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울의 길-148화 (148/166)

제 11장 -교차로- (5)

"하하, 정말 적절한  비유군요. 하지만 말입니다.  아까 패러딘 나이트

여섯 명이 일행 다섯 명과 함께 왔다고 했었지요?"

"네."

"그 일행 다섯 명중에 클라스라인의 현 국왕 파우킨저 3세의  둘째 공

주님이 미네아 공주가 껴있다는 것입니다."

"뭐, 뭐라구요!"

그러자 마인슈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소리쳤고, 그의 표정엔 경악의 빛

이 스쳐 지나가며 연이어 그의 두뇌까지 침투해 들어갔다. 아무리 상황

판단이 느린 사람이라도 이건 잠시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문제였다.

"그럼, 두고 볼 것도 없이 클라스라인에서 협박을 해올게 아닙니까! 공

주를, 그리고 덤으로 반역의  기사 여섯 명도 함께  돌려달라고 말입니

다!"

"제가 말하는 문제가... 바로 그것이지요."

"......................."

마인슈는 겨우 정리해 놓은 세디아 황국간의 전략이 송두리째  허물어

지는 것을 느꼈다.

'아..... 지금까지의 고생이 물거품이 되는구나... 이런.'

이렇게 되면 세디아 황국뿐만  아니라 클라스라인까지 상대할 작전을

세워야 하는 것이었다. 만약  세디아황국을 상대로 전쟁이  벌어진다면,

마인슈는 그래도 버텨낼 계책이 마련되어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  클라

스라인까지 추가된다면................ 마인슈는  잠시 눈앞이 아찔해  져오는

것을 느끼며 그 자리에서 비틀거렸다.

"총 참모장! 괜찮으십니까?"

"아, 아니요, 괜찮지 않습니다. 머리가 깨질 것 같군요. 으으......."

마인슈는 다시 자리에 앉으면서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한숨을  내쉬었

다. 지금,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고 만 것이었다. 세디아황국과, 클라스라

인 법국을 동시에 상대해야 될지도 모르는 극악의 상황이.

"하지만.......... 일단 받아들인 패러딘나이트 일행을 이제 와서 매몰차게

내몰 수는 없겠지요?"

그렇게 말은 한 마인슈였으나 사실은 제발 그들 일행을 다시 클라스라

인으로 돌려보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나  일말의 기대도 없

지 않았던 슈레인의 대답은 절망적이었다.

"물론입니다. 나이트길드는, 결코 동료를 버리지 않습니다."

"하아..... 그렇겠지요. 그렇겠지요........"

너무도 당연한 듯한 총평의장의 대답에 마인슈는 고개를 끄덕이며  두

눈을 감았다. 마법사들이 마법을  많이 사용하면 머리가 개질  것 같이

아파 온다고 했지만, 지금 자신의 머리도 그에  못지 않을 것이라 생각

하는 마인슈였다. 정말 월급 이상으로 부려먹는다는  생각이 그의 머릿

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그것도 전부 자기 자신이 선택한 길이었

다. 후회란 있을 수 없었다. 물론 불평은 있을지 몰라도.

"그럼,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군요. 전 이만 제 방을  돌아가 봐야겠습

니다. 할 일이 조금 줄었다 싶었는데 갑자기 제곱으로 늘어났군요."

"예 이제 가보셔도 됩니다. 멋진 작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마인슈는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  기분으로 총 참모장의  방을 나왔다.

이건 전략의 천재가 아니라 전략의 신이라도 배겨낼 수 없는  상황임에

틀림없었다. 전쟁을 하면, 전쟁을 하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전쟁을 하면..... 전쟁을 하면 전쟁을 하면.......'

