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업을 이어라-249화 (249/271)

249 : 시우(始偶) (1)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장면은 끝없이 펼쳐진 맑은 하늘이었다. 언제 마지막으로 보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눈이 시리도록 푸르른 맑은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이리 오너라.”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나에게 들려오는 목소리.

나는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내가 어떤 건물 안에 서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건물이라고 표현해도 될까? 인간이 만든 인공적인 구조물을 건물이라고 한다면 지금 내가 있는 이곳도 건물이라고 할 수 있겠지.

단순히 건물이라고 이야기 하면 안 될 것 같다. 전각,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 더 맞겠지.

마치, 민속촌이나 고궁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고풍스러운 전각의 눈앞에 펼쳐져 있다. 나는 그 고풍스러운 전각 가장자리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자각한다.

전각 안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나는 나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서 그제야 시선을 돌린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사람은 할아버지였다.

한복, 아니, 지금 할아버지가 입고 있는 저 옷을 한복이라고 말해도 될까?

전통적인 복식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형태의 한복과는 사뭇 다르다.

다른 것은 옷뿐만이 아니다. 나를 바라보는 할아버지 몸에서 풀풀 풍기는 분위기가 달랐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무거운, 아니, 무겁다기보다는 무섭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분위기가 할아버지를 감싸고 있다.

외형은 분명 내가 알고 있는 할아버지가 맞는데, 느껴지는 기운은 내가 알고 있는 할아버지와 달랐다.

꿈이구나.

나는 그제야 내가 꿈속에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다.

그 꿈이구나. 저번에도 꾸었던 그 꿈이었다.

두 번째 자각몽이다. 같은 꿈을 꾸고, 꿈 안에 있음을 자각하고 있다.

저번과 다른 점이 있다면, 초반부터 내가 꿈속에 있음을 자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번에는 어땠었지? 소녀와 마주 보고 있었는데?

소녀. 소녀가 있었다.

나는 시선을 움직인다. 그리고 할아버지에게서 몇 발자국 떨어진 위치에 서 있는 소녀를 바라본다.

그래. 저 소녀가 있었다.

그리고 소녀 뒤에 한 소년이 있었다.

일곱 살? 여덟 살?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대충 그 정도의 나이로 보이는 소년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아니, 노려보고 있다.

저번에 이 꿈을 꾸었을 때도 저 소년이 있었던가?

모르겠다.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나를 바라보는 소녀의 얼굴과 그녀가 했던 말.

“이리 오너라.”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온다.

그리고 나는 무엇에 이끌리듯 할아버지가 있는 곳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어색하다. 앞으로 나아가는 내 걸음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왜 그런 어색함을 느꼈는지 바로 알아챈다.

짧은 팔다리와 상대적으로 큰 몸통. 어린아이의 몸이기 때문이다.

몇 살일까? 네 살? 다섯 살?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이 어색한 몸이 다른 누군가가 아닌 어린 시절의 나라는 사실과 앞으로 소녀에게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 그것뿐이다.

어색한 걸음으로 할아버지 앞에 다가간 나는 할아버지를 올려다본다.

가까이서 본 할아버지는 분명히 내가 알고 있는 지금의 할아버지의 얼굴을 하고 있다. 동시에 확연히 다른 분위기라는 것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익숙함과 이질감이 동시에 느껴진다.

“준비가 되었느냐.”

내가 알고 있던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네. 할아버님. 소손은 준비가 되었습니다.”

얇고 가는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내 입에서 흘러나온다.

준비? 무슨 준비?

그렇게 되물어 보았지만, 어린 나는 대답해 주지 않는다.

“가까이 오너라.”

할아버지가 말한다.

내 마음의 통제를 받지 않는 어린 내 신체는 아무런 주저함 없이 할아버지를 향해 한 걸음 다가간다.

그때 들려오는 목소리.

“청이 있습니다.”

맑고 투명한 소녀의 목소리.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

이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은 이 공간에서 한 명뿐이었으니까.

“말하거라.”

할아버지가 말한다. 그제야 나는 소녀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소녀의 눈동자는 나를 바라보고 있다.

