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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천재가 되었다-59화 (59/200)

금융계 천재가 되었다 59화

“일단 블랙홀이란 기업은 베라라는 RPG 게임으로 크게 성공한 바가 있고, 여러 특출난 FPS 게임들도 개발해 놓았습니다. 전문가들의 평가도 나쁘지 않았고요. 여기 블랙홀이 내놓은 계획서를 보면 지금까지 내놓은 FPS 게임들은 전부 연습작이라고 하더군요.”

베라라는 MMORPG 게임은 나도 아주 잘 알고 있다.

처음 베라가 출시했을 때 나도 잠깐 플레이를 했었으니까.

드넓은 맵과 수많은 몬스터. 그리고 퀘스트들.

회사원이 갖는 제한적인 시간 때문에 게임 플레이를 포기하긴 했지만, 베라는 충분히 잘 만든 게임이었다. 그런데 베라를 만든 개발사가 이 회사인 줄은 몰랐다.

“베라는 엑슨에서 내놓은 게임이 아니었나요?”

“게임 개발은 블랙홀이 했는데, 아시다시피 그쪽 회사가 아주 작습니다. 그래서 개발만 해 주고 운영은 엑슨이 맡게 된 겁니다.”

게임을 운영한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먼저 서버라는 것을 구축해야 하는데, 이 서버 비용만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억이 날아간다. 거기다 서버를 운영하는 직원들을 따로 구해야 하고, 서버가 한번 오작동을 일으키면 그것을 고치는 데에도 돈이 들어간다.

블랙홀같이 작은 기업이 그 많은 걸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블랙홀이 내놓은 사업 계획서와 현재 블랙홀의 상황이 어떤지 오영식 부장에게 전해 들었다.

“블랙홀은 직원 숫자가 50명도 되지 않는 기업입니다. 특히 그 안에도 여러 분야가 있어 이번에 FPS 개발을 맡은 인원 숫자가 10명도 안 된다고 하더군요.”

굉장히 열악하다.

10명밖에 안 되는 인원으로 게임을 만들어야 한단 말인가.

보고서를 보면 최고의 그래픽을 자랑하는 FPS 게임을 만든다고 하는 것 같던데.

“10명이서 퀄리티 높은 게임 개발이 가능합니까?”

“뭐, 한다고 하면 가능은 하겠죠. 그러나 시간이 꽤 걸릴 겁니다. 근데 이 친구들이 많이 절박해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렇게나 블랙홀 상황이 안 좋나요?”

“예. 여러 실험작을 내놓기는 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으니까요. 투자자들도 전부 떠난 상태고요. 그래서 이번에 저희에게 제의한 투자 금액이 50억입니다. 최소한의 투자금만 받아 어떻게든 최고의 효율을 내놓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50억.

모바일 게임 하나 개발하는 데에 들어가는 돈이 50억 이상일 때가 많다.

그런데 이들은 겨우 50억으로 현존하는 FPS 게임들 중 최고를 만들어 내겠다고 한다.

다른 이가 들었다면 사기꾼들이라고 손가락질을 했을 것이다.

아니면 헛된 꿈을 꾼다고 비난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들이 헛소리를 하는 게 아님을 알고 있다.

캣마블 게임즈 투자를 결정하고 나서 그다음에 알아본 것이 바로 블랙홀이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블랙홀은 워 언더그라운드라는 게임으로 초대박을 치게 되는데, 50억이란 투자금을 수백 배로 불려 조 단위의 돈을 벌게 된다.

“이미 개발은 중간 단계까지 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자금적으로 문제가 생겨 현재 개발을 중단하고 투자자들을 알아보는 중인 거죠. 거기다 이번에는 다른 곳에 소스를 맡기지 않고 자신들이 직접 운영을 해 보려 해서 서버 비용을 마련하려는 겁니다.”

“그렇다는 건 이 50억 중 절반은 서버 비용으로 들어간다 봐야겠네요.”

“예. 일단 최소한의 서버는 갖춰 두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오영식 부장이 직접 블랙홀까지 쳐들어가 정보를 쏙쏙 빼내 왔다고 하더니 정말인 모양이다. 내 생각 이상으로 다양한 것들을 알고 있었다.

“오 부장님은 블랙홀을 어떻게 보십니까?”

“앞서 말씀드렸듯, 절박한 모험가들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거기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매우 높습니다. 특히 이번 개발을 맡은 PD도 실력 있는 사람이고 여러 군데에서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지만, 전부 뿌리치고 이번 게임 개발에 사활을 걸었어요. 뭔가 만들어 내긴 하려는 것 같습니다.”

“게임은 직접 해 보셨나요?”

“잠깐 해 보긴 했는데, 제가 그런 게임 화면을 조금만 봐도 멀미가 나서······.”

저런 사람들이 있다.

게임 화면을 보면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며 멀미가 나는 사람들.

하지만 난 아니다.

“같이 가시죠.”

“예?”

