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업을 이어라-35화 (35/271)

35 : 고양이의 눈, 소녀의 마음, 5월의 하늘 (4)

일요일 오후,

나는 커피숍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내 앞에는 서현 님이 앉아 있었다.

오늘은 어제 그녀가 제안한 것처럼 늦은, 거의 점심에 가까운 아점을 먹고, 차를 마시며 데… 데… 데이트 비슷한 걸 하고, 쇼핑하는 날이다.

송파동에 유명하다는 연어 덮밥집에서 1시간을 기다려 점심을 먹고, 여유로운 걸음으로 골목골목을 산책하다, 석촌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이 커피숍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요.”

한 손에는 컵을, 다른 한 손으로는 빨대를 잡고 있는 서현 님이 커피숍 창밖으로 펼쳐진 석촌 호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반쯤 열린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미풍 안에는 완벽한 5월의 날씨와 휴일 오후의 여유로움을 만끽하는 사람들의 행복이 담겨 있었다.

물론 그중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을 뽑으라면 단언컨대 바로 나다.

“그러게요. 완벽…하네요.”

나는 석촌 호수고 나발이고, 눈앞에 있는 서현 님만을 보면서 말했다.

서현 님은 여전히 창밖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말했다.

“5월의 휴일 오후는 행복한 기분이 들어요. 마치 평화의 한가운데 있는 기분이에요.”

그렇게 말할 때마다 방긋방긋 안 웃으셔도 돼요. 심장이 남아나질 않아요.

오늘의 서현 님은 참으로 아름답다.

원래 아름답기는 한데, 평소보다 더 아름다우시군요.

바람에 살랑살랑거리는 머릿결, 옅게 립스틱 바른 입술, 그리고 입술 사이에 빨대.

어느 거장도 제대로 그려 낼 수 없는 아름다움이 1m 앞에 있었다.

비단 이건 나만의 생각은 아니다. 자신할 수 있다.

내가 서현 님과 이 커피숍에 들어올 때, 사람들의 눈빛이 내 주장을 증명한다.

좌식들. 어쩌면 그리 다들 하는 행동이 똑같은지.

서현 님 보고, 나 보고, 서현 님 보고, 다시 나 보고.

나를 보는 그들의 눈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저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왜 저런 놈하고!

후후후. 질투는 남자의 훈장이라 했는데, 이놈들아. 무거워 죽겠다.

아무튼, 우리 서현 님의 아름다움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겠군. 이거 너무 바보 같아 보이겠다.

이럴 때는 화제 전환이 최고지.

“그나저나 축제, 놀러 오신다고 하셨죠? 언제 오실 거예요? 목요일, 금요일 둘 중에.”

내 질문에 창밖을 향하던 서현 님의 시선이 나를 향한다.

아니야. 지금 설 때 아니야! 아니라고! 눈 맞춘 것만으로 하나하나 서지 마. 버티질 못한다고!

“언제 갈까요? 이틀 다 가면 안 되나요?”

“아…… 하하. 그러셔도 되기는 한데, 이틀 다 똑같아서 그닥 재미는 없을 거예요.”

“그런가요. 한수 씨는 언제가 편하신데요?”

“저도 아무 때나 상관없어요. 그래도 언제쯤 오시는지, 시간을 알려 주시면 좋겠어요.”

“아마 퇴근하고 갈 것 같은데…. 혹시 피해야 하는 시간이 있나요?”

“아니요. 피해야 되는 시간이라뇨. 서현 님이 오신다는데….”

“또 서현 님.”

“서현 씨가 오신다는데, 저도 준비를 해야 하니까.”

“준비요?”

“안내해 드리려면 그 뭐냐. 옷도 좀 갈아입고, 또 대타도 세워야 하고. 요리는 멈추면 안 되거든요. 뭐 그렇게 바쁘지는 않을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주방이 비면 안 되니까요.”

내 말에 서현 님이 살짝 웃으신다.

“그러면 안 알려 드릴래요.”

“네?”

“한수 씨 요리하는 모습 보고 싶어요. 한 손으로 이렇게 파밧!”

서현 님이 그렇게 말하면서 손으로 프라이팬을 뒤집는 시늉을 한다.

나는 결심했다.

할아버지에게 맞아 죽더라도 신력을 써야 되겠다. 결혼해야 되겠다. 백년해로해야 되겠다.

아니야. 맞아 죽지는 않겠지. 손주 며느리가 생기는 건데, 할아버지가 화내실 이유가 없지. 암. 그럼. 그렇지!

