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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천재가 되었다-51화 (51/200)

금융계 천재가 되었다 51화

만능 세포라.

나는 전 LK 금융에서부터 일해 온 해외 분석팀을 통해 빠른 보고를 받았다.

보고 내용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세포를 산성 용액에 잠깐 담그기만 하면 어떤 세포로도 변할 수 있는 만능 세포가 일본에서 최초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오보카타 하루카라는 연구원이 실험용 쥐의 세포를 실험해 만능 세포를 발견한 것인데, 이로 인해 학계 전체가 들썩이고 있었다.

“저기······ 제가 이런 줄기세포를 잘 몰라서 그러는데, 권 대표님은 좀 아십니까?”

“부끄럽지만, 저도 잘 모릅니다. 예전에 기억하십니까? 황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 말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 사건을 어떻게 모를 수 있을까.

줄기세포 권위자였던 황기석 박사가 논문을 조작해 학계를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다.

황기석 박사의 논문 조작으로 인해 줄기세포는 천대받게 되었으며, 지속적인 투자는 여전히 있지만 관심도가 많이 낮아졌다.

“줄기세포가 앞으로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거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종교적 문제도 있고, 황기석 박사가 제대로 사고를 치는 바람에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였죠. 그때 당시 황기석 박사만 믿고 돈 투자했다가 생으로 날린 사람 여럿 봤습니다.”

황기석 박사의 논문 조작으로 줄기세포 관련주가 폭등했고, 그것이 사기라는 게 밝혀지면서 주식 시장에 공황이 찾아왔었다.

나중에 조사로 밝혀진 바에 의하면 황기석 박사가 자금 문제 때문에 조작 세력과 결탁해 일을 벌였다고 한다.

“해외 반응을 알아보니, 일본은 물론이고 줄기세포에 관심이 가장 관심이 많은 미국 쪽에서도 꽤나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답니다. 세포의 메모리를 리셋시켜 다른 유전자로 변이시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데, 이게 정말 성공이라면 인류 역사에 큰 획을 긋게 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분석팀에 의한 보고를 들으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줄기세포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만약 줄기세포가 제대로 발전만 한다면 아주 판타지적인 상황들이 벌어진다고 한다.

죽은 세포를 되살리고 노화를 없앨 수가 있으며, 끊어진 신경 세포를 살려 내 불구인 몸을 정상으로 돌려놓을 수가 있게 된다. 또한 인간의 장기를 임의로 만들어 내어 이식까지 가능한데, 줄기세포가 완성 단계까지 올라간다면 인간의 수명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외에도 쓸 수 있는 분야가 정말로 다양합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줄기세포의 비밀을 알아내는 것이 곧 창조주가 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부를 정도입니다.”

“그런데 그런 위대한 발견을 일본에서 해낸 거라고요?”

“예. 오보카타 하루카 박사는 하버드 대학 출신으로 일본에서도 가장 주목받던 연구원이었다고 합니다. 이미 일본 정부 측에서는 막대한 자금을 들여 하루카 박사를 지원한다는 성명까지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하니,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여러 투자자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중입니다.”

줄기세포 관련주가 폭등하는 것은 보나 마나 뻔한 일이고, 벌써부터 투자자들끼리 단합하여 일본에 직접 투자를 하려 하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었다.

“지금 주식 시장에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서 줄기세포 관련주가 점차 상한가를 치고 있습니다. 저희도 이에 발 빠르게 대처를 하는 것이······.”

“상한가를 따라가 보자?”

“예.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정말 뭔가가 발견된 거 같긴 한데, 이대로 놔두면 저희만 아무 이득도 보지 못할 것 같아 말씀드리는 겁니다.”

분석팀의 조언에도 나는 덥석 투자 결정을 내릴 순 없었다.

“이게 만약 황기석 박사 때처럼 논문 조작이라고 판명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논문이 발표된 지 이제 이틀째밖에 되지 않아서 그 여파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는 겁니다. 거기다가 황기석 박사의 안 좋은 선례가 있어서 설마 또 조작을 하겠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황기석 박사 때 전 세계적으로 충격 여파가 컸으니, 두 번 그러지 않을 거라는 분위기란 뜻이다. 그런데 원래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부터는 크게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하지 않던가.

