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업을 이어라-201화 (201/271)

201 : Tano I' Man Chamorro (2)

***

머리 위로 별이 뱅글뱅글 도는 스턴 상태로 서현 씨 손에 이리저리 끌려다니기는 했지만, 정신을 못 차렸던 건 전개가 예상 밖이라 그랬던 것이지, 비행기를 탄다는 사실에 흥분한 것은 아니었다.

나도 비행기 타봤다고! 비행기 탈 때 신발 안 벗는 거 다 안다고!

작년에 저비용항공사라고 불리는 LCC(Low-Cost Carrier)에서 판매하는 특가 항공권. 한 사람당 세금 포함해서 왕복 5만 원 정도 하는, 서울-부산 KTX 비용보다 싼 특가 항공권을 줍줍해서 제주도 갔다 왔었거든.

물론 내가 줍줍한 건 아니고, 지수가 줍줍했지만….

처음 타본 비행기에 대한 첫 번째 감상은 ‘예상은 했지만 진짜 좁구나….’였다.

저비용항공사의 정체성을 잊지 않겠다는 듯 좌석 간 간격이 정말 좁았더랬지.

앞좌석에 무릎이 닿는 건 기본이고, 의자를 뒤로 기울일 수는 있지만, 기울였다가는 바로 뒷좌석 승객에게 해머링 맞을 것 같아서, 등을 곧게 펴고 막 입대한 군인처럼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지.

창가 좌석 승객이 화장실을 가고 싶어도, 복도 쪽 승객이 무조건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그래서 오줌이 마려워도 ‘참아볼까?’ 하는, 그런 인내와 배려의 마음을 가지게 만드는 그런 구조였더랬지.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까지 나쁜 기억으로 남아있지는 않다.

좁다고 투덜거리기에는 너무 저렴한 티켓이었다. 이 가격에 팔면 항공사가 망하지 않을까? 그런 걱정이 될 정도로. 그리고 여자친구랑 제주도에 가는데 좁으면 또 나름대로 장점이 있기도 하고. 밀착하게 된다든가 말이지.

무엇보다 타고 있는 시간이 짧았으니까. 김포에서 제주까지 한 시간 남짓, 그 정도야 플랭크 자세로도 가지.

플랭크는 오반가?

하지만 그 좁은 좌석에서 다섯 시간이라면? 그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예전에 대학원 선배가 학회 일정으로 교수님 모시고 미국 갔는데, 진짜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고 했었지. 좁디좁은 좌석에 앉아서 밥 주면 밥 먹고, 꾸벅꾸벅 졸다가 또 밥 주면 밥 먹고, 응가 마려우면 화장실 가고. 그렇게 열두 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는데 양계장에 닭이 된 줄 알았다고….

뭐 그 선배는 덩치가 좀 있기도 했지만, 아무튼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Economy Class Syndrome)이라는 단어가 있는 걸 보면, 확실히 이코노미에 오랜 시간 앉아서 가는 게 쉬운 것은 아닐 거야.

솔직히 나도 작년 그 좁은 좌석에서 다섯 시간 동안 구겨져 가야 한다고 했다면 마음을 단단히 먹었겠지.

하지만 오늘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비즈니스 클래스였거든.

사실 체크인을 할 때부터 비즈니스 좌석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비즈니스 전용 카운터에서 체크인했지, 항공권에도 비즈니스 클래스라고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지. 문맹이 아닌 이상 모를 리가 없다.

일단 서현 씨 따라서 잠자코 있었는데, 속으로 나는 비즈니스 하는 사람도 아닌데, 천룡인들이나 이용하는 비즈니스에 앉아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잠자코 있기로 했다. 사실 조금 기대가 되기도 했고.

말로만 듣던 비즈니스가 얼마나 좋은지 말이지.

근데 진짜로 비즈니스에 앉아보니 왜 사람들이 항공사 마일리지 적립되는 신용카드를 그렇게 많이 발급받는지 이해가 되더라.

일단 좌석이 넓다. 수치상은 안 되겠지만, 체감상 작년에 탔던 LCC 좌석에 2배보다 더 큰 것 같달까? 당연히 다리 뻗을 수 있고, 의자를 눕혀도 해머링 맞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고. 아니, 해머링이 뭐야? 침대가 되는데.

무엇보다 기내식.

기내식이 코스로 나왔다. 트레이 하나에 전부 다 담겨있는 도시락형 기내식이 아니라, 애피타이저, 수프와 빵, 메인 디쉬, 그리고 치즈와 디저트로 이어지는 코스가 나왔다는 말이다. 아무거나 주는 대로 다 잘 먹는 내 입맛에는 맛있었지만, 맛은 둘째 치고 기내식으로 코스가 나온다는 게 신기하다.

