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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천재가 되었다-58화 (58/200)

금융계 천재가 되었다 58화

“7천억을 투자하시겠다는 건 결국 캣마블의 지분만 가져가시겠다는······.”

이들은 내가 말한 7천억의 의미를 알아차렸다.

게임 개발에 투자를 하겠다는 것이 아닌, 회사를 지배하기 위해 7천억을 쓰겠다는 것을.

하지만 이 7천억을 마냥 지분 매입에 쓰겠다는 건 아니었다.

“당연히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도 활발한 투자를 이어갈 겁니다. 그러나 그 정도로 많은 지분을 매입하게 되면 우리는 대주주가 되어 경영권에 간섭이 가능합니다.”

“하, 하지만 42%나 되는 지분을 매입하기는 많이 어려우실 텐데요. 유상증자를 하지 않는 이상 말입니다.”

“CG사가 20%. 앞서 말했듯 CG사를 제외한 몇몇 대주주분들도 더 이상 캣마블의 지분을 들고 싶어 하지 않더군요. 그분들이 제게 지분을 팔아넘긴다면 충분히 42%의 수치가 나옵니다. 그럼, 저희 J&H가 최고 대주주가 되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총 6천억이란 돈이 들어갑니다.”

두 대표는 마른침을 삼켰다.

내 손에 두 사람의 목숨 줄이 달렸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머지 1천억은 캣마블 회사의 발전을 위해 투자할 예정입니다. 저는 이 회사의 잠재적 가치를 믿습니다. 현재 개발 중인 게임들도 분명히 잘될 거라 보고 있고요. 다만······.”

1천억을 회사 게임 개발에 투자하겠다는 말에 잠깐 얼굴이 밝아졌다가 이어지는 얘기에 다시 어두워지는 두 사람이었다.

“회사 경영을 내부적으로 뜯어고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가져온 보고서부터 좀 보실까요?”

두 사람은 내가 미리 직원들을 통해 준비한 보고서를 확인해 보았다.

그곳에는 캣마블의 근무 환경이 매우 심각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거기 보시면 현재 캣마블 직원들의 근무 현황이 나옵니다. 갑작스럽게 준비를 한 서류라 완벽하진 않을 수 있지만, 조금 조사를 해도 그 정도까지 나오는 거라면 심각한 거겠죠?”

김대웅 대표는 헛기침을 터트리며 보고서를 내려놓았다.

“게임 개발은, 특히 모바일 게임은 속도가 생명입니다. 적은 투자금으로 빠르게 게임을 개발하여 시장에 내놓는 게 핵심이죠. 그렇게 하려면 직원들이 갈려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에 이어 부사장 안태현도 한술 거들었다.

“이쪽 시장에서 개발자들이 초과 근무를 하는 건 번번이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는 회사가 없을 정도죠. 만약 저희가 이렇게 몰아붙이지 않으면 기한 내에 게임을 만들 수도 없을뿐더러, 투자자가 원하는 결과를 내놓을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요약을 해 보자면, 빠르게 이득을 보고 싶어 하는 투자자와 적은 투자금이 문제라는 것이군요.”

“어······ 그, 그렇습니다.”

“그럼, 그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면 되겠네요. 이대로 가면 캣마블 회사는 노동법에 걸려서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 모릅니다. 제가 투자하는 회사가 블랙 기업이 되는 꼴을 보고 싶진 않습니다.”

둘은 뭔가에 말린 듯한 표정을 보였지만, 내 말을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자신들에게는 최고의 투자자나 다름없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회장님은 저희에게 많은 투자금과 더불어 근무 환경까지 바꿔 주시겠다는 겁니까?”

“예. 안 되나요?”

“아, 아니요. 그런 파격적인 조건은 생전 처음 들어봐서요. 저희 캣마블에 투자하신 분들은 매일같이 전화를 걸어 빨리 성과를 내라고 성화이시거든요.”

“전 그럴 일 없습니다. 필요한 자금이 얼만지 말씀하세요. 새로운 직원을 뽑고 근무 일수를 원활하게 만들어 주십시오. 그리고 굳이 빠듯한 기한을 내세워 게임을 개발할 필요도 없습니다. 제가 경영권에 손을 대는 건 직원들의 근무 환경 때문이지, 게임 개발에 훈수를 두겠다는 게 아닙니다.”

두 사람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얼굴에 흥분감이 가득해졌다. 하지만 내 옆에 있던 권오준 사장은 그러지 못했다.

