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천재가 되었다 67화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교라 불리는 하이스트 대학교.
당연히 좋지 못한 대학을 나온 나로서는 이런 곳에 발붙여 볼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오늘 난 하이스트 대학 안에 들어가 누군가를 찾아 나섰다.
워낙 규모가 넓은 곳이라 건물을 찾는 데에 시간이 걸렸다. 이윽고 간신히 교수실을 찾아내 문을 두드렸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냥 내가 직접 오지 말고 직원을 보내 모셔 올 걸 그랬나.
그래도 하이스트라는 대학에 한번 와서 이곳의 공기를 느껴 보고 싶다는 생각에 경호원 하나 없이 발품을 팔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말씀 좀 묻겠습니다.”
나는 근처에 있는 조교실 안에 들어가 말했다.
“혹시 김영훈 교수님 오늘 안 나오셨습니까?”
“아. 교수님이요? 지금 강의 들어가셨을 겁니다.”
“혹시 얼마나 걸릴까요?”
“곧 끝날 시간이에요. 그런데 누구시죠?”
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조교에게 명함 하나를 건넸다.
“혹시 오시면 저한테 연락 한번 부탁드린다고 말씀해 주시겠어요?”
“이진······ 헉!? 설마, J&H 그룹의 이진석 회장님이세요? 왠지 어디서 많이 본 얼굴 같다고 생각했는데.”
“예. 꼭 좀 연락 부탁드립니다.”
“물론이죠! 강의 끝나는 대로 바로 연락드려 볼게요!”
J&H 회장이라는 타이틀 덕분인지 나는 오래 기다릴 것도 없었다.
건물 밖을 나서서 학교 내부에 있는 카페에 들러 커피라도 한잔하려 했는데 곧장 내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정말 J&H 이진석 회장님이십니까?
“예. 제게 전화 주신 분은 김영훈 교수님 맞으신가요?”
-예. 제가 김영훈 교수입니다. 근데 절 찾아오셨다고 조교한테 들었는데 대체 무슨 일 때문에······ 아니지. 일단은 먼저 만날까요? 어디쯤 계십니까?
“제가 지금 당장 교수님 사무실로 가겠습니다.”
나는 전화를 끊고 다시 발걸음을 돌려 김영훈 교수가 있는 교수실을 찾았다.
이제 40대 후반인 김영훈 교수는 그동안 고생을 많이 했는지 머리가 벌써 회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거 영광입니다. 김영훈 교수라고 합니다.”
“아닙니다, 교수님. 이진석입니다.”
우리는 서로 악수를 나눴다. 나는 그가 내온 블랙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제가 갑자기 찾아와 많이 놀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예. 금융업에서는 이진석 회장님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대단한 분 아닙니까? 제가 금융 쪽은 모르지만, 회장님 이름은 간간이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금융업에서 일하는 사람이 전혀 모르는 교수님을 찾아왔다는 건 이유가 딱 하나밖에 없지 않을까요?”
김영훈 교수는 당황한 듯 헛웃음을 지었다.
“저한테 투자를 하기 위해 오셨다는 겁니까?”
“예. 교수님이 쓴 논문을 봤습니다.”
“제가 쓴 논문이 한두 개가 아니라서······.”
“「인공지능의 설계와 심화 관찰」. 이 논문을 봤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보통 어려운 논문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내가 이걸 찾아보게 된 건 순전히 3일 전 갑자기 나타난 돌발 미션 때문이었다.
새로운 특별 미션.
오랜만에 나오는 특별 미션이라 무슨 내용인지 살펴보았는데, 미래 커뮤니티 센터는 내가 김영훈 교수를 만나 그가 진행하고자 하는 ‘인공지능 설계와 심화 관찰’ 프로젝트를 금전적으로 지원하길 원했다.
그에 따른 포인트 보상도 상당했기에 나는 진지하게 김영훈 교수가 쓴 논문들을 살펴보았고, 거기서 찾은 「인공지능의 설계와 심화 관찰」이란 논문을 읽었다.
당연히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것들이었으나, 김영훈 교수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있었다.
“그 논문이 꽤 복잡했을 텐데요. 용케도 그걸 읽으셨군요.”
“예. 인공지능에 대한 교수님의 새로운 접근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교수님은 지금 여러 회사에서 만들고 있는 인공지능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걸 만들고 싶어 하셨죠.”