“안돼요. 절대로 안 되죠. 서현 님께서 오시는데, 제가 부추전 따위 뒤집고 있을 수는 없죠. 그까짓 풀과 밀가루의 믹스 따위.”

“그러시면 저 안 갈래요. 저 때문에 주변 분들에게 폐를 끼치면 제가 죄송해서 못 가요.”

“폐라뇨. 그런 말씀은 마시고…. 흐음. 아무튼, 이틀 다 오실 필요는 없으실 테고. 목요일, 금요일 중 언제가 좋으세요?”

“금요일 저녁에 갈까요? 다음 날 쉬니까 마음에 여유도 있고. 시간은… 비밀로 할래요.”

아… 진짜. 뭐야. 이 여자 뭐야. 너무 귀여워.

축제고 나발이고, 우리 서현 님하고 평생 이렇게 마주보고 이야기하고 싶네.

아니지. 평생 마주보고 이야기하는 걸로 만족하면 안 되지.

“금요일에 시간 빼놓을게요. 대신 도착하시면 꼭 연락주셔야 해요”

“보여 주셔야 해요. 파팟!”

“서현 씨가 지켜보신다고 하면 긴장해서 실패할 것 같은데요.”

“목요일에 연습 많이 해 두시면 되겠네요.”

그렇게 말하고 또 입을 가리고 웃는다.

서지 마. 임마. 지금 깨어날 정도는 아니야. 웃는 게 이쁘다고 깨어나면 버틸 수가 없다.

나는 신이라며? 신력이 있다며? 근데 왜 이 녀석은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거야? 신의 능력도 이겨 내는 부교감신경인 거야? 얼마나 강한 거야, 부교감신경!

“어? 한수.”

내가 한참 나 자신과의 대화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들려오는 남자 목소리.

고개를 돌아보니 선배 형이……. 이름이 뭐더라? 엄청 친한 사이도 아니고, 또 애초부터 남자 이름을 잘 기억 못하기도 하지만….

“어? 형. 안녕하세요.”

아무튼 진철이 형이랑 같은 학번 선배 형이 서너 살 되었을까 싶은 소녀의 손을 잡고 서 있었다.

“형. 여긴 어쩐 일이세요?”

“어. 나 이 근처 살아.”

그러면서 서현 님을 힐끗.

“누구예요? 혹시 딸?”

내가 그 소녀를 가리키며 묻자,

“아니야. 아니야. 조카. 누나 딸. 어디 혼삿길 막을라고.”

그러면서 또 힐끗.

“석촌 호수에 산책 왔다가 팥빙수 사… 줄까 하고. 들어왔지.”

그러면서 또 서현 님을 곁눈질로 바라본다.

실례되는 행동이지만 나는 이해한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겠지. 우리 서현 님의 미모는 일반적은 예의의 관념보다도 강하게 작용할 테니.

“아. 그렇군요.”

이제 가세요. 가서 귀여운 조카 팥빙수 사 주세요. 여기에는 관심 끄시고. 즐거웠습니다. 선배.

“그런데…… 저 분은…….”

아. 진짜 이 양반 정말로. 눈치 없게 말이야.

“아. 그. 저기.”

뭐라고 소개하지?

동거인? 그건 안 되지. 죽는다. 분명히 죽는다. 지금 안 죽어도 내일 학교 가서 죽는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저 형이 동기들에게 연락을 돌릴 것이 뻔하다. 그러면? 과에 소문이 돌고, 오늘 밤 내 처형 부대가 구성될 것이다. 내가 가진 모든 것과 오른 손모가지를 걸어도 좋다.

여자친구? 여자친구…는 아니잖아. 솔직히.

친척 누나? 이건 나도 싫고.

음…… 주…… 주인님? 내 영혼의 주인님?

총체적 난국이네. 형을 소개하자니 이름을 모르고, 서현 님을 소개하자니 관계를 설명할 수 없고.

“안녕하세요. 한수 씨 선배님이세요? 강서현이라고 합니다.”

내가 주저하고 있는 사이, 우리 서현 님은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인사하신다.

“아. 네. 네. 안녕하세요. 저는 한수 과 선배 문준호라고 합니다. 하하하.”

맞다. 문준호. 준호 형이었다.

자. 이제 통성명도 끝냈으니 가세요. 가셔도 됩니다. 나중에 많은 것을 물어보러 오시겠지만 지금은 안녕히 가세요. 선배님.

그런데 형은 갈 생각도 없이 생글생글 웃고 있는 서현 님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엉거주춤하고 있다.

아! 진짜! 눈치 좀!

분위기가 어색해져 가려던 찰나! 준호 형의 손을 잡고 있던 소녀가 작은 손가락으로 서현 님을 가리키며 말했다.