“회장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 은혜 꼭 잊지 않겠습니다. 반드시 좋은 성과로 보답 드리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무려 7천억이 들어가는 투자인데.

내가 구태여 7천억까지 투자하는 건 다 이유가 있다.

일단 캣마블의 지분을 대량 확보해 최대 주주가 되어 경영에 손을 대기 위해서다. 두 번째로는 난 미래 커뮤니티 센터를 통해 이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돈을 벌어들인다는 걸 알고 있다. 당장 1년 안에 이들은 대한민국 모바일 게임 시장을 평정하기 시작한다.

그 탄력에 힘입어 캣마블은 상장을 하게 되고, 주가 가치가 높이 치솟게 된다.

이렇게 내가 근무 환경을 완벽하게 바꿔 놓으면 캣마블은 신도림의 등대라 불릴 일도 없어지며, 누군가가 과로로 죽거나 투신할 이유도 없어진다.

내가 그렇게 꼭 바꿀 것이다.

그런 힘이 지금 내게 있기도 하고.

“회장님.”

두 사람이 나가고 나서 권오준 사장이 진지한 어투로 말했다.

“이번 투자는 아예 결정을 내리신 겁니까?”

“예. 전 캣마블이 분명 잘될 거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캣마블은 모바일 게임으로 대한민국 게임 업계를 흔들어 놓을지도 몰라요.”

“좋습니다. 회장님 말씀대로 캣마블은 정말 그렇게 대한민국 1등 게임 업체가 될 수도 있죠. 그런데 조금 전 투자는 도통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권오준 사장은 이번 투자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하나씩 짚어 주었다.

“첫째로 캣마블은 상장조차 되지 않은 기업입니다. 그런 기업의 지분을 42%나 갖는다는 건 완전히 소유하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우리는 게임 개발 투자를 통해 이익을 보려는 게 아니었습니까?”

이 사람은 나보다 훨씬 더 뛰어난 분석력을 가지고 있는 실력자다. 그러므로 권오준 사장이 갖는 의문점은 매우 타당하다고 여겼다. 그렇기에 깔끔하게 설명을 해 주는 것도 내 일이다.

“저는 캣마블의 성공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크게 성공을 하게 되면 당연히 상장을 하지 않겠어요?”

“그렇긴 합니다만 구태여 그 정도로 많은 지분을 들고 있을 필요가 있을까요? 회장님께서는 캣마블의 성공을 확신하시긴 하지만, 그들이 실패했을 때도 대비해야 하니까요.”

권오준 입장에서는 내 이번 투자 결정이 많이 의아할 것이다.

보통 투자라는 건 리스크를 동반한다. 그러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법이다.

하지만 이번 투자는 리스크 관리가 거의 없다고 봐야 했다.

7천억을 쏟아부어 버리는 투자.

캣마블이 이번에 내놓는 모바일 게임이 흥행하지 못할 시에는 그냥 헛돈을 썼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꼭 그렇게만 볼 순 없기도 하다.

“비상장 기업이라는 게 이득일 때도 있죠. 만약 상장 중인 기업이었다면 저도 이런 식으로 접근하진 않았을 겁니다. 내놓는 게임이 실패하게 되면 주가에 타격이 엄청날 테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비상장이라 고정된 가격을 받고 있지 않습니까? 거기다 이번 투자에 확신을 갖게 된 건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게 무엇입니까?”

“텐센트라고 아시죠?”

“당연히 그 회사를 모를 수가 없죠. 중국 최대 IT 기업이지 않습니까.”

텐센트는 중국 3대 IT 기업에 든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게임인 레전드 오브 레전드의 개발사를 소유하고 있으며 여러 메이저 핸드폰 게임 개발사들도 인수했다. 사실상 아시아 쪽 IT는 텐센트가 장악하고 있다 봐도 무방하다.

“미국, 일본, 중국 등에 있는 여러 게임 개발사들을 인수한 텐센트예요. 아직 한국에는 투자금을 유치하지 않았죠. 그런데 최근 그쪽에서 캣마블 지분을 대량 사들이려 한다는 정보를 얻었습니다.”

“텐센트가요? 다른 곳도 많은데 구태여 캣마블을?”

“그쪽도 다른 회사에 없는 무언가를 캣마블에게서 본 것이겠죠. 그들이 비록 중국 기업이기는 하나, 이제껏 텐센트가 투자해서 효과를 얻지 못한 곳이 없을 정도입니다.”

