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울의 길-155화 (155/166)

제 12장 -영원한 문제- (3)

"이건 내 생각인데 말이야. 하인스."

"말 해봐."

"은빛 찬란한 늑대를 타며 용병대를  지휘하는 사령관. 멋지다고 생각

하지 않나?"

크랭크는 용병대의 선두에서 자신의 부관, 그리고 야전특수보조담당관

이라는 기이한 직책을 가진 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킬츠를

바라보았다. 문제는 킬츠가  타고있는 것이 보통  지휘계통이 타고있는

말이 아니란 것이었다. 킬츠는 바로 순도  100%의 은을 녹여서 전신의

털을 염색한 듯, 눈부신 태양 빛을 반사하며  미려한 광채를 뿌리고 있

는 실리온의 늑대, 쥬크의 등위에 타고서 이동하고 있었다.

"알겠지 쥬크, 루디형과 에리나의 목숨은  전적으로 너에게 달려 있는

거야."

"걱정하지 마라 킬츠. 저 인형 같은  여자라면 또 모를까. 이 두  명의

인간들은 내 마름에 들었다. 반드시 책임지고 보호하지."

킬츠가 자신의 목을 쓰다듬으며 강한 어조로 말하자, 쥬크는 믿음직한

이빨을 드러내며 킬츠의 마음에 확신을 심어 주었다.

"두 명인데......... 상관없겠어?"

"크으....... 저 두 명의 인간 무게를 다 합쳐 봤자 킬츠 너 혼자의 무게

랑 비슷할걸."

"너무 걱정 마라 킬츠. 그다지 위험한 일도 아니야. 내가 쓸 마법은 상

당히 원거리에서 사용가능하고.......  에리나의 정령마법은  나보다도 더

원거리에서 사용이 가능하니.... 직접적인 전투는 벌어지지 않을 걸."

킬츠는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은 듯,  재차 확인하며 쥬크에게 물었

다. 그러자 쥬크는 지겹다는 듯 킬츠에게 핀잔을 주었고 그걸 보고있던

루디는 고개를 저으며 킬츠에게 말했고, 덩달아 에리나도 함께 밝은 목

소리로 입을 열었다.

"맞아. 별로 큰 일도 아닌걸. 킬츠오빠가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어요.

오히려 나중에 벌어질 전투에서 오빠 생명이나 잘 챙기라고요."

"그래... 알았어."

킬츠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불안해하는 얼굴은  감추었다. 이번 작

전에서 이들 두 명의 힘이 필요한 것은 절대적인 사실이었지만, 덕분에

킬츠의 마음이 불안해 지는 것도 필수적으로 따라오는 사실이었다.

파울드 성을 떠나 온지 20일째, 킬츠의  용병대는 아직도 페이오드를

향하는 원래의 방향을 유지하며 진로를 바꾸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저

녁, 드라킬스의 제스타니아성의 남쪽으로 120만  세션쯤 떨어진 추수가

끝난 들판에서 야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직 완전히  태양이 지기

전에, 그 진형에서부터 네발로 달리는 거대한 짐승  한 마리가 두 명의

인간을 태우고 북쪽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아무리  대륙에서 제일의 속

도를 자랑하는 말이라 할지라도 그 거대한 짐승의 달리는 속도를  따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쥬크 님, 인간의 기척이 느껴지면 그때부턴 천천히 이동해 주시기 바

랍니다. 제스타니아성에 도착하기도 전에  미리 들켜버리면 곤란하니까

요."

"물론이다 인간. 그래, 루디라고 했지."

달도 뜨지 않은 어두운 그믐날 밤에,  쥬크는 눈에서 파란빛을 뿜으며

마치 대낮과 전혀 다를 바 없는 몸놀림을 보여주고 있었다.

실리온 늑대는 낮이나, 밤이나 시아에 전혀 구속받지 않았다. 일단  밤

에도 모든 시아가 확보되며, 공기의 흐름과 그곳에 실려있는 냄새, 그리

고 생명의 기운의 변화를 알 수 있는 감각기관까지 그 뒤를 받치고 있

었기 때문이다.눈, 귀, 코, 입, 감각, 이 다섯 가지 기관이  고루 뛰어나

게 발달했기 때문에, 굳이 평소에 그렇게 요란을 떨며 자랑하지 않아도,

실리온 늑대의 뛰어남은 익히 입증되어 있는 것이었다.