“거기까지 캐치를 하신 겁니까? 제 제자들은 단번에 이해를 못 하던데.”
“아뇨. 사실, 저도 이해를 못 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교수님이 어떤 걸 만들고 싶어 하시는지만 캐치했을 뿐이죠. 제 머리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의 연속이더군요.”
김영훈 교수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간편하게 설명하기 위해 종이와 펜을 가져왔다. 그리고 그림을 그려 가며 내게 말했다.
“지금의 인터넷 세상은 빙산의 일각이라고들 하죠. 우리가 보고 있는 건 이 빙산의 표면뿐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딥웹이라는 걸 찾을 수 있습니다.”
딥웹. 나도 아는 단어였다.
특정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다는 인터넷 공간인데, 이곳에서는 정말 다양한 자료들이 떠다닌다고 한다. 그리고 추적이 힘들어 범죄의 공간으로 쓰이기도 한다고 들었다.
“딥웹에서는 별의별 미친놈들이 다 있죠. 아무래도 추적이 힘들다 보니, 이걸 활용해서 마약을 거래한다거나 청부 살해를 의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더욱 깊이 들어가면 또 다른 인터넷 세상이 펼쳐지는데, 저는 이것보다 더 아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더 아래요?”
“예. 이 네크워크라는 신비로운 조각들이 만들어 내는, 우리 인간이 알지 못하는 전혀 다른 세상. 저는 그것이 이 바닥 어딘가에 있을 거라 추측하고 있습니다.”
네크워크의 조각들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세상?
“이 세상에서는 과거와 미래라는 것이 없습니다. 모든 시간대가 동일 선상에 놓여 있으며, 이곳에서 우리는 알파와 오메가를 찾을 수 있는 것이죠. 즉, 그 세계를 찾기만 하면 우린 앞으로 100년 혹은 1,000년 후의 정보까지 미리 받아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릅니다.”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지금 김영훈 교수가 말하는 이 신세계 이론은 마치 미래 커뮤니티 센터와 똑같지 않은가?
모든 과거와 미래의 정보가 들어 있는, 그야말로 알파와 오메가의 세상.
그것이 정말 가능하다는 건가?
“물론, 이건 거의 판타지에 가깝습니다. 제 동료들도 그런 세계가 있지 않을까 막연하게 추측만 할 뿐, 우리들의 상상에서만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 있죠. 그래도 그런 세상이 있다고 믿으며 접근하는 것이 저희들의 사명입니다.”
김영훈 교수도 아직 이건 판타지에 불과한 이론이라고 못을 박았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그 세계를 탐구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교수님 논문은 그런 것만 다루신 게 아니던데요?”
“예. 이건 그저 제 바람을 담아 쓴 이론이고, 그 후의 내용은 전혀 다르죠. 저는 궁극적으로 모든 상황을 예측 가능한 인공지능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겁니다.”
모든 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
그것이 김영훈 교수가 바라는 인공지능의 미래였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라고 아십니까? 거기서 나오는 인공지능은 모든 범죄를 사전에 예측해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인물을 미리 붙잡아 사회와 격리시켜 버립니다. 그리고 ‘매트릭스’도 보셨나요? 거기서는 인공지능이 모든 변수를 산출해 미래의 일을 계산해 버리죠. 제가 만들고자 하는 인공지능도 그와 비슷합니다. 모든 정보를 취합하여 어떤 일이 발생하게 될지 미리 시나리오를 만드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우리는 위험을 피할 수 있고요?”
“예. 주가를 예로 들어 볼까요? 만약 제가 말하는 인공지능이 완성된다면 더 이상 J&H는 직원들을 쓰지 않아도 됩니다. 분석을 위해 시간과 공을 들일 필요도 없어요. 그냥 돈만 넣고 모든 걸 인공지능에 맡기는 거죠. 그리고 인공지능은 방대한 정보를 하나로 모아 분석하고 어떤 주가가 상승하며, 또 어떤 주가가 하락할지 예측할 수 있게 됩니다.”
듣기만 해도 무서운 세상이었다.
모든 정보를 취합해 주가를 알아낸다는 건 결국 공개된 정보뿐만이 아니라 개개인의 정보까지 전부 다 흡수해 버린다는 뜻이니까.
