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 어디? 로스쿨? (1)
나는 캔 커피를 하나 들고 수업 전에 인문관 올라가는 도로 옆 벤치로 향했다.
오랜만에 가 본다.
사실 더 이상 벤치를 찾을 이유는 없다.
더 이상 신지수 때문에 괴롭지도 않고, 이번 축제를 통해서 과 사람들이랑 사이도 좋아졌다. 더 이상 과방을 피할 이유가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뭐랄까,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나만의 비밀 공간 같은 편안함을 찾아, 다시 그 벤치로 가고 있다.
그냥, 벤치에 앉아 커피나 마시고 수업 들어가야겠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벤치에는 이미 먼저 온 손님이 있었다.
잔뜩 어깨를 움츠린 모습이 익숙해 다가가 보니, 역시 아는 사람이었다.
진철이 형이었다.
며칠 전 축제 때, 과음, 아니지, 폭음으로 정신을 잃어버린 진철이 형.
걱정되기는 했지만 동기 형들이 챙긴다고 해서 그냥 두고 오긴 했는데, 챙기기는 했나 보다. 얼어 죽지는 않은 것 보니.
나는 천천히 형에게 다가갔다.
“형. 안녕하세요?”
심각한 표정으로 무언가 고민하듯 발끝만 바라보던 진철이 형은, 내 인사를 듣고서야 내가 다가왔음을 깨닫고 인사를 건넨다.
“어. 그래. 한수구나.”
“별일 없으시죠?”
“어. 그래. 앉을래?”
그러면서 형은 가방에서 뭘 또 주섬주섬 꺼낸다.
“마실래?”
형이 항상 마시는 싸구려 커피가 그 손에 들려 있다.
“여기 있어요.”
난 내 손에 들린, 진철이 형이 주식처럼 마시는 커피보다 몇백 원 더 비싼 커피를 들어 보이며 자리에 앉았다.
“그거, 괜찮냐?”
형이 내 커피를 보며 물었다.
“뭐…. 좀 쌈마이 한 맛이 좀 있지만, 그게 또 나름의 매력이랄까.”
그 말에 형이 픽 하고 웃는다.
“쌈마이 하면 이거지.”
하면서 나에게 내밀던 캔을 땄다.
“그거 너무 달아요. 저한테는.”
“그게 바로 쌈마이의 정수 같은 거지.”
이 형도 알기는 아는구나. 너무 달다는 거.
“그나저나 좀 어떠세요? 괜찮으세요?”
나도 내 커피 캔을 따면서 물었다.
“뭐가? 음…. 그날은 미안했다.”
“아니에요. 뭐. 술 마시면 다 그렇죠.”
“너한테는 뭐 실수 한 것 없냐? 내가?”
“아니요. 저뿐만 아니라 후배들에게 딱히 실수하신 건 없습니다.”
“그러면 다행이고.”
“잠은…. 그날 어디서 주무셨어요?”
“하숙집.”
“원래 우리가 살던 하숙집이요?”
“응. 정신 차려 보니 거기더라. 필름 끊겨서 잘 기억 안 나는데, 동기 놈들이 어찌어찌하다가 그리로 데려다 놓은 것 같아. 할머니가 그러는데, 원래 니 방이라고 하더라. 내가 잔 데.”
내가 있던 그 방이 아직 비어 있었나 보다. 다행이군.
“할머니한테 안 혼났어요?”
하숙집 주인 할머니 엄청 무섭지.
“안 혼났겠냐. 등짝 맞았지. 북엇국 끓여 주시더라.”
“하하하.”
어쩌다 보니 떠나오긴 했지만, 아마 죽을 때까지 기억할 공간, 그리고 기억될 사람들.
“그래도 할머니가 해장하라고 국도 끓여 주셨네요.”
“그러게 말이다. 뭐가 예쁘다고….”
“뭐, 암튼 괜찮으시다니 다행입니다.”
“미안하게 됐다. 열심히 주점 준비한 니들에게. 추태 보이고, 분위기 깨고.”
“에이. 그런 말씀 마세요. 어차피 놀자고 한 건데. 그나저나 뭔 술을 그렇게 드셨어요? 준호 형 이야기 들어 보니 안주도 안 드시고 그냥 막 술만 드셨다면서요.”
내 말에 갑자기 형이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어? 형. 그런 거 아닌데, 그냥 인사치레로 물어본 것뿐인데요? 그런 표정 지으면 부담스러운데?
