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융계 천재가 되었다-13화 (13/200)

금융계 천재가 되었다 13화

회장이라······.

그것도 대기업 회장이라니.

언감생심 내가 언제 대기업 회장을 다 만나 보겠는가.

그런데 대체 날 어떻게 알고 찾아온 것일까.

설마, 요즘 금융계에서 떠도는 소문이라도 들은 걸까?

내가 10일 만에 300% 수익을 내고 계속해서 수익률을 높여 가는 중이라고 해도 대기업 회장이 나설 만큼의 일은 아니다. 제아무리 김미영 여사라도 대기업 회장을 움직이진 못했을 터.

“정말 몰라?”

“모른다니깐. 내가 한라 그룹 회장을 어떻게 알아?”

한라 그룹은 IMF 때의 위기를 무사히 넘겨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온 곳이다. 특히 한라 그룹 회장 이강철은 대현 그룹과 함께 해외 건설 진출에 앞장선 최전방의 주역이다. 그런 대단한 사람이 날 보겠다고 온다는 게 솔직히 믿기지 않았다.

“네가 투자 잘해서 오는 거 아닐까?”

“에이 설마. 고작 300% 수익률을 보고 온다고? 그럴 일 없지.”

“그러니까요. 물론, 10일 만에 300%는 정말 대단한 일이긴 한데, 그거 하나만 보고 대기업 회장님이 오신다는 건 아무래도 좀······. 설마, 먼 친척이에요? 같은 이씨잖아요.”

“아니. 그렇게 따지면 우리나라 1,000만 인구가 다 내 친척입니까? 화영 씨도 이씨잖아요. 그럼 저랑 먼 친척이겠네요?”

“아, 그렇네요.”

그렇게 말을 했지만, 혹시나 한라 그룹 회장과 나 사이에 먼 촌수 관계가 있는 건 아닌지 은근 기대가 됐다.

나는 차분하게 회장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어젯밤 보았던 새로운 미션을 떠올렸다.

어제 받은 새로운 미션에 영향을 받아 현실에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서부터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하하. 이거 내가 괜히 민폐를 끼친 것 같구먼. 오랜만이네, 권오준 사장.”

“아이고, 회장님. 어서 오십시오.”

권오준 사장이 90도로 꺾어 인사를 할 정도면 이강철 회장의 위치가 어디인지 알 수 있었다. 재계 순위 10위에 이름을 올린 사람이지 않은가. 특히 우리나라 경제의 기틀을 잡은 사람들 중 하나이기 때문에, 경영을 한다면 충분히 귀감이 될 만한 인물이었다.

“이쪽이 회장님께서 찾으신다는 바로 그 친구입니다.”

권오준 사장의 소개에 나도 인사를 올렸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이진석이라고 합니다.”

“오. 그래. 자네가 이진석 팀장이로군. 반갑네.”

내년이면 80을 넘을 텐데, 그럼에도 아주 건강하고 강한 인상을 가진 회장이었다.

악수를 하는 손에도 힘이 꽉 느껴진다.

“그리고 여기도 인사해. 내 손녀딸이야. 허허.”

그런 이강철 회장 옆에 쏙 하고 나오는 청순하고 아름다운 여자는 순간 모든 이들의 시선을 강탈했다.

“안녕하세요, 이한별이라고 합니다.”

그제야 나는 이강철 회장이 왜 나를 찾아왔는지 알 것 같았다.

이한별.

저 예쁘장한 여자가 이 거물을 내 앞에 끌고 온 것이다.

“자. 일단 안으로 드시지요, 회장님.”

“그래도 되겠나? 신화 그룹 회장이 나 찾아왔다고 눈에 불을 켜고 여기 달려오는 건 아니겠지?”

“어휴. 오히려 환영하실 겁니다.”

“허허. 오랜만에 그 친구도 보고 싶구먼. 얼른 병상을 털고 일어나야 할 텐데.”

신화 그룹 회장, 신태황은 지금 병원에서 목숨이 간당간당한 상황이라고 한다. 그것 때문에 차기 후계를 위해 신태황의 아들들이 현재 피 터지게 싸울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신태황이 저세상 가는 순간, 재계 순위 2, 3위를 왔다 갔다 하고 있는 신화 그룹이 갈가리 찢겨 나갈 수도 있다.

“회장님. 차 한 잔 드십시오.”

“고맙네. 솔직히 권 사장, 지금 좌불안석이지? 이 영감탱이가 무슨 노망이 나서 여기까지 찾아왔나 하고.”

“아이고. 아닙니다. 제가 존경하는 분인데, 이렇게 뵙고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입죠.”

권오준 사장, 역시 사장 자리를 괜히 꿰찬 게 아니구나.