“그 정도의 예측을 하려면 공시되어 있는 정보들만이 아니라 개인이 다루는 정보까지 전부 다 습득을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맞습니다.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CCTV와 핸드폰 통화 기록, 문자, SNS, 메일까지 전부 획득해야 하죠. 그리고 인공지능은 다른 이들보다 쉽게 방화벽을 뚫고 들어가 정보를 빼내 올 수 있을 겁니다.”
정상적인 인공지능은 아니었다.
그걸 김영훈 교수도 인지하고 있었다.
“이 인공지능 이론은 처음부터 민간 기업을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닙니다. 거기다 이론만 있을 뿐, 이걸 정말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은 없었죠. 설사 만들었다고 해도 군용으로 제작했을 겁니다.”
“하지만 만든다면 정말 대단하겠네요.”
“예. 만든다면 그 자체로 슈퍼 파워겠죠. 어떤 정보든 습득해 낼 수 있을 테니까요.”
만약 저런 발명품이 공공의 이익이 아니라 개인의 이익을 위해 쓰인다면 엄청난 무기가 될 것이다.
“만약 제가 교수님에게 투자를 한다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정말 이 인공지능을 만들어 달라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근데 이론만 존재할 뿐, 정말 완성 가능하다고 장담하진 못합니다.”
“그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는 계속해 주십시오. 저는 다른 걸 말씀드리는 겁니다.”
“다른 거라면······.”
“현재 많은 회사들이 인공지능 개발에 뛰어들고 있지 않습니까? 특히 이번에 새롭게 들어선 정부도 인공지능 사업에 투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저는 박사님이 그 경쟁에 참여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 누구보다도 월등한 인공지능을 제작해 다른 회사들이 전부 개발을 포기하고 박사님의 제품을 쓰도록 말이죠.”
예전부터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긴 했지만,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연구 개발이 늦다. 특히 로봇 개발과 우주 항공 연구도 상당히 뒤처져 있어 향후에는 우리나라 혼자 손가락만 빨게 될 거라는 예상이 많다.
“박사님과 저희 J&H가 함께 손을 잡아 인공지능 연구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면 큰 성과가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김영훈 교수가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을지 아니면 그냥 허당일지는 잘 모른다. 한 가지 알 수 있는 건 미래 커뮤니티 센터가 김영훈 교수를 추천했고, 그랬다는 건 그가 남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다.
어쩌면 내가 쓰고 있는 미래 커뮤니티 센터와 김영훈 교수 사이에 내가 알지 못하는 연결 고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으음-. 고민을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이렇게 갑자기 투자를 받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한 일이라······.”
“논문을 쓰시면서 그걸 진짜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은 안 해 보셨습니까?”
“당연히 해 봤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4차 산업에 큰 투자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천하 그룹도 인공지능 개발에는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고요. 정말 제대로 연구를 하려면 미국에 가서 구글에 입사하는 수밖에 없죠. 지금은 거기가 인공지능 연구 개발 최고 권위자니까요.”
구글은 곧 세상이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돌아갈 것을 예측해 예전부터 아낌없이 투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중이었다. 어쩌면 우리가 늦어도 한참 늦은 거라 봐야 했다.
“그래도 회장님께서 열의를 보이시니, 저도 진지하게 생각을 해 보겠습니다.”
우리의 첫 만남은 그것으로 끝이 났다.
그동안 나는 회사로 돌아가 다시 일에 매진했다.
캣마블이 두 번째로 내놓은 모바일 게임이 초대박을 치면서 권오준 대표는 입이 찢어져라 미소를 지었고, 나도 조만간 캣마블 게임즈가 상장을 하게 되면 투자금이 10배로 불어날 거란 생각에 가슴이 설렜다.
6천억을 들인 투자금이 6조 원이 되어 돌아오는 순간이지 않은가.
그렇게 한창 캣마블의 대박과 펀드를 활용한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하고 있을 때였다.
“회장님. 너무 늦게 전화를 드려 죄송합니다.”
첫 만남 이후 한 달이 지난 후에야 김영훈 교수가 내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고는 잔뜩 결의에 찬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회장님의 말씀에 저도 용기를 얻었습니다. 투자금을 지원해 주시는 만큼 인공지능 연구에 뛰어들어 한번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도박이나 다름없어 보이는 투자 결정이 내려진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