"저 멀리에 인간들의 기운이 느껴지지만.... 그들은 지금  킬츠가 이끄

는 군대의 감시에 신경이 팔려있다."

"그럼 우리가 가는 제스타니아성의 동쪽 성문은 요?"

고속으로 달리는 쥬크의 등위에서, 흩날리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추스

르느라 여념이 없던 에리나가 결국 옷 속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모아

집어넣으며 쥬크에게 물었다.

"그곳은 아직 멀리 떨어져 있어서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너희가 마법

을 쓸 수 있는 사정거리인 5천 세션 정도까지는 걱정 없을 것이다."

이런 속도로 달리면서 쥬크가 에리나와 루디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그의 귀가 주변의 모든 소리를 놓이지 않게 발달해 있기 때문이었

다. 그리고 쥬크의 말이 에리나와 루디에게 들릴 수 있는 이유는,  쥬크

는 성대를 울려 인간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대

상자 근처의 가까운 곳에 있는 대기를 미세하게 진동시켜서 들리게  하

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옛 고대인이 부여해준 위대한 능력 중 하나였다.

"왜냐하면, 인간들이 공격해 와도 그  정도 거리라면 간단하게 도망칠

수 있으니까."

"쥬크 님만 믿을 께요."

에리나는 쥬크의 등 언저리를 쓰다듬으며  밝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부드러운 감촉과 깨끗한 느낌, 그러나 쥬크는  자신을 타고있는 인간들

에게 그런 감정만 느끼게 하지 않았다. 강인한 몸과 뛰어난 능력.  바로

마음을 놓을 수 있는 믿음을 주는 것이었다.

쥬크가 약 한 시간정도  달리자, 곧 어슴푸레하게  제스타니아의 성이

그 거대한 모습을 드러내었다. 철벽의 수비를 자랑하는 성답게 그 규모

뿐만 아니라, 성벽의 높이가 대단했다. 파울드 성보다 약 절반정도는 더

높을 듯 했다. 바로 북부자치도시연합이 타국의  공격에 대비해 지리적

요충지인 이곳에 강한 수비력을 갖춘 성을 세워둔 것이었다. 비록 지금

은 그 목적과는 달리 드라킬스 국경 수비의 최후 한계선으로  작용하고

있었지만.

"대략 이쯤이 저 성의 종족 성문에서 5천 세션쯤 떨어진 곳이다. 소리

를 내지 마라. 전방으로약  2천 세션쯤 떨어진 곳에  인간들이 보초를

서고 있으니까."

쥬크는 소리 없이 달리다 소리 없이 멈추어 섰다. 그리고 루디와 에리

나는 쥬크의 등에서 내려 성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어두워서 자세한

것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곳에 성이 있고, 또 그 성 어느 부근쯤에 성문

이 나있는지는 짐작 할 수 있었다.

"알았지 루디오빠. 내 정령은 일단  생명력이나 마력이 활발하게 작용

하고 있는 곳밖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못해."

"본적은 없지만, 이야기는 들었다. 섬광과 화염의 다중 속성정령. 케사

라. 일명 불새라고 부르지."

"그래, 그래. 케사라는 속성이 두 가지라  성격도 제 멋대로야. 게다가

머리도 정말 좋아서..... 아니, 지금은 이런 말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

에리나는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정령에 대해 말하려다가  고개

를 저으며 지금 상황의 중요성을 다시 파악했다. 잡담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네 정령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들어줄게, 지금은 일단 계획

대로, 하는 거야. 일단 네가 정령을  불러서 동쪽 성문 위로 정령을  띄

워. 그러면 내가 정확한 좌표를 확인해서  6원소의 원소 마법을 성문으

로 날려 버릴 테니. 그러면 당연히  성문에 강한 마력이 작용 할  테고,

곧바로 공중에 띄워놓은 너의 정령도 성문에  충돌시키는 거야. 어차피

내 마법만 가지고는 저 거대한  성문을 완전히 태워버리거나 폭발시킬

수 없을 테니, 너의 정령으로 확실하게 나머지를 채워버려야 해."

"알았어. 맡겨 만 줘, 루디오빠."

에리나의 자신 있는 대답을 들은 루디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알마

스를 마력으로 교환하기 시작했다. 상위 마력을  운용해야 했기에 대량

의 알마스가 소비되었고, 곧 루디의 몸 주변에 상당한 마력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다른 보통 인간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정령을  다루는

에리나나 소울아이와 비슷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쥬크는 그 강한  마력

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