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천재가 되었다 70화
“미스터 리의 공격적인 투자 방법은 이미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남들이 다 아니라고 할 때 혼자 신념을 지키며 투자를 하는 것이 꼭 저의 모습을 보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더욱 동질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고요.”
엘론 머스크는 남들이 가지 않으려 하는 길을 고집하며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사회가 그의 경영권을 박탈하려 했던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인데, 다행히 아직까진 그는 경영권을 지켜 내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 건가.
나도 남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옵션을 매입해 홀로 성공을 이뤄 냈다. 아마 그런 내 모습을 감명 깊게 본 것 같았다.
“그 외에도 여러 방면으로 투자를 하며 매번 성공을 이뤄 내는 미스터 리의 활약상을 보고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 사람은 남들에게 없는 무언가가 있다고 말이죠.”
“그렇습니까?”
“예. 큰 성공을 이룬 사람들은 남들이 가지지 못한 무언가가 하나씩 있습니다. 미스터 리도 그런 게 있지 않은가요?”
남들에게 없는 것이라면 하나밖에 없다.
미래를 알려 주는 커뮤니티 센터.
물론, 엘론 머스크가 그걸 말하는 건 아닐 것이다.
“글쎄요. 솔직히 잘은 모르겠네요.”
“하하. 본인은 모를 수도 있죠. 하지만 전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이 바로 상상력이라 생각합니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걸 생각하고 그것을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다른 결과를 내놓는 것이죠.”
방금 회장실에 들어왔으면서 엘론 머스크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뼉을 쳤다.
“자. 이럴 게 아니라 제가 투어를 한번 시켜 드리겠습니다.”
“투어요?”
“미스터 리가 여기까지 왔다는 건 우리 회사에 투자할 생각이 있다는 건데, 그 생각을 확신으로 굳혀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엘론 머스크는 굉장히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처럼 보였다. 조금이라도 움직이지 않으면 좀이 쑤시는 성향이라고 해야 할까.
그는 우리를 데리고 회장실 밖을 나와 각 층을 돌아다니며 설명을 이어 갔다.
“우리 테슬라는 전기 차 생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건 그 전기 차를 굴러가게 만들어 주는 배터리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전기 차 생산보다 전기 배터리를 만드는 것에 더 많은 투자금이 들어갑니다.”
그는 회사 안에 있는 연구실을 돌아다니며 별도로 직원을 쓰지 않고 자신이 직접 설명을 해 나갔다.
“아직 전기 배터리에 대한 기술력이 완전히 좋다고 할 순 없습니다. 지금 시중에 나와 있는 전기 차도 자주 충전을 해 줘야 한다는 단점이 있죠. 그 때문에 사람들이 전기 차에 대한 구매 욕구가 사라지는 것이고요.”
전기 차의 최대 단점은 바로 충전이다.
기본 2시간은 충전을 해 줘야 차가 굴러가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차가 내연기관차처럼 성능 좋게 쭉쭉 뻗어 나가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앞으로 1년, 혹은 2년 안에는 내연기관차의 성능을 70% 이상 따라잡게 될 겁니다. 그리고 2020년쯤에는 내연기관차보다 더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 줄 차가 탄생하게 될 것이고요.”
엘론 머스크는 아주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하지만 여기 오기 전에 들은 전문가들의 평가는 냉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2020년이 되어도 내연기관차의 성능 70%조차 따라가지 못할 거라고 들었는데, 엘론 머스크는 그들과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럴 땐 둘 중 하나다.
엘론 머스크가 지금 사기를 치는 것이거나, 아니면 정말 콧대 높은 전문가들의 콧대를 꺾어 줄 만큼 자신이 있다거나.
“전문가들은 테슬라에 대한 전망을 좋지 않게 보고 있던데요. 거기다 10년 후에나 전기 차가 내연기관차의 성능을 따라가게 될 거라는 평가도 보았습니다.”
“물론입니다. 그 전문가들은 저희 테슬라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산출해 낸 것이 아니라, 다른 브랜드들을 참고해서 그렇습니다. BMW, 벤츠, 페라리 등등. 전기 차 개발 투자에 미적지근한 그들을 모델로 평가를 하니 당연히 그런 결과가 나올 수밖에요.”
“테슬라는 다르다?”