아는 눈이다. 슬픔이 가득한 저 눈동자를 나는 알고 있다.

어째서?

저번에 같은 꿈을 꾸어서?

아니다.

나는 저 소녀를 알고 있다. 알고 있는 사람이다.

“작은 어르신께 인사를 올리고 싶습니다.”

소녀가 말한다.

“…그리하거라.”

할아버지의 허락이 떨어진다.

소녀는 할아버지에게 깊게 고개 숙여 감사를 표한 다음, 나에게로 천천히 다가온다.

소녀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그녀가 느끼는 감정이, 슬픔이 마치 공기를 통해 복사되는 온기처럼 내 마음에 내 영혼에 천천히 스며든다.

안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작은 두 팔을 뻗어 그녀를 안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슬픔이, 그 처연한 슬픔이 너무나도 아름답다고 느껴졌기에.

하지만 그러지 않는다.

내 어설픈 위로가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완벽한 아름다움을 흐트려 트릴 것만 같았기에, 그렇기에 나는 팔을 내밀지 못한 채, 그저 소녀가 다가오는 모습만을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다.

그 아름다운 슬픔에 공명하고 있을 뿐이다.

나에게 다가온 소녀는 두 손으로 치맛단을 여미며 천천히 몸을 굽힌다. 나와 눈높이를 맞춘다.

반달 모양의 눈이 젖어 있다. 젖어 있는 눈동자와는 달리, 소녀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걸려 있다.

울음을 참으려 웃으려 하는 것일까?

웃음을 지우려 울려 하는 것일까?

나는 마음속으로 그런 질문을 되뇌면서 소녀의 눈물 젖은 눈동자를 바라본다.

슬픔이 일렁이는 눈동자, 옅은 미소가 담겨 있는 반달 같은 눈, 그리고 그 눈을 따라 방울져 흘러내리는 눈물 한 방울.

곧이어 소녀의 입이 열린다.

아름다운, 그렇지만 슬픔이 담뿍 담긴 목소리가 나에게로 스며든다.

“소녀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번 생이 끝나면 그 다음 생에, 그다음 생이 끝나면 또 그다음 생에. 언젠가 다시 뵈올 그때까지, 소녀는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렇게 말한다.

그리고 나는 그런 소녀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한 사람을 떠올렸다.

***

나는 지금 서점에 있다. 할아버지가 항상 앉아 있는 자리에 앉아 있다.

왜냐하면, 내가 서점 문을 열었으니까.

이 서점을 물려받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고 싶다는 생각은 아니고, 그냥 따로 할 게 없었다. 그게 이유였다.

할아버지는 서울에 갔다고 했다. 서울에 왜 가셨는지, 아니면 진짜 서울에 가신 건지도 나는 모르지.

박가이버 할아버지에게 ‘성북동에 자쿠지 딸린 정원이 있는 내 거처가 있는데, 거기 가서 중앙 그룹 강 회장에게 어르신 대접을 받고 올 걸세.’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겠지.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다리는 것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그냥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는 것보다는 서점에 앉아서 책이나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 거고.

사실 뭐, 완전히 그런 순수한 의도였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다. 할아버지가 안 계시는 동안 손자가 이 서점을 지켰습니다. 착하죠? 장하죠? 뭐 그렇게 점수를 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안 한 건 아니라는 말이지.

뭐, 도랑 치고 가재 잡는 심정이지.

사실 서점에 나와 있다고 해도 심심한 건 마찬가지다.

판매? 당연히 한 건도 없었다. 누가 오전부터 책을 사겠다고 서점에 들르겠어? 직장인들은 회사 가고, 학생들은 학교 가고, 다른 사람들도 각자 하루를 시작하느라 바쁘겠지.

지나가시던 동네 어르신들 몇 분이 서점 문 열려 있는 것으로 보고 들어오셔서. 한수 어쩐 일이냐? 할아버지는 어디 가셨누? 어디 믹스 커피 한잔 타 봐라. 그래, 서울에서 공부 열심히 하고 있고? 그런 짧은 인사를 나누고 가신 게 전부.

