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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천재가 되었다-11화 (11/200)

금융계 천재가 되었다 11화

“우리 미영이가 여기에 무당 하나 있다고 그렇게 침을 튀기며 소문을 내더라고. 원래 그런 애가 아닌데 말이야.”

다음 날 장이 마감되기 무섭게 사방에서 사람들이 몰려왔다.

그들 중 대다수는 김미영 여사에게 소개를 받고 온 사람들이었다.

“무려 10일 만에 300% 수익을 냈다면서요? 미영 언니가 그렇게 자랑을 하더라고요. 제 돈도 좀 맡아 주세요.”

“얘기 많이 듣고 왔습니다. 한 5억 정도 맡기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이번에 여유 자금이 좀 있어서요. 10억 정도 되는데, 맡아 주시겠어요?”

벌써 모인 자금만 70억.

이것보다 더 많은 돈이 모일 것만 같았다.

“입소문이라는 게 무섭긴 해. 김미영 여사가 진짜 문어발이긴 한가 보다.”

“그러니까요. 벌써 70억이 모였네. 기존에 있는 60억까지 합치면 130억이에요. 이 정도면 사모펀드로 돌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

사모펀드.

다른 펀드들과 달리 공개된 펀드가 아닌, 비공개 펀드이기 때문에 49명 이하의 소수 투자자만 받고 기초 자금 1억 이상만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사모펀드로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거기다가 지금 난 그런 액수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근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멍하니 멍만 때리고 있냐?”

“그러니까요. 오늘은 가지고 있는 주식도 전부 처분하시고 아예 손 털으셨잖아요. 따로 산 것도 없고. 저희들 이렇게 놀면서 월급 받아도 돼요?”

현식이와 화영 씨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의 난 그냥 넋이 나가 있는 상태였다.

[그동안 미래 커뮤니티 센터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시간부로 베타 서비스를 종료합니다.]

어제 치킨집에서 나오다가 본 메시지였다.

베타 서비스를 종료해? 그렇다는 건 이제 더 이상 미래의 정보를 볼 수 없다는 건가?

아니지. 베타 서비스 다음은 정식 서비스를 의미하잖아.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정보가 올 수도 있다.

그런데 만약 그게 아니라면?

이대로 영영 정보가 끊긴 거라면?

“후우-.”

내가 한숨을 푹 내쉬자 현식이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내게 말했다.

“어제 술이 과했나? 정말 괜찮아?”

“팀장님. 얼른 퇴근하고 쉬세요. 잔업은 저희가 알아서 해 놓을게요.”

생각이 많아지니 불안감은 커지고 일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애초에 정보가 없으면 일을 하기도 무리이지 않은가.

“그렇게 해 줄래요? 미안해요. 오늘은 내가 너무 컨디션이 안 좋네.”

“그래. 얼른 들어가서 쉬어. 애가 왜 안 걸리던 술병에 걸렸어?”

“그러게나 말이다. 다들 미안합니다.”

나는 일찍 퇴근을 해 집으로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오늘만 모인 자금이 무려 70억.

모두 나를 믿고 투자해 준 금액이다.

“그냥 한번 해 봐?”

이 뭣도 없는 실력으로 투자를 한다?

70억이 7억으로 변하는 기적을 맛보게 될 것이다.

난 나 자신의 실력을 잘 알고 있다.

여전히 배우고 있는 중이고, 지금의 실력으로는 수익률을 크게 낼 수 없다.

결국 지금 내게 남은 선택권은 하나다.

“이 정도에서 만족하고 그만둬야 하는 건가.”

로또 1등도 되어 보고 10일 만에 300%의 수익도 내 보았다.

지금 일을 때려치운다고 해서 굶어 죽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아무 일도 하지 않고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 돈이 생겼다.

“욕심이었던 거지.”

300%였을 때 기회를 잡을 걸 그랬나 보다.

300%가 아니라 300배의 기회를 잡고자 했던 건데, 그 욕심이 너무 컸던 모양이다.

“지금 와서 후회해 뭐 하냐.”

돈이 없는 것도 아니기에 큰 후회는 없다.

오히려 이런 기회를 준 하늘에 감사할 따름이다.

평생 꿈도 꾸지 못할 금액을 만져 보게 되지 않았는가.

직장에서 인정도 받으면서 말이다.

20대로서 이룰 건 다 이뤘다.

그래. 그렇게 생각하자.

띠리리링-!

부처가 된 것처럼 해탈을 하고 있는 순간.

벨 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설마?!

“뭐야······.”

하지만 고장 난 핸드폰에서 울리는 벨 소리가 아니라, 내가 쓰고 있는 핸드폰에서 울린 벨 소리였다. 그것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는데,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잠깐이나마 해탈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역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한 번 더 나에게 질풍 같은 용기를 주면 어디 덧나나.”