“블랙홀이요. 갑자기 그 게임이 궁금해졌습니다.”

무척 궁금했다.

미래 커뮤니티 센터를 통해 그 게임이 아주 큰 성공을 이뤄 낸다는 건 알아냈다. 하지만 그게 어떤 게임이고, 또 무슨 특징을 가졌는지는 아는 바가 없다.

단지, 블랙홀 게임 개발에 돈을 투자한 사람들이 어마어마한 수익을 봤다는 기사만 읽었을 뿐.

50억 투자금이 수조 원으로 변한다?

이건 좀처럼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메가 히트라는 말을 써도 아깝지 않을 그 게임을 내가 먼저 만나 볼 것이다.

* * *

LK 금융의 회장이 되면서 바뀐 건 참 많다.

그중에 가장 큰 건 바로 이것이었다.

“회장님. 타시죠.”

회장이 출근을 하거나 퇴근을 할 때 회장 전용 차를 타게 되는데, 전부 방탄으로 되어 있고 경호 차가 항상 따라다닌다.

내 전용 경호원 숫자만 15명이다. 이들은 매번 동선을 확인하고 주변에서 위험이 될 만한 건 사전에 차단을 하려 한다.

이게 회사 앞에서는 괜찮은데, 문제는 내가 사는 집에서 나가려고 할 때 이들이 전부 나만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내가 사는 곳은 나름 집값이 있는 곳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연예인들이나 돈 많은 사람들이 몰려 사는 곳은 아니었다. 그래서 출근을 하려고 할 때면 쏟아지는 시선들을 감당해야만 했다.

“이렇게 몰려 가면 그쪽에서 너무 놀라지 않을까요? 그냥 가볍게 가는 게······.”

“죄송합니다, 회장님. 경호에 있어서는 절대 양보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기업이 커지면 커질수록 경호팀을 갖는 건 선택 사항이 아닌 필수 사항이었다.

외부인이 회사에 들어와 난장판을 칠 수도 있는 거고, 특히 증권사 같은 경우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찾아온다.

염산을 가져와 테러하는 일도 있고, 불을 지르기 위해 기름을 들고 오는 사람도 봤었다.

돈도 잃고 이성도 잃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 금융사는 경호팀을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했다. 다른 그룹들은 경호팀을 외주로 맡기는 경우가 많으나, 금융 그룹은 자체적으로 경호 회사를 가지고 있는 게 대부분이다.

회사 내부 기밀들을 담당해야 하는 일이 가끔 있기 때문에 비밀 유지를 위해서라도 경호팀을 회사가 직접 운영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경호팀장의 무서운 눈초리를 무시하지 못하고 차에 올라탔다.

흡사 대통령이 된 기분이다.

그렇게 나는 삼엄한 경호를 받으며 작은 건물에 사무실을 차려 놓고 있는 블랙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블랙홀의 대표, 김이준이라고 합니다.”

김이준 대표는 경호원들이 우르르 내려 쫙 깔리는 것을 보고 마른침을 삼켰다.

나는 괜히 미안한 마음에 작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금융계에서 일하다 보면 테러 위협을 많이 받거든요.”

말 못 할 사실이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증권사를 폭파하겠다, 이진석을 납치해 죽이겠다는 협박성 전화와 메일이 들어온다. 이건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금융사들도 똑같이 겪는 일이고, 나도 이걸 피해 갈 순 없다.

정말 협박 메일을 행동에 옮기는 사람은 없다고 봐야 하지만, 모든 상황을 일어난다고 가정해서 경호를 해야 하는 것이 이들의 일이기 때문에 더욱 유난을 떠는 것이었다.

“개발 PD를 맡은 유학태라고 합니다. 회장님을 이렇게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야말로 바쁘신 분들을 방해하는 것 같아 죄송하네요.”

나는 회사 안으로 들어가 개발 PD를 맡은 유학태 씨를 만나게 되었다.

미래 커뮤니티 센터를 통해 나는 유학태 PD의 인터뷰를 보았다.

절박한 상황에서 마지막 투자금인 50억으로 모든 걸 쏟아부어 게임을 개발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성공한 것이 워 언더그라운드.

이 사람은 대한민국 게임 업계의 기적을 쓰는 사람이다.

영광은 당연히 나의 것이다.

“직접 플레이를 해 보고 싶으시다고 하셔서 저희가 준비를 해 놓았습니다. 아직 개발 단계라 조잡하게 보일 겁니다. 하지만 게임의 구성과 시나리오, 특징은 전부 살려 놓았습니다.”

개발 방향은 확실하다는 뜻이다.

게임에 접속해 보니 옛날 FPS 게임 그래픽이었다.

디자인은 아예 손을 대지도 못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들 말대로 게임의 방향과 특징은 아주 잘 살려 놓았다.

“저희는 생존 게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외딴 섬에 플레이어들이 낙하해 바닥에 떨어진 무기들을 주워 싸우는 것이죠. 기존 FPS 게임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저도 FPS 게임을 좋아해서 자주 플레이를 했었거든요. 확실히 다르네요.”