“다릅니다. 우리는 외부에 일절 기술 공개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경쟁사들은 우리가 어디까지 개발을 이뤄 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 자세한 기술에 대해서는 미스터 리에게도 공개할 수 없다는 거 이해해 주시겠습니까?”
“제가 공대 출신이 아니라서 아무리 쉽게 설명을 해 주셔도 못 알아들을 겁니다. 그러나 한 가지 깨닫는 바가 있더군요, 결국 전기 자동차가 모든 차량을 대신하는 날이 온다는 것을.”
그 말에 엘론 머스크는 뭔가 진하게 감동한 눈동자로 나를 부담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내 두 손을 꽉 잡았다.
“역시, 미스터 리라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를 거라 생각했습니다. 아쉽게도 사람들은 세상이 어떻게 변할 건지를 전혀 예측하지 못하고 있어요. 당장 저희 회사의 멍청한 이사회도 전기 자동차가 곧 세상을 점령하게 될 거라는 걸 전혀 모르고 있더군요.”
전기 차를 생산하는 곳의 이사회가 그 정도라면 꽤 심각한 수준이긴 하다.
“이사회가 그러긴 쉽지 않을 텐데요. 조금만 조사를 해 보면 알게 될 사실일 텐데······.”
“생각보다 그렇지 않습니다. 전기 차는 실패작이라고 떠들어 대는 전문가들이 여전히 많고요. 그리고 정말 내연기관차가 전부 사라지고 모든 게 전기 차로 대체된다면 석유 장사 하는 분들 입장에서는 화가 날 수밖에 없죠. 하지만 미스터 리의 말씀대로 전기 차가 세상을 지배하는 날이 올 겁니다.”
“그럼, 미스터 머스크께서는 정확히 언제쯤 전기 차가 모든 내연기관차를 대체할 거라 보십니까?”
“빠르면 2035년. 늦어도 2040년 안에는 내연기관차 생산이 중단되고 모든 기업들이 전기 차 생산에 집중하게 될 겁니다.”
우리 둘의 이야기를 묵묵히 듣고만 있던 현식이가 슬쩍 입을 열었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근거라도 있습니까? 전기 차 말고 다른 에너지 대체재가 개발될 수도 있잖아요.”
“미스터 초이의 말도 틀린 건 아닙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석유를 대신할 에너지가 나온다고 한들 그것을 석유처럼 차에 넣고 다니진 않을 겁니다. 설사 그런 대체재가 나온다고 해도 석유 재벌들이 그걸 가만히 두고 보겠습니까? 거기다 아직 우리 인류는 차고 넘칠 정도의 석유가 있습니다. 언제 석유가 고갈이 되는지 그 시기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죠.”
예전에는 석유가 곧 고갈된다면서 서둘러 에너지 대체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 등 여러 기업들이 계속해서 새로운 유전을 찾아내고 있고, 더 이상 석유가 곧 고갈되어 인류가 멸망하게 될 거라는 얘기는 잘 나오지 않고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도 정확히 석유가 언제 고갈될 거라는 시기를 잡아내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아마 100년이 지나도 석유는 메마르지 않을 거라는 분석도 꽤 힘을 얻고 있다.
그렇다는 건 대체 에너지를 찾는다고 해도 그것이 정말 석유 대체재로 개발될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것이다.
“석유 재벌들은 항상 대체 에너지 개발을 억제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전기 자동차는 억제를 안 하고요?”
“전기가 무엇으로 만들어집니까? 결국 전기를 만드는 것도 석유입니다. 내연기관차가 전부 사라지고 전기 자동차만 운행을 하게 된다면 그 수많은 전기를 생성해야 하는 것이 석유이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많은 석유가 소비될 거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도 전기 자동차 개발에 딱히 거부감이 없는 겁니다. 그리고 전기 자동차는 친환경이기에 언젠가 반드시 상용화를 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엘론 머스크의 설명에 현식이도 이내 수긍을 했다.
내연기관차에 의한 환경 파괴가 굉장히 심각하기 때문에 이를 억제하려면 반드시 전기 자동차를 쓸 수밖에 없다.
매번 몇 시간 동안 충전을 시켜 놓아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음에도 이를 개발하려 하는 건 내연기관차에 의해 환경이 파괴되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유럽에서는 군사용을 제외하고 민간용은 전부 전기 자동차로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 향후 5년 안에 유럽 연합이 환경 보호를 위한 친환경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그때 전기 자동차를 상용화시켜 내연기관차 운행을 금지하는 법안도 내놓을 거라 하더군요.”