그러나 몇 일 동안의 밤샘으로 심신이 피로에 극에 달한 마인슈는  새

로운 의욕과 열정이 서서히  자신을지배해 가는 것을  느꼈다. 어쨌든

이것은 강한 유혹이었다. 이  절대절명의 위기에서 북부자치도시연합을

구해낼 작전을 세워, 그걸 성공시킨다면,  아마 역대로 그가 느꼈던  그

어떤 즐거움보다 더욱 강렬한 쾌감이 찾아올 것이라는 유혹이었다.

"나도..... 참 별난 인간이라니까.... 이러다가 변태소리 들을지도 모르겠

군. 휴........."

자신의 얼굴에 웃음이 번지는 것을 느낀 마인슈의 한숨 섞인 독백이었

다.

다음날, 아침 나이트길드와 북부 자치도시연합의 간부들은 세피로이스

의 회의장에 모여 새로운 문제와 관련된  회의를 시작했다. 원래대로라

면, 오늘 회의의 주  안건은 세디아황국을 어떻게 견제하고  또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것뿐이겠지만, 안타깝게도 더 커다란 문젯거리가 추가되

어 있었다. 바로 클라스라인에 관련된 것이었다.

제프 부시장은 이 사실을 듣고는 강력하게 항의, 세렌일행을 본국으로

추방시킬 것을 요구했으나 모든 나이트길드의 간부들의 반대로 그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되었다.

"그럼 어쩔 겁니까.  그냥 이대로 세디아황국과  클라스라인과 전쟁을

벌여 멸망하겠단 말입니까!"

며칠 밤을 샌 덕분에 얼굴이 말이 아니게 퀭하게 변해버린 제프  부시

장은 흥분하며 총평의장을 향해 소리쳤다.

"나이트의 의리를 지키는 것도 좋지만, 이대로 멸망하면 아무 것도 아

니게 되지 않습니까! 곧 이  사실은 클라스라인의 귀에 들어갈 것이고,

드라킬스마저 병력을 철수시긴 지금 그들은 마음놓고 병력을  출동시킬

것입니다!"

"저기, 좀 진정하시기 바랍니다 제프 시장 대리님."

"......... 그냥 부시장이라고 불러주시기 바랍니다........."

제프는 숨까지 헐떡이면서 마구 소리치다가, 자신보다 더욱 심각한 얼

굴 상태로 조용히 앉아있던 총 참모장 마인슈의 말에 진정을  되찾으며

미안한 듯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의 흥분은  이 도시의 시장 대리로

써, 부시장으로써 정당한 것이었다. 이 도시가,  이 나라가 곧 말하려는

이 시점에서 흥분을 안 한다는 것이 더 이상한 것이었다.

"예, 그럼 제프 부시장님. 부시장님이 지금 이렇게 흥분하시는 것 저도

전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트길드의 입장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뭔가 방법이 있어야 할게 아닙니까!"

"예. 그래서....... 제가 어제 이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방금 전까지 계속

생각했던 방법이 지금 정리가 되었습니다. 물론  세세한 부분까지 완벽

히 정한 것은 아닙니다만.....  이 방법을 사용하면  아마 세디아 황국과

클라스라인, 양국간의 전쟁을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인슈의 말은 눈 밑이 검게 부어있으며 두 눈이 붉게 부어있는  심각

한 얼굴 상태와 과 마찬가지로 기운이 쭉 빠져 있어서 음침하게  들릴

정도였다. 하지만, 그 말을 듣는 회의장의 모든 이들은 거의 죽음  직전

의 순간, 하늘에서 구원의 빛이 내려오는 듯한  환희의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저 정말입니까? 총참모장 님? 정말로 이 상황을 피해갈 수 있는 계획

이 있는 것입니까?"

가장먼저 반응한 것은 제프 부시장이었다. 그는  다 죽어가던 두 눈에

회생의 빛을 반짝이면서 마인슈의 재 대답을 촉구했다.

"예, 부시장님. 성공한다면 말입니다...."

마인슈는 제프의 외침에 머리가 울리는 듯 인상을 쓰며 신음소리를 내

었다. 그러자 제프도 새로운 희망의 흥분을 멈추며 귀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목소리를 낮추었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흥분해서......"

