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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천재가 되었다-7화 (7/200)

금융계 천재가 되었다 7화

“자. 오늘부터 여기 이진석 사원은 사장님의 특별 명령으로 팀장이 되었습니다. 모두 박수!”

권오준 사장의 판단은 빨랐다.

그는 바로 다음 날 나를 팀장으로 올려놓았다.

아침 댓바람부터 계약서에 사인을 했는데, 웃긴 건 기간제 팀장이라는 것이다.

총 3개월.

앞으로 3개월 동안만 팀장 노릇을 한다. 그 이후부터는 성과에 따라 계약이 계속 유지될지, 아니면 거기서 끝날지가 결정된다.

거기다 이번 계약이 끝나고 연장이 되지 않으면 난 이 회사를 나가야 한다.

엄청난 승진을 하는 대신, 그만큼 리스크도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뭐··· 축하해요.”

“축하드려요.”

내가 팀장이 된다는 걸 반기는 사람은 이곳에 거의 없었기에 모두 내가 고꾸라지기만을 기다리는 것만 같다.

“이야. 축하한다. 이렇게 빨리 승진한 사람은 너밖에 없을 거다.”

주변 분위기가 차가운데, 현식이는 그러거나 말거나 진심으로 날 축하해 주었다.

그래도 내 편은 이놈밖에 없는 건가.

“이따 소주에 삼겹살 어때? 승진 기념으로.”

“좋지. 내가 살게.”

재벌집 아들이면서 소주에 삼겹살을 그렇게나 좋아한다.

이놈이 돈 많은 집 아들이라는 걸 종종 까먹는다.

“크흠-. 추, 축하하네. 아니.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려요, 팀장님.”

나보다 입사한 지 한참 된 선배들도 섣불리 말을 놓지 못한다.

나이가 비록 내가 어리다고 해도 회사는 직급으로 상하 관계를 나누는 집단이지 않던가?

“앞으로 이 팀장은 신설되는 팀을 이끌게 될 거야. 뭐, 따로 담당하는 펀드 매니저가 있진 않아. 그리고 관리하는 자금도 김미영 여사님의 20억과 그 외 고객들의 돈을 담당하겠지. 알지? 저번에 몇몇 사람들이 이 팀장한테 돈 맡기고 싶다고 전화한 거.”

“예. 금액이 별로 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맞아. 다 합쳐봐야 1억이야. 총 21억을 관리하게 된 거지.”

부가적인 설명을 해 주며 오영식 팀장이 서류 하나를 건네주었다.

“고객 명단이랑 앞으로 이 팀장 밑으로 들어갈 팀원들 정보. 일단 금융 7팀으로 정해졌어.”

“아, 예. 감사합니다.”

“고생해. 그리고 축하해. 진심이야. 뭐, 이 팀장이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잘되니까 내가 다 좋다.”

저 말은 진심인 것 같았다.

자기 밑에 있던 팀원이 승진을 하면 배가 아플 만도 한데, 오영식 팀장은 그런 인색한 면모를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팀장님.”

내 팀원들 중에는 이화영 사원도 있었다. 그녀가 자발적으로 내 팀에 들어온 것인지, 아니면 그냥 랜덤으로 뽑힌 건지는 모르겠다.

“야. 나도 잘 부탁해.”

“너도 우리 팀이냐?”

“내가 빠지면 섭하지. 너 혼자 심심하게 놔둘 순 없잖아. 그리고 이 팀이 앞으로 가장 재밌을 거 같기도 하고.”

현식이도 같은 팀이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명은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참이었다.

“자, 잘 부탁드립니다. 황지우라고 합니다.”

“그래요. 저도 잘 부탁해요. 신입인 거 알고 있으니까, 천천히 일 배워요.”

“예! 감사합니다!”

팀원은 꼴랑 3명.

뭐, 이 정도도 감지덕지지.

어차피 이들이 할 일은 그리 많지 않을 테니까.

“일단 화영 씨는 주가 동향 보고서부터 만들어 주시고요. 현식이 너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어디 쪽에 관심을 두고 있나 알아봐. 그리고 지우 씨.”

“예, 팀장님.”

“지우 씨도 기관 조사 같은 건 할 줄 알죠?”

“아, 예. 할 줄 압니다.”

“그럼, 지금 기관들이 어디 쪽에 돈을 넣고 있나 체크해 주세요. 혹시 모르는 거 있으면 여기 있는 현식이한테 물어보고.”

“옙!”