“한수야.”
“네. 형.”
“저번에 말이야. 내가.”
“네.”
“너한테 이런저런 이야기 한 거 후회한다고 이야기했었지?”
“…네. 그러셨었죠.”
“괜찮으면 담배나 한 대 피울까?”
진철이 형이 말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담배를 피웠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 동네 애들은 다들 그때쯤 시작했다.
하지만 담배를 즐기냐고 물어보면 또 그건 아니다. 그냥, 남들 필 때, 한두 대 정도? 술 먹을 때, 한두 대 정도?
따지고 보면 안 피우는 날이 더 많고.
평상시였다면 진철이 형의 권유를 거절했을 테지만….
하지만 오늘은 거절할 수 없었다.
말을 꺼내기 위해서 담배가 필요할 때가 있고. 그때의 권유는 거절하는 것이 아니니까.
“네.”
***
흡연 구역에서 나는 진철이 형과 담배를 한 대씩 물었다.
담배가 3분의 2로 줄어들었을 때, 형이 입을 열었다.
“수정이가 봤다고 하더라.”
수정 누나, 우리 서현 님에게 살갑게 말 걸어 주고, 진철이 형이 쓰러졌을 때, 달려가 부축한 4학년 선배.
“수정 누나가요? 뭘요?”
“내가 도서관 근처에서 심각하게 전화하는 거.”
그 이야기로군.
“…….”
“묻질 않는 것을 보니, 너도 무슨 이야긴지 아는구나.”
“…정확히는 아니고, 뭐. 그냥 대충….”
“너도 본 적 있구나.”
“네. 지나가다가….”
승환이랑 지나가다가 본 적이 있다.
심각한 얼굴로, 전화기를 두 손으로 들고, 등을 잔뜩 굽힌 채 전화하던 그 모습을.
“그래. 뭐. 후배에게 할 이야기는 아닌데.”
“네.”
“뭐랄까. 그냥 변명이라고 해 두자. 축제에서 부린 추태에 대한 변명, 사과를 하기 위한 변명.”
“…….”
“요즘 좀 안 좋은 일이 있어서, 그래서 심적으로 조금 힘든 상황이었어. 그런 와중에 술자리를 가게 되니까, 나도 모르게 절제력을 잃어버린 것 같다. 아니, 같은 게 아니지. 잃어버렸다가 맞지.”
“…그러셨군요.”
“음.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상관없이, 열심히 준비한 니들에게 피해를 준 부분은 미안하다. 조금 안 좋은 일이 있었다고 그래서 나잇값 못하고 사고를 쳤네. 다른 사람들에게 해명해달라고 이 이야기 하는 건 아니고, 그저 그랬다고. 너는 이해해 주었으면 해서.”
“이해하고 자시고 할 게 없죠. 괜찮습니다.”
뭐. 그럴 수 있지. 힘들면 술 먹을 수도 있고, 좀 심하게 달릴 수도 있고.
“그래. 그리고 지금부터 이야기는 그냥 너에게만 하는 이야기다.”
본론이군. 이 이야기를 위해서 담배가 필요했을 것이다.
“후배에게…. 뭐 친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후배도 아닌데, 이런 말 하기 좀 그렇긴 한데….”
그러더니 두 번째 담배를 꺼낸다.
나는 불을 붙여 줬다.
“피울래?”
“괜찮습니다.”
나는 사양했다.
새 담배를 입에 문 진철이 형은 가슴 깊숙이 빨아들인 담배 연기를 천천히 내뱉은 후 말을 이었다.
“후배라기보다, 그냥 내가 저번에 주제넘게 너에게 이런저런 쓸데없는 말을 했던 것에 대한 사과라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네.”
“그랬지. 내가 어떻게 힘들었고, 그래서 어떻게 노력했고. 그러니 너도 힘내라. 이러면서. 참. 웃긴 게, 내가 그런 말 할 자격이 있었나. 그런 생각이 계속 들었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번에 이야기하셨죠.”
“그래. 어떻게 이야길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면, 니들이 본 그 모습, 그 전화, 은행에서 온 전화였다.”
그럴 것 같았다.
“병원비가 많이 들어가니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대출을 받았고, 상환이 얼마 남지 않아서, 연기 신청을 했는데, 연기가 힘들다는 전화였고. 나도 모르게, 전화를 받으면서 잔뜩 위축돼서 전화를 받는 모습. 그거였다.”
“…그러셨군요.”