아주 아부를 하는 게 청산유수가 따로 없다.

“우리 손녀딸이 이진석 팀장에 대한 칭찬을 그렇게 많이 하더라고. 적은 돈이라고 해도 고객을 위할 줄 알고, 수익률이 또 대단하다면서? 마침 내가 여유 자금이 좀 있거든. 그거 우리 이 팀장한테 맡겨 보려고 왔지.”

“정말이십니까?”

“그래. 여기 이 팀장이 마음만 있다면야.”

권오준 사장은 기대감 가득한 눈동자로 내게 시선을 옮겼다.

“이 팀장. 어때? 할 거지?”

보통 사람이라면 덥석 물겠지만, 나는 좀 달랐다.

“규모가 정확히 어느 정도 됩니까, 회장님?”

권오준 사장은 인상을 팍 찌푸렸다.

“이 팀장. 먼저 하겠다고 대답부터 해야지.”

“지금 제가 맡고 있는 펀드가 있어서요. 회장님이 투자하시려는 금액을 먼저 들어보고 결정하겠습니다.”

“뭐, 뭐야? 그 말은 감히 회장님의 투자 자금을 거절하겠다고?”

권오준 사장이 짐짓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회장에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이 친구가 아직 젊어서 말입니다.”

“허허. 아닐세. 젊은 친구가 패기 정도는 있어야지. 예전처럼 윗사람이 뭐 하라고 하면 재깍 하는 시대는 이미 지난 지 오래야. 요즘 갑질이다 뭐다 말 많잖아.”

“어휴. 그런 말씀 마십시오. 이 팀장은 얼른 사과부터 드려.”

나이를 많이 드신 분인데 의외로 깨어 있는 구석이 있다.

권오준 사장과는 다르게 말이다.

“기분이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정말 괜찮다니까? 난 200억 정도 여유 자금을 투자하려고 해. 잘 불려 줄 수 있겠나?”

200억.

순간 뇌리에 꽂히는 금액이다.

이건 우연인가, 아니면 운명인가.

그것도 아니면 누군가가 의도한 것인가.

난 표정 관리를 하며 물었다.

“얼마의 수익을 원하십니까?”

“으음. 딱 2배만 만들어 줘도 상관없어. 금액이 워낙 크잖나. 뭐, 우리 손녀한테 해 줬던 것처럼 3배 만들어 주면 더 좋고.”

200억의 돈을 3배로 만든다라.

현재 내가 운용 중인 130억의 돈까지 합치면 총 330억의 돈이 된다.

이 정도면 나 혼자 작전 세력을 운용해도 될 정도의 자금이다.

보통 시중에서 판매되는 펀드는 150억을 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러나 100명 이하의 인원만으로 330억의 돈을 채운다는 건 거의 사모 펀드에 가깝다.

“3배가 된다면 바로 돈을 회수하실 겁니까?”

“그 말은 3배로 만들 자신이 있다는 건가?”

“예.”

내 즉답에 이강철 회장과 권오준 사장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옆에 있던 이한별 씨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얼마 만에?”

“정확히 언제까지 된다고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그 말은 1년을 넘기진 않겠다?”

“예. 제 투자는 공격적이고 리스크가 매우 큽니다. 하지만 줄타기를 잘한다면 3배의 수익은 문제없을 거라 봅니다.”

“내가 사전에 조사를 좀 해 보니, 이 팀장은 단타 매매를 즐기는 것 같던데. 그렇게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가도 괜찮아.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해도 돼.”

“1년이란 시간을 주셨으니, 충분히 여유롭습니다.”

이강철 회장은 그 말을 듣고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이야. 권오준 사장, 아주 사람을 잘 들여 놨어. 어디서 이런 대단한 인재를 데리고 왔나?”

“신화 그룹은 항상 뛰어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라고 대답 드리면 너무 속 보일까요?”

“그냥 신화 그룹 인복이 좋은 게지. 회사가 해 주는 게 개뿔 뭐가 있겠나.”

“하하. 옳으신 말씀입니다. 이 팀장이 저희 회사를 선택해 와 준 걸 감사히 여겨야죠.”

인복이라.

미래 커뮤니티 센터의 도움이 없었다면 나는 그저 이름 모를 평사원이 되었을 것이다.

일을 다 봤는지, 이 회장은 미련 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자네 얘기는 잘 들었네. 투자 세계에서 용감한 놈을 보면 도망치라는 말이 있던데, 묘하게 자네는 끌린단 말이야. 내일 내 비서를 보내 놓을 테니까, 어디 내 돈 200억 잘 굴려 봐. 성과가 좋다면 내가 나중에 크게 한턱내지.”

