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울의 길-143화 (143/166)

제 10장 -운명의 신- (12)

그리고 루디의 말의 속뜻을 이해한 나이트길드의 두 명은 고개를 끄덕

이며 할퀴고, 후려치고, 깨물어 씹으며 루디의 말대로 한참 날뛰고 있는

쥬크가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한쪽에선 아직  스와인이 몇 명의신관들

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지만, 그쪽은 이미 스와인  하나로도 끝낼 수 있

을 것 같았다. 혼의 용병장의 실력과, 체력은 엄청난 것이었다.

"과연 노련하군요 스와인 용병장은, 그도  다수의 신관들과 싸웠을 텐

데."

"상처도 별로 없어 보이는데, 괜히 혼의 용병장이겠는가."

리네임과 제란스는 상당히 여유 있는 모습으로 신관들을 공격하며  혼

자서 이미 20명 가까운 신관들을 처리하고 있는 스와인을 칭찬했다. 스

와인은 말 위에서 창을 다루는 솜씨도 귀신같았는데, 지상에서 검을 다

루는 실력도 여간 뛰어난 것이 아니었다.

"그건 그렇고.... 이 엄청난 시체들은, 아마 나이트 크라다겜이 만든 것

이겠지요."

리네임은 바닥에 널려있는 깨끗이  잘려 동강나있는 수많은  신관들의

시체들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그런 시체만  하더라도 거의 50구가

넘게 널려있는 것이었다.

"마족의 실력은....... 으음, 역시 대단하지."

"그렇군요. 게다가 전 데스나이트 마스터였으니까......"

그들이 이렇게 잡담을 나누며 여유롭게 전투를 벌일 수 있는 것은  쥬

크가 경이로운 속도로 신관들을 해치우고있기 때문이었다. 이미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쳐있는 잔여 신관들은,  쥬크의 털 끝 하나  건드릴 수가

없었다.

"공격이 눈에 보이는 군. 이렇게 깨물면 어쩔 텐가? 그그그....... 뭐, 죽

는 거지."

"아,, 악마늑대!"

"그거 듣기 안 좋은 소리 군. 난 지금  저 널브러진 마족과 같은 공간

에 서있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기분이 나쁜 늑대라 구. 크으...  실리온

의 늑대가 마족과 같은 공간에서 이렇게 긴 시간을 죽치고 있다니....."

"그, 그런데 왜 저 마족을 돕는 거냐!"

신관의 목을 깨물어서 휘휘 고개를 돌리다 멀리 던져버린 쥬크를 바라

보며, 신관하나가 공포에 잠식당한 목소리로  발악하듯 소리쳤다. 이미,

이 지하실에 남아있는 신관들은 채 열 명도 되지 않았다.

"난, 마족을 돕는 것이 아니다.  내 친구. 킬츠를 돕는 것이지.  대답이

되었나?"

"그, 그런....... 으아악!"

그러나 그 신관 역시 쥬크의 강력한 앞발에 얼굴이 터지며 즉사해  버

렸다. 비명을 지를 수 있던 건 고통을 느끼기 전에 미리 공포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이.. 이 사악한 마계의 추종자들..."

그 한쪽 벽에 붙어선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크라이스는 몸을  부들

부들 떨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너희들.. 너희들 모두를 지옥으로 보내주겠다!"

그리고는 방 전체에 쩌렁쩌렁하게 울릴 정도로 마치 발악하듯  소리쳤

다. 악에 받친 분노의 목소리였다.

"네가? 무슨 수로?"

이미 전의를 잃은 남은 신관들은 나이트길드의 두 명에게 맡겨버린 쥬

크가 크라이스를 향해 어슬렁거리며 다가왔다. 혼자  구석에서 몸을 피

하며 말만 번지르하게 내뱉는 모습이 쥬크의 눈에 상당히 심하게  거슬

리고 있었다.