“참…. 뭐라고 할까. 여동생이 올해 졸업했는데, 실업계를 나왔어. 공부도 곧잘 하던 녀석이었는데, 사춘기 시절 내내 아버지 병수발 드는 모습만 보고, 돈 때문에 허덕이는 모습만 봤으니까, 자기라도 빨리 돈 벌어야겠다면서 실업계 가고 올해 취업했지. 난 고시원 들어가 있으니까 몰랐는데,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직장 다니고, 야간에 또 아르바이트하고. 주말에 편의점에서 일하고. 그러고 있었더라고.”
“……….”
“이런 상황인데, 나만 보고, 고3 그때처럼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게 너무 쓰레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같지 않다고.”
“….”
“너에게 이런 이야길, 이런 구질구질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저번에 한 이야기를 좀 잊어 줬으면 해서 그렇다. 내 주제도 모르고, 그저 그 순간에 감정으로, 너에게 잘난 척 주절거린 이야기들을 잊어 주렴. 그걸 부탁하기 위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야.”
“…알겠습니다.”
나는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었다.
지금 이 사람에게, 상처받고 고통스러워하는 이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하든, 그 또한 그 순간의 감정으로 한 말이 될 것 같아서.
“그래. 고맙다. 그리고 미안하다.”
형은 그렇게 말하고, 담배를 비벼 끈 다음 다시 도서관으로 올라갔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굽어 있는 형의 뒷모습을 계속 바라만 보고 있었다.
***
수업을 마치고 나와 핸드폰을 확인하니 부재중 전화가 화면에 떠 있었다.
하나는 총학에서 일하는 선배 누나, 하나는 유지연.
나는 먼저 지연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빠. 통화 괜찮으세요?
“어. 미안. 수업 중이었어. 무슨 일이야?”
-그게. 언니에게 전화가 왔어요. 총학에서 일하는 선배 언니.
“나한테도 왔네. 축제 때 그 일 때문에?”
-네. 그 사람이랑 연락이 됐다고. 사과하겠다고. 그런데….
“그런데?”
-변호사…랑 같이 왔다고….
“변호사?”
-네. 변호사랑 같이 와서 사과한다고….
기가 막힌다.
나도 이렇게 기가 막혔는데, 지연이는 얼마나 놀랐을까?
“알았어. 우선 만나서 이야기하자. 지금 어디야?”
-네. 저 여기 도서관 지하 커피숍이요.
“응. 글로 갈게. 조금만 기다려 봐.”
나는 전화를 끊고, 도서관 쪽으로 몸을 돌렸다.
***
도서관에서 지연이를 만난 나는 수업에 들어가 있던 시간 동안 일어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목요일, 그러니까 축제 첫날 지연이의 사진을 몰래 찍고, 자신의 SNS에 올렸던 그 개자식은 주말이 지나도록 연락을 안 받고 있다가 월요일에 변호사를 대동하고 학교에 나타난 것이다.
사과하겠다고.
미친놈.
미친놈인 줄 알았는데 보통 미친놈이 아니군.
지연이도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니까 조금 놀란 눈치다.
그래서 나와 같이 가달라고 부탁을 하기 위해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당연히 같이 가야지.
비공식 스토커 전과를 가지고 있는, 물론 지연이는 모르고 있지만, 아무튼 그놈을 지연이와 단둘이 만나게 할 수는 없지.
나는 지연이를 안심시킨 후, 선배 누나와 통화를 하고, 그 도촬범과 변호사가 기다린다는 세미나실로 향했다.
세미나실에는 이미 몇 사람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 총학을 대표해 선배 누나, 도촬범으로 보이는 남자와 변호사로 보이는 양복 입은 젊은 남자, 그리고 김민우.
김민우, 내 전 여자친구의 현 남자친구.
이 자식이 여기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도대체 이 자식이 여기 왜 있는 거야?
아마도 30대 초반? 비싸 보이는 양복을 입은 남자가 명함을 지연이에게 건네며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우선 앉으실까요?”
명함에는 어쩌고 법무법인 변호사 누구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지연이는 의자를 빼서 도촬범으로 추정되는 놈 맞은편에 앉았고, 나는 지연이 한 발 뒤에 섰다.
팔짱을 낀 채로 벽에 등을 기대고 있는 김민우가 날 바라보고 있었다.
“우선 사과부터 드리겠습니다.”
