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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천재가 되었다-57화 (57/200)

금융계 천재가 되었다 57화

캣마블 게임즈.

패스트 어택을 제외하고는 그 외 PC 게임들을 전부 시원하게 말아먹은 캣마블 게임즈는 새로운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그들은 더 이상 PC 게임에 집착하지 않고 모바일 게임에 집중하고자 모든 프로젝트를 중단하기에 이르렀는데, 그동안 캣마블이 보여 준 성적은 처참했기에 당연히 투자는 기대할 수가 없었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알고 있는 캣마블의 현실이다. 그러나 미래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알아본 캣마블의 미래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투자자를 모집하기 위해 캣마블 대표들이 열심히 뛰어다녔지만, 그 누구도 이 회사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그러다 손을 내민 것이 바로 텐센트였다.

이들이 내놓은 금액은 무려 5억 달러. 우리나라 한화로 5,000억에 달하는 거금이다.

현존하는 국내 IT 게임에서 이 정도의 투자금을 한 번에 받아 낸 사례가 없기 때문에 큰 이슈가 된다. 그리고 캣마블은 내놓는 모바일 게임마다 초대박을 치게 되어 우리나라 모바일 게임 업계 1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던 SC 소프트마저 제쳐 버리게 된다.

그뿐인가?

14년 동안 대한민국 1위 게임 회사라는 자리를 지키고 있던 엑슨까지 왕좌에서 끌어내려 버린다.

그야말로 캣마블의 반란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텐센트가 뭘 보고 캣마블에 투자를 했는지는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건, 텐센트가 투자를 해 버리면 내가 투자할 기회가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다.

5천억의 투자금이 수조 원으로 변하고, 훗날 캣마블이 상장까지 하게 되면 그 가격은 어마어마하게 불어나게 된다.

이 좋은 기회를 당연히 놓칠 순 없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아아. 오늘도 신도림의 등대가 세상을 밝게 비춰 주고 있습니다.

-실화인가 ㅋㅋㅋ 저기는 어떻게 365일 불이 켜져 있냐 ㅋㅋㅋ

-저 게임 업종 사람들이 캣마블은 진짜 미친 듯이 사람 갈아 버린다고 하던데, 레알인가 보네.

-거의 인간 믹서기 수준.

항상 밝은 성공 뒤에는 어두움이 공존하는 법이다.

그런데 캣마블의 어둠은 다른 곳보다 훨씬 더 짙었다.

[업무량에 못 이겨 자살.]

[근로기준법 심각하게 위반.]

[살인적인 업무량에 돌연사. 캣마블, 이대로 괜찮은가?]

[매출 1위, 가장 피하고 싶은 회사 1위.]

모바일 게임 특성상 짧은 기간 안에 퀄리티가 좋은 게임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살인적인 업무가 따라온다. 그런데 캣마블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상당히 무거운 업무를 직원들에게 강제한다. 그로 인해 직원들 중 돌연사, 혹은 과로사를 하는 일이 벌어지고 마침내 어떤 직원이 투신 자살까지 하면서 큰 화제가 된다.

미래 커뮤니티 센터를 이용해 기사를 여럿 읽어 보니, 캣마블은 블랙 기업이라 불리며 이미지가 완전히 추락해 버린다. 또한 여러 번 근로기준법을 어겨 정부가 자체적으로 제재까지 하는 등, 게임은 흥행했지만 운영은 실패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고민인데······.”

나는 혼자 상을 두드리며 고민에 빠졌다.

캣마블은 성공이 확실한 기업이다. 그러나 블랙 기업으로 오명이 찍히는 회사에 투자를 하는 건 최근 인식이 좋아진 우리 J&H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가 있다.

기업 이미지를 한번 잘못 잡게 되면 여러 가지로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캣마블이 이 정도 성장세를 보여 준다면 향후 10년 동안은 수천억의 돈을 이곳에 묻어 둔다는 건데, 치고 빠지기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캣마블의 이미지 하락은 J&H도 피해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 *

“줄기세포 관련주에 대한 열기가 아직 식지 않았다는 걸 잘 압니다. 그러나 우린 금융맨이지 않습니까? 이뤄 놓은 성과는 기억에서 지워 버리고 이제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야죠. 그래서 전 이번에도 역시 과감한 투자를 이어 가려 합니다.”

임원들은 내 말에 눈을 초롱초롱 밝히며 귀를 쫑긋 세웠다.