유명한 자동차 브랜드들을 죄다 보유하고 있는 유럽이 그 정도로 강경하게 나올 정도라면 다른 나라도 그 흐름에 반드시 맞춰 가야 할 것이다.
나는 엘론 머스크와 얘기를 나누면서 다시 한번 확신할 수 있었다.
내연기관차의 시대가 결국 끝나게 된다는 것을 말이다.
“저는 남들이 2020년이면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타게 될 거라고 하는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2020년이 되면 전기 자동차들이 점점 도로를 지배하게 될 것이고 인공지능이 대신해서 운전을 해 주는 자동 운전 기술이 실생활에 적용될 거라 봅니다.”
참 보는 눈이 다르다고 해야 할까.
아직도 어떤 사람은 2020년이 되면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개발되어 그것을 토대로 세상이 바뀌게 될 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6년 안에 그런 큰 혁신이 일어날 거라 보지 않는다. 그리고 테슬라는 한참 전부터 세상의 흐름을 꿰뚫어 본 것 같았다.
“인공지능을 통한 자동 운전. 이것이 제가 궁극적으로 그리는 자동차의 미래입니다. 아직 우리가 자동으로 운행할 수 있는 건 기차나 비행기밖에 없죠. 그러나 우리 모두 운전대를 잡지 않고도 차가 알아서 운행을 하는 시대가 올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는 테슬라 계열사인 WideAi를 소개하며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해 아낌없이 설명을 해 주었다. 아직 오토 파일럿 기술은 밋밋한 수준이지만, 점점 형체를 갖추어 가고 있고 사물을 인식하는 기술과 딥러닝을 통해 사람보다 더 완벽한 운전 실력을 보이게 될 거라 설명했다.
“영화에서나 보던 일이 현실로 다가오는 겁니다. 그렇게 우리 모든 생활에 인공지능이 함께 하게 되겠지요. 자동차, 핸드폰, 우리가 쓰는 책상과 컴퓨터, 냉장고 등등. 우리는 앞으로 인공지능이 없으면 살 수가 없는 세상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의 말에 현식이는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터미네이터가 현실이 되는 거 아니냐? 인공지능이 인류를 다 말살하고 지배하는 그런 뻔한 스토리 있잖아.”
“미스터 초이는 영화를 많이 보셨네요. 과학자들은 그리 멍청하지 않습니다. 인공지능이 세상을 멸망시키고 인간을 지배하게 된다는 내용은 정말 영화 속에서나 등장하는 일이죠. 직접 인공지능 개발에 참여해 본다면 그런 소리가 쏙 들어갈 겁니다. 아무리 잘 발달된 인공지능이라고 해도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으면 존속할 수가 없어요.”
뭔가 안심이 되는 거 같으면서도 다가올 미래가 조금은 무서워졌다.
엘론 머스크의 말대로라면 인공지능이 우리의 모든 걸 감시하고 통제한다는 것이니까.
“또 저희를 놀라게 해 주실 것이 있습니까?”
사실 여기까지만 봐도 나는 엘론 머스크가 다른 경영자들과는 다르게 매우 진취적이고 먼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충분히 그것을 현실로 실현시킬 계획도 있었다. 그래서 이미 투자 결정은 내려 둔 상태였다.
“사실 하나 더 있습니다. 아직 세상에 공개하기는 조금 난감한 프로젝트이긴 하지만 말이죠.”
“그게 뭡니까?”
“바로 ‘스페이스X’라는 프로젝트인데, 말 그대로 우주 개발 프로젝트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화성에 인류가 살 수 있는 주거지를 개척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순간 나는 두 귀를 의심했다. 그건 현식이도 마찬가지.
“화성에 주거지를 개척해요?”
“하하. 뜬금없죠? 전기 자동차도 제대로 못 만드는 놈이 화성이라니. 하지만 꽤 진지합니다. 이미 저희는 로켓을 발사할 때 발생하는 연료 손실을 절반 가까이 줄이는 개발에도 착수했습니다.”
엘론 머스크.
얘기를 나눠 보면 많이 당황스럽다는 얘기가 있던데, 아마 이런 점을 두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는 항상 남들이 감히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일을 가감 없이 밀고 들어가는 행동력을 보여 주고 있다. 단순히 말만 떠들어 대는 사기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남자, 믿어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