57조 원.

내가 여기다 2조 원을 투자하게 되면 4% 가까이 지분을 획득하게 되어 대주주가 된다.

“과연 그럴 가치가 있을까? 전기차 하나만 보고 가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커. 언제 여기 주가가 오를지도 모르고.”

현식이는 이번 투자에 부정적이었다.

언젠가는 전기차 시대가 온다는 걸 인지하긴 했으나, 그 시대가 오려면 적어도 15년 이상은 봐야 하지 않냐는 것이다.

즉, 테슬라가 과연 그때까지 버틸 수 있느냐는 건데, 현식이의 판단은 다른 전문가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전문가들의 판단에 따라 돈을 굴리지 않는다.

“자. 충분히 회의는 하셨습니까?”

옥상에서 내려오니, 엘론 머스크는 자기 비서와 함께 회장실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저희가 작전 회의를 하고 왔다고 보시는 겁니까?”

“보통 이럴 때 갑자기 두 분만 자리를 비운다는 건 그 이유겠죠. 정확히 얼마나 이 회사에 투자를 해야 하는지 판단을 하시려는 것 아닙니까?”

“뭐, 딱히 숨길 일이라고 생각되지도 않는군요. 맞습니다. 저희 두 사람이 J&H의 최대 주주이기 때문에 우리 둘이 내리는 결정이 곧 J&H 그룹의 결정입니다.”

엘론 머스크는 잠깐 손을 들어 우리에게 물었다.

“두 분이 정확히 얼마나 지분을 들고 계신 겁니까? J&H의 지배 구조를 제가 잘 알지 못해서요.”

“금융 그룹 전체로 봤을 때 70%가량이 우리 손에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채권과 은행 빚을 정리하게 되면 80~90%는 저희 쪽으로 들어오겠죠.”

J&H의 금융 그룹 회장이 된 순간부터 내게는 개인 자금이라는 개념이 사라졌다.

개인 자금을 움직여 투자를 하는 순간, 나는 금융 거래법 위반으로 쇠고랑을 차야만 한다.

즉, J&H에 있는 자금을 운용해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 수익을 내고, 그 수익을 바탕으로 기업 가치를 높인다면 그것이 곧 내 자산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저 정도의 지분을 들고 있기 때문에 주주총회를 열지 않아도 내 마음대로 돈을 굴릴 수가 있다.

“오-. 그렇다는 건 J&H의 이익이 곧 두 사람 전체의 이익이 되겠군요. 저는 고작 가져 봐야 20%에 불과한데 말입니다.”

20%라고 해도 엘론 머스크가 가장 많은 지분을 들고 있다. 하지만 그의 자리가 단 몇 %로 빼앗길 수 있다는 건 사실이다.

“J&H가 계속해서 금융으로 수익을 낸다면 어마어마하겠군요. 하지만 금융 기업이라는 한계가 있어 기업 가치가 어디까지 상승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워런 버핏을 보세요. 워런 버핏의 해서웨이는 섬유 회사였지만 버핏으로 인해 금융 지주 회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시가 총액은 세계 9위에 달하죠. 비록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작은 곳이라고는 하나, 금융을 통해 전 세계로 뻗어 나간다면 해서웨이에 밀리지 않는 회사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라 전 확신합니다.”

워런 버핏이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될 수 있었던 건 그의 개인 자금 때문이 아니다.

해서웨이라는 거대 지주 회사를 만들어 그곳에 묶여 있는 지분의 가치를 상승시키면서 세계 대부호가 된 것이다.

즉, 나도 J&H를 해서웨이만큼 키워 낸다면 천하 그룹을 뛰어넘는 세계 대부호가 될 수 있다. 그것이 내 목표다.

해서웨이를 능가하고 그 어떤 기업이라도 전부 능가하여 세계 최고의 기업을 만드는 것.

허황된 꿈이라 볼 수도 있지만, 나는 반드시 가능하다고 믿는다.

“미스터 리의 비전은 잘 알겠습니다.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야겠군요. 정확히 투자금을 얼마만큼 생각하고 계십니까?”

“최대 2조 원입니다.”

“음······.”

엘론 머스크는 침음을 흘리며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만약 제가 투자를 거절하면요?”

“어차피 테슬라의 지분을 갖는 일이 아닙니까. 2조 원 정도의 지분을 매입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라 생각되지 않습니다. 제가 알아보니 테슬라 주식을 팔고 싶어 하는 분들이 꽤 많더군요. 하지만 그래도 저는 미스터 머스크와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먼저 제안을 드리는 겁니다.”

“유상 증자를 하겠다는 겁니까? 주주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을 겁니다.”

유상 증자를 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주가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떨어진 주가가 또 떨어지는 걸 대주주들이 그냥 두고 볼 리 없을 터.

“그래서 선택권을 드리는 겁니다. 유상 증자를 통해 제가 지분을 넘길 것인지, 아니면 그냥 시장에 나와 있는 지분들을 제가 전부 먹어 치우게 두고만 보실 것인지. 유상 증자로 제 투자금을 받으신다면 주가는 떨어져도 미스터 머스크에게는 결코 나쁜 일이 아닐 겁니다.”

“저야 자금적 여유가 생기니까요.”

“예. 저는 모든 권리를 미스터 머스크에게 드릴 겁니다. 전 테슬라 경영에 절대 참여하지 않을 것이고요.”

“그 말은 의결권을······.”

