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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천재가 되었다-41화 (41/200)

금융계 천재가 되었다 41화

-우리의 소중한 개인 정보가 해외에 팔려나가 지금 세계 곳곳을 떠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일에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할 각 카드사는 뭐라 말합니까? 그냥 재발급이나 해 줄 테니 입 닫고 가만있으라고 합니다. 이걸 두고 봐야만 합니까?

카드사 개인 정보 유출로 그에 따른 정당한 보상을 내놓으라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빗발쳤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무료 재발급과 1년간 무료 알림 서비스를 제공해 주겠다는 약속만 했다.

웃긴 건 카드 재발급에 필요한 금액은 단돈 1,000원이고, 카드가 결제될 때마다 문자가 날아오는 알림 서비스는 한 달에 300원. 즉, 개인당 5,000원도 안 되는 서비스로 개인 정보 유출 사건을 보상하겠다는 것이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십시오. 만약 이것이 소송으로 진행돼서 피해를 본 사람당 10만 원씩만 지불해도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갑니다. 그럼 우리나라에 있는 카드사 3개가 전부 문을 닫고 파산 신청을 해야 한다는 건데, 이것이 도미노 효과처럼 퍼져 각 그룹에도 피해를 입히게 될 겁니다.

기업에서 뽑은 전문가들은 각 채널에 나가 열심히 변호를 하고 있었다.

-LK 그룹을 예로 들어볼까요? LK 그룹이 호텔 쪽으로 지주 회사를 만들면서 현재 있는 지배 구조를 바꾸기 위해 금융사를 처분하려 하고 있습니다. 거기다 LK 금융사는 자본난을 겪고 있어 하루라도 빨리 해외 기업에 팔아넘기려 했죠. 그런데 이번 일로 LK 금융이 파산을 하게 되면 LK 그룹 전체가 흔들리게 되고 나아가 수많은 실업자들을 낳게 됩니다.

-저희가 계산해 본 바에 의하면 LK 금융이 큰 타격을 입게 될 경우, LK 그룹은 필연적으로 구조조정에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그에 따라 수만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되겠지요. 이게 얼마나 큰 손해입니까?

-국민들의 분노는 충분히 이해됩니다. 저도 솔직히 보상금을 받아 제대로 된 처벌이 각 카드사에 내려지길 바랍니다. 그러나 그렇게 했다가는 죄 없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그 가족이 불행에 빠지게 됩니다. 그런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나같이 기업들을 변호하고 있는 전문가들.

하지만 그들의 말이 정말 틀렸다고는 볼 수가 없었다.

징발적 보상이 법원으로부터 떨어질 경우, LK 금융 파산은 물론이요 수많은 실업자가 생겨나게 된다.

가뜩이나 점점 취업하기가 어려운 세상이지 않은가.

예전처럼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지 오래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건 카드사 개인 정보 유출 사건만이 아닙니다. 누군가가 이것을 이용해 큰돈을 벌었다는 게 중요합니다.

-아마 투자 쪽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북한 핵 실험 때 풋옵션에 40억이란 돈을 쏟아부어 무려 100배의 이익을 본 의문의 투자 기업 J&H. 이번에도 그곳에서 매우 의심스러운 투자 정황이 포착되었다고요?

-맞습니다. 아주 절묘하게 북한 핵 실험 며칠 전에 풋옵션을 대거 사들여 막대한 이익을 본 J&H가 이번에도 카드사 개인 정보 유출 사건이 터지기 전에 풋옵션과 콜옵션을 사들여 100배가 넘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은근슬쩍 카드사 이야기에서 J&H를 물어뜯기 시작한다.

-아. 이 기업은 참 의문이 많습니다. 타임라인을 좀 보실까요? J&H는 미국 해외 기업입니다. 그러다 최근 한국에다 법인을 세우자마자 각 카드사 풋옵션에 돈을 걸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정말 놀랍게도 천하 금융과 천하 카드사 쪽에는 콜옵션을 대량 매수했죠. 이거, 누가 봐도 의심스럽지 않습니까?

-정말 행보가 많이 이상한 곳입니다. 이런 상황이 될 줄 알았다는 듯, 천하 금융과 천하 카드사 쪽에 콜옵션을 걸고 이번 개인 정보 유출 사태에 핵심인 카드 3사에는 풋옵션을 매수해 크게 이득을 봤습니다.