할 게 없다고 서점 문을 열었지만, 내가 한 일이라고는 할아버지 자리에 앉아서 할아버지 컬렉션을 뒤적거리며 시간을 때우는 정도밖에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럴 생각이었지. 그럴 생각이었는데,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눈은 활자를 읽고 있지만, 머릿속에서는 조금 전 꾸었던 꿈을 계속 떠올리고 있었으니까.

“흐으으음음.”

나는 그렇게 이상한 소리를 내고는 손에 들고 있던 책을 탁 소리 나게 덮어 버렸다.

읽히지도 않는 책을 계속 붙잡고 있자니 오히려 눈만 피곤하고 정신만 사납다.

“거참…. 기분 이상하네.”

결국 서점 밖으로 나와 담배 한 대를 입에 물고서 그렇게 중얼거려 본다.

이상한 꿈이었다.

꿈을 꾼다는 말의 의미는 뇌에 저장되어 있는 기억 중 일부가 랜덤으로 재생되는 것을 말한다.

상상력이 작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꿈을 꾸는 당사자가 가지고 있는 기억이 꿈의 소스가 된다는 이야기다. 본인의 기억이 아니라면 꿈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는 이야기지.

대표적으로 시각 장애인이 청각 정보, 즉 소리로만 이루어진 꿈을 꾸는 경우가 그렇다고 했다.

꿈이라는 것이 기억을 기반으로 만들어지고, 기억이 기반이기 때문에 현실성을 느낀다고 한 다면, 내가 오늘 새벽에 그 꿈을 꾸면서 생생한 느낌을 받았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

백번 양보해서, 어릴 적 내 모습이 잠재의식 속에 숨어 있다가 발현되었다고 치고, 할아버지는…. 뭐 확실히 이상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기는 했지만, 생긴 건 똑같았으니까 그것도 일단 할아버지라고 하고 넘어가고.

그리고 나머지는? 전부 다 생경한 모습이고 장면이다.

처음 보는 전각, 처음 보는 하늘, 처음 보는 복식, 처음 보는 소녀, 아 그리고 새 등장인물도 있었다.

날 노려보던 꼬마 녀석.

물론 꿈속에서는 내가 더 꼬마였지만, 생각하니 열 받네. 뭘 꼬나봐? 눈 안 깔어? 그러면서 손가락으로 눈을 확 찔러 줬어야 했는데.

일단 그 녀석은 넘어가고, 하나하나 분석해 보면 그 복식부터가 좀 이상하다. 내가 흔히 알고 있는 한복과는 달랐다.

뭐랄까…. 좀 더 풍성하달까? 전통적인 느낌이랄까? 아무튼 확실히 저고리는 다른 형태였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한복이 조선 후기의 복식이라고 한다면, 내가 꿈에서 보았던 그 복식은 조선 시대 초기, 아니면 전조의 복식일는지도 모른다.

근데 그게 왜 내 기억 안에 들어 있지? 뭐 어디 책에서 봤을까? 나는 패션 같은 거에 전혀 관심도 없고, 의상학 전공도 아닌데 그런 책을 봤을 리가 없다.

드라마? 영화? 어디 잠재의식 속에 들어 있는 기억일 수도 있겠지만, 생경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소녀, 슬픈 눈으로 날 바라보던 소녀.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는데, 내가 만나 본 적 없는 사람이다. 유치원 친구부터 어릴 적 친구들, 동네 누나들, 친구 동생들, 중고등학교 때 만났던 여자아이들, 대학교에서 만난 사람들, 하물며 카페에서 알바할 때 만났던 손님들까지 떠올려 봤지만, 소녀와 매치되는 사람이 없다.

꿈에서 깨기 전에 누군가를 떠올리기는 했지만…. 그건 일종의 이미지 연상이었고, 그 사람이라는 것은 아니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왜 그 사람을 떠올렸는지도 모르겠다. 공통점이라면… 예쁘다는 거?

그 정도뿐인데, 왜 그 사람을 떠올렸는지도 모르겠다.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그 소녀는 내가 만난 적 없는 사람이다. 내 기억 속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런 단서들을 조합해 추론하면?

