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울의 길-151화 (151/166)

제 11장 -교차로- (8)

-북부자치도시 연합과, 나이트길드의 여러분들께.

저번에 보내주신 서신은 잘 읽어보았습니다.

저는 지금 사시드 총관과 힘겨운 싸움을  계속해 나가고 있습니다. 확

실히, 제 곁에 있는 훌륭한  동료들이 아니었다면, 전 지금쯤  사시드의

암수에 목숨을 잃고 말았을 것입니다.

국왕폐하는 지금 사시드가  감금해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소식이  없어,

어쩌면 벌써 돌아가셨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대지의  힘을 이은 페이오

드의 셋째왕자. 사시드의 이 증오스런 악행을 두고만 볼 수가 없습니다.

도움을 주신 다니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후에 반드시 그 보답을 해 드

리겠습니다. 그리고 사시드 총관을  쓰러뜨린 다음엔, 현재  페이오드에

점령중인 남부자치도시연합의 모든  영토를 다시 해방하여  드리겠습니

다. 저희 나라는 결코 타국을 침범하며 전쟁을 좋아하는 나라가 아닙니

다. 성의전쟁이 끝나고 처음 국가가 세워졌을 때부터, 우리는 단 한번도

영토의 확장이나 자국의 이익을 위해 타국을 침범한 적이 없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이만 적겠습니다.

-티엣타 페이오드

추신- 현재 상태는 매우 위급합니다. 빠른 시일 내에 지원군을 보내주

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이트길드의 총평의장, 슈레인은 비밀리에 도착한 편지를 뜯어보고는

얼굴에 한가득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젠 모든 계획이 완벽하군! 티엣타 왕자가  우리의 도움을 승낙했으

니........."

예전에 군사를 일으킨 티엣타 왕자에게 보내었던 서신이 드디어  답변

이 온 것이었다. 현재 세운계획대로라면  티엣타왕자의 도움이 절실하

게 필요한 상태였기 때문에 이 편지를 그 동안 학수고대하며 기다린 것

이었다.

'티엣타 왕자.... 우리가 당신에게 병력을 지원해 드리는 것만으로도 이

미 그 충분한 보답을 받는 셈입니다. 지금은.... 지금은 말입니다.'

나이트길드의 대외담당관, 키발드가  작성하고 제프  부시장이 서명한

답신 문서가 각각 세디아황국과 클라스라인으로 보내어진지  두 달. 바

람이 선선하게 부는 가을날씨가 활동하기 좋은 이른 아침 호화로운  두

대의 마차와 삭막한 한 대의 호송마차가 파울드의 성내로 들어왔다. 그

리고 같은 날 오후, 역시  한 대의 호화로운 마차와  여섯 대의 삭막한

호송마차가 파울드의 성내로 들어왔다. 전자는 세디아황국의  것이었고,

후자는 클라스라인 법국의 것이었다.

'아, 이거 일이 정말 잘 풀리는군, 고맙게도 같은 날에 오시다니..........'

부시장 제프는 속으로 일이 너무 순조롭게 돌아가는 것에 대해 약간의

불안감마저 느끼며 두 번째로 온 클라스라인의  사자들을 고급여관, 세

피로이스의 방으로 안내했다. 몇 달 전에이곳에서 끔직한 피의 향연이

벌어진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흔적이라곤 하나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깨끗했으며 향기로운 향내가 여관 전체에  감돌고 있었다. 종업

원들의 태도는 귀족이 아니라 왕족이라도 대하는 듯 깍뜻 했으며  각종

서비스는 그야말로 고급여관답게 절묘한 수준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전에 다른 마차도 와있던데요."

클라스라인의 대표로 파울드에 방문한 하울스라는 50대 중반의 귀족이

호화로운 서비스에 더욱 우쭐해서는 한 것 거드름을 피우며 특급  객실

에 함께 자리하고 있던 제프에게 물어보았다.

"그건....... 예전에 이 도시에서 있었던 마족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사건

을 아시는지..."