거기에 음료수도 종류별로 달라는 대로 다 주고, 술도 소주 이런 거 아니고 위스키나 와인 같은 비싼 술도 막 주고.

나 첫 해외여행인데, 버릇 잘못 드는 거 아닐까?

***

기내식을 먹은 후 나는 곧바로 잠이 들어버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일단 어젯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잤지, 새벽부터 분주하게 움직였지, 거기에 정신적으로 잔뜩 긴장하고 있었지….

그런 상황에서 비행기에 타자마자 승무원 누님께서 웰컴 드링크라고 주신 샴페인을 원샷 했지, 기내식에 먹을 때 레드와인도 한 잔 마셨지, 기내식도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 먹었지.

비행기도 탔고, 어디로 가는지도 알았기에 긴장도 풀리고, 배도 빵빵한 상태에서 서현 씨가 노이즈캔슬링 헤드폰과 안대를 씌워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안 자고 버틸 수 있는 사람 없다. 없다는 데 박승환의 영혼을 건다.

그렇게 얼마나 잤을까?

좀 전에 이륙해서 밥 먹은 것 같은데, 벌써 착륙 준비에 들어간다는 승무원 누님의 안내에 잠에서 깨어나 창밖을 보니, 확실히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져 있다.

그 오묘한 빛깔의 바다를 보면서, 진짜 남국의 열대 휴양지에 왔다는 실감이 들었다.

어제, 아니 몇 시간 전만 해도 내가 태평양 위를 날아가고 있을 것이라고는, 그것도 비즈니스 클래스에 앉아서 괌으로 가고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친구들하고 여행을 계획하면서 어떻게 해야 최소한의 예산으로 최대한의 효용을 뽑아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한 푼이라도 아껴서 고기 한 근 더 사고 소주 한 병 더 사겠다고 고심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널찍한 비즈니스 클래스에 앉아서 태평양을 바라보고 있다.

아니, 뭐 싫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좋지. 당연히 좋은데, 뭔가 좀 이상한 기분이 든다.

뭐랄까? 이질적인 행복감? 그리고 그 행복 뒤에 숨어있는 위화감? 불안감?

“무슨 생각 해요?”

서현 씨의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서현 씨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다.

“네? 특별히….”

“표정이 심각해요.”

서현 씨가 그렇게 말한다.

어? 나도 모르게 표정이 굳어버렸나?

“혹시 기분 상하셨어요?”

서현 씨가 물어본다.

“네? 제가요? 왜요?”

“저 혼자 멋대로 결정해서. 혹시 기분 나쁘셨어요?”

“아니요. 전혀요.”

“진짜요?”

“네. 솔직히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저는 고맙죠.”

나는 그렇게 말하며 서현 씨에게 웃어주었다.

솔직히 정말 고마운 마음이다.

괌이라든가 비즈니스 클래스라든가, 면세점에서 사준 비싼 선글라스 같은 게 고마운 게 아니라 이번 여행을 위해, 나를 위해 서현 씨가 고민해주고 준비해준 게 고맙다.

선물의 가치라는 건 그런 것 같다.

얼마나 비싼지 받는 사람에게 얼마나 필요한지를 떠나서, 그 안에 얼마나 많은 고민과 상대방에 대한 마음이 담겨 있는지가 진짜 선물의 가치 아닐까?

서현 씨가 나를 놀래켜주기 위해서 계획을 짜고, 직접 할아버지에게 가서 여권을 받아온, 그런 마음이 솔직히 제일 고맙다.

내 미소에 서현 씨도 마주 보고 웃어준다.

그렇게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서로의 눈을 마주 바라보며 웃어주었다.

***

짧게 ‘괌 공항’이라고 부르는 괌 국제공항의 정식 명칭은 ‘안토니오 B. 원 팻 국제공항’이라는 긴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미국 최초의 괌 출신 하원의원의 이름을 따서 지은 이름이라네?

괜찮은 것 같다. 공항에 사람 이름 붙이는 거. 일단 유니크하고 당사자나 후손에게도 명예가 되고, 또 지역 사람들에게는 애향심도 느끼게 해줄 수 있고.

그러고 보면 미국에는 사람 이름 붙은 공항이 좀 있지 않나? 뉴욕의 관문 공항도 존 F. 케네디(JFK) 공항이고, 애틀랜타 공항도 하츠필드-잭슨 공항이고, 라스베이거스도 매캐런 공항이고, 하와이에는 이노우에 공항이 있고.