난 그렇게 중얼거리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이진석 팀장님 핸드폰 번호 맞아요?”

목소리가 상당히 맑다. 어디서 들어본 거 같은데.

“저 기억나세요? 이한별이에요. 팀장님 펀드에 돈 맡긴 고객이요.”

이한별이라면 내 고객들 중 가장 어린 나이에 김미영 여사 다음으로 돈을 많이 넣은 고객이었다. 지금은 물론 고객이 늘어나 순위가 저 뒤로 밀려나긴 했지만.

“아, 네. 안녕하세요? 그런데 어쩐 일로······.”

“어쩐 일이긴요. 제가 확인해 보니까 수익률이 벌써 300%로 뛰었던데. 진짜예요?”

펀드는 개인 투자자들처럼 주식을 사 놓고 실시간으로 확인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김미영 여사를 제외하고 다른 고객들은 수익률이 300%까지 올랐다는 걸 아직 모르는 것 같았다.

“예. 그렇게 됐습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하죠? 전 사이트 오류인 줄 알았어요.”

“그러게요. 운이 좋았습니다.”

“아무리 운이 좋았다고 해도 그렇지······.”

꽤 많이 놀란 듯한 목소리다.

하긴. 나라도 저런 반응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놀라운 수익률도 끝이다.

“제가 지금 좀 바빠서요. 나중에 다시 전화를 주시면······.”

“우리 좀 만나요.”

“예?”

“안 돼요?”

뜬금없이 만나자니.

“무슨 일로 그러시는 건지······.”

“뭐 다른 이유가 있겠어요? 돈 더 맡기려 그러는 거죠. 제 아버지가 팀장님을 소개해 달라고 하셔서요.”

당연히 그렇겠지.

증권 회사 팀장을 만나자고 하는 게 돈 때문이 아니면 다른 이유가 뭐 있겠는가.

“제가 따로 전화드리겠습니다. 그때 약속 잡도록 하죠.”

“그렇게 해요. 바쁘신 분일 테니까.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예.”

답을 하는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나는 전화를 끊고 다시 무기력하게 침대에 누웠다.

그런데 이번에 또 전화벨이 울렸다.

“설마!”

하지만 역시나는 역시나.

아까와 같이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이진석 팀장님 맞으시죠?”

“아, 예. 누구세요?”

“저 이진석 팀장님 펀드에 돈 넣었던 사람입니다. 방금 확인했어요. 수익률 300%인 거! 정말 감사드립니다!”

“예. 그냥 운이 좋았을 뿐······.”

“팀장님 덕분에 지금 계속 웃음만 짓고 있어요. 앞으로도 믿겠습니다, 팀장님! 힘내세요! 파이팅!”

“······.”

그 전화 외에도 다른 고객들에게 계속 전화가 왔다.

모두 다 같이 고맙다는 말로 시작해 앞으로도 믿겠다는 얘기가 전부였다.

“한심한 새끼.”

전화를 끊고 나서 난 스스로에게 욕을 퍼부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날 의지하고 있는데, 그냥 배신을 때리는 건 안 된다.

미래의 정보가 없다는 건 매우 치명적이나, 그렇다고 해서 내 인생이 끝난 것도 아니다.

나는 오래전에 처박아 두었던 주식 관련 서적들을 전부 다 꺼내 하나씩 펼쳐 보았다.

“미래의 정보가 없으면 내가 분석을 하면 되는 거야!”

죽도록 노력이라도 해 보고 안 된다면 어쩔 수 없지만, 넋 나간 병신처럼 침대에만 누워 허송세월 보낼 순 없다. 그건 모두를 배신하는 일이다.

그렇게 책 한 권을 가까스로 다 읽었을 때쯤.

띠리링-!

들려오는 벨 소리에 나는 또 다른 고객이겠거니 싶어 전화를 받으려 했다.

그런데 핸드폰에 아무것도 뜨지가 않았다.

“······어?”

내 양복 주머니에서 벨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벌떡 일어나 주머니를 뒤져 고장 난 핸드폰을 꺼냈다.

[안녕하세요. 미래 커뮤니티 센터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부로 정식 서비스를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유, 유레카!!”

나는 책을 던져 버리고 함성을 질렀다.

절벽 끝까지 몰렸다고 생각했는데, 그곳에 광명이 있었다.

사실, 방금 전 책 한 권 읽고 보니 알겠더라.

지금 당장 공부를 한다고 해서 실력이 팍팍 늘어 70억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직 내게는 치트키가 필요했다.

* * *

“모두 좋은 아침!”

아침 8시에 회사로 가면 모두 다 출근을 한 상태다.

