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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천재가 되었다-69화 (69/200)

금융계 천재가 되었다 69화

미래 산업에 투자하고자 미국으로 시선을 돌려 여러 회사를 조사하던 중, 나는 투자처에 직접 방문하여 그쪽 산업의 방향을 확인하기 위해 각각 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아무 곳에서도 메일의 답을 하지 않았고, 그중 딱 한 곳만 내게 답신을 보내 왔다.

그곳이 바로 엘론 머스크의 테슬라였다.

“거기 요즘 말 많지 않나? 전기차 기술도 떨어지고 자동 주행 시스템 개발한다고 무리하게 자본을 끌어 쓴다는 말이 있던데.”

테슬라는 2010년에 주당 17달러로 상장하여 한때 12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지금은 75달러에 머물고 있다. 최근 경영 악화 및 엘론 머스크와 주주들과의 경영권 문제로 인한 싸움이 주가에 큰 타격을 주었다.

친환경적인 전기차라는 상품을 주력으로 삼아 쟁쟁한 자동차 회사들과 경쟁 중에 있지만, 아직은 기술력이 따라와 주질 않아 좋은 성능을 내지 못하고 있어 회사 경영 이익도 좋은 편이 아니었다.

“나 그것도 들었어. 최근에 애플이 테슬라 인수 합병 진행하려다가 포기했다는 거. 아직 기술력도 좋지 않고 여러모로 여건이 좋지 않아서 포기했다던데.”

“그거 때문에 주가가 더 떨어지긴 했지. 전문가들은 테슬라 주식이 계속 떨어져서 60달러까지 갈 거라고 하더라.”

애플은 몇 달 전부터 테슬라의 사업 방향을 좋게 보고 인수를 추진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테슬라가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자 질질 시간을 끌더니 결국 인수를 포기해 버렸다.

거기다 경영권 싸움으로 인해 회사가 시끄러워지면서 테슬라를 바라보는 여론이 썩 좋지가 않은 상황.

“일단 들어가서 얘기하자.”

나와 현식이는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비행기 안으로 들어갔다.

경호원들도 줄줄이 뒤를 따라나선 터라 자연스레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집중됐다.

“저 사람 어디서 많이 봤는데?”

“저거 다 경호원들이야? 연예인인가?”

“바보들아. 저 사람 J&H 회장, 이진석이잖아.”

“아! 그 투자 천재?”

그중 몇몇은 내 얼굴을 알아보고는 사진까지 찍어 댔다.

경호실장은 사람들 눈에 오래 띄어 봤자 좋을 것이 없다며 얼른 우리를 탑승구 안으로 들어가게 했다.

나와 현식이, 그리고 경호실장은 일등석에 앉았고 나머지 직원들은 전부 비즈니스 좌석에 앉게 됐다. 마음 같아서는 나랑 현식이 단둘이 가고 싶었지만, 절대 그럴 수 없다며 경호실장이 끝까지 나를 쫓아왔다.

“그런데 정말 작정하고 미국에서 누가 널 테러하려고 하면 그때 경호원들이 어떻게 막아? 총기도 없는데.”

생각해 보니 그랬다.

미국은 총기 소지가 허용된 국가가 아니던가?

총도 안 들고 있는 내 경호원들이 과연 나를 잘 보호해 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그런 건 걱정도 하지 말라는 듯 경호실장이 말했다.

“이미 미국 쪽 경호 회사에 연락을 넣어 둔 상태입니다. 보통 이럴 땐 외국 회사와 협업해서 총기를 지급받고 경호 인력을 추가하니까요. 그래서 최소한의 경호 인력만 데려온 거고요.”

경호실장이 데려온 경호원 수는 4명.

그 정도로도 충분하다 생각했는데, 미국에 가면 그쪽 나라의 경호원들까지 합류를 하게 된다니.

“미국에서 경호원을 몇 명이나 준비하셨는데요?”

“12명입니다.”

“······그 정도면 거의 갱단 수준 아닙니까?”

“생각 이상으로 미국에서는 재벌을 노리는 범죄가 많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경호 인력에 상당히 많은 돈을 쓰고요. 12명은 많은 숫자도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20명, 30명까지도 인력을 늘리니까요. 그러니 이런 곳에 돈을 쓰는 건 절대 아까워하셔서는 안 됩니다. 회장님의 안전이 최우선이니까요.”

내 안전을 지키는 일인데 나도 돈을 쓰는 것이 아깝지 않다. 단지, 이 정도로 많은 인력을 쓰는 줄은 몰랐다. 내가 모르는 세계를 또 한 번 알아 가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

“그래. 괜히 시비 거는 사람은 없겠다. 경호 인력이 많으면 좋지. 우리 그동안 돈도 많이 벌었잖아. 그런데 테슬라에 정말 투자하려고? 지금 상황 보면 침몰하는 배인 거 같던데.”