“이번 투자는 게임 산업 분야입니다. 우선적으로 정한 회사가 있는데, 그 회사 이름은 아마 여기 계신 분들도 들어는 보셨을 겁니다. 캣마블이라는 게임 회사입니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착각이 있다.

나이 먹은 임원일수록 시대에 떨어져 산다고 말이다.

그런데 사실은 다르다.

금융계 임원들일수록 신세대 문명을 최대한 빠르게 흡수하려고 노력한다.

임원이란 자리는 돈을 많이 받는 만큼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거나, 시대에 뒤떨어지면 곧바로 모가지가 날아간다.

1년을 넘기기도 힘든 자리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임원들은 별의별 종목들을 다 캐치하고 있기 때문에 캣마블이란 회사를 당연히 잘 알고 있었다.

“제가 알기로 캣마블은 이미 한물간 게임 회사로 알고 있는데요?”

저 말이 무려 50대 임원에게 나온 말이다.

“혹시 요즘 컴퓨터 게임을 해 보신 적이 있으세요?”

“제 자식들이 하는 걸 옆에서 지켜본 적은 있습니다. 그러나 게임을 하지 않아도 그 회사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는 숙지하고 있지요.”

이렇게 다방면으로 세밀하게 여러 기업들을 파악하고 있는 것이 임원들의 일이다.

지위가 높아졌다고 해서 결코 콧대가 높아져서는 안 될 자리이기도 하다.

“예. 말씀하신 대로 캣마블은 이미 한물간 회사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곳이 예전의 자신감을 되찾을 거라 보고 있습니다. 이번에 캣마블이 PC 게임 개발을 전면 중단하고 모바일 게임 시장에 전부 뛰어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요즘 거기 대표가 열심히 투자금을 모으고 있는 중입니다.”

전혀 생각지도 않던 게임 산업 관련 얘기가 나오자 임원들의 표정이 묘하게 바뀌었다. 거기다 투자를 하겠다는 곳이 하필이면 쓰러지고 있는 캣마블이라니.

그래도 그냥 임원의 뜻이 아니라 회장의 뜻이니 임원들은 처음부터 반대를 하진 않았다.

“회장님. 정확히 그쪽에서 바라는 투자금이 얼마나 됩니까?”

“모릅니다.”

“예?”

“전 이미 투자금을 정해 놓아서 그쪽이 얼마를 원하는지는 생각해 보지도 않았습니다. 그 사람들이 원하는 투자금보다 훨씬 더 많을 테니까요.”

“어, 얼마나 책정해 놓으셨는데요?”

“5,000억에서 7,000억.”

임원들이 전부 입을 쩍 벌렸다.

줄기세포 관련주에 투자할 때도 5천억을 초과해서 쓰지 않았다. 그리고 한 곳에다 몰아서 투자를 한 게 아니라 여러 곳에 분산시켜 투자를 진행했다.

그런데 분산이 아니라 한 곳에다 최대 7천억을 투자하겠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회장님. 5천억에서 7천억이면 펀드를 개설할 예정이십니까? 아니면 회사 자본으로······.”

“음. 회사 자본과 우리에게 투자해 주신 VVIP님들의 돈을 섞을 예정입니다. 비율은 5 대 5로 하는 게 낫겠죠?”

“······.”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 임원들.

나는 이들의 마음을 이미 알고 있었다.

“제가 독단적으로 투자를 하는 것처럼 보여 마음에 들지 않으신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그 말에 임원들은 화들짝 놀라며 손사래부터 쳤다.

“아닙니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회장님께서 키운 회사이신데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겠습니까?”

나는 임원들을 압박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판단되면 그것을 말려야 하는 게 임원의 할 일이지 않은가.

“제 투자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신다면 그에 대한 근거가 담긴 자료를 준비해서 제 앞에 가져다 놓으세요. 그리고 열변을 토하셔도 됩니다. 그게 여기 계신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이니까요. 그러나 만약 제 생각이 맞다고 판단된다면 왜 이번 투자가 옳은지에 대한 자료를 가져오시면 됩니다.”

이렇게 말하면 꼭 무조건 찬성하는 자료를 가져와라! 하고 명령하는 것만 같았다.

“절대 오해하지 마세요. 찬성이든 반대이든 어떤 자료라도 전 겸허하게 받아들일 겁니다. 전 여러분의 생각을 언제나 존중하니까요. 부담 갖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임원들도 내가 이런 일로 쪼잔하게 앙심을 품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을 터. 그러나 이걸 어디서부터 반대를 하고 찬성을 해야 할지 고민일 것이다.