팀원들에게 일을 맡기고 나니 뭔가 감회가 새롭다.

이게 팀장이 할 수 있는 권한인가?

그동안 위에서 팔라는 것만 입을 털며 팔아 왔는데, 지금부터는 내가 원하는 대로 투자를 할 수가 있다.

역시, 권력이 좋긴 좋구나.

“왜 갑자기 실실 쪼개?”

“응? 아무것도 아니야.”

“근데 일 우리한테 다 맡기면 넌 뭐 하게?”

“난 놀아야지. 팀장인데.”

“뭐어-?”

현식이의 일그러진 얼굴에 피식 웃음이 터졌다.

“뻥이야. 우리 물주님 보러 간다.”

“물주님이라면 그 김미영 여사?”

“그래. 자기 돈 만지게 되면 연락하라 했거든. 한번 만나자고 하네. 다들 조사 끝나면 내 메일로 보내줘. 난 우리 물주님들 만나보고 집에 돌아가게.”

“캬-. 팀장의 권한이네. 출장으로 월급 꿀꺽하고.”

“꼬우면 너도 팀장 하든가.”

그때 현식이가 손뼉을 치며 내게 물었다.

“아참. 근데 물주님들? 설마, 너한테 이번에 돈 맡겼다는 사람들도 다 만나 보게?”

“어. 다 만나서 앞으로 계획 같은 거 말해 줘야지.”

“그냥 전화로만 해도 될 텐데. 왜 사서 고생을 해?”

“고마운 사람들이니까.”

비록 1억이라고 해도 소중한 돈이다.

지금 내가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은 총 21억.

금융 업계에서는 큰돈이 아니다. 하지만 이 돈을 누가 뿌렸느냐에 따라 그 질이 달라진다.

김미영 여사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는 알지 못한다.

주워들은 말로는 천안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프랜차이즈를 크게 성공시켰다는데, 정확한 정보인지는 모르겠다.

확실한 건 마음에 들면 시원하게 돈을 쓰지만, 조금이라도 수틀리면 전부 다 돈을 빼 버린다. 맺고 끊음이 화끈한 여자라는 것이다.

“어서 와요. 한창 바쁠 텐데. 이렇게 만나도 되는 거예요?”

“아직 돈을 제대로 운용하는 게 아니라서요.”

“설마, 다른 새끼가 진석 씨를 얼굴마담으로 세우고 내 돈 갖고 다른 짓 하는 건 아니겠지?”

“그건 아닙니다. 제가 본격적으로 돈을 움직이기 전에 제가 어떤 방식으로 투자를 할지 알려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카페 소파에 몸을 기댄 김 여사는 어디 말해 보라는 듯 깍지를 꼈다.

난 서류 하나를 꺼냈다. 그러자 김 여사 대신, 옆에 있던 비서가 서류를 챙겼다.

“앞으로의 계획이 간단하게 정리되어 있는 서류입니다. 한번 살펴보시면······.”

“나 이런 거 읽는 거 싫어해. 그냥 진석 씨가 말해 봐.”

“예. 그럼,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저희 팀이 앞으로 운용하게 될 건 단기형 펀드입니다.”

“단기형 펀드?”

“예. 위험성은 크고 수익률은 높습니다. 치고 빠지기를 할 거라서요. 보통 펀드는 딱 정해져 있는 안정적인 주식들을 사 놓고 몇 달 동안 가만히 놔두지 않습니까? 하지만 제가 운용할 펀드는 시시각각 주식 종류가 바뀌게 될 겁니다.”

지금도 많은 투자 회사에서 단기형 펀드들을 팔고 있다.

단기형 펀드는 다른 장기적인 펀드들과 달리 기간이 짧고 가끔 유동적으로 종목을 바꾸기도 한다. 하지만 수익률이 큰 만큼 위험성도 커서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 펀드다. 하지만 돈 벌기에는 이만한 게 없기도 하다.

김미영 여사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 펀드도 있나? 보통 고정되어 있지 않나?”

“대부분이 그렇죠. 하지만 제 펀드는 유동적입니다. 몇몇 단기형 펀드들도 유동적으로 종목이 바뀌기도 하고요.”

“음-.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어. 개미들이나 하는 단타 매매를 내가 왜 하겠어?”

“30억 정도 잃으셨다고 했죠?”

30억이란 말에 김미영 여사가 빙긋 미소를 짓는다.

“설마, 그 돈 복구해 주게? 그것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는 건가?”

“예. 절 믿어 주신다면요.”

