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업을 이어라-233화 (233/271)

233 : 같은 마음 (1)

서현 씨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저 아무런 말 없이 내 눈을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다.

나도 그런 서현 씨를 바라만 보고 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막상 이야기를 꺼내자, 서현 씨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묻고 싶은 말이 마음속에서,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치듯 마구 떠올랐다.

하지만 나는 말하지 않았다. 이 대화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서현 씨의 대답을 들어야 했다. 그녀의 대답이 나온 후에, 이 이야기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

만약 그녀가 대답을 거부한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답을 회피한다면?

그렇다면 우리의 대화는 여기에서 끝이 나는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침묵한 채로 얼마나 지났을까? 실제로는 몇 분 정도, 하지만 느낌상으로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네. 알고 있어요.”

서현 씨의 대답이 들려왔다.

대답을 들었고, 이제 내가 물어볼 차례였다.

알고 있으면서, 내가 서현 씨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그날 밤 왜 나에게 키스 했는지, 그리고, 그날 밤 이후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렇게 행동할 수 있었는지를, 그날 이후 단 한 번도 내 머릿속에서, 내 마음속에서 사라지지 않은 질문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나를 바라보는 서현 씨의 눈동자 안에서 일렁이는 감정을 보았기에, 그리고 일렁이는 그 감정이 슬픔이라는 사실을 알았기에.

그렇기에, 나는 더 묻지 못하고, 그저 그녀의 눈동자에 일렁이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슬픔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

나는 거실에 앉아 있다. 그리고 내 맞은 편에는 서현 씨가 앉아 있다.

저녁 산책을 마치고 잠들기 전, 서로를 마주 보고 앉아 미소 지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평상 평상시의 티타임처럼, 우리 두 사람은 거실에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하지만 우리 두 사람 사이에는 찻잔이 놓여 있지도 않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지도 않았다.

서로에게 미소 지어 주지도 않았다. 그저 차갑게 내려앉은 눈으로 서로 발끝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나는 고개를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1시 33분. 내가 집에 도착하고 30분 정도가 흘렀다.

그리고 그 30분 동안 우리가 나눈 대화는 고작 몇 마디뿐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의미 있는 대화는 단 두 마디, 내가 서현 씨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그리고 알고 있다는 대답, 이 두 개뿐이었다.

시간을 확인한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여전히 발끝에 시선을 주고 있는 서현 씨를 바라보았다.

그런 서현 씨를 바라보면서 나는 유혹을 느꼈다.

이쯤에서 그만둘까? 그만두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 유혹을.

내일 아침 출근해야 하는 서현 씨를 내가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붙잡고 있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렇게 생각했지만, 사실은 나도 알고 있었다. 서현 씨의 출근은 핑계라는 것을.

사실은 두려운 것이다. 오늘의 이 대화가, 그동안 숨겨 왔던 마음속의 진실이, 우리 관계의 변화를 가져올까 봐, 좋은 쪽이 아니라 나쁜 방향으로의 변화를 야기할까 봐, 그게 두려운 것이다.

나는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가슴 가득 들어찬 공기를 느끼며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회피일 뿐이다. 언젠가는 해야만 하는 이야기였다. 지금 당장은 이 자리에서, 이 무거운 분위기에서 빠져나온다고 해도,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다시 고개를 돌리고, 아무 일 없다는 듯, 그렇게 지내는 것은 또 다른 회피일 뿐이라는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이야기하자. 있는 그대로, 내가 생각하는 그대로.

그렇게 막 마음을 먹고 내가 먼저 이야기를 시작하려던 그 순간.

“우선….”

서현 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안하다는 말씀부터 드리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서현 씨의 시선은 여전히 발끝을 향해 있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니, 의도했는지, 하지 않았는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무슨 말을 하든 변명이 되겠지만…. 죄송합니다. 한수 씨 마음을 불편하게 해 드린 점, 사과드리겠습니다.”

서현 씨는 그렇게 말하고 작게 고개를 숙인다.

다른 상황이었다면, 다른 시간, 다른 장소, 아니, 적어도 다른 주제였다면, 나는 사과하는 서현 씨를 보면서 그녀를 위로할 생각부터 했을 것이다.

그녀가 미안해하거나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으니까.

사실 지금도 그랬다. 아니라고, 사과할 필요 없다고, 그렇게 위로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제가 듣고 싶은 건 사과가 아니에요.”

하지만 내 입에서 나온 말은 마음속 생각과는 달랐다.

차갑게 가라앉은 내 말에, 서현 씨가 고개를 든다.

발끝을 향해 있던 시선이 나에게로 향한다.

나를 바라보는 그 눈동자에 조금 더 짙은 슬픔이 느껴진다.

이유가 뭘까? 왜 슬퍼하고 있는 것일까?

당장이라도 그렇게 묻고 싶었지만, 내 입에서는 내 마음과는 다른 말이 또다시 흘러나온다.

“저는 그저 서현 씨의 진심을 알고 싶을 뿐이에요.”

그녀는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떨군다. 나를 향하던 시선이 그녀의 발끝을 향한다.