"우리 신전의 힘으로 마족과, 그의 추종자를 제거하지 못했으니....... 데

스튼의 국교로 하고있는 세디아  황국의 힘을 빌어, 너희들을......  아니,

이 북부 자치도시연합을 모조리 쓸어주겠다! 지상의  운명은 지상의 생

명으로!"

그 말에 무언가 일이 잘못될 것이라 느낀 쥬크는 재빨리 뛰어들며  크

라이스를 덮쳐갔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어있었다.

"나의 생명, 나의 운명, 데스튼의 뜻으로! 나의 성전으로! 당신의 성전

으로! 나를 귀환시켜 주소서! 리던 오브 데스튼!(return of desten)"

쥬크가 크라이스가 있던 곳을 덮쳤을 때 이미 그의 몸은 투명하게  변

하며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신성마법의 최고위라 할 수 있는, 그러나

사용자의 생명을 대폭 소비하기 때문에거의 금지되다시피 하고있는 신

성마법, 즉 귀환의 마법이었다.

"크악! 제길! 귀환주문!"

쥬크는 크르릉 거리며 분노의 이빨을 잔뜩 내밀었다.

"그 잘난 얼굴을 씹어 버리고 싶었는데.... 크르르.."

그러나 곧 미련 없이 몸을 돌리며 거의 끝 나가는 전투의 마지막을 지

켜보았다. 그리고 곧 마지막 한 명의 신관이  리네임의 검에 목이 베이

며 허물어지듯 쓰러지며 상황은 종결이 났다.

"자, 어서 킬츠와 크라다겜을 밖으로! 치료해야 합니다!"

리네임은 마지막 신관을 쓰러뜨리고는 재빨리 비틀거리는 킬츠를 부축

했고, 바로 툭툭 차며 정상적으로 몸이 붙어있는 신관들의 생사를 확인

하고 있던 스와인도 그 말을 듣고는 하차하며 급히 달려가  크라다겜을

부축해 일으켰다.

"으악! 너무 무거워! 그리고 난 지쳤어! 좀 도와줘!"

"음, 넌 그때의 그 말이 좀 통하던 인간이군."

"오 쥬크! 쥬크아닌가. 마지막의 그 확약은  역시 대단했어, 너무 멋져

서 싸우면서 한눈 팔았다니까?"

"그래, 흠, 저런 쓰레기 같은 신관들  따위는 내 상대가 되지 못하지...

그럼 그럼."

"그건 그렇고, 이 싸움의 원인  제공자나 좀 등에 업어. 난  도저히 못

데리고 가겠어. 휴..."

쥬크와 웃으며 대화를 나누던 스와인은 재빨리 부축하고 있던  크라다

겜을 쥬크의 등에다 얹어 놓으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쥬크

의 끔찍하다는 표정으로 바뀌며 꺼림직 한 신음소리를 내었다.

"그으으.... 내가 꼭 이 마족을 운반해야 하나?"

"그럼! 여기서 가장 힘있고, 체력있으며 날렵한 건 바로 쥬크, 바로 자

네잖아! 자네 말고 그 누가 여기서 이 무거운 덩치의 소유자를 끌고 나

갈 수 있겠어!"

"뭐... 그렇긴 하지..."

역시 치켜세우는 데 약한 쥬크는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대로 크라다겜을 등위에 올려놓고는 계단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의식은 있지만, 쓰러져서 움직이지 못하는  루디는 제란스가 부

축했고, 그들 모두가 서두르며 이 피 비릿 내  가득한 지하 8층의 홀을

빠져나갔다. 상처 입은 사람들의 목숨이 위태로웠기 때문이었다.

"아, 아..... 크으으..... 등에 푸른색의 피가 묻는다......"

"뭘 그런 거 가지고 그래! 이미 자네 몸은 붉은  피로 완전 염색이 되

어 버렸다구."

"으, 으으.... 그, 그래도 기분이....."

-10장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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