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융계 천재가 되었다-9화 (9/200)

금융계 천재가 되었다 9화

“뭐? 확실한 거야?”

“예. 3배가 조금 넘는다고 합니다. 21억이란 돈이 고작 열흘 만에 65억이 됐습니다, 사장님.”

열흘 만에 수익 300%!

이런 미친 수익률은 정말이지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도대체 어떤 주식을 샀기에?”

“매매 동향을 보니까, 총 55개의 종목들을 골고루 건드렸던데요?”

“일주일 동안 55개 종목들을 골고루 샀다는 말이야?”

“예. 하루에 10개씩 사서 다음 날에 그 10개를 다 팔아 종목 20개를 늘리는 방식으로 투자를 한 것 같습니다.”

그 정도로 많은 종목들을 사고팔았다는 건 단타 매매를 했다는 뜻이다.

일주일에 단타 매매로 30% 수익만 건져도 정말 잘했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런데 300%?

지금이 무슨 돈만 넣으면 수익률이 껑충껑충 뛴다는 벤처 버블 시대도 아니고.

도대체 단타 매매만으로 어떻게 300%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일까?

“신기한 놈일세.”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사장님. 솔직히 굴러온 21억을 금방 말아먹을 줄 알았는데, 정말 뭔가가 있는 놈 같지 않습니까?”

“내가 그놈 처음 만났을 때도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자신감이 말도 안 되게 넘쳤거든. 그런 놈들이 대개 실수를 하고 금융계를 떠나는 법인데, 이진석 이놈은 아니란 말이지.”

열흘 만에 300%라는 미친 수익을 낸 놈이다.

좆도 없는 놈이 자신감을 보이면 근거 없는 자신감에 불과하지만, 지금처럼 성과를 보여 준다면 그 자신감조차 그 사람의 능력이 된다.

“지금은 일 안 하겠지?”

“예. 장 마감했으니까, 퇴근 준비하고 있을 겁니다.”

“잘됐네. 잠깐 나 좀 보자고 해.”

“아, 예. 사장님.”

항상 회사 내 분위기를 사장에게 보고하는 김준형 과장은 뭐가 그리 신이 났는지 얼른 사장실 밖으로 나갔다.

* * *

300%.

형식이는 두 배만 돼도 기적일 거라 했는데, 열흘 만에 300%라는 수익 기록을 세웠다.

원래 계획은 일주일 안에 300%였지만, 아무리 미래의 정보가 있어도 큰 게 터지지 않는 이상, 300%를 7일 만에 해낸다는 건 어려웠다. 그래도 막판에 운이 잘 따라붙어서 300%가 넘는 수익을 기록할 수가 있었다.

“진짜 미쳤다, 미쳤어. 300%라니.”

“그러니까요. 10일 동안 팀장님 말대로 사고판 것밖에 없는데, 거짓말처럼 300%가 되다니.”

“전 신입이라 아직 잘 모르지만, 대단하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대단한 수준이 아니야. 그냥 미친 거지. 여기 금융부 전부 다 뒤져 봐라. 10일 만에 단타 매매로 300% 만든 사람이 어디 있나. 누가 보면 주가 조작한 줄 알겠다.”

현식이는 아주 자랑스럽게 떠벌리며 나를 높여 주고 있었다.

“이진석 팀장님. 축하드려요.”

“우와. 300%라니. 실화입니까? 나중에 식사라도 한번 같이하시죠.”

“이 팀장. 노하우 좀 공유합시다. 응?”

10일 동안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이 수익을 올리는 걸 옆에서 지켜본 사람들이다.

처음에는 내가 팀장이 된 것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도 많고 바라보는 시선도 매우 싸늘했는데, 지금은 완전 다른 세상에 온 것만 같았다.

“가식적인 새끼들. 너 좀 잘 되니까 다 들러붙는 거 봐라.”

그런 직원들의 행동에 현식이는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나는 혐오감이 들진 않는다.

나라도 저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결국 다 똑같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사돈이 땅 사면 배 아프고, 내 옆자리 동기가 승진하면 혈압 오르는 건 다 똑같아.”

“갑자기 왜 부처 코스프레야.”

“그냥 그렇다고.”

내가 저들보다 실력이 좋아서 수익률을 낸 것이 아니다.

난 단지 저들이 모르는 미래의 정보를 알기 때문에 수익률을 낸 것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교만할 수가 없다. 누군가는 스스로의 실력으로 나보다 더 많은 수익률을 올렸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오늘은 회식합시다.”