“예.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지 않습니까? 만약 제 제안을 거절하신다면 저는 앞으로 대주주의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4%나 되는 지분을 가진 대주주가 미스터 머스크의 반대편에 선다면 꽤 곤란하시지 않겠습니까?”

엘론 머스크의 안색이 굳어졌다.

내가 마냥 호구같이 좋은 마음으로 여기에 나온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그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휴. 역시, 줄다리기를 팽팽하게 할 줄 아시는군요. 4%나 되는 대주주가 제 반대편에 선다면 전 이 자리를 오랫동안 보존하진 못할 겁니다. 지금도 겨우 3% 차이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니까요.”

“예. 그러나 3%가 7%로 변하는 순간, 큰 이변이 있지 않는 한 미스터 머스크가 그 자리를 계속 유지하게 될 겁니다.”

“하하. 덕분에 정신이 아주 번쩍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미래지향적인 이야기만 했다면 지금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할 차례다. 내가 2조 원을 들고 다른 대주주에게 가서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한다면 금방 나는 4%에 달하는 대주주가 될 것이고, 엘론 머스크를 CEO 자리에서 끌어 내릴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미스터 머스크의 반대파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돈이 걸린 일에서는 매우 냉정합니다. 투자 성공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준비가 되어 있죠.”

“그 말은 언제든 제 목을 쳐 버리겠다는 말로 들리는데요?”

“그것이 투자 성공을 위한 길이라면 언제든 그 옵션을 선택하겠습니다.”

엘론 머스크는 심각하게 굳어진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일단 제게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그리고 유상 증자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2조 원이나 되는 돈을 증자할 순 없습니다.”

“예. 절반 이상의 돈은 시장에서 매입을 해야겠죠. 이미 인지하고 있는 일입니다.”

“정말 의결권을 제게 주신다면 제가 가진 지분을 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염두해 두죠. 일단 시간을 좀 드리겠습니다. 그동안 전 미국 여행을 좀 다녀야겠군요.”

“오. 제가 따로 사람을 붙여 드릴까요?”

“아니요. 아시다시피 저를 과잉 보호하는 경호원들이 쫙 깔려 있어서 말이죠.”

“아. 얘기는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정도는 심한 편이 아니에요. 조금 불편할 순 있어도 꼭 필요한 조치입니다. 아무튼,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나는 엘론 머스크와 악수를 나누고 현식이와 같이 회사 밖을 나섰다.

현식이는 밖을 나오면서 감탄하며 박수를 쳐 댔다.

“이야. 너 요리 잘하더라. 머스크 저 양반 똥줄이 좀 타겠는데? 난 네가 호구 잡혀서 돈 내놓는 줄 알았더니, 그런 식으로 협박을 하네.”

“당연하지. 아무리 성공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회사라도 무작정 돈부터 넣으면 호구 되는 거야. 줄다리기를 할 수 있으면 최대한 해 놓아야지.”

“근데 과연 받아들일까?”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걸? 내가 4% 가까이 되는 지분을 갖게 되면 지금까지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던 힘의 균형이 깨져 버려. 그럼 머스크는 경영에서 물러나야 돼.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내 제안을 받아들이려 할 거야. 아마 조율을 하느라 시간이 좀 걸리겠지.”

오늘 할 일은 모두 마친 기분이다.

이제 일이 아니라 다른 걸 해야 할 때다.

“나 미국 오면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었어.”

“뭔데? 잠깐만. 설마 그랜드 캐니언 가고 나이아가라 폭포 가는 건 아니겠지? 만약 그런 거라면 난 사절이다.”

“그런 뻔한 거 말고.”

나는 경호 차량에 올라타 경호실장에게 말했다.

“실장님. 브로드웨이라고 아세요?”

“당연히 압니다.”

“여기서 그쪽으로 가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차로는 2일에서 3일. 비행기로는 6시간이죠.”

“······.”

역시 미국인가.

땅이 우리나라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크다.

“브로드웨이? 거기 뮤지컬 보는 곳 아니야?”

“맞아. 난 미국 와서 해 보고 싶었던 게 브로드웨이 가서 뮤지컬 보는 거야.”

직장 생활을 할 때도 유일하게 취미 생활을 했던 것이 바로 뮤지컬 관람이었다. 그러면서 당연히 뮤지컬의 고향, 브로드웨이에 대한 열망이 커져만 갔다. 그리고 오늘 그 열망을 전부 풀어낼 생각이다.

“브로드웨이로 이동해서 뮤지컬 관람을 좀 하고 싶은데. 안 될까요?”

“회장님이 원하시는 건 뭐든 저희들이 도와 드려야죠. 그런데 뮤지컬은 아무래도 경호를 하는 데에 있어 어려움이 있겠군요. 일단 협력 업체와 먼저 얘기를 나눠 최대한 회장님께 맞춰 드리겠습니다.”

경호 실장은 곧바로 여기서 지급받은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 협력 경호 업체 책임자와 유창한 영어로 대화를 나누었다. 이윽고 그는 흡족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전용기를 준비해 준다고 합니다. 그걸 타고 뉴욕으로 가신 다음 그곳에서 이동을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 전용기? 거기다 거기서 또 경호원들이 미리 기다리고 있는다고? 우리 아버지도 전용기는 안 타 보셨는데. 너 대체 돈을 얼마나 쓴 거야, 진석아.”

“······.”

순간 나도 괜한 말을 꺼내 일을 크게 만든 스스로를 탓했다.

정신 안 차리면 오늘 회삿돈을 여기서 전부 탕진할 수도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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