“삼촌, 이 언니 엄청 예쁘다.”

“어머? 어머 어머.”

그 이야길 들은 서현 님은 활짝 웃으며 꼬마에게 다가가 쪼그려 앉아 눈을 맞춘다.

“우리 꼬마 공주님은 이름이 뭐예요?”

눈높이를 맞춘 서현 님이 꼬마를 보며 묻는다.

“저는 새싹 어린이집에 다니는 김하늘이라고 합니다.”

연습이라도 시켰는지 또박또박 끊어서 말하는 모습이 귀엽다.

“어머. 어머. 너무 귀여운 하늘 공주님이네요. 공주님, 언니가 한번 안아 봐도 될까요?”

서현 님이 그렇게 말하자, 그 꼬마는 준호 형 손을 놓고선 서현 님에게 두 팔 벌려 다가가 포옥 안긴다.

아름답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성스러운 느낌이 든다. 마치 성화를 보는 것 같다.

성녀가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려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뭐 그런 생각을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준호 형도, 그리고 주변 테이블에 앉아 있는 손님들도, 커피 내리는 알바생도 모두 비슷한 표정으로 우리 서현 님과 서현 님 품에 안긴 소녀를 바라보고 있으니.

“하늘 공주님. 언니랑 같이 놀래요? 언니가 맛있는 거 사 줄까요?”

하늘아. 맛있는 거 사 준다고 같이 놀자는 말은 유괴의 정석 1장에 있는 말이야. 어린이집에서 배웠지? 그런 말 하는 어른은 절대로 따라가면 안 된다고. 저 언니는 위험한 언니니까, 빨리 외삼촌에게 집에 가자고 하렴.

“네!”

소녀는 신난다는 듯 손을 번쩍 들면서 대답한다.

나는 고개를 들어 준호 형을 바라보았다.

형. 아이들은 잘 몰라. 눈치가 없어…. 그러니 눈치 있는 형이 이 상황을 수습해야지요!

그러나 조카를 돌봐야 할 저 외삼촌도 눈치 없긴 마찬가지다. 마치 자기가 하늘 공주님이라도 된 것처럼 행복한 표정하고 있네. 참나….

결국 준호 형과 그 조카 하늘 공주님께서는 우리와 동석하게 됐다.

“우리 하늘 공주님은 뭐 먹고 싶어요?”

“음…… 맛있는 거요!”

오른손을 번쩍 들고 말한다.

귀엽네, 저 나이 때 아이들은 어찌도 저리 귀여운지. 아니, 하늘이는 진짜 귀엽다. 준호 형 조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진짜 귀엽다. 같은 핏줄 맞아? DNA 어디 한 곳도 겹치는 곳이 없을 것 같은데? 폴리펩타이드 개수도 다른 거 아냐?

“아. 제가…… 그 팥빙수 사 올게요.”

준호 형이 황급히 일어서면서 말했다. 팥빙수 사 주러 왔다고 했지?

“어머. 안 돼요. 너무 자극적이에요. 제가 사 준다고 했으니, 제가 골라도 될까요?”

서현 님의 말에 준호 형은 헤~ 하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형. 지금 혼난 거야. 그렇게 행복한 표정 짓지 마.

음. 그나저나 평소에 나도 저런… 멍청한 얼굴을 하고 있는 건가?

“그럼. 공주님. 우리 맛있는 거 고르러 가볼까요?”

그러면서 서현 님은 준호 형 조카를 안고, 카운터 쪽으로 걸어갔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우리, 나와 준호 형뿐만 아니라, 커피숍의 모든 남자들이 바라보고 있다. 넋을 놓고 말이다.

(누구?)

그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던 준호 형이 갑자기 내게 얼굴을 바싹 붙이며 속삭인다.

(아…… 저기. 그게.)

뭐라고 설명하나고요. 동거인? 여자친구? 친척? 우연히 만난 사람? 중앙그룹 강민철 회장 손녀딸?

(여자친구냐?)

(그게…… 여자친구…라고 할 그런…. 뭐랄까.)

내 속삭임을 들은 형은 나에게서 얼굴을 떼고 등받이에 등을 대고 팔짱을 낀다.

형. 표정과 자세에서 적의가 너무 드러나는데요?

왜? 왜 너가 저런 미인이랑 같이 있는 거지? 그런 표정인데요?

적의가 너무 적나라한데요.

그렇게 적의를 드러내 놓고 있는데, 서현 님이 꼬마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에는 조각케이크를 들고 돌아왔다.

“따뜻한 우유와 고구마케이크를 골랐는데, 알레르기 같은 문제가 생기지는 않겠죠?”