“어지간히 자신 있나 봐? 보통 여의도에서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다 사기꾼이던데.”

“걱정이 되신다면 안정적인 투자를 해 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1년에 버는 돈을 단 몇 주 안에 벌 수 있다면 어느 쪽을 선택하시겠습니까?”

김미영 여사는 커피잔을 두드리며 날 물끄러미 살펴보았다. 그러다 결국 입을 열었다.

“좋아. 해 봐. 이왕 밀어주기로 한 거, 화끈하게 해 줘야지. 만약 잘 안 되면 재미없을 거야. 금융계에는 두 번 다시 발도 못 붙이게 만들 수 있어, 내가.”

“만약 잘된다면요?”

“내 아는 사람들 사돈의 팔촌까지 싸그리 모아다가 진석 씨 앞에 데려다줄게. 그 사람들이 들고 있는 돈 풀면 진석 씨는 그쪽 회사에서 아주 황제 대접받을걸?”

실패하면 다 뺏어가겠지만, 성공하면 그보다 더 많은 돈을 내 앞에 가져다 놓게 될 것이다.

“그럼, 허락하신 거로 알고 이대로 진행하겠습니다.”

“그렇게 해. 아참. 주 종목이 뭐야? 그건 알려줘야지.”

“서류에 보면 대충 정리가 되어 있긴 합니다. 그런데 말씀드린 대로 유동적인 거라서요. 어쩌면 서류에 있는 종목들 전부 폐기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어떤 종목을 샀는지는 내 비서한테 말해 줄 수 있지?”

“예. 장이 끝나는 시간에 비서를 시켜 전화를 주시면 정리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니면 메일로 보내 드릴 수도 있고요.”

“좋아. 진석 씨 한번 믿어 볼게. 내 20억 잘 부탁해요.”

“예, 여사님.”

김미영 여사와의 만남을 끝낸 뒤, 나는 곧장 다음 약속 장소로 이동했다.

나에게 적금을 깨서 돈을 맡긴 사람들.

총 7명의 사람에게서 모은 1억.

비록 적은 돈이지만, 그 사람들에게는 평생을 모은 돈일 것이다.

난 그들에게도 앞으로의 투자 방식이 어떤지를 말해 줄 의무가 있다.

그들의 소중한 돈을 더 크게 불려, 나를 믿은 대가를 톡톡히 받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 * *

“황 비서가 볼 땐 어때?”

카페에 오래 앉아 있지 않고 용무가 끝난 즉시 바로 카페 밖으로 나가는 이진석의 뒷모습을 김미영은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녀의 옆에서 묵묵히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황원형 비서가 그녀의 물음에 답했다.

“젊은 사람이라서 그런지 패기가 있군요. 자신감이 매우 넘칩니다.”

“저렇게 자신감만 많아서 패가망신한 놈들을 내가 많이 봤지.”

“예. 저도 그게 걱정이 됩니다. 저러다가 생돈을 다 날려 먹는 건 아닐는지······.”

금융 업계에서 자신감 넘치는 사람만큼 위험한 건 없다고 했다.

항상 겸손하고 또 겸손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도박판이 아니던가?

“그런데 저놈은 뭔가 있어.”

“어떤 게 있습니까?”

“딱 뭐라고 말하기는 어려운데, 그냥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아. 내가 지금이라도 돈을 다 회수한다고 해도 전혀 아쉬워할 것 같지 않은 얼굴이잖아. 저런 놈들은 무언가를 믿고 있는 거야.”

“······종교인일까요?”

황 비서의 생뚱맞은 말에 김미영은 눈살을 찌푸렸다.

“뭔 소릴 하는 거야? 그런 거 말고. 내가 말했잖아. 뭐라고 딱 콕 집어 말할 순 없는데, 내 촉이 그래. 뭔가 단단히 믿는 구석이 있는 거야. 아무튼, 저 친구가 본격적으로 일 시작하면 매일 전화해서 보고 받아.”

“예, 여사님.”

보통 저런 사기꾼들이나 할 법한 말을 지껄이는 놈이면 김 여사가 호통을 치며 쫓아냈을 것이다. 하지만 누가 봐도 사기꾼 같은 놈에게 김 여사는 과감하게 투자했다.

사람 보는 눈은 뛰어난 여자가 아니던가?

황 비서는 이번 투자가 과연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기대가 되었다.

쪽박일까, 아니면 대박일까?

둘 중 어떤 결과가 나와도 팝콘을 씹으며 충분히 볼 만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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