기존 FPS 게임들은 폭탄을 설치하거나, 데스 매치로 누가 먼저 킬 수를 채우느냐로 게임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 게임은 다르다.

광활한 맵을 돌아다니며 무기를 주워 다녀야 하고 상대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엄폐물에 숨어 조용히 이동해야 한다. 만약 거기서 죽으면 그걸로 끝.

최후의 1인이 남을 때까지 생존자들은 치열하게 전투를 벌인다.

그렇게 몇 판을 플레이해 보았다.

블랙홀 대표와 PD. 그리고 직원들 모두 내 평가가 궁금한지 주변에 모여들어 있었다.

“정말 재밌네요.”

농담이 아니다.

군필이라면 이 게임에 엄청난 재미를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장비를 파밍해야 한다는 것도 새로웠고, 게임 플레이가 현실과 비슷하게 느껴져 더욱 재밌게 다가왔다.

나는 두 번 고민하지 않았다.

“블랙홀에 투자하겠습니다.”

나도 이들이 이뤄 낼 성공 신화의 중심에 더욱 서고 싶었다.

* * *

캣마블에 이어 블랙홀까지.

연달아 두 게임 회사의 지분을 확보하고 개발 투자금까지 아낌없이 내놓으면서 각 언론사가 많은 기사를 내놓았다.

우리 회사의 직원이 아니라 내가 직접 투자를 지휘했다는 것에 관심을 드러냈고, 그로 인해 다른 투자자들도 그 두 회사에 큰 관심을 드러내는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충분히 투자금을 내게서 받은 두 회사가 다른 투자자들을 구태여 받아들일 이유가 없었다. 거기다 이번 투자는 당장 수익률을 보는 투자가 아니기 때문에 난 느긋하게 기다렸다.

블랙홀은 최소 3년을 기다려야 수익률을 볼 수가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캣마블이 내년부터 크게 수익을 낸다는 것이다.

“너무 긴장할 필요 없어. 그냥 다 똑같은 사람들이야. 대신 속이 음흉할 뿐이지.”

그리고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나는 현식이의 아버지이자 제일 금융의 주인인 최진철과 함께 오늘 중요한 자리에 나가고 있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흔히 전경련이라 불리는 모임.

우리나라에 있는 경제인 연합회 중 가장 큰 규모로, 대한민국 재벌들이라면 반드시 모이는 모임이다.

400명의 기업인들이 가입되어 있으며, 대기업 수준의 기업인들이 대다수였다. LK 금융 그룹도 원래 이곳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J&H로 바뀌면서 그 회원권이 내게도 넘어왔다.

“정말 제가 초청될 줄은 몰랐습니다. J&H가 아직 그렇게 큰 규모라고 볼 수도 없으니까요.”

“내가 말했잖아. 수도권에 있는 금융사들은 대다수 여기 모임에 들어간다고. 직접 현찰 움직이고 주가 가지고 노는 사람들이니까 재벌들한테는 중요하지. 특히 능력 있는 사람을 옆에 두고 돈 굴리고 싶은 사람들도 많을 테니까. 뭐니 뭐니 해도 캐시가 중요하잖아.”

금융사는 전경련에 들어오는 조건에 맞지 않는다고 해도 웬만하면 받아 주는 것처럼 보였다. 금융사만큼 캐시를 많이 굴리는 업종이 없기 때문인 것 같은데, 문제는 내가 가장 나이가 어리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괜찮아. 나이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 네가 얼마의 돈을 갖고 있느냐, 얼마나 영향력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하지. 오늘 너한테 말 놓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거다. 무슨 영국 귀족 된 것처럼 다들 신사처럼 행동하기 바쁘거든.”

흔히들 재벌은 싸가지가 없다고 착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재벌들이야말로 예절 교육을 철저하게 받는다. 하도 이런저런 모임을 다 다녀야 하다 보니 별의별 예절을 다 배운다고 들었다.

특히 이런 모임에서는 더더욱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지켰다.

“실물이 더 잘생기셨네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아, 예. 이진석이라고 합니다.”

여의도에 있는 전경련 건물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대단한 거물들을 하나씩 다 만나 가며 악수를 나누었다.

건물 안은 휘황찬란하고 모든 것이 고급스러웠으며, 전문 요리사들이 대기하여 무엇을 주문하든 음식을 다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나는 그 맛있는 음식들을 한 번도 맛보지 못했다. 나에 대한 흥미가 많았는지 인사를 하기 위해 다가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얼마쯤 시간이 흘렀을까.

슬슬 악수를 나누는 손이 저려 올 때쯤 사회자의 소개에 전경련의 회장이 강당 위에 섰다.

“천하 그룹 회장, 장연욱이라고 합니다. 오늘도 이렇게 모임에 나와 주신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TV에서는 죽은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러 루머가 많았던 천하 그룹 회장 장연욱이 직접 전경련에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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