지연이가 의자에 앉자 변호사라는 남자가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저희 의뢰인께서 의도치 않게 실수를 범하는 바람에, 유지연 학생에게 불편함을 끼쳤습니다. 이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응? 뭐라고?
저 변호사라는 남자가 지금 뭔가 개소리를 한 것 같은데?
“의도치 않게?”
내가 말했다.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모였다.
특히 도촬범 저 자식은 잠깐 매서운 눈빛을 보냈다.
변호사는 재빨리 나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다시 지연이를 바라보며 설명했다.
“오해하실까 봐 말씀드리면, 우선, 저희 의뢰인께서 사진을 찍은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그 사진을 찍은 것은 어떤 나쁜 의도가 있어서가 아니라, 축제를 준비하는 후배들의 모습이 기특하고 예뻐 보여서 다양한 사진들을 찍다가 의도치 않게 유지연 학생이 찍힌 것입니다. 딱히 지금 유지연 학생만을 특정해서 찍은 것은 아닙니다.”
대단하구나. 변호사는 저런 개소리를 저렇게 뻔뻔한 얼굴로 할 수 있어야 하는 거구나.
“그리고 SNS에 업로드된 것만 해도,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 주머니 안에 있던 핸드폰에 전원 버튼이 눌리면서, 우연한 사고로 사진이 올라간 것입니다. 저희 의뢰인은 그 사실을 파악하자마자 빨리 사진을 삭제했는데, 그럼에도 그 짧은 순간에 사진이 빠르게 퍼져 나갔습니다.”
나는 지연이의 표정을 살폈다. 걱정이 되니까.
저런 말도 안 되는 개소리에 나도 이렇게 화가 나는데, 당사자인 지연이는 어떤 기분일까.
“저희 의뢰인은 어떠한 나쁜 의도도 없었습니다. 법률적으로 말씀드리면 인식 없이 부주의로 인해 행하여진 것으로, 법률용어로는 이를 과실행위라고 규정합니다.”
한 발자국 뒤에 있어서 지연이의 얼굴이 안 보인다.
그래서 나는 살짝 앞으로 나아가 지연이의 얼굴을 살폈다.
“음…. 이런 말까지 드려도 될까 싶은데. 그래도 이왕 설명을 드렸으니 마저 드리겠습니다. 물론 과실도 형사책임을 부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 법령에는 그 피해가 중대한 경우에만 처벌하도록 명문화 되어 있습니다. 우리 형법에는 실화, 실수로 불이 나는 것을 말합니다. 과실일수, 과실교통방해, 과실치사상, 과실 장물취득 이 다섯 가지 경우에만 과실범을 처벌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지연이는 눈을 똑바로 뜨고 변호사를 보고 있었다.
그 눈에 물기는 묻어 있지 않았지만, 분노라는 감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형사고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러한 행위는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습니다. 서로 힘들어지기만 할 뿐이죠.”
변호사는 그런 지연이의 눈빛을 태연하게 받으면서 말을 계속했다.
“물론, 과실에 대해서 잘못이 없다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어찌 됐건, 의도치는 않았지만 저희 의뢰인이 실수를 했고, 유지연 학생이 피해를 입은 것은 사실이니까요.”
“그래서요?”
지연이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분함과 억울함을 꾹꾹 참아 낸 목소리였다.
“그래서 저희 의뢰인은 직접 얼굴을 뵙고 사과를 드리고자 오늘 이렇게 찾아뵌 것입니다.”
그리고 변호사가 의뢰인이라는 그 개자식을 쳐다봤다.
단 한 번도 입 열지 않고, 책상만 바라보던 도촬범은 시선을 단 한 번도 옮기지 않은 채 고개를 까닥 숙였다.
“죄송합니다.”
몇 번 연습이라도 했는지 기계 같은 모습, 기계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과라는 이름의 도발이 끝나자 변호사는 다시 지연이를 보면서 말했다.
“저희 의뢰인은 이번 일에 대해 적당한 마음의 표시를 할 의사가 있음을 전하셨습니다.”
저 미친놈들이 선을 넘으려 한다.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으려 한다.
“마음의 표시라뇨?”
지연이 대신, 말없이 듣고 있던 선배 누나가 물었다.
“어느 정도 합당한 선에서 위로금을 지급한다는 의미입니다.”
넘었다. 이 개자식들이!
나는 나도 모르게 지연이를 봤다.
그 커다란 눈에, 물기가 고여 있는 것을 보았다.
“잠깐만요.”
내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