카드사 개인 정보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뒷전으로 미뤄진 지 오래였다.

이들은 우리 J&H가 조작 세력일 가능성이 높다는 식으로 계속 말을 흘렸다.

-그런데 여러분이 잘못 알고 계신 것이 있습니다. J&H가 정확하게 카드사들을 꼭 집어 투자를 한 게 아닙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카드 3사 말고도 다른 카드사의 풋옵션들도 매수를 했었고, 천하 카드사 역시 콜옵션 말고도 풋옵션들도 매수를 한 정황이 있었습니다.

저 사람은 우리의 든든한 권오준 대표가 보낸 전문가다.

저 말대로 나는 족집게처럼 몇몇 카드사만 골라 투자했다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다른 카드사의 풋옵션도 매집을 해 놓았었다.

그에 들어간 금액이 20억 정도 되는데, 번 돈을 생각해 보면 충분히 투자할 만한 금액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카드사의 풋옵션을 딱 시기적절하게 매수를 했다는 건 틀린 말이 아니지 않습니까?

-J&H가 우리 모르는 분석 방식을 쓰고 있다는 걸 말씀드리는 겁니다. 단순히 차트만 보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흐름을 꿰뚫어 보고 있다는 거죠. 이걸 무작정 조작 세력이라고 몰아가기는 어렵습니다.

불편한 침음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저 전문가들은 각 금융사에서 보낸 사람들일 것이다.

각자 돈 받은 게 있으니, 물주를 변호하는 건 이들의 임무다.

“대표님이 넣은 저분, 말씀 참 잘하시네요.”

“저 양반, 제가 신화 금융에 있을 때도 자주 써먹던 사람입니다. 말도 조리 있게 해서 우리가 불리한 것도 유리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죠.”

“저분에게 수고비 두둑이 주셔야겠어요.”

“아주 비싼 양반이에요. 그만큼 값어치도 하고. 제가 잘 챙겨 주도록 하겠습니다.”

LK 금융을 향한 욕망을 드러내면서 권 대표는 요즘 우리 회사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 되었다. 역시, 신화 금융 때 인맥을 무시하지 못하는 건지, 방송사부터 시작해 각 투자 전문가들과 언론사까지 동원해 차근차근 밑밥을 깔고 있었다.

-LK 금융사의 위기설. 이젠 가설이 아닌, 현실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배 구조가 복잡하게 바뀌면서 자본 문제도 생기고, 특히 지분이 꼬여 있는 금융사를 처분할 필요가 있는데요, 최근 경영난으로 인해 과연 누가 LK 금융을 떠안게 될 것인지 관심이 많습니다.

-LK 금융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고, 내부적으로도 위기설이 솔솔 나오고 있는 중입니다. 예상 입찰 금액은 3조 원 가까이 나왔는데, 이렇게 악영향을 받으면 2조 원도 받기가 힘든 것이 아니냐는 말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회사 이미지가 많이 나빠진 것도 있고, 이미 톱 순위를 유지하고 있는 금융사들이 많기 때문에 경쟁은 힘들 거라는 예상이 많습니다. 처음에 매입 의지를 밝혔던 베트남 기업들도 지금은 하나둘 발을 빼고 있다고 합니다.

다른 채널을 돌려 보니, 아예 LK 금융 위기설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 내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추락하고 있는 LK 금융의 주가가 더욱 폭락하게 될 것이다.

“저 케이블 채널도 권 대표님이 손 쓰신 겁니까?”

“예. 잘 아시다시피 투자 좀 하는 사람들이라면 저 케이블 채널을 자주 보게 됩니다. 쏠쏠한 정보들이 많이 나오거든요. 그래서 특별히 손을 썼습니다. 아마 저거 방송 나가고 다음 날 되면 위기설이 거의 확실시 돼서 주가가 많이 떨어지게 될 겁니다.”

권 대표의 더티 플레이는 이미 시작되었다.

의도적으로 찌라시를 뿌려대 LK 금융이 당장이라도 망할 것처럼 포장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시작은 주식 분석 데스크가 많고 시청률도 어느 정도 나오는 케이블 채널이다. 그다음은 보나 마나 유명한 신문사들을 노리게 될 터.