현재 테슬라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모두 저렇다.

내연 기관차에 확연히 밀리는 기술력.

전기차에 부각되는 단점.

그리고 자동 운행 시스템 개발에 무리한 투자.

그 외에도 엘론 머스크의 경영에 불만을 품는 주주들이 많다.

남들과는 다른 가치관을 가져 이상한 쪽에 자꾸만 돈을 쓴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처음에는 테슬라라는 회사에 확신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1년 후의 테슬라가 어떻게 변하는지 알아보았다.

1년 후의 테슬라는 엄청난 변화를 보이진 않았지만, 엘론 머스크가 경영권을 단단히 방어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회사를 이끌어 간다. 그렇게 차츰 회사가 수익을 올리면서 65달러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그의 약 2배인 120달러까지 상승한다.

지속되는 환경 파괴를 막고자 UN과 EU가 협약을 체결하면서 전기차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가장 선두에 서고 있는 테슬라가 주목을 받은 것이다.

“난 오히려 지금이 매수하기 딱 좋은 타이밍이라고 봐. 솔직히 길게 생각할 것도 없어. 내연기관차가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잖아. 거기다 석유를 대신할 대체 에너지를 찾아 나서고 있고. 그런데 전기차는 환경 보호에도 적합하고 에너지 소비량도 적어.”

“언젠가는 내연기관차를 대신해 모든 사람들이 전기차를 타고 다니게 된다는 거지?”

“이미 독일 정부는 전기차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각 자동차 회사에 전기차 개발을 촉구하고 있어. 지금 당장 모든 내연기관차가 전기차로 바뀔 순 없겠지만, 향후 10년을 생각해 보면 전기차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될 거라는 거지.”

전기차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던 나는 테슬라를 통해서 그것이 어떤 잠재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알게 된 사실은 전기차가 각광을 받는 시대가 곧 온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것 역시 길게 시간을 두고 봐야겠지만 내연기관차는 사라지고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게 전기차가 된다는 건 정해진 운명이라 봐야 했다. 그리고 테슬라는 그런 시대의 흐름을 미리 알아채 전기차 사업에 누구보다도 먼저 뛰어들게 된 것이다.

즉, 전기차 시대가 오게 되면 가장 선두에 서는 건 테슬라다. 그러나 그들도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내연기관차를 주력으로 삼고 있는 자동차 회사들의 끝없는 견제와 석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재벌들이 마냥 테슬라를 좋게 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어차피 전기도 석유로 만드는 거잖아.”

“대신 연비 효율이 압도적으로 좋은 거지. 그리고 매연을 뿜어내지 않으니까 환경 파괴도 안 되잖아. 전 세계가 환경을 지키기 위해 움직이고 있으니, 전기차 개발은 필연적이야.”

오존층 보호를 위해 이미 각국에서 이산화탄소를 줄여 나가며 노력을 하는 중이다. 그에 따라 파괴만 되던 오존층이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좋은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사람들은 각국 정상들이 환경 보호에 대해 말만 한다고 손가락질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친환경을 위한 투자가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다.

“뭐, 투자 결정은 항상 네가 내리니까. 난 네가 뭘 하든 다 찬성이야. 그런데 아직은 잠도 안 오는데, 우리 칵테일이나 한잔할까?”

“칵테일? 여기서? 주문하면 주나?”

“······.”

현식이는 짧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여기 한국항공 일등석을 타면 칵테일바를 이용할 수 있어. 여기 위층으로 올라가는 곳이 있거든. 거기 가면 원하는 칵테일을 만들어 줘.”

“비행기에 위층이 있다고?”

“아니다. 됐다. 그냥 조용히 내 뒤만 따라와라.”

부끄럽지만, 난 한국항공 비행기를 타 보는 것도 처음이다. 그래서 난 현식이 뒤만 따라다니기로 결심했다.

이놈은 이런 생활이 아주 몸에 배어 있어 그냥 자연스러웠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나서 현식이는 나를 데리고 칵테일바로 올라갔는데, 정말로 비행기 안에 칵테일바가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거기서 술을 한잔하고 다시 내려가 승무원이 직접 끓여 주는 라면을 먹은 뒤, 곧이어 나오는 코스 요리까지 먹었다. 그런 다음 또 한 번 칵테일바에 올라가서 술을 한잔 마시고 나서야 잠이 들 수 있었다.