“와. 팀장님이 사시는 거예요?”

“네. 아직 제가 법인 카드가 없어서요. 오늘 소 한 마리 해체해 봅시다.”

어차피 팀원들 숫자도 많지 않아서 별로 부담스러운 금액도 아니었다. 그리고 기분 좋은 성과를 올렸으면 사기 증진을 위해 소 한 마리 해체하는 건 괜찮지 않겠는가?

“이 팀장. 퇴근하려고?”

“아, 네. 오늘 회식이 있어서요.”

그때 김준형 과장이 친한 척을 하며 다가와 내 어깨를 토닥였다.

“사장님께서 따로 좀 보자고 하시네? 그리 오래는 안 걸릴 것 같으니까, 퇴근하기 전에 만나 뵙고 가.”

“사장님이요?”

“그래. 지금 찾으셔.”

300% 수익을 냈다는 게 사장 귀에도 들어간 모양이다.

“현식아. 먼저 회식 장소로 가 있어. 금방 따라갈게. 우리 저번에 갔던 소고깃집 알지? 거기로 가.”

“이야. 사장님이 또 찾는 거야? 아주 스타 다 됐네. 이번에 또 승진하는 거 아니냐?”

“고작 열흘 한 거 가지고 무슨. 그냥 운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할걸?”

그래도 은근 기대가 되는 건 사실이다.

나는 부러움과 시기 질투 섞인 시선들을 한 몸에 받으며 가장 꼭대기 층에 있는 사장실로 들어갔다.

“어서 와.”

“예, 사장님. 찾으셨습니까?”

“일단 앉지. 커피 한 잔 줄까?”

“아닙니다. 오늘 팀 회식이 있어서요.”

“하하. 이 노땅이 귀한 시간을 뺏었네. 오래 안 걸릴 거야.”

권오준 사장은 커피 대신, 내게 비타민 음료를 하나 건네 주며 입을 열었다.

“열흘 동안의 성과, 잘 봤어. 열흘에 300%. 쉽지 않은 성과일 텐데, 아주 잘해 줬어. 무슨 노하우라도 있나?”

“노하우요?”

“그래. 솔직히 이 업계가 어떤지 잘 알잖아. 열흘 만에 3배 수익을 올리는 건 예전에 한창 벤처 버블 때나 가능했던 거거든. 주식이 무슨 비트코인도 아니잖아. 들어보니까 단타 매매로 승부를 봤다던데.”

“예. 맞습니다. 주로 작전주를 노렸고요.”

“뭐, 뭘 노려? 작전주?”

진심으로 당황한 표정이었다.

혹시라도 내가 불법적인 일에 손을 댄 건 아닐까 염려하는 눈빛도 담겼다.

더 오해가 쌓이기 전에 얼른 해명부터 했다.

“사장님이 생각하시는 그런 거 아닙니다.”

“하하. 그렇지? 젊은 사람이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네.”

“예. 금융감독위원회가 있긴 하지만, 작전주는 어차피 뿌리 뽑지 못하는 잡초들 아닙니까?”

“그렇지. 정말 대놓고 하지 않는 이상, 전부 다 잡는 건 불가능하지.”

주식 시장에서 주가 조작은 당연히 금지되는 일이다. 내부 정보를 통해 주식을 사는 것도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법이 그렇게 되어 있다고 해서 범죄가 안 일어나던가?

작전주도 똑같다.

금융위원회에서는 항상 작전주를 잡아내려고 노력하긴 하지만, 예전처럼 대놓고 대량 매수로 가격을 폭등시키는 멍청한 작전 세력은 없기에 요즘은 그런 놈들을 잡아내는 게 꽤나 어렵다. 거기다 수법도 매우 정교하게 바뀌어 사실상 붙잡는 게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하도 그런 놈들이 많다 보니, 작전주를 미리 파악해 상한가에서 주식을 파는 서적들이 나올 정도다.

내가 이번에 이익을 본 종목들 중에서도 절반 이상은 작전주에 속해 있었다.

이 작전 세력이 무조건 국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작전 세력일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단속하기도 힘들고 설사 단속을 했다고 해도 인터폴을 동원하지 않는 이상 붙잡는 게 어렵다.

인터폴을 동원한다고 해도 정말 죄지은 놈을 잡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러니 우리나라 주식 시장을 외국인들이 물로 보는 것이다.