거기다 내가 알기로 줄기세포는 100년 후에도 큰 발전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가득할 만큼, 지금의 기술력으로는 발전을 이뤄 내기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찝찝했다.

수십 년도 모자란다는 그 위대한 발견을 갑자기 뜬금없이 일본에서 해낸다는 것이.

국가를 비하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금융사들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습니까?”

“다들 난리입니다. 줄기세포 관련주를 찾아 적극 투자에 나서고 있고, 펀드를 개설해서 일본 쪽에 직접 투자가 가능한지 알아보는 중이라고 합니다. 거기다 우리나라 제약 회사들도 나서서 일본에 협력 요청을 넣고 있다고 하니······ 지금 흐름이 전부 일본 쪽에 넘어간 느낌입니다.”

하긴. 증권사들이 돈 냄새를 그냥 지나칠 리가 없지.

그러나 나는 섣불리 투자를 하기보다는 조금 더 시일을 두고 지켜보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너무 늦어 버리면 닭 쫓던 개 신세가 되어 버릴 수도 있다.

“좋습니다.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하지 않겠습니다. 내일까지 기다려 주세요. 제가 알아보고 내일 최종 결정을 내리도록 하죠.”

“지금 다들 상승 열차에 탑승하는 중이니, 저희가 너무 늦지 않았으면 합니다.”

분석팀의 마음을 헤아리고도 남는다.

LK 금융이 J&H로 합병되면서 자기들의 일자리가 잘리는 건 아닌지, 그리고 실적이 낮아 이대로 회사가 망하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것일 터.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로 LK 금융은 이미 많은 고객들을 잃지 않았던가. 여기서 또 한발 늦은 모습을 보여 준다면 더더욱 신뢰를 잃어 영영 고객을 끌어모으지 못할까 걱정하는 것이다.

“예. 너무 늦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내게는 남들이 갖지 못한 천리안이 있거든.

* * *

[줄기세포의 혁명! 일본, 오보카타 하루카 박사 만능 세포 최초 발견!]

[신인류의 시대 본격적으로 열리나? 만능 세포란 무엇인가.]

[만능 세포 관련주 급등! 일본에 직접 투자 펀드 신설까지?]

온통 뉴스에 만능 세포 얘기밖에 없었다.

이보다 위대한 발견은 또 없을 거라며 일본 언론은 칭찬 일색으로 하루카 박사를 띄워 주기 바빴고, 한국 언론에서도 만능 세포 발견으로 하루카 박사가 노벨상을 받게 될 거라며 떠들어 댔다.

또한 증권 관련 소식에는 줄기세포에 관련주와 이에 발맞춰 기업 협력을 이끌어 나가려 하는 제약사에 관심이 쏠렸다.

“다들 줄기세포 얘기밖에 없더라. 왠지 그림이 예전이랑 비슷한데?”

“그 그림이 혹시 황기석 박사 때 얘기하는 거냐?”

“응. 그 양반 뉴스 나와서 강아지 끌어안고 우쭈쭈 하는 거 유명했잖아. 그러다 몇 주 후에 사기극이란 게 펑 터졌고.”

“그랬었지.”

“근데 우리 금융사도 투자 진행하는 거야? 오늘 차트 보니까 관련주가 많이 올랐던데.”

“아직 결정 못 내렸어. 내일 중으로 낼 거야. 미심쩍은 것들을 미리 좀 조사해 보게.”

“그려. 나도 알아볼 테니까, 뭔가 건지는 게 있으면 연락할게.”

우리는 각자 방으로 들어가 컴퓨터 앞에 앉았다.

넓은 집으로 이사 온 덕분에 우린 각자 쓸 수 있는 작업실이 생겼는데, 나는 이곳에서 자정이 되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마침내 자정이 되었을 때 난 고장 난 핸드폰으로부터 반가운 벨 소리를 듣게 되었다.

[미래 커뮤니티 센터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익숙한 문구를 넘어 나는 약 일주일 뒤의 기사들을 검색해 보았다.

[줄기세포 관련주 상승세 여전해.]

[일본 정부에 정식으로 협력 의사를 밝힌 제약 회사들. 상승세 고지 찍기 위해 말 맞추나?]