“감사합니다, 회장님. 그리고 한턱내실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저도 회장님이 투자해 주신 덕분에 수수료에 성과급까지 아주 많이 들어올 겁니다.”

“허허. 그래도 받은 게 있다면 주는 게 있어야지. 만약 자네가 정말로 내 투자금을 3배로 만들어 준다면 뭔들 아깝겠나? 아무튼, 또 봅세. 그만 가자꾸나, 아가.”

오늘의 만남은 일종의 면접인가.

이강철 회장은 딱 볼일만 끝내고 손녀딸과 함께 회사를 나섰다.

한별 씨는 내게 다시 한번 잘 부탁드린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는 걸 잊지 않았다.

내가 대기업 회장의 손녀딸을 고객으로 뒀었다니.

어쩐지 대학생치고 투자하는 금액이 좀 있다 싶었다.

아니. 대기업 회장의 손녀딸인데 그 정도 금액은 너무 적은 건가?

아무튼, 오늘의 성과는 단지 200억을 얻은 게 전부가 아니다.

내 미션과도 깊은 관련이 있었다.

이강철 회장이 떠나고 나서 사무실은 크게 들썩였다.

“이진석! 이진석! 이진석!”

내가 이 회장한테 200억 투자금을 받았다는 소식에 펀드 부서에 있는 모든 팀원들이 내 이름을 부르며 환호했다.

왜냐하면 투자금이 커질수록 펀드 부서에 있는 모든 사원들에게 보너스가 돌아가기 때문이다. 또한 그 투자금을 받아낸 사람은 더더욱 많은 보너스를 받게 된다.

“우와. 팀장님 덕분에 우리 팀은 더 많이 받겠네요?”

“우린 남들보다 2배 3배는 더 받을걸?”

“안 그래도 다른 사원들이 다들 우리 부럽다면서 이진석 팀장님 있는 팀에 들어가고 싶다고 난리에요.”

직장인들에게 보너스는 아주 큰 힘이 된다.

중소기업을 다니다가 밤늦은 시간까지 공부하며 대기업에 들어가는 이유를 아는가?

대기업은 일반 중소기업와 비교했을 때 그 질적으로 다르다.

연봉이 크게 차이가 안 날 수는 있어도 야간 근무 수당과 성과급, 거기다 보너스까지 겹치면 거의 2배에서 3배 가까이 차이 난다. 또한 그해 실적이 좋으면 월급의 1,000% 성과급이 떨어질 때도 있다.

그뿐인가?

대기업은 일을 빡세게 시키는 만큼 복지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데, 각종 편의 시설은 물론 여러 포인트까지 줘서 경제 생활을 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괜히 대기업 이름을 외치며 그곳에 들어가려고 안간힘을 쓰는 게 아니다.

“팀장님. 오늘 같은 날 회식 한번 하시죠?”

“그래. 한번 하자.”

“좋지. 오늘은 누구 카드 쓸까?”

“김미영 여사 돈도 불려줬는데, 오늘 뿌리 하나는 뽑아 줘야지 않겠어? 흐흐.”

“아싸리 다른 팀 사람들도 데려갈까?”

그 말에 다른 팀원들까지 벌떡 일어나 손을 들었다.

“저도 갈래요!!”

“데려가 주십시오, 팀장님!”

이런 반응에 다른 팀장들 안색이 별로 좋지가 않다.

“오. 나도 껴도 되는 건가?”

근데 오영식 팀장은 다르다.

이 사람은 진심으로 날 축하하며 어깨를 두드렸다.

“축하해, 이진석 팀장. 진짜 우리 회사 에이스네. 내가 아주 잘 보여야겠어.”

“저야말로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팀장님.”

“응원이라니. 난 응원은 안 했어. 다른 팀장들과 똑같이 저 새끼 언제 망하나 지켜는 봤지. 하하.”

말은 저렇게 해도 본심은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이 좋은 분위기를 항상 싸늘하게 만드는 놈이 있기 마련이다.

“저기, 이 팀장. 잠깐 나 좀 보지?”

박 과장이 굳은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그의 등장에 뜨거웠던 분위기가 착 가라앉았다.

“아, 예. 과장님.”

갑자기 이 사람이 왜 날 부르는 걸까.

중국 버블 사태 이후, 김미영 여사의 돈이 완전히 내게로 넘어오면서부터 날 인간 취급도 하지 않은 놈이었다. 그러다 내가 10일 만에 300% 수익을 낸 것을 보고 그땐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그랬던 양반이 무슨 바람이 불어서?

나는 박 과장의 개인 사무실로 들어갔다.

“이 팀장.”

“예, 박 과장님.”

그러자 그는 갑자기 내 두 손을 붙잡으며 읍소하듯 애원했다.

“제발 나 좀 한번 살려 주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