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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천재가 되었다-8화 (8/200)

금융계 천재가 되었다 8화

“이런 건 전화로 해 주시지 않나요?”

내게 아끼고 아낀 돈을 모아 1억이란 돈을 가져다준 고객들.

그들은 갑작스러운 미팅에 당황한 듯 보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내심 감동한 눈치다.

“보통은 그렇죠. 그냥 홈페이지에 문서 하나 올려놓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팀장님은 왜 저희한테 이런 친절을······.”

“그야 소중한 돈이 어디로 가는지 꼭 알려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운용할 펀드는 매우 유동적입니다. 시시각각 바뀔 가능성이 높고요. 이 모든 걸 동의하신 거로 받아들여도 될까요?”

이미 한번 내게 돈을 맡기기로 한 이상, 지금 와서 바꾸기도 애매할 것이다. 거기다 내가 직접 와서 설명까지 해 주니, 오늘 돈을 빼갈 사람은 없다고 봐야 한다.

“이렇게 설명해 주시니 좋네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돈 많이 벌게 해 주시면 제가 적금도 깨서 바치겠습니다.”

“전 밥 한번 사 드릴게요.”

“오랫동안 모은 돈입니다. 잘 불려 주세요.”

김 여사와의 미팅 때와는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

그 사람은 내가 20억을 홀라당 날려 버려도 상관없다는 포스를 풍겼지만, 이 사람들은 목숨이 달린 돈이 아니던가.

“예. 제가 꼭 여러분 돈을 소중하게 키우겠습니다.”

그렇게 미팅을 끝내려 하는데, 내가 맡은 고객들 중 가장 어린 고객이 내게 물었다.

“팀장님 혹시 명함 있으세요?”

“아. 예. 제가 오늘 팀장이 돼서 새로 명함을 파진 않았고, 예전에 쓰던 게 있습니다.”

나는 예전 명함을 사람들에게 돌렸다.

이 젊은 여자 빼고는 모두 아저씨, 아줌마 나이대다.

돈을 받으면서 자연스레 인적 사항도 대충 알 수가 있었는데, 이 여자의 이름은 이한별, 나이는 이제 20살에 불과하다.

즉,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할 나이인데 벌써 3천만 원이나 되는 돈을 들고 투자를 한다는 것이다.

김미영 여사를 제외하고 여기 있는 고객들 중 내게 맡긴 돈이 가장 많다.

“나중에 이 번호로 연락드리면 되나요?”

“예. 궁금한 게 있으시면 얼마든지요. 대신, 한창 바쁘게 움직이는 시장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땐 전화를 못 받을 수도 있습니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파했다.

다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러 가는데, 이한별은 자차를 끌고 가는 게 보였다. 그것도 외제 차를 말이다.

“집에 돈이 많은가 보네.”

집에서 준 용돈으로 투자를 하는 건가.

저런 금수저 집안에서 태어나는 건 과연 무슨 기분일까.

뭐, 이런 생각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앞으로의 미래가 중요한 것을.

띠리링-!

이제 그만 회사로 돌아가려는 찰나.

품 안에 들어가 있던 망가진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어 댔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미래 커뮤니티 센터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무료 베타 기간 동안 많은 이용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의 커뮤니티는 ○○○ 주식 카페에서 운영 중인 종목 게시판입니다. 해당 날짜는 8월 28일입니다.]

[이용 시간은 총 120분입니다.]

나만이 알고 있는 미래를 향해 나아갈 때가 됐다.

* * *

[재화 홀딩스 20%]

[LK 케미 22%]

[대현 건설 15%]

[인영약품 25%]

수십 개가 넘는 상한가 종목들.

커뮤니티 사이트의 참된 쓰임이랄까.

카페 매니저, 혹은 운영자가 올려놓은 그날의 차트를 보며 나는 높은 상한가를 맞이한 종목들을 간추렸다.

앞으로 이틀 후에 나올 상한가 종목들이다. 하지만 주의할 점이 있다.

이것들이 오른다고 해서 무턱대고 사 놓으면 안 된다.

미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보여 주는 건, 원래 일어나야 할 미래다. 그런데 나라는 변수가 끼어들게 되면 주가가 어떻게 변동될지 모른다.

21억이 주식판에서 엄청 큰돈은 아니지만, 상장 기업의 규모가 작을 경우 21억이란 돈은 큰 스노우볼을 굴리게 될 것이다. 올라야 할 게 오르지 않고 오히려 팍 꺾어 내려갈 수도 있다는 것.