웃긴 건 잠자리에 들 때도 따로 잠옷을 준비해 준다는 것이다.

대충 세면을 하고 있으면 승무원이 잠자리를 마련해 주고 난 그냥 가서 눕기만 하면 됐다.

“하······.”

“왜?”

“어머니 데리고 와서 한 번 더 타 봐야겠어.”

“흐흐. 어머니도 일등석 한번 태워 드려야지. 언제 한번 날짜 잡자.”

내가 기억하던 비행기는 좁고 답답한 곳이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죽기 전에 일등석은 꼭 타 봐야 한다고 말하는 거구나.

나는 그렇게 편안한 비행을 즐기고 나서야 마침내 샌프란시스코 국제 공항에 도착할 수 있게 되었다.

비행기에서 내리는 게 이렇게 아쉬울 줄이야.

“회장님. 이쪽으로.”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경호원들은 맡은 임무에 충실했다. 그리고 입국 수속을 끝낸 다음에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경호팀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내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게 방탄 차량도 준비해 두었는데, 경호원들이 하는 얘기를 들어보니 폭탄이 떨어져도 안전하다고 한다.

경호실장이 돈을 참 많이도 쓴 거 같다.

“회장님은 저희 J&H의 모든 것이지 않습니까. 회장님이 안 계시면 J&H도 추락해 버릴 겁니다.”

나는 그렇게 근엄하게 생긴 미국 경호원들의 인도를 받으며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우리 측 경호원들도 장비를 전달받아 방탄복부터 권총까지 빠짐없이 착용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경호원들이라고 해도 권총 사용은 금지되어 있다. 다들 가스총이나 테이저건을 차는 게 전부인데, 여기는 무조건 실탄이 장전된 총을 가지고 있는 것이 기본이다.

그때 차량을 운전하는 흑인 경호원이 내게 물었다.

“어디로 모시면 되겠습니까?”

“테슬라가 있는 실리콘 밸리로.”

“Yes, Sir.”

조금 오버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덕분에 나는 엄준한 경호를 받으며 실리콘 밸리로 향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어떤 테러 세력이 날 공격해도 안전할 것 같았다. 흡사 대통령이 된 기분이다.

그런 기분을 만끽하는 것도 잠시.

우리는 얼마 안 있어 실리콘 밸리에 진입해 테슬라 본사 앞에 멈춰 섰다.

갑자기 우락부락한 경호원들이 줄지어 내리니, 테슬라 본사를 지키고 있던 경비들도 꽤 당황한 듯 보였다.

모르고 봤으면 중화기를 든 갱단이 작정하고 쳐들어온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어떤 일로 오셨습니까?”

경비들이 다가와 묻자 경호실장이 직접 나서서 대답을 대신했다.

“J&H 금융 그룹 이진석 회장님이십니다. 오늘 이곳 테슬라에 방문하기로 하셨습니다. 엘론 머스크 CEO와도 약속을 잡은 상태고요.”

“아. 그렇군요. 금방 확인 도와드리겠습니다.”

경비는 무전으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다 이내 우리에게 다가와 말했다.

“확인되었습니다. 안으로 들어오셔도 됩니다. 저희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대신, 총기는 반납을 해 주셔야 합니다.”

경호원들이 우르르 들어갈 순 없으니, 몇몇 경호원들만 붙은 채로 나는 이곳 테슬라 빌딩 맨 꼭대기 층에 있는 CEO실에 이동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연구복만 입으면 영락없는 발명가로 보일 엘론 머스크가 있었다.

그는 두 팔 벌려 날 반겨 주었다.

“반갑습니다, 미스터 리! 테슬라에 오신 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렇게 미스터 리를 보게 되니 너무나도 영광이군요.”

“아니요. 오히려 제가 영광입니다. 미스터 머스크.”

한국이라는 작은 땅에서 온 금융 그룹 회장을 엘론 머스크는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그 옆에 있던 현식이와도 가볍게 인사를 나눈 그는 소파에 날 앉히며 말했다.

“미스터 리는 모르고 있었겠지만, 저는 미스터 리의 빅팬입니다.”

“예? 정말요?”

“하하. 한국에서 탄생한 투자의 천재. 미국 금융업 쪽에서도 미스터 리를 조금씩 주시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다 저도 우연한 기회에 미스터 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금방 그 스토리에 빠져들고 말았죠. 그래서 처음 메일이 왔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아마 모를 겁니다.”

이건 조금 충격이었다.

미국에서 전기차 사업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경영인이 내 이름을 알고, 또 내 업적을 직접 찾아봤을 줄이야.

오늘 둘이서 나눌 이야기가 무척이나 흥미로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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