시가 총액만 무려 500조.

우리나라 천하 그룹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시가 총액을 자랑하고 있다.

그래서 IT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구글 혹은 텐센트에 들어가는 게 최대 목표라고 말할 정도다.

그들은 우리 회사와 다른 분석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이들의 투자는 매번 큰 성공을 이뤄냈다.

“텐센트가 캣마블을 인수하려고 타이밍을 재고 있었던 게 사실이라면 회장님이 정말 잘 낚아챈 것일 수도 있겠군요.”

“예. 제가 이 정도로 돈 지랄을 해 놓으면 그쪽에서도 투자 결정을 철회할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7천억까지 투자를 해서 지금 당장 경영권을 얻으신 건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함이 아닙니까?”

아무리 중국 최대 IT 기업 텐센트가 들어온다고 해도 그들이 이 정도로 투자를 감행하진 않았을 것이다. 분명 내가 가져갈 지분이 있었다는 것. 게임 개발에 먼저 투자를 하고 성공을 거두면 그때 지분을 가져오는 게 수순이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경영권까지 가져와 캣마블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자 하시는 건 잘못된 선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권오준 말에 난 일단 토를 달지 않고 다음 말에 경청했다.

“우리는 철저한 비즈니스맨이지, 누구의 사정을 봐주는 착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투자라는 건 결국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닙니까. 우린 그들의 내부 사정이 어떻든 돈만 주고 기한을 맞춰 그때까지 결과를 내놓으라고 압박하는 악당 같은 놈들입니다.”

“그렇게 해야만 최고의 효율이 나오고요?”

“예. 대한민국이 이렇게 발전될 수 있었던 것도 지독하게 일을 시키고 또 시켰기 때문이죠. 직원들의 그와 같은 큰 희생으로 이 나라가 이렇게 발전한 것이 아닐까요?”

저 말이 틀리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잔인하지만, 그게 현실이다.

내가 투자를 결정하지 않았다면 텐센트가 캣마블의 대주주가 되었을 테고, 그들의 지속적인 투자를 받으며 캣마블은 직원들을 갈아 여러 게임을 내놓게 될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큰 열풍을 일으키며 대한민국 게임 업계 1순위가 된다.

“하지만 누군가는 한 번쯤은 다른 루트를 타봐야 하지 않을까요? 언제까지 적은 돈으로 누군가를 희생시키면서 결과를 보는 세상이어야 합니까.”

“회장님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우리나라 IT 업계가 괜히 지옥이라 불리는 게 아니죠. 그런 그들의 악습을 바꿔 보겠다는 뜻일 텐데, 이 말씀은 꼭 해 드리고 싶네요. 제가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걸 경험하면서 느낀 건 이겁니다.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아요.”

나도 세상을 바꾸는 게 결코 쉬운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난 자신이 있었다.

왜냐하면 이들에게는 없는 시선과 관점이 내게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어려운 걸 제가 또 해내려고 이러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 말에 권오준 사장도 졌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저야 월급쟁이이니 당연히 회장님의 말씀에 따라야겠죠. 그런데 임원들의 반발도 적잖게 있을 겁니다. 거기다 돈을 많이 투자하셔도 캣마블이 내부적으로 관행되어 오던 악습이 쉽게 고쳐질 리도 없고요.”

“돈을 그 정도로 퍼다 줬으면 그쪽도 책임을 져야죠. 그들이 바꾸지 않으면 제가 칼을 뽑아서라도 강제로 바꾸게 만들 겁니다. 그러라고 대주주가 있는 거니까요.”

돈을 저렇게 많이 퍼부어도 바뀌지 않는 게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난 단순히 돈만 붓는 게 아니라 직접 내부를 다 뜯어고칠 예정이다. 불만이 있다면 대주주의 권한으로 밀어내 버리면 된다.

“잘 알겠습니다, 회장님. 일단 전 바쁘게 움직여야겠네요. 그쪽 지분을 매입해서 회장님이 칼을 뽑으실 수 있게 만들려면요.”

나는 회장실 밖을 나서는 권오준의 뒤에 대고 말했다.

“권 사장님.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하셨죠? 그 바꾸기 어려운 세상, 우리가 바꿀 수 있다는 걸 보여 줍시다.”

권오준 사장은 결의에 찬 얼굴로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세상을 바꾸는 금융사.

그것은 바로 J&H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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