나는 임원들과 회의를 끝내고 권오준 사장만 따로 불러 말했다.

“내일 캣마블 대표들이 올 겁니다.”

“예?”

“그쪽 사람들한테 제가 투자 의지를 직접 전했습니다. 내일 오후 장 끝나는 시간에 만나기로 했어요. 권 사장님도 같이 만나 보시죠.”

권오준 사장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날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조금 전에는 임원들에게 자료를 준비하라고 했으면서 이미 약속까지 잡아 두었으니 말이다. 난 그런 권오준에게 힐끗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아시잖아요. 제가 이런 투자 할 때는 불도저같이 밀고 들어가는 거.”

말 그대로 불도저 그 자체가 되어 게임 산업의 큰손이 한번 되어 보련다.

* * *

“안녕하십니까, J&H 금융 그룹의 회장 이진석이라고 합니다.”

“권오준 사장이라고 합니다.”

내가 건넨 명함을 받은 두 사람은 캣마블의 공동 창업자였다.

한쪽은 현재 캣마블의 사장을 맡고 있는 김대웅. 두 번째는 부사장 안태현이었다.

캣마블에 적극 투자하겠다는 얘기를 듣고 헐레벌떡 우리 금융사를 찾아온 두 사람은 많이 당황한 듯 보였다.

“왜 그러시죠?”

“아······ 저희는 실무진과 얘기를 나눌 줄 알았습니다. 회장님께서 직접 나오실 줄은······.”

“예. 보통 이런 투자금 관련된 일은 그쪽 부서의 직원들이 와서 전달을 해 줘서요.”

금융사 임원이 온다고 해도 안절부절못할 지경인데, 무려 금융사 회장이 얼굴을 드러냈으니 당황할 만도 하다. 그만큼 내 위치가 적잖게 올라갔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고.

“사실 보통 이런 투자를 할 땐 제가 직접 나서지 않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실무진들이 알아서 처리를 하죠. 전 승인만 하는 거고요. 그런데 오늘은 특별히 두 분을 만나 뵙고 싶어 이렇게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두 사람은 더욱 긴장하는 것 같았다.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은근 기대하는 눈치를 보이기도 했다.

“캣마블이 투자금을 얼마나 모으려 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아··· 저희는 일단 최소 50억에서 100억만이라도 얻어서 최대한 빨리 게임을 만들어내어 성과를 보여 드리려 합니다.”

50억에서 100억.

캣마블 정도면 그래도 나름 덩치가 있는데, 고작 그 돈을 투자받지 못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니.

캣마블의 상황이 어떤지 알 것 같았다.

“그렇군요. 그럼, 제가 제안 하나 하겠습니다.”

“예. 적극 수렴하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래도 덜컥 어떤 제안이라도 수렴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자칫 잘못 말했다가는 회사를 홀라당 빼앗길 수도 있으니까.

“그쪽 회사의 지분율을 조사해 보았습니다. 7천억 정도면 지분 42% 정도를 가져올 수 있던데. 안 그래도 그쪽 대주주인 CG 사가 대량으로 지분을 처분하려 하더라고요.”

캣마블에서 CG 사의 지분은 30%.

그중 20%를 팔기 위해 내놓은 상태였다. 그 외에도 22%를 추가로 매입할 수 있었다.

그렇게 7천억으로 나는 캣마블의 대주주가 된다.

“그래서 전 7천억을 들여 캣마블 사의 대주주가 될까 합니다. 7천억 정도의 지원이면 충분히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을까요?”

“7, 7천억이요!?”

“지, 진심이십니까?”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두 사람이 날 바라보았다. 그에 반해 권오준 사장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쯤 자신이 괜한 소리를 해서 사태가 이 지경까지 왔다고 생각할 것이다.

“예. 하지만 7천억이란 돈이 결코 적은 돈이 아닌 만큼, 저는 캣마블의 구조부터 손을 볼 겁니다.”

좋아하는 것도 잠시.

두 사람은 얼굴을 굳혔다.

보통 해외 자본이 국내 기업에 유입되었을 때 이런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 회사의 내부를 뜯어고쳐 제 입맛대로 만들어 버리거나, 아니면 필요한 것만 쏙쏙 빼내 다른 곳에 비싼 값에 팔아 버리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는 투기 자본이라 회사를 그냥 망하게 만들어 버린다.

이들도 내가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게 눈에 훤히 보였다.

처음에는 구세주처럼 바라보았다가, 지금은 마치 빈집을 털려 하는 도적놈인 것처럼 날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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