그러고 보면 미국 아니고도 꽤 있네. 로마 레오나르도 다 빈치 국제공항, 피사 갈릴레이 갈릴레오 국제공항, 잘츠부르크 모차르트 공항, 리옹 생텍쥐페리 국제공항, 리버풀 존 레논 국제공항 등등.

난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의 인천 국제공항도 심플해서 좋은 것 같긴 한데, 나중에 사람 이름을 붙인다면 ‘세종’을 붙였으면 좋겠다. 반만년의 기간 동안 훌륭한 조상님들 참 많으시지만, 그중에서 탑티어를 꼽으라면 단연코 세종대왕 아닐까?

나는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공항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외국이다. 어찌 되었건 인생 첫 외국이다.

고향 친구들이야 다들 나랑 비슷비슷한 놈들뿐이지만, 대학 친구들 중에는 어렸을 때부터 여권에 도장 좀 찍은 놈들이 있었다. 가족여행, 어학연수, 유학 같은 케이스로.

중훈이는 거의 1년에 한 번은 가족여행으로 다녀오는 것 같고, 지수도 그렇고 지연이도 작년 여름에 미국 갔다 왔다고 했었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오빠 보러 갔다 왔다고.

뭐 딱히 부럽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나중에 할아버지 효도관광 시켜드리고 싶다는 생각은 해봤지만, 딱히 해외여행에 대한 환상 같은 거 없었으니까.

그랬는데 막상 다른 나라 땅을 밟으니 촌스럽게도 심박수가 조금 올라간다.

아직 입국심사도 안 받았는데도 벌써 이러면 나중에 밖에 나가서 엄청 어리바리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자, 침착하자. 한수야. 익숙한 듯, 자연스러운 듯. 그렇게. 침착해.

***

내 여권을 받아 들고 한참을 이리저리 뒤적거리던 입국심사관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한다.

그리고는 뭐라고 쏼라쏼라 말한다.

응? 뭐라고?

아마도, ‘What is your purpose to visit?’ 니 방문 목적이 뭐냐? 그렇게 물어본 것 같은데, 말이 겁나 빨라서 순간적으로 못 알아들었다.

맞겠지? 그거 맞겠지? 처음에 what으로 시작한 건 확실해! 쫄지 마!

“Vacation.”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니 정답인가 보다.

“How long? When do you leave?”

이건 짧으니까 들리네. 며칠이나 있냐, 언제 떠나느냐.

“Three days. The day after tomorrow.”

“Sunday?”

“Yes. Sunday.”

내 말에 입국심사관은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이고는 다시 내 여권을 한참 바라보더니, 그제서야 여권에 도장을 꽝하고 찍어준다.

아, 긴장했네. 별것도 아닌데. 살짝 설렜, 아니 쫄았네.

입국심사관이라 그런가 겁나 딱딱하네. 뭐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하루 종일 저기 앉아서 다른 사람 여권만 바라보고 있으니 뭐 그럴 수도 있지.

그래도 영어회화 수업 원어민 선생님처럼 말도 천천히 해주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좀 웃어주지. “웰컴 투 괌.” 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

그런 생각을 하며 뒤를 돌아보니, 조금 전 나에게 까칠하게 굴었던 입국심사관이 우리 서현 씨에게는 싱글벙글 웃으며 말을 걸고 있다.

솔직히 같은 남자로서 이해 못 하는 건 아닌데, 이해하는 것과 별개로 좀 열받네?

확 시간 멈춰버려? 시간 멈추고 눈웃음치는 저 눈동자에 시베리안 한수키의 꿀주먹을 꽂아줘?

그런 유혹이 잠깐 들었지만, 참기로 했다. 여행의 시작인데 기분 잡칠 수는 없지.

나중에, 나중에 한국 돌아갈 때 그때 또 만나길 빌어야겠다.

“Welcome to Guam.”

나에게는 없었던 환영 인사를, 서현 씨에게 손까지 흔들어주며 배웅하는 입국심사관의 모습을 봐버렸다. 진짜 시간을 멈춰버릴까 잠깐 고민하는 사이 서현 씨가 나에게 다가오다 내 표정을 보고 묻는다.

“왜 그러세요? 무슨 일 있었어요?”

“아니요. 아무 일 없는데요?”

서현 씨는 내 얼굴 한 번 보고, 입국심사관 한 번 보고는 어떤 상황인지 이해했다는 듯 작게 웃고는.

