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울의 길-152화 (152/166)

제 11장 -교차로- (9)

"뭐, 뭐 하는 것들이냐!"

갑자기 수많은 남자들이 작자 무기를 들고는 감옥의 주위를  포위하며

들어왔다. 제프 부시장은 깜짝 놀라며 소리쳤으나 그에 대한 반응은 돌

아오지 않았다.

"요, 용병단?"

잠시 후 제프가 자신들을 포위한 남자들을 불길한 눈으로 주욱 훑어보

더니 불안한 목소리로 확인하듯 중얼거렸다.

"뭡니까, 이자들은,"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한 하울스가  호위병들의 뒤로 숨으며  제프에게

소리치자 제프 역시 경악하는 표정에 떨리는 목소리도 대답해 주었다.

"파울드의 용병들..... 입니다만......"

"아니, 이 도시의 용병들이 왜 무기를  들고 우리를 포위하고 있단 말

입니까!"

세디아 황국의 대표도 허리에 차고있던 검을 빼어 들으며 제프를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그들을 포위하고 있는 파울드의 용병들의 숫자는  대

략 천 여명, 게다가 그 두로 더 많은  용병들이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

었다. 그리고 점점 포위망을 좁혀오는 도중에 용병들의 사이에서 긴 머

리에 미끈하게 생긴 30대 중반의 청년 하나가 재빨리 튀어나와선  제프

부시장을 향해 달려들었다. 제프는 세디아 황국이나 클라스라인의 대표

들과는 달리 호위병들이 없었기 때문에 별다른 저항 한번 하지  못하고

그 청년의 검에 목이 겨누어 졌다.

"다, 당신은 하인스 천인장! 이게 무슨 짓입니까!  당장 용병들을 제자

리로 돌려보내십시오!"

제프는 금새 자신의 목에 검을 들이대고있는 청년의 정체를  파악하고

는 파울드의 시장대리답게 위엄 있는  목소리로 하인스에게 경고를 했

다. 하지만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다지 설득력은 담겨있지

않았다.

"음, 제프부시장님. 그렇게는 못하겠는데요."

"뭐, 뭐라구요!"

"우리는 우리 대장을 구해 내야겠습니다.  우리 대장은 당신들 마음대

로 죽여라, 살려라할 인물이 아니란 말입니다."

하인스가 능글거리는 부드러운 목소리와 함께 제프의 목에 겨눈  자신

의 검에 더욱 강하게 힘을 주었다. 검날이  살짝 제프의 목덜미에 박히

면서 가는 핏줄기가 목을 타고 상의를 적셔들었다.

"허억!"

그 광경을 보고있던 클라스라인의  대표, 하울스는 정작 상처를 입은

당사자 보다 더욱 놀라면서 두려움에 떨었다. 이 숫자의 차이라면, 자신

도 언제 저런 꼴이 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당신들의 그 알량한 정의에 우리 대장의 목숨 희생시킬 수는 없지."

하인스는 빙그레 웃으면서 그 웃음에 강력한 살기를 실어 다른 두  나

라의 대표들을 바라보았다.

"자 목숨이 아깝지 않거든  여기 계신 모든  분들, 손끝하나 까딱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주시기 바랍니다.  이곳은 우리 6천의  용병단 전원이

포위하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 그래서 어쩌려고!"

"오, 제프 부시장님, 혈기가 아직 왕성하시군 요. 피가 좀 빠져서 혈색

이 이젠 제법  창백해 질 때도  되었는데, 좀더 깊은  상처를 원하십니

까?"

"이, 이놈들......."

제프는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하인스를 노려보았고,  하인스는 그런

제프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도 여유 있게  살기를 드러내었다.

제프의 목이 달아날지 모르는 순간이어서 보는 양국의 호송단들의 마음

이 조마조마해졌다. 만약 제프가 이곳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다

음은 자신들의 차례가 될 것이 분명했다.

"뭐, 도망쳐야지요 당연히."

"흥! 네놈들이 어디로 도망가던 우리 자유기사단이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다!"

"오, 무서워라. 하지만 우리고 그에  만만치 않은 빽이 있어서  말입니

다. 그쪽의 대장님도 이 감옥에 갇혀있어서 말이 잘 통했습죠."

"서, 설마!"

"설마가 사람잡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하인스가 씨익 웃자 용병들 사이로 또 한 명의 인물이 천천히  걸어나

왔다. 바로 혼의 용병단 부단장인 파킨스였다.

"혼의 용병단까지!"

"지금 성밖에 혼의 용병단전원이  완전 무장하여 대기중입니다. 허튼

짓은 하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파킨스 부단장!"

그러나 파킨스는 제프의 외침에 더  이상 대답하지 않으며 옆에  있던

몇 명의 용병들과 함께 감옥 안으로 들어갔다.

제프는 분이 극에 달한 표정으로 그들의 행동을 노려보았으나, 하인스

의 검이 자신의 목에 들이 밀어져있기 때문에 별 다른 행동을 취할 수

가 없었다. 세디아황국과 클라스라인의 인물들도 괜히 뭐라고 소리쳤다

간 불길이 자신들에게 미칠지도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에 잠자코 바라보

기만 했다.

