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장 -교차로- (7)
-저희도 이번 사건에 대해 심히 유감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불찰로 인해 사악한 마족이 이 도시에 들어와, 데스튼의 신관 님들의
큰 피해를 초래하게 한 것도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스와인 마브리스와 킬츠 마켄시타는 이미 저희가 체포하여 현재 감옥
에 구금해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악한 마족의 시체는 악취가 심하여
보관하기가 곤란한 관계로 화장하여 뼈를 보관하고 있으니 이점 유의하
시기 바랍니다. 곧 사람들을 보내 어서 이들을 호송해 가시기 바랍니다.
-저희 북부자치도시연합에 망명을 요청한 귀국의 반역자들은 이미 체
포하여 수감하고 있습니다. 미네아 공주님은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으니
걱정 마시고, 곧 사람들을 보내 호송해 가시기 바랍니다.
곧 작성된 두 장의 문서는 각각 세디아황국과 클라스라인을 향해 보내
졌다. 그리고 수천 장의 벽보도 따로 만들어 거리마다 붙이며 이 사실
을 파울드의 전 시민들에게 알리기로 했다.
-이번에 불미스러운 사태를 일으킨 혼의 용병의 스와인 용병장과 킬
츠 성 방위 사령관을 체포, 구금했으니 시민 여러분은 더 이상 혼란해
하시거나 두려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더불어 클라스라인의 반역자 일
행도 미리 그 사실을 밝혀내어 체포했습니다.
확실히, 이번 데스튼 신관 사건은 시민들에게도 상당히 충격적인 일이
었으므로 미리 혼란을 줄여 놀 필요가 있었다. 구경하던 시민들은 약
200구도 넘는 신관의 시체들이 화장터로 운반되어 가는 장면을 보고는
기겁하며 혼란해 했기 때문이었다. 온 갓 유언비어가 도시 전체에 퍼지
는 건 삽시간의 일이었다. 그러나 나이트길드의 정보조작으로 인해 더
이상의 문제는 일어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세렌일행의 구금소식은 굳이 밝힐 필요는 없는 것이었으나, 일단
필요에 의한 것이었으므로 미리 클라스라인이 이 문제로 인해 침략해
올지 모른다는 소문을 퍼트려 놓았기 때문에 상관없는 일이었다.
"아직 상처도 낳지 않았는데, 이렇게 감옥 안에 가두게 되니 정말 죄
송합니다 킬츠 사령관, 스와인 용병장."
"아니, 뭐 이 정도면 거의 세피로이스의 A급 객실을 능가하지 않습니
까. 며칠 방안에서 휴가나 보낸다 생각하겠습니다."
마인슈가 이끌고 온 감옥의 방은 가로, 세로가 200세션이 넘는 상당히
커다란 방이었다. 약 열 명 정도를 수감하는 방에 오직 그들 둘만이 같
이는 것이었다. 게다가 안에는 고급 침대까지 두 개가 놓여있었으며 여
러 취미분야가 다양하게 섭렵되어있는 책들이 가득 담겨있는 커다란 책
장이 두 개. 방안에 따로 방 하나가 더 마련되어있는 화장실과 세면실
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리고 열 개도 넘는 등잔 때문에 지하임에도 불
구하고 마치 대낮처럼 환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다. 온도도, 습도도
적당했다.
"다른 죄수들이 불쌍할 정도네요. 어쨌든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킬츠도 가볍게 인사를 하며 마인슈를 바라보았다. 아직 허리와 어깨에
난 상처가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움직이며 다
닐 만 했다. 모두 쿠슬리의 정성어린 치료 덕분이었다.
마인슈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하감옥에서 나가기 시작했다. 감옥 문
은 잠그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미리 웬만한 상황이 나지 않고는 나
가지 말라는 부탁을 한 후였다.
"아, 킬츠대장. 이왕이면 그 세렌이라는 패러딘 나이트도 함께 방을 쓰
게 해달라고 하지 그랬어? 오랜만에 만난 친구라고 들었는데."
스와인이 감옥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책장에서 책 한 권을 꺼내들
었다. 책제목은 '페이오드 왕국의 명물 요릿집'이었다.
"아, 물론 오랜만에 만난 친구이지만...... 세렌에겐 그 동안 만난 동료
들이 있으니까..... 그들과 함께 있어야지. 그리고 나도 그걸 바라고........
아, 으으......"
킬츠는 침대에 몸을 던지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그 반동으
로 인한 허리의고통에 인상을 찡그리며 작은 신음소리를 내었다.
"상처도 다 아물지 않았는데 그렇게 마구 몸을 던지면 쓰나. 다시 터
지면 어쩌려고."
"그땐 일 년이 지나도 회복되기 힘들겠지. 그런데, 스와인도 그렇게 오
래도록 많은 신관들을 상대하면서 어떻게 큰 상처하나 입지 않았지?"
킬츠가 궁금하다는 듯 묻자 스와인은 어깨를 으쓱하며 들고있던 책을
펼쳤다.
"뭐, 경험에서 오는 감각이라 할까. 적을 단숨에 죽이려하면 마음이 급
해져서 자기 자신도 상처를 입기가 쉬워져. 그러니까, 아무리 적이 많더
라도 상황을 살펴보며 침착하게, 내 몸의 안전을 우선 으로 여기며 싸
워야지. 물론 우리 혼의 용병은 돈을 위해 싸우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
도 가장 중요한 건 돈을 벌 수 있는 이 몸둥아리 아니겠어? 게다가 명
색이 용병장인데, 그렇게 쉽게 다치면 이름이 아깝지."
킬츠와 스와인의 나이 차는 열 살이 넘었다. 물론 그 시간의 차이에서
오는 경험의 차이는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킬츠의 문제는 경험이
아니었다. 순간적으로 폭발해 버리는 감정의 기복일 뿐.
'그건, 아마 경험으로 극복하기 어려울 것 같아. 천성이니까....'
"아무튼 한 며칠은 이곳에서 숨죽이고 보내야 하니까, 나한테 마족의
검술 좀 가르쳐줬으면 하는데, 전에 크라다겜에겐 맛도 보지 못했거든."
"아..... 하지만 나도 완벽하게 알지는 못하는걸."
"알고있는 것만 가르쳐주면 상관없지 뭐. 내가 이 짧은 시간동안 마족
의 모든 검술을 배울 것도 아니잖아."
스와인은 가볍게 웃으며 킬츠를 졸라대었다. 어지간히 크라다겜의 검
술이 맘에 든 모양이었다.
"휴... 그렇다면.... 상관없지. 하지만, 그전에 정확히 알아둬. 이 검술은
마족 중에서도 데스나이트라 불리는 마계 최고의 기사가 쓰는 검술이라
는 사실을........"
킬츠는 자신의 검을 스와인에게 건네주며 약간 얼굴을 찌푸렸다.
"이 검으로 연습을 해야 빨리 늘 꺼야. 그런데..... 이러면 나마 손해보
는 것 같은데......"
"엑, 무거워라. 음. 뭐 가르치는 사람도 배우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실
력이 늘 테니 상관없잖아.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스와인은 넉살 좋게 웃으면서 어렵사리 한 손으로 킬츠의 검, 테슬로
우를 받아들었다.
"그럼, 시작할까?"
"아니, 일단은 그 검 익숙해 질 때까지 혼자 휘둘러. 난 지금 움직이다
간 상처가 벌어져서 큰일날지도 모르니까."
"으음... 그도 그렇긴 하지만, 혼자서 그냥 휘두르라고?"
"그래. 나도 처음에 배울 때는 그렇게 시작했어.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