이쯤에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 찾아온다. 하지만 그 유혹을 애써 외면하고 나는 말을 잇는다.

“처음에는 반쯤은 장난 같은 마음이었어요.”

그녀의 진심을 듣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진심을 보여 주자.

“처음 서현 씨를 보았을 때, 단순히 예쁜 사람이다. 그 정도의 생각뿐이었어요. 하루에도 나를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타인들처럼, 서현 씨도 그렇게 스쳐 지나가는 그저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생각했어요. 서현 씨가 나에게 말을 걸어 주기 전까지는.”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모시겠습니다.

나에게 다가와 그렇게 말을 걸어 주던 그 날.

“서현 씨가 나에게 말을 걸어 주고, 같이 회장님을 만나고, 같이 저녁을 먹으면서 서현이라는 이름을 알게 되고, 나를 도와주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도 서현 씨가 나에게 특별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서현 씨가 다시 날 바라본다.

“그랬는데, 서현 씨와 내가 같은 집에서 함께 지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때 내가 느낀 감정을 수치화하면, 아마 감정의 대부분은 놀라움과 당황스러움이었을 거예요. 갑작스러운 이사, 아니, 단순히 거처를 옮기는 이사라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겠죠. 나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 그것도 옛날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그렇게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급격한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황이었을 텐데, 서현 씨가 나와 같은 집에서 함께 지내게 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이 고급 아파트나, 3천만 원 한도의 신용 카드나, 1억이 넘어가는 삼각 별 달린 자동차 같은 건 제게 별 의미가 없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서현 씨가 고개를 숙인 채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쩌면.”

“…어쩌면?”

“어쩌면, 강서현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사람과 특별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 그리고 동시에 걱정이 되기 시작했고요.”

“어떤 걱정을….”

“어쩌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다는, 그런 걱정.”

서현 씨가 고개를 들고 날 바라본다.

이 대화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서현 씨의 눈동자에 다른 감정이 떠오른다.

그게 무슨 의미죠?

나를 바라보는 눈이 그렇게 물어보고 있다.

“기억하시나요? 우리가 같은 집에서 지내고 며칠 안 되어서, 제가 서현 씨에게 같이 지낼 수 없다고 말했던 거.”

서현 씨가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저 한 사람을 위해 다른 누군가가 희생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요. 제가 아니라, 할아버지, 아니, 그 누구라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요.

“솔직히 고민을 안 했던 것은 아니에요. 그냥 모르는 척하고 잠자코 있어도 되는 거 아닐까? 그냥 이렇게 편하게 보살핌을 받으면서 지내도 나만 조심하면, 나만 허튼 생각 안 하면 되는 것 아닐까? 그런 생각을 안 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서현 씨는 말없이 날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거였어요. 우리 두 사람은 단순히 공간을 셰어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냥 그렇게 단순하게, 그리고 가볍게 그렇게 우리 두 사람 사이의 왜곡된 관계를 인정해 버리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고개를 돌려 화려한 조명이 매달려 있는 거실 천장을 바라보았다.

“처음 이 집에 머물게 되었을 때, 저는 내 방의 천장이 어색해서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어색하고 내 집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얼마나 지나야 저 천장이 익숙해질까? 그렇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자연스럽게 그 커다란 침대에서 잠들고, 아무런 위화감 없이 아침을 맞이하게 되었어요. 자연스럽게 내 집, 내 방.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서현 씨는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마찬가지로 서현 씨의 호의를 처음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겠지만, 만약 작은 어르신과 그런 나를 모시는 서현 씨의 관계가 계속 이어진다면…. 문제가 생겼을 거예요.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실수를 할 수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실수를 말씀하시는 건지….”

서현 씨가 그렇게 물어본다.

“선을 넘으려 하는. 서현 씨의 의지와 상관없이….”

내 말에 서현 씨가 고개를 끄덕인다.

똑똑한 사람이니까,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아도 이해하고 있겠지.

“제가 생각하기에는….”

서현 씨는 거기까지 이야기하고는 입을 다문다.

“말씀하세요.”

내가 서현 씨에게 말했다.

“아니요. 지금은 한수 씨의 이야기를 들을게요. 나중에, 아니, 이따가, 한수 씨의 이야기가 끝나면 그때 말씀드릴게요.”

서현 씨는 그렇게 말하고는 내 이야기를 마저 듣겠다는 얼굴로 날 바라본다.

나는 그런 서현 씨를 잠시 바라보다가 계속 말을 이었다.

“서현 씨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던 상황에서도 서현 씨를 더 알고 싶고, 더 가까워지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같은 집에 머물면서, 내가 그 작은 어르신이라는 이유로 서현 씨보다 지위가 우위에 선다는, 저는 납득하지 못하는 이유로 서현 씨의 보살핌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그러면, 실수가 나올 수도 있겠다. 아니, 실수라고 하면 안 되겠죠. 용서받을 수 없는, 용서받아서는 안 되는 몹쓸 짓을 바라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니라고, 지금은 아니라고 그렇게 마음먹고 스스로에게 다짐한다고 해도, 내가 우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로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던 상황이었어요. 저를 모시는 상황이라면 같이 살 수 없다고.”