“갈까요?”

그러면서 내 팔짱을 낀다.

너. 오늘 운 좋았다. 앞으로 조심해라.

***

제주도 가는 비행기 탔을 때는 내리는 데에만 한세월이었는데, 비즈니스 클래스는 금방 내렸다. 브릿지 연결되고 문 열리자마자 일빠따로 내릴 수 있었다.

덕분에 입국심사도 별로 오래 안 기다리고 빨리 받은 건 좋았는데, 수화물로 부친 캐리어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 똑같았다.

결과적으로 빨리 나와도 공항 밖으로 나가는 시간은 이코노미랑 별 차이가 없네.

나는 캐리어가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핸드폰으로 괌에 대한 정보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캐리어를 찾고 공항 문을 나서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서현 씨와 나, 단둘만의 여행이 시작되는데 아무런 준비를 안 할 수는 없지. 정보는 돈이라고 그랬어.

대충 검색해보니 괌 대부분의 리조트 호텔은 투몬 비치라는 곳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투몬 비치는 하와이로 치면 와이키키, 부산으로 치면 해운대 같은 그런 곳이란다.

나는 호텔 목록을 살펴보다가 갑자기 어떤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혹시…?

곧바로 서현 씨에게 물었다.

“우리 숙소는 어디예요?”

사실 숙소가 어디인지는 그다지 궁금하지 않다. 뭐 투몬 비치의 호텔 중 하나겠지.

내가 진짜 궁금한 건 어느 호텔이냐가 아니라, 호텔을 어떻게 잡았느냐 하는 부분이다.

아니, 당연히 방 두 개겠지. 남녀칠세부동석인데. 객실은 따로 잡았을 거다. 안다. 아는데….

걱정이 되는 게 뭐냐면… 이번 여행이 갑자기 결정된 거거든? 미리 알아보고 그런 게 아니라 진짜 며칠 만에 순식간에 결정이 된 거란 말이지. 그러니 예약도 급하게 할 수밖에 없었을 테고, 근데 8월은 성수기잖아?

그런 상황이니까, 혹시라도, 천에 하나, 만에 하나. 의도치 않게 객실 두 개를 구하지 못했다든가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되어서 그런 거다.

나는 상관없다. 나야 뭐 길바닥에서 자든 모래사장에서 자든 전혀 상관없는데, 우리 서현 씨가 그렇게 냅두겠냐고.

하지만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서현 씨는 또 특유의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를 짓고서.

“비밀이에요.”

그렇게 말한다.

나는 확신했다.

서현 씨의 저 웃음 뒤에는 항상 사람 놀라게 하는 이벤트가 있었다.

그렇다면?

아이, 참나. 우리 서현 씨 너무 짓궂어.

어쩔 수 없네. 대충 어느 정도 그림이 그려지지만, 놀라고 당황하지 말아야겠다. 의연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그렇군요. 저는 괜찮은데 서현 씨 불편하지 않으시겠어요?’ 그렇게 물어보고 신사의 미소를 보여주면 되겠다. 오빠 믿지? 그런 미소.

갑자기 머릿속에서 노래가 하나 울려 퍼진다.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는 그 노래. 왜 아무 일도 없겠지만, 꼭 니가 원한다면 어쩌구 하면서 책임 회피하는 그 노래.

“저기 나왔네요.”

머릿속으로 둥구닥둥구닥 하는 반주에 맞춰 노래를 따라 부르던 그때, 서현 씨가 가리킨 곳에 우리 캐리어가 보였다.

캐리어도 제일 빨리 나오네.

재빨리 캐리어를 챙겨서 서현 씨와 입국장으로 나오는데, 시끌벅적한 입국장 특유의 분위기 때문인지 심장 박동수가 훅 올라간다.

이러다가 호텔에 도착하기도 전에 심장 터져버리는 거 아닐까 걱정이 된다.

침착해. 한수야! 침착해!

아직 밤까진 시간이 많이 남았어!

그렇게 속으로 되뇌며 서현 씨 몰래 숨을 깊게 들이마시려는 그 순간!

정면을 바라보던 서현 씨의 얼굴에 미소가 확 번지면서 손을 들어 올린다.

누군가를 보았을 때, 그 누군가가 아주 잘 알고, 또 반가운 사람일 때 나오는 반응이다.

자연스럽게 내 시선도 정면으로 향했다.

그리고 서현 씨와 마찬가지로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손을 흔들고 있는 한 사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엄마!”

서현 씨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내 심장이 딱 멈춰버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