서현 님이 준호 형에게 물었다.

“네? 네. 괘. 괜찮습니다.”

준호 형은 나를 향한 적의는 어느새 잊어버린 듯 바보 같은 얼굴에 바보 같은 웃음을 담아 바보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거봐. 나만 찌질해지는 게 아니라니까. 서현 님 앞이면 다 이렇게 된다니까.

“한수 씨, 저쪽으로 앉아 주실래요?”

“네? 네!”

원래 마주 앉아 보고 있던 우리는 준호 형이라는 불청객의 등장으로 나란히 앉을 수 있었는데, 치즈케이크라는 또 다른 불청객의 등장으로 나는 준호 형과, 서현 님은 하늘이라는 꼬마와 나란히 앉았다.

포크를 들어, 케이크를 살짝 떼어 내고, 꼬마 입으로 가져가면서 아앙, 하고 말하면, 꼬마는 그 작은 입을 아앙하고 연다. 그러면 서현 님은 조심스럽게 포크를 입안에 가져가고, 꼬마가 앙 다물면 부드럽게 빼낸다.

이토록 완벽한 모습이라니!

“맛있어요?”

“네! 더 주세요!”

그 말에 또 미소 짓고, 또 케이크를 살짝 떼어서 다시 아앙 하고 말한다.

예전에 서현 님의 아름다움을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아름다움이라고 비유했었는데, 잘못된 비유였다. 성격 더럽고, 경박한 아프로디테를 어디 감히 서현 님께 댄단 말이냐!

살짝 입을 벌린 채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준호 형을 보고 있자니, 아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결혼해야 되겠다. 결혼해서 딸을 낳아야 되겠다. 그런 생각.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들 같은 생각이군.

저거 봐. 저 봐. 저 생과일주스 들고 오는 알바 놈의 얼굴 봐 봐.

“그런데 한수 씨는 학교에서 어때요?”

서현 님이 준호 형에게 말을 건넸다. 눈으로는 계속 조카를 주시하고, 손으로는 계속 케이크를 떼어 주면서.

혹시라도 어색할까 봐 말 걸어 주는 자상한 마음씨라니! 저 방해꾼은 그냥 내버려 둬도 되는데.

안 되겠다. 역시 신력을 써야겠다. 이 인간을 당장 눈앞에서 쫓아내야 하겠어. 내가 하늘이까지는 봐줄게. 하늘이도 방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서현 님이 예뻐하시니 참아 보도록 할 테니, 형은 어디 구석에 잠시 짱박혀 있으세요. 나중에 하늘이는 잘 돌려보내 줄게요. 신력으로 그 정도는 할 수 있겠지.

“한수요? 한수. 뭐. 참 좋은 녀석이죠. 선배에게 잘하고, 후배들 잘 챙기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과 생활도 열심히 하고. 참 모범이 되는 아주 훌륭한 후배죠.”

그런 내 생각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준호 형이 나에 대해 좋은 말을 해 준다. 문제는 영혼이 없다는 거지.

형. 근데 눈이 말과 달라요. 말은 칭찬인데, 눈은 왜 그래요? 왜 그런 눈을 하는 건가요?

“다행이네요. 선배님, 우리 한수 씨 잘 부탁드려요.”

준호 형의 등이 움찔한다. 우리 한수 씨라고 했다. 분명 ‘우리’라는 단어는 형에게 타격을 줬을 것이다.

“아… 네. 하하…. 제가 잘 보살피겠습니다. 우리 한. 수.”

형. 왜 이빨을 사려 물죠?

“그… 그런데… 서. 서현 님은.”

거봐. 형도 서현 님이라고 부르지. 서현 씨라고 못한다니까? 자연스럽게 ‘님’ 자가 붙는다니까?

“네?”

계속 형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눈은 꼬마에게서 떠나질 않는다. 가식이라고는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사랑스러운 눈빛이 하늘이를 향해 있다.

부럽다. 지금 이 순간은 그 누구보다 하늘이라는 저 꼬마가 부럽다.

“서, 서현 님은 저기. 한수랑은 어떤… 관계세요? 혹시 여자친구분?”

이 양반아. 아까 내가 이야기했잖아! 그 설명하기 어려운 관계라고!

척 하면 착! 하고 알아들어야지 말이야.

서현 님의 시선이 처음으로 준호 형을 향했다.

“저 여자친구 아니에요.”

그렇게 말한 서현 님의 시선이 나에게로 옮겨졌다.

그리고 서현 님을 바라보는 내 눈을 바라보며, 서현 님이 말했다.

“아직까지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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