그러므로 이 종목들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돈을 벌 전략을 세워야 했다.

“일단 분산 투자로 돈을 나누자.”

돈을 몇 등분으로 나누어 상한가를 칠 종목에 투자한다.

몰빵을 하면 좋은 점도 분명히 있다.

가장 높은 상한가를 치는 종목에 돈을 다 때려 부으면 되니까.

하지만 기억해야 할 건, 주식의 가격이란 건 시시각각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20%로 쭉 올랐다가 순식간에 마이너스로 고꾸라질 수도 있다. 그래서 분산 투자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미래의 차트를 봐서 상한가 종목을 안다고 해도 어떤 가격에 사서 이득을 볼지도 잘 결정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차트가 올라온 글의 댓글을 유심히 읽는다.

└인영약품이 이틀 전에 5,500원이었는데, 그때 살 걸 그랬네요. 그게 바닥 찍은 금액인 줄 몰랐네

└저도 인영약품은 더 떨어질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껑충 뛰었네요.

댓글을 잘 읽어 보면 사람들이 아쉬움을 토로하는 게 종종 보인다. 그곳에서 난 힌트를 얻을 수가 있었다.

8월 28일.

정확히 이틀 후에 25% 상승하는 인영약품의 최저가는 5,500원.

그때 주식을 사 놓아야 내게 큰 이득이 된다.

└재화 홀딩스는 이틀 전에 15% 상승했다가 하루 전날에는 푹 떨어지더니, 이번에 또 올랐네요?

└아마 내일도 상한가 치지 않을까요?

└재화 홀딩스는 조금 위험 부담이 커요. 거긴 매번 주인이 바뀌니까.

상한가 목록에 있는 재화 홀딩스는 나도 대충 알고 있는 곳이다.

매번 외국인, 혹은 기관에 의해 주인이 바뀐다.

재화 홀딩스처럼 저렇게 큰손들에 의해 자꾸만 대주주가 바뀌는 곳이 있다.

저런 곳에 돈을 거는 건 안전하지가 않기 때문에 별로 추천을 하진 않지만, 가격 반등 폭이 크기 때문에 충분히 한탕을 노릴 수 있는 주식이기도 하다.

“어느 정도 정리는 됐고······.”

120분이란 시간을 헛되게 보내지 않기 위해 주목해야 할 카페 글이 있으면 무조건 컴퓨터에 옮겨 적었다.

핸드폰 스샷으로 다 저장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아.

찍어 놓는다고 한들, 120분이란 시간이 지나면 핸드폰은 다시 깜깜한 화면으로 돌아가 버린다. 그래도 중요한 건 거의 다 적어 놓은 것 같아 다행이다.

나는 긴장이 풀리면서 의자에 푹 내려앉았다.

“도대체 누가 이런 선물을 나한테 보내 주는 걸까?”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이 출처를 찾을 수도 없으니 궁금증만 커진다.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미래를 보여 준다.

이건 그야말로 돈 넣고 돈 먹기이기 않은가?

“거기다 이번 무료 베타 버전이라고 했잖아.”

언제든지 유료로 바뀌거나, 영원히 이용을 못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진짜 큰 거 한 방 터지는 정보 알게 되면 그땐 회사 때려치우고 나간다.”

아직은 회사를 나갈 때가 아니다.

지금 나가서 개인 투자자로 활동하기에는 큰 거 한 방을 알아내지 못했다.

로또 1등 당첨으로 인생 역전이 되긴 했지만, 나는 더 많은 돈을 원한다.

25억으로는 아직 성에 차지 않는다.

* * *

“지금이에요. 재화 홀딩스에 1억 5천. 인영약품에 3억 5천. 빨리.”

“옙!”

어제 알아 놓은 상한가 종목들의 가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나는 그것들이 최저가로 내려가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빠르게 황지우 사원에게 지시를 내려 주식을 매입하게 했다.

황지우 사원이 그 두 개의 주식을 매입하는 동안, 나는 다른 주가 동향도 확인해 현식이와 화영 씨에게도 각각 주문을 넣었다.

“현식아. LK 케미에 1억 넣고 TK 레노스에도 1억 넣어. 화영 씨는 그린 타이어에 1억 넣으시고 인버스 스탁에 1억 넣어 주세요.”

“잠깐. LK 케미? 지금 거기 15% 하락한 거 알아?”

“아니까 빨리 넣어. 급해.”

“그, 그래.”