그리고 얼마 시간이 지나자 곧  감옥 안에선 용병들의 손에  부축되어

킬츠와 스와인이 걸어나왔다. 그들은 온몸에 잔  상처가 나있었으며 양

팔과 다리에 족쇄가 채워져 있어 걷는 것이 매우 불편하게 보였다.

"아...... 여러분들........"

킬츠는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고있었으나 감옥 밖으로 나온  자신

을 용병들이 환호하며 반겨주자 얼굴에 가득 웃음을 지으며 감격스럽다

는 표정을 나타내었다.

"킬츠 대장. 그 동안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이제 이 위선덩어리의 자치

도시연합에 우리는 더 이상 도움을 주지 않기로 했습니다."

"아, 크랭크 천인장. 이 고마움을 어떻게....."

다시 용병들 사이에서 크랭크  천인장이 뛰쳐나오더니 킬츠를  혼자서

부축하며 다른 용병들의 부축을 받고있는 스와인과 함께 용병들의 사이

로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세디아 황국의 수송단 인원들의 얼굴이 삽

시간에 어두워지며 속으로 분통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잠깐. 이 지하감옥에 갇혀있는 세렌은 내가 어렸을 적의 절친한 친구

지. 그 녀석을 이런 벌레 같은  놈들에게 넘겨줄 수는 없다. 세렌과  그

녀석의 친구들도 모두 데리고 나와서 함께 가는 거다!"

킬츠가 힘겹게 걷던 도중 갑자기 뒤를 돌아보며 큰 목소리로 소리치자

옆에 있던 몇 명의 용병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감옥 안으로 달려갔

다. 그리고는 잠시 후에 세렌과 카젯, 다운크람과 루벨, 펠린,  키사르들

을 데리고 나오기 시작했다. 클라스라인의 대표로  온 파킨스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모든 일이 끝나자 수천  명의 용병들이 체계적이고 순서  있게

서쪽 성문을 통해 파울드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뒤늦게 천 여명의 자

유기사들이 급한 발걸음을 서두르며 그 장소로 달려왔으나 이미 대부분

의 용병들은 성을 빠져나간 후였고, 나머지도 제프 부시장을 인질로 잡

고 있었기 때문에 섣불리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영원히 안녕 입니다 파울드의 더러운 정치가들이여! 우리들의 헌신적

인 노력을 이렇게 배신하다니, 그 대가를 받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성을 빠져나간 하인스가  인질로 잡고있던 제프를  세차게

성안으로 내던지면서 달려나가 버렸고, 지면과 충돌해버린 제프는 고통

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비틀거리며 일어나 성밖을 향해 소리쳤다.

"우리가 돈을 내고 고용한  용병들이 헌신적인 노력은 무슨  노력! 이

망할 놈들!"

제프는 악이 받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가 잠시 후 윽하며 뒤로  쓰

러져 버렸다.

"어, 어서 부시장님을 의사에게! 부시장님이 쓰러지셨다!"

근처에 있던 자유기사단이 다급하게  소리치며 쓸진 제프를  병원으로

호송했다. 몇몇의 기사들이 분노하며 추격하자고 소리쳤으나,  자유기사

단 단장 세텔이 지금 자유기사단은 준비가 되지 않아 전원이 움직일 수

없으니 그럴 수 없다고 명령을 내리고는 일단  성문을 닫고, 현재 동원

가능한 병력으로 성벽을 수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야말로, 삽시간에 벌어진 용병들의 반란이었다.

"제프 시장 대리님께 정말로 유감스럽다는 말씀을 전해주시기  바랍니

다. 흐음......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알겠습니다. 그럼 조심히 돌아가십시오."

결국 세디아 황국과 클라스라인의  호송대는 허탈한 마음을  뒤로하고

별 수 없이 빈손으로 자신들의 나라를 향해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특

히세디아 황국의 대표단은 뭐라고 말을 꺼낼 수가 없었는데, 생각해보

면 자신들의 나라에 관여된 죄인들을 가두려다가 도리어 그들을 따르는

용병단이 반란을 일으켜 큰 손실을 입었기  때문에 그러했다. 도와주려

다 되려 큰 손해를  입은 것이었다. 파울드 도시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초상집의 그것이었다.

'이런, 덕분에 북부 자치도시연합을 받치고 있던 용병들이 등지게 되었

으니......... 상황이 정말 최악이 돼 버렸군........'

세디아황국의 대표단은 쓰러져서 상태가 위독하다는 제프 부시장 대신

임시로 일을 맡고있는 사무장 로아누에게 간단한 인사말을 전하고는 서

둘러 파울드 성을 벗어났다. 속으론 무척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모두 성을 벗어난  뒤, 파울드의 고급여관, 세피로이스

1층 연회 홀에서 환호성과 와인이 난무하는 깜짝 파티가 벌어졌다는 사

실을 알았다면, 결코 그런 생각이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11장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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