"아, 소식은 들었습니다. 많은 데스튼의 신관들이 희생되었다고...."

"그래서 저희가 잡아놓은 그 주동자들을 이번에 세디아 황국에서 호송

하기 위해 이 도시로 찾아오신 것입니다."

"호오, 세디아 황국에서 말입니까? 하긴, 세디아황국은  데스튼을 국교

로 믿고 있으니 말입니다. 하핫."

별것도 아닌 사실을 꽤나 대단한 것처럼 말하며 웃음 짓는 클라스라인

의귀족을 바라보며, 제프 부시장은 속이 뒤틀리는 고통을 느끼었다. 하

지만 역시 한 도시의 시장대리다운 능력을 발휘, 얼굴에는 함께 웃음을

띄워주며 맞장구 쳐주었다.

"하하, 그렇지요. 클라스라인도 생명의 빛의 여신, 라프나를 국교로 믿

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어윽..... 아까 전에 세디아황국의 귀족들도 너처럼 대하기가  괴롭지는

않았단다."

잠시 대화를 나누고 난 제프 부시장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일단 오늘은

이 여관에서 여행의 피로를 풀고, 내일 죄수들을 호송해 가라고 말했다.

물론 급할 것 없는 하울스로써는 당연히 승낙했다. 하루라도 이 여관의

훌륭한 서비스를 더  맛보고 싶은 것이었다.  세인트룸에서도 엄청나게

사치하며 살아왔지만, 이 여관에서의 서비스는 그 이상의 양과 질을 보

여주고 있었다. 식사며, 목욕물이며, 차며....... 어느 것 하나 최상급이 아

닌 것이 없었다.

"이거 정말 대단히 일이 잘 맞는군요. 부시장님. 저 두 팀이 연 이어서

같은 날에 오다니."

객실을 나오는 제프에게 객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하인스가 씽긋 웃

으며 말을 걸었다.

"아, 하인스 천인장. 정말로 일이 잘  풀리고 있습니다. 원래라면 세디

아 측에서 온 사신만을 상대로 하려했지만..... 고맙게도 같이 와줘서 나

중에 알릴 수고를 덜게 되었군요."

"그럼 일은 계획대로 진행입니까?"

"물론입니다. 아,  이 사실을   감옥에 있는 분들에게도   알려야 하는

데......"

"그쪽에도 이미 사람을 보내놓았습니다. 이제 내일이면 즐거운 연극이

시작되니까요."

"용병단도 준비는 끝났겠지요?"

"물론입니다. 당장이라도 일을 진행시킬  수 있습니다. 혼의  용병단도

부단장인 파킨스에게 준비가 끝났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좋아요. 그럼. 내일 다시 봅시다."

"네. 알겠습니다."

하인스는 그 수려한 외모에 가득 웃음을 띄우며 인사를 한 후  반대편

계단을 향해 내려갔다. 그리고 제프 역시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반대편

으로 걸어갔다. 내일이면 드디어 계획이 크라이막스에 접어드는 것이었

다.

다음날 아침, 세디아황국에서 온 호송단과 클라스라인에서 온 호송단

은 동시에 파울드 서쪽 성벽 근처에 있는 지하감옥의 앞으로  모여들었

다. 물론 이유는 자신들의 목적인 죄수를 호송하는 것이었다.

"아, 오셨군요. 지금 막 확인절차를 마쳤습니다."

제프 부시장은 미리 감옥의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마침 그곳을 향한

타국 호송단의 일행을 발견하고는 가볍게 웃으며 들고있던 서류를 넘겨

주었다.

"아, 그러고 보니 제가 압송할  반역자들은 모두 전 패러딘나이트로써

그 실력이 대단하다고 들었는데........"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강철로 만든 수갑과 족쇄로 꽁꽁 묶

어 놓았으니까요. 저희도 그들을 체포하기 위해 여간  힘이 든 게 아니

랍니다."

서류를 넘겨받은 클라스라인의 귀족, 하울스가 조금 불안한 얼굴로 물

어보자 지프는 고개를 저으며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리고,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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