내 목소리가 날카롭다는 걸 느낀 것일까.

현식이는 얼른 하던 말을 멈추고 주식 주문을 넣었다.

황지우 사원은 신입이라 아는 게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 그런지 시키면 군말 안 하고 딱딱 하는데, 현식이와 화영 씨는 아는 게 많다 보니 참견을 한다.

“팀장님. 죄송한데, 인버스 스탁은 갑자기 왜 돈을 넣으시는 거예요? 지금 거기 말이 많던데.”

“화영 씨. 설명은 나중에 할 테니까, 일단 주문부터 넣어 주세요. 앞으로 질문이 있으면 이 전쟁 같은 시간부터 끝낸 다음에 하세요.”

“아, 예. 죄송합니다.”

그렇게 나는 초집중을 한 상태로 주가 동향을 일일이 확인했다.

각자 돈을 나눠 넣은 건 최대한 주가에 영향이 없을 정도의 금액 정도였다.

혹시라도 큰돈을 덜컥 넣었다가 미래가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들 고생했어요. 이제 딱히 할 일 없으니까, 각자 일 봐요.”

“정말? 아직 장도 마감 안 했는데?”

이제 막 1시가 넘었을 뿐인데, 오늘의 할 일은 여기까지였다.

현식이는 이렇게 빨리 하루가 끝난다는 걸 적응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어. 오늘 넣은 종목들 중 절반은 오르려면 좀 기다려야 돼.”

“얼마나?”

“이틀 정도?”

“확실한 거야? 아까 네가 주문 넣은 종목들이 총 12개던데, 찬찬히 살펴보니까 그중 절반은 올라갈 구석이 안 보이던데.”

“그럼 어쩔 수 없지. 다 말아먹는 수밖에. 흐흐.”

“야! 고객들이 죽을힘을 다해 모은 돈을 이렇게 날리려고?”

현식이는 참 인간적인 놈이다.

재벌집 아들들은 보통 싸가지가 없다는 내 편견을 싹 고쳐 준다.

“농담이야. 나 절대 이 돈 말아먹을 생각 없어. 어떻게든 크게 키울 거야. 그러니까 걱정들 하지 마셔. 그리고 내일도 빠르게 움직여야 하니까 다들 긴장하세요.”

팀원들은 조금 떨떠름한 얼굴들이었다.

이들은 내가 정확히 어떤 전략을 가지고 투자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을 테니까.

괜히 잘못된 팀에 들어와 회사 생활 조지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표정들도 보인다.

그렇게 다음 날이 되어 나는 다시 바쁘게 동향을 체크했다.

‘다행히 변동이 별로 없다.’

분산 투자를 해 준 덕분인지, 내가 알고 있는 대로 주가 동향이 상승했다.

“현식아. 빠르게 움직여야 된다. 레노스에 있는 1억 빼서 LK 케미에 다 넣어. 그리고 화영 씨도 그린 타이어에 넣어 놓은 돈 전부 인버스 스탁에 넣으세요.”

“아, 네.”

“이대로 빼도 괜찮아? 레노스 오늘만 15% 상승했는데. 여기서 더 올라가지 않을까?”

“내 예상으로는 아니야. 그러니까 얼른 빼.”

내 명령에 따라 팀원들이 바삐 움직이며 매도와 매수를 차례대로 진행했다. 그리고 2시 정도 되었을 때, 어제 산 주식들의 수익률이 나왔다.

“하루 만에 수익이 6억 7천만!”

“쏠쏠하지?”

21억 중 32%의 수익률을 봤다.

뭐, 그날 운이 좋으면 그 정도 수익은 개미들도 볼 수가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만약 이 수익률을 매번 유지할 수 있다면 어떨까?

상상만 해도 돈방석에 앉는 것 같지 않은가?

“근데 이 돈 전부 다른 종목에 쏟아부었잖아.”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하니까. 일주일 안에 딱 3배 남겨 먹자.”

금융 회사에서 파는 주식 펀드들을 보면 3개월에 50%를 넘기기가 힘들다.

고위험성을 감수하는 펀드가 아닌 이상, 절대 수익형 펀드는 잘 쳐줘도 30%.

그마저도 1년이 되면 3%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일주일에 21억을 3배로 만들어 먹는다는 발상은 정상적이지 않긴 하다.

“미친 새끼. 그게 가능하면 네가 벌써 사장했지.”

“흐흐. 그래 볼까?”

회사 때려치우기 전에 사장 자리 앉아 보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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