장이 열리는 시간은 9시.

그러나 보통 7시에서 7시 30분에는 출근해 미리 준비를 해 놓아야 한다.

우리같이 실시간으로 주가 동향을 확인하면서 투자를 해야 하는 사람들은 말이다.

내가 만약 공부만 더 잘했으면 브로커가 아니라 회사 위층에 있는 사무실로 들어가 기관 투자 방향을 설정하는 매니저가 됐을 텐데 참 아쉽다며 현식이에게 한풀이를 했던 기억이 난다.

“팀장님. 오늘은 괜찮으신가 봐요?”

“술병 다 나았냐?”

팀원들은 내 인사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그리고 은근히 기대하는 눈빛을 보냈다.

“오늘은 어디다 투자를 하죠?”

“음. 아무 곳도.”

“예?”

“오늘도 쉴 거라고요. 오늘 투자는 안 할 거니까, 다들 할 일 있으면 하세요. 은행 다녀오고 싶으면 다녀오고. 현식이 너는 수염이랑 머리 좀 자르고.”

모두 벙찐 표정으로 날 쳐다만 보았다.

“아니. 오늘 진짜 아무것도 안 해? 뭐 팔지도 않고?”

“파는 건 어제 다 팔았잖아. 60억에 이번에 새로 들어온 70억까지 총 130억이 우리 수중에 있는 거고. 맞지?”

“그렇긴 한데······.”

“오늘은 일 없어. 그러니까 각자 하고 싶은 거 하세요.”

내가 딱 잘라 말하자 팀원들은 뭔가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우리들이 나누는 얘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다른 사원들도 탄식 어린 한숨을 내쉬었다.

“왜들 저러는 거야?”

“몰라서 그러냐? 다들 네가 뭐 사는지 듣고 참고하려는 거지. 요즘 네가 찝은 종목 하나하나가 붐이다, 붐.”

“어차피 난 사 놓고 분 단위로 팔 때도 있잖아. 별 쓸모 없을걸.”

어차피 여기 있는 사원들 대부분 펀드 매니저가 만든 펀드에 들어가 있는 종목들을 고객에게 파는 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무슨 종목이 오른다고 말을 해 줘도 별로 쓸모는 없을 것이다.

“나 진짜 머리 자르러 간다?”

“제발 좀 가. 진짜 아재 같아.”

“나 그런 말 처음 들어. 진짜야.”

“응. 아저씨. 어서 가서 쳐 자르고 오세요.”

현식이가 투덜거리며 나가자 화영 씨도 가방을 메고 일어났다.

“퇴근을 하는 건 너무 염치가 없으니, 은행 좀 다녀올게요.”

“아······. 팀장님. 저도 잠시 일 보고 와도 될까요?”

“다들 그렇게 하세요. 퇴근하고 싶으면 퇴근해도 돼요.”

그러면서 나는 주식 관련 서적 몇 권을 꺼냈다.

화영 씨가 그런 내 모습을 보고 흥미를 보였다.

“팀장님은 뭐 하시려고요?”

“전 공부요.”

“헐-. 완전 노력파시구나, 우리 팀장님.”

“이번 계기로 제가 한참 부족하다고 느껴서요. 공부 좀 빡세게 하려고요.”

“그런 말씀 하시면 진짜 재수 없는 거 아세요?”

그런가?

내 나름대로 정말 심각했는데.

나는 앉은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책만 팠다.

모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날 기웃거리기도 했지만, 오늘 난 거래 프로그램을 일절 건드리지도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밤 9시가 넘었다.

요즘 야근하는 경우가 한 번도 없었는데, 오늘은 꼭 해야 할 이유가 있었다.

“이야. 아직도 공부하는 거야?”

잡일을 처리하던 오영식 팀장도 그제서야 퇴근을 하면서 내 어깨를 두드렸다.

“아, 예. 종목 분석 좀 하려고요.”

“흐흐. 참 대단해. 수익률 300%는 운빨로 나온 게 아니다, 이거지? 오늘 내가 또 배우네. 다음에 술이나 한잔하자.”

“예, 팀장님. 들어가세요.”

나는 끝까지 집에 가지 않고 자리를 지키면서 시계를 바라보았다.

어느덧 시간은 11시 45분.

사무실은 나 빼고 아무도 없었다.

우리 쪽 부서가 야근할 일이 많이 있지도 않고 혹시 있으면 집에서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밤 12시가 되었다.

난 그제야 들고 있던 책을 내려놓고 품 안에 있던 고장 난 핸드폰을 꺼냈다.

띠리링-!

정확히 12:00가 되자마자 울리는 핸드폰.

[안녕하세요, 고객님. 미래 커뮤니티 센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기다렸던 연락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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