[일본 정부, 하루카 박사에게 2억엔 지원 약속.]

[줄기세포의 미래는 일본인가?]

일주일 뒤의 기사를 확인해 봐도 아직까지 문제는 없어 보였다.

관련주 상승은 여전했고, 제약 회사들도 덩달아 주가가 올라 일본에 돈을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아낌없이 밝히고 있었다.

누가 먼저 일본 정부와 손을 잡느냐가 관건으로 보였는데, 일본과의 협상에 성공하는 쪽이 끝도 없는 상한가를 치게 될 것 같았다.

“음···. 정말 아무 문제 없는 논문인 건가.”

이쪽에는 워낙 지식이 좁아 뭐라 확신을 할 수가 없었다. 중요한 건 일주일 뒤에도 상승세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2주 후에는 어떨까?

[미국 켈리포니아 주립대, 하루카의 논문은 조작일 가능성 높아.]

[유럽 학계에서 스멀스멀 나오는 논문 조작설?]

[하루카 박사, 얼마든지 연구를 검증할 자신 있다. 자신은 천운에 닿아 논문을 발표한 사람.]

2주 후부터 슬슬 논문이 조작된 게 아니냐는 의심들이 속속 나오고 있었다.

켈리포니아 주립대의 데이비스 박사가 처음 의구심을 제기했고, 그에 이어 유럽 학계도 갑자기 중립 기어를 박고 국제적 검증을 실시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하루카 박사는 언제든지 검증할 수 있다고 반박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는데, 이에 일본 언론은 하루카 박사가 자신의 연구에 아주 자신감이 높다며 투자 열기에 기름을 부어 버렸다.

망명 높은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반박을 정면으로 받아친 하루카를 보고 줄기세포 관련주는 더욱 상승세를 타게 되고, 투자자들은 종잣돈까지 싹 다 모아 줄기세포와 관련된 주식에 올인했다.

나는 흥미진진하게 여러 기사들과 차트를 살펴보며 아예 지금으로부터 4주 후의 기사를 확인해 보았다.

그리고 역시나!

[오보카타 하루카 박사 잠적.]

이 타이틀 하나로 딱 정리가 된 듯 보였다.

4주 후 하루카 박사는 잠적해 버린다.

[만능 세포 논문 조작으로 밝혀져.]

[켈리포니아 주립대, 만능 세포는 현대 기술로 절대 존재할 수 없어.]

[허술함만 가득했던 만능 세포 논문. 오보카타 하루카는 왜 논문을 조작했나?]

[일본 언론 충격. 모두 하루카 박사에게 속아 넘어가. 국민들도 분노.]

하루카 박사는 학계의 저명한 박사들 앞에서 실험을 검증하기로 한 전날 갑자기 잠수를 타 버렸고, 그녀를 대신해 논문을 따라 실험을 진행해 본 연구팀은 논문이 조작되었음을 공식으로 밝혔다.

이에 철석같이 그녀를 믿고 있던 일본 정부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정식 성명도 발표하지 못했고, 언론사는 사정없이 하루카를 공격하며 그녀가 학위와 다른 논문들도 전부 조작했다는 사실을 밝혀 내기에 이른다.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니지.”

학위를 위조하고 논문을 조작하는 건 사실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그런데 하루카의 논문이 주목을 받는 건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줄기세포 관련주 폭락.]

[줄기세포 비행기의 추락.]

[개미들의 피해는 누가 보상해 주나?]

그녀의 논문에 놀아난 투자자들의 돈이 먼지처럼 사라지는 것이 차트를 통해 보였다.

폭락하는 속도가 너무나도 빨라 정부는 브레이크를 걸어 잠시 투자자들의 공포를 잠재우려 했으나,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만능 세포는 존재도 하지 않는 사기극이라는 게 밝혀졌고, 투자자들은 매물을 마구잡이로 쏟아 냈다. 그러나 아무리 매물을 내놓아도 누구 하나 사 가려 하지 않자 더더욱 주가는 폭락을 거듭해야만 했다.

그렇게 하루카 박사는 투자자들에게 악몽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내게는 왠지 돈을 퍼다 주는 고블린으로 보였다.

이거 돈이 좀 되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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