거기서부터 파상공세가 시작되면 LK 금융도 당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LK 금융이 요즘 힘들긴 힘든가 봅니다. 신문사에 광고도 잘 안 준다고 하더라고요. 그 틈새시장을 노려서 파고들었죠. 그리고 펜대 든 기자들만큼 냄새 잘 맡는 사람들이 또 없습니다.”

권 대표 말대로 기자들은 어느 회사가 무너지고 있는지 냄새를 잘 맡는다. 그리고 어느 곳이 성장하고 있는지도.

이들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그들에게서 광고를 받아 유지되는 곳이 언론사니까.

정부 앞에서는 자존심을 버릴 수 없지만, 돈 주는 기업 앞에서는 백정처럼 엎드린다는 게 이들의 신조나 다름없다.

* * *

[LK 금융의 몰락. 금융계의 새로운 변화의 징조인가?]

“이, 이런 건방진 놈들이!”

인터넷에 떠 있는 뉴스 기사를 접한 LK 금융의 사장, 이영석은 마우스를 잡고 있던 손을 부르르 떨었다.

이런 패턴 잘 안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LK 금융을 공격하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각 언론사에서 LK 금융을 공격할 리 없으니까.

그는 당장 금융사 임원들을 전부 소집해 억센 목소리부터 터트렸다.

“뭐야? 이거 어떤 새끼야? 누가 봐도 이건 우리 금융사를 의도적으로 공격하는 거잖아! 대체 누구냐고!”

“천하 금융이 아닐까요? 이번 일로 제일 꿀을 빨고 있는 놈들이지 않습니까. 아예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겠다는 게 아닌지······.”

“천하 금융보다는 저희와 마찬가지로 개인 정보 유출 사건 때문에 타격을 입은 다른 금융사들이 아닐까요? 우리 쪽에 시선을 돌려 공격을 받게 하겠다는 거죠.”

다들 이런저런 추측만 내놓자 이영석 사장은 목에 핏줄을 세웠다.

“당신들 장난해? 그런 추측은 누구나 할 수 있지! 이걸 지시한 놈이 누구냐고!”

그러다 이 중에서 그나마 똘똘한 임원 하나가 입을 열었다.

“제가 이미 알아봤습니다. 최근 J&H에서 언론사에 돈을 뿌리고 있답니다.”

“잠깐. J&H? 갑자기 그놈들이 왜?”

“사장님. J&H 한국 법인 대표가 누군지 아십니까?”

“누군데?”

“바로 권오준 대표입니다.”

“권오준? 내가 아는 그 권오준?”

“예. 동명이인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알아보니 정말 전 신화 금융 사장 권오준이었습니다.”

전 신화 금융 사장 권오준이 현재 금융계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J&H 한국 법인 대표? 누가 봐도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눈치챌 것이다.

“권오준 대표가 J&H에 왜 들어가 있는 거지?”

“그건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그나마 추측할 수 있는 건, J&H가 신화 그룹 소속의 회사가 아니냐는 겁니다.”

“J&H가 신화 그룹의 소유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였다.

전 신화 금융 사장 권오준이 J&H의 대표로 들어가 있는 것도 그렇고, 그동안 보여 준 투자 행보도 수상하긴 했으니까.

“그런데 신화 쪽에서 왜 우릴 공격하는 거지? 잠깐. 설마, 그 새끼들이 우리 금융사에 침 바르고 있는 거 아니야?”

“바로 그겁니다, 사장님. J&H가 이번에 돈 좀 많이 벌어 놓지 않았습니까? 거기에 신화 그룹의 자본까지 든든하게 지원된다면 충분히 노려 볼 만하다고 생각할 겁니다.”

LK 금융을 신화 금융이 삼키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동안 넘지 못했던 천하 금융을 1위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시발. 이거 어디다 줄을 서야 되는지 고민해야겠네.”

임원들은 각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화 그룹 쪽 인맥을 떠올려 보았다.

이 중 대다수는 LK 금융이 매각되는 순간, 자연스레 잘려 나갈 것이다.

하지만 미리 자리를 만들어 놓는다면 이 폭풍을 피해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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