“어차피 우리나라에 널린 게 작전주이지 않습니까. 대량 매수를 통해 가격을 올리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중에서 선별해 상한가를 칠 때 따라간 것에 불과합니다.”

여기서 웃긴 건 기관이 대량 매입을 통해 가격을 올려놓고 폭락을 시키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것이다. 이것도 하나의 작전인데, 금융위는 그런 걸 터치하지 않는다.

결국 다 한통속이란 것이다.

“그걸 열흘 동안 반복했다?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예. 운이 좋았네요.”

작전주를 따라 상한가를 친다.

이론은 좋다. 그러나 실천은 어렵다.

작전이 한창 진행되기 전에 작전주를 가려내는 건 전문가들도 힘들다.

개미들은 더더욱 가려내기 힘들 터.

대신, 개미들은 한창 상한가를 치고 있는 주식을 사서 상한가 따라잡기, 짧게 말해 ‘상따’를 통해 이익을 본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서 멈춰야 하는지를 모르고 계속 나아가다 보면 주가는 바닥을 치게 되고 그로 인해 개미들이 죽어 나가는 것이다. 그와 반대로 작전 세력은 돈을 버는 것이고.

이것이 작전주의 이익 원리다.

상한가로 개미들을 유혹하고 일정 고점을 찍었을 때 전부 팔아 가격을 폭락시킨다.

이 적절한 타이밍을 찾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라, 작전 세력들도 실수를 해 자신들이 돈을 날릴 때도 있다.

“아무리 베테랑이라고 해도 주가의 고점을 찾는 건 힘들어. 그런데 열흘 동안 이진석 팀장은 한 번도 실수하지 않고 다 이익만 봤단 말이지. 이거 금융위원회에서 조사 들어와도 할 말이 없겠는걸?”

작전주라는 게 밝혀지면 그곳에 가담한 사람들이 누군지 찾는 게 금융위에서 할 일이다. 그로 인해 금융권 회사들은 자주 조사를 받게 된다. 하지만 날 털어서 나올 건 없다.

“예. 회사에 불이익이 가는 건 없을 거라고 장담합니다.”

“하하. 여전히 그 자신감은 보기 좋아. 저번에 만났을 땐 그냥 허세인 줄 알았는데 말이야.”

“그래도 절 믿어 주셔서 팀장으로 올려 주셨잖아요. 감사합니다.”

“딱히 믿은 건 아니야. 그냥 운 좋게 고속 승진을 하면 어떤 리스크를 치르게 되는지 인생 교육을 해 주려 했을 뿐이지. 오히려 내가 보기 좋게 당했지만.”

농담인가. 아니면 진심인가.

말만 들었을 땐 내가 폭삭 망하기를 기다렸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그때 권오준 사장 비서에게 스피커폰으로 연락이 왔다.

“사장님. 김미영 고객님께서 오셔서 이진석 팀장을 찾는다고 합니다.”

“음? 김 여사가?”

권오준 사장은 피식 웃으며 내게 말했다.

“그 여자가 300%라는 얘기 듣고 벌떡 일어났나 보다. 하긴. 30억 손실 본 걸 열흘 만에 메꾸어 줬으니 좋아 죽으려고 하겠네.”

“제가 이익을 보면 사돈의 팔촌까지 다 끌어모아 온다고 하긴 했습니다.”

“잘됐네. 그 여자 재산이 몇백억은 하는 거 같던데, 그 돈 우리 회사에 다 가져다주면 이 팀장 성과급이 어마어마하겠어. 여기서 조금 더 잘하면 승진도 문제없을 거야.”

이 정도 성과로는 또다시 초고속 승진을 하기에 역부족이다. 더 성과를 쌓으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런데 사장님.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응. 말해.”

“혹시 팀장이 되면 회사에서 법인 카드를 지원해 줍니까?”

“응? 그거야 물론이지. 아아. 내가 법카를 안 챙겨 줬었나? 오늘 회식 있다고 했지? 이런 귀한 인재가 생돈으로 회식을 하게 놔둘 순 없지.”

의외로 권오준 사장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법인 카드를 건네주었다.

“이거 쓰고 내일 가져다줘. 법인카드는 내가 새로 만들어 줄게.”

“이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벌써 입은 찢어져라 웃고 있으면서. 얼른 가져가.”

나는 다른 카드들과 달리 번쩍거리는 블랙 카드를 조심스레 챙겼다.

오늘 소고깃값은 확실히 굳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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