오늘 꾸었던 그 꿈은 내 기억에 기반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게 결론이 나오는데…. 왜 그렇게 생생했을까?

마치, 내가 진짜 그때, 그 장소에 있었던 것처럼, 진짜 내 기억인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졌었다. 장소와 사람들은 물론 내 얼굴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까지도 말이지.

그래. 뭐 그렇다고 쳐보자. 지금 아무리 기억을 헤집어 봤자 떠오르지 않을 테니까. 왜 그렇게 생생한 느낌을 받았는지는 일단 넘어가 보자.

하지만 같은 꿈을 두 번이나 꿨다는 건 확실히 이상하다. 비슷한 꿈도 아니고 완전히 똑같은 꿈을…?

확실히 이상해.

두 번? 두 번 맞나? 저번에도 자각몽이었고, 그래서 기억하고 있었고…. 그럼 이번이 두 번째가 맞는데…. 왜 두 번째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까?

“흠.”

담배를 연달아 두 대 피우면서 생각을 집중해 보았지만, 생각은 더 이상 진행이 안 된다.

이럴 때는 진짜 답답하다. 답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문제를 끌어안고 끙끙거리고 있는 기분이다.

아무리 어려운 수학 문제라도, 수능의 킬러 문항이라도 한 가지 사실은 확실하다. 답은 있다는 것.

문제 하나를 놓고 몇 시간을 끙끙거려도 분명 답이 있고, 그 풀이도 내가 배운 개념 안에서 찾아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으면 괜찮은데, 고민하고 또 고민할수록 정답에 점점 가까워진다는 믿음이 있으니까.

하지만 이건 다르다. 답이 있는지, 풀이가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생각만 계속해 봤자 머리만 아파 온다.

평소 같으면 그냥 별거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갈 법도 한데…. 분명 저번에는 그랬던 것 같은데, 오늘은 이상하게 그 꿈에 자꾸 집착하게 된다.

“…에이. 밥이나 먹자.”

나는 나 자신에게 들으라고 하는 듯, 그렇게 입 밖으로 소리 내어 중얼거리고는 담배를 비벼 껐다.

결론 안 나는 문제 가지고 끙끙거려 봤자 에너지 소모밖에 더 하겠나? 쓸데없는 에너지 소모는 그만하고, 밥이나 먹어야겠다.

막상 그렇게 마음을 정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식욕이 느껴졌다.

뭐 먹지? 집에 가서 먹는 건 좀 귀찮으니까, 그냥 시켜 먹을까? 오랜만에 동원각 짬뽕 달려 볼까? 배달 말고 직접 가서 사장님께 인사드리고 포장해 달라고 하면 군만두라도 몇 개 챙겨 주시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서점으로 들어가는데, 주머니에 들어 있던 전화기가 울린다.

누구지?

그런 생각을 하며 전화기를 꺼내 들었다.

화면에는 이름이 떠 있지 않았다. 번호만 적혀 있었다.

보통 이런 전화는 스팸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나는 스팸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서라도 일단 오는 전화는 다 받아 보자는 주의였다.

혹시 모르잖아. 중요한 전화일지도. 한 개의 중요한 전화를 놓치지 않으려면 100개의 스팸을 감내하는 인내심이 있어야 한다…는 건 아니고. 그냥 오면 받는다.

하지만 지금은 주저하고 있다. 누구랑 통화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으니까.

그냥 끊어 버릴까? 중요한 전화라면 다시 걸려 오든가, 문자를 보내오든가 하겠지? 사실 중요한 전화가 올 데도 없고…. 그냥 받지 말까?

그렇게 생각하며 수신 거부 쪽으로 마음이 막 움직이려던 그때, 내 눈에 전화번호 뒤의 네 자리가 들어왔다.

익숙한 네 자리였다. 정확히 말하면, 내 주소록에 저장되어 있는 누군가의 전화번호와 뒷자리가 같았다.

나는 마음을 바꿨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아. 작은 어르신, 혹시 통화 괜찮으실까요?

전화기 너머에서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네. 괜찮습니다. 선생님.”

서현 씨와 같은 전화번호 뒷자리. 신소현 선생님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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