"전 어제까지 약 6일동안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되도록

이면 목소리를 줄여주시기 바랍니다........ 머리가 아파서 미칠  지경입니

다."

마인슈는 두통과, 짜증, 그리고 밀어 닥쳐오는 강력한 수면욕구를 최대

한 억제하며 두 눈을 부릅떴다. 이렇게 라도 하지 않으면 이 중요한 순

간에 계획을 말하지도 못하고 잠들어 버릴 것만 같았다.

"정말 다행이군요 총참모장. 그럼 그계획을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슈레인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마인슈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 말에

대응하는 마인슈의 시선은 원망과 고통, 회의가 마구 뒤섞여 있는 망자

의 그것과 흡사한 것이었다. 마치  눈빛만으로도 '당신 때문에 내가  이

고생을 하고있다!'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그럼요... 그럼요.   설명을 해   드려야지요. 어떻게   생각한 계획인

데........."

마인슈는 섬짓한 웃음을 지으며 붉은 두 눈동자로 회의장에 모인 사람

들을 주욱 훑어보았다. 역시 마인슈의 상태는 상당히 안 좋은 듯 했다.

'쯧쯧....... 저분, 아주 맛이 갔구만.... 잘못 건드리면 큰일나겠는데.'

그 광경을 보고있던 스와인이 속으로 혀를 차며 일단 그 문제의  계획

을 말하기 시작한 마인슈를 집중하며 바라보았다. 지금, 이  절대절명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작전이 진짜로 있다면, 저  총참모장은 정말로

엄청난 천재이거나, 아니면 머리가 약간 돌아간 사이코임에 틀림없었다.

물론 그 두 개의 가능성이 반씩 섞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었다.

"일단 말씀드리면, 현재 우리의 병력으로는 세디아황국 하나의 군대를

막기에도 힘에 부칩니다. 그러니 클라스라인까지 쳐들어온다면 더욱 버

텨낼 가능성이 없지요. 아무리 두 나라가 긴  시간차를 두고 공격해 온

다 하더라도 이는 마찬가지입니다. 각개격파란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이

었으니까요. 게다가 지금 상황은 대충 그 두  나라가 동시에 공격을 해

올 것입니다. 만약 공격을 해온다면 말이지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목소리가 평소보다 상당히 이상하게 나오고  있던

마인슈는 설명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서서히 제 목소리를 찾아가기 시작

했다. 그러나 아직도 붉게 충혈 된 두 눈동자와 그 눈 아래에 생겨있는

검은 그림자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섬뜩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그러니 전쟁이 벌어지면 우리는 전부........"

"제 말을 막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제프 부시장님."

"아, 알겠습니다."

괜히 끼어 들었다가 마인슈의 날카로운 시선을 받게된 제프는 다시 고

개를 숙이며 그의 눈을 피했다. 마인슈의 눈에는  적의를 넘어 거의 살

의라고 할 수 있는 감정이 실려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저는 세디아황국과의 전쟁도 피하고, 클라스라인과의 전쟁

도 피하고, 거기에 하나 더 포함시켜서  원래 예정대로 제스타니아성을

점령시키고, 또 이어서 페이오드의 티엣타왕자까지 도울  수 있는 계획

을 생각해 내었습니다...... 하하하하....."

마인슈는 자신이 생각한 계획에 자신이 즐거운지 갑자기 크게 웃기 시

작했다.

"하하하.... 궁금하시죠? 궁금하시죠? 아마 궁금할 꺼야......"

"으, 뜸들이지 말고 빨리 말씀해 주세요."

페이오드의 티엣타 왕자까지 도울 수  있다는 말에 몸이 달은  나이트

네프일은 모다 못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는 마인슈의 대답을 촉구했

다.

"아, 그러지요. 이 계획은, 바로 반란작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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