“…네. 이해했어요.”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 말도 드리고 싶어요. 서현 씨를 단순한 육욕의 대상으로 바라본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었다고. 내 지위나 능력을 이용해 그런 상황을 만들어 보려고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내 말에 서현 씨는 작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준다. 하지만 내 눈에는 그녀의 끄덕임에 따라 출렁이는 눈동자 속 슬픔만이 보일 뿐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서현 씨는 내 마음을 이해해 줬고, 덕분에 저는 서현 씨와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같은 공간과 같은 시간 속에서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요 몇 달은 정말 고맙고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동시에 조금씩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고요. 이 집이, 지금의 생활이, 그리고 서현 씨가 조금씩 편해지는데, 편해지는 만큼 마음에 스며드는데, 서현 씨는 어떤 마음일까? 서현 씨에게 내가 어떤 존재일까? 만약 내가 작은 어르신이 아니었다면, 서현 씨에게 의미가 될 수 있었을까?”

내 말에 서현 씨는 말없이 내 눈을 바라보고 있다.

“작은 어르신인지 뭔지가 아니었다면 나는 서현 씨와 만날 기회조차 없었을 텐데. 아니, 혹시라도 우연히 만났다고 해도,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고 해도, 그렇다고 해도, 우리 두 사람의 관계가 지금처럼 형성될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어요. 아무리 친해졌다고 해도, 우리의 관계는 결국 작은 어르신과 어르신을 모시는 가문의 사람이라는 틀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

“…네.”

“이해하시나요?

“네. 이해해요.”

“기억나시죠? 그날 제가 수술받고, 마취에서 깨어난 날.”

서현 씨가 고개를 끄덕인다.

“처음 눈을 떴을 때, 서현 씨의 얼굴이 보였어요. 나를 바라보던 서현 씨의 얼굴이 가장 먼저 보였어요.”

아직도 그 얼굴이 생각난다.

화장기 없는 얼굴, 굳어 있는 표정, 그럼에도 여전히 아름다운 서현 씨의 물기 젖어 있는 눈동자.

“서현 씨 얼굴을 보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 사람은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고 있구나. 능력을 잃어버린 작은 어르신이 아닌 한수라는 사람 자체를 걱정해 주고 있구나. 그리고 그때, 확신할 수 있었어요. 서현 씨가 아름다워서, 내 곁에서 편의를 봐주어서, 그래서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고. 지금까지 호기심 반, 장난스러움 반 담긴 그런 호감이 아니라, 정말로 내가 서현 씨를 좋아하고 있다고.”

서현 씨가 고개를 끄덕여 준다.

“기훈이 때도 그랬어요. 기훈이 아버님을 병원으로 모셔야 할 때, 그때 서현 씨가 그랬어요. 아버님께 직접 말씀드려 보면 어떻겠냐고.”

“…네.”

“알고는 있었어요. 서현 씨가 배려심이 깊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하지만 그때 할머니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말하는 서현 씨의 모습을 보면서, 처음으로 내가 이 사람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서현 씨는 무언가 말을 하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그 표정을 지우고 내 눈을 바라본다.

“만약 다른 상황이었다면 먼저 이야기했을 거에요. 내가 서현 씨를 좋아한다고. 서현 씨의 가장 가까운 곳에 내가 서 있고 싶다고, 서현 씨에 관해 모든 것을 알고 싶다고, 아니, 적어도 힘들고 슬프고 외로울 때, 내가 가장 먼저 알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위로해 주고 싶다고, 그렇게 말했을 거예요. 하지만 그럴 수 없었어요. 우리 두 사람의 복잡한 관계를 생각 안 할 수 없었으니까. 아니, 그건 변명이에요. 두려웠어요. 혹시라도, 저의 일방적인 그 마음이 지금의 이 행복한 하루하루를 망쳐 버리는 것이 아닐까. 그게 가장 두려웠어요. 그래서 말하지 못했어요.”

서현 씨의 고개가 위아래로 천천히 흔들린다.

“이해하실 수 있나요?”

“네. 이해할 수 있어요.”

“알고 있었나요?”

“…네. 알고 있었어요.”

서현 씨가 그렇게 대답해 준다.

“그럼 이야기해 주세요.”

나는 서현 씨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알고 있었으면서, 내가 서현 씨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서현 씨를 좋아하지만 왜 마음을 보이지 못하는지를 알고 있었으면서, 그날 밤 나에게 키스한 의미를요. 그리고 아무런 일 없었다는 듯, 그렇게…. 그렇게 있을 수 있었는지를요”

나는 마음속 깊이 감추었던 질문을 꺼내었다.

서현 씨는 고개를 숙였다.

나는 대답을 채근하지 않았다. 그저 서현 씨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미안해요.”

서현 씨는 고개를 떨군 채로,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사과했다.

“아니요. 미안하다는 말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요.”

내 말에 서현 씨는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내 눈을 바라보고는.

“저도…. 한수 씨와 같은 마음이에요.”

그렇게 말해 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