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울의 길-137화 (137/166)

제 10장 -운명의 신- (6)

"막긴 뭘 막아!"

그러나 루디의 표정에 잔혹한 미소가 번졌다. 오직 자신과, 그  주위사

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사람들에게만 보여줄 수 있는 루디의 보기  드문

살벌한 미소였다.

루디의 이마에 실핏줄이 붉어져 나왔고 다시 교환한 다수의 마력을 프

레임 럼프의 바리어에  닿아있는 부분에  집중시켰다. 바로 A클래스의

알마스를 소유한 이중의 마력  증폭이었다. 그리고 현재  5원소 주문을

사용할 수 있게 된 루디에게 있어서 마력의 증폭이란 것은 즉 6원소 주

문의 위력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크,,, 크아아-"

그러자 형체가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신관들이 발동한 바리어였다. 그

리고 여전히 건재한 거대한 화염의 덩어리는 이미 다른 마법을 시전 할

수도 없을 정도로, 몸을 피할 수 없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서 불타고 있

었다.

"콰앙!"

순간 바리어는 소멸해 버렸고 앞을 가로막는 장벽이 사라진 화염의 덩

어리는 거침없이 앞에 있는 십 여명의 신관들과 충돌하여 엄청난  폭발

을 일으켰다. 사방으로 사람 머리 만한 불꽃이 마구잡이로 튀어 나왔으

며 개중에는 무참히 부서진 진짜 사람의 머리도 섞여 있었다.

"아,, 불꽃이 튀는데........ 실전에선 처음 써보는 구나."

루디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작은 폭발과 불길

을 일으키고 있는 프레임 럼프의 잔해를 바라보았다. 이미 그곳에 서있

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살아있던  사람의 것으로

추정되는 갈가리 찢기고 불에 타버린  조각들만이 어지럽게 남아 있을

뿐.

"이 이럴 수가....."

순간적으로 신관 열명을 흔적만 남기고 사라지게 만든 이 엄청난  마

법의 위력을 지켜본 뒤에 서있던 나머지 신관들은 경악을 하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나 폭발의 소란스러움을 틈타  좌우로 재빨리 달

려들은 킬츠와 뉴린젤에 의해 그들의  경악도 그다지 오래가지는 않았

다. 이미 가까이 접근하고서야 그들의 존재를  눈치챈 신관들은 엉겁결

에 라브린을 꺼내 들었으나, 자세도 갖추기 전에 이미 킬츠와 뉴린젤의

검에 의해 목숨을 잃고 말았다.

"이제.... 끝난 건가?"

킬츠가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소매로 닦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물론

이 식당 안으로 들어왔던 신관들은 모조리 목숨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쓰러뜨린 숫자의 열 배가 넘는 신관들이 아직 남아 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전부가 이 세피로이스를 포위하고 있었다.

"지하실에 비밀통로를 찾아냈다! 저 안에서 마족의  기운이 강하게 느

껴진다!"

"전원 이동하라! 지상의 운명은 지상의 생명으로!"

"지상의 운명은 지상의 생명으로!"

순간 커다란 외침이 식당에 있던  킬츠들에게까지 들려왔다. 지하실의

비밀통로라면 생각할 것도 없이 크라다겜이 숨어있는 장소였다.

"이런! 발견됐다!"

킬츠는 황급히 소리치며 식당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는 지하실로

통하는 입구를 향해 달려갔는데, 이미 상당한  숫자가 지하실로 들어가

있었고 나머지 50여명의 신관들이 막 지하실로 들어가려는 찰나였다.

"그렇게는 못하지!"

킬츠는 자세를 낮추고 빠른 속도로 그  신관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리고 웬 청년 하나가 새카만 검을 세워 들고는 흉흉한 기세로 자신들을

향해 달려옴을 눈치챈 신관들은 재빨리 그를 막아설 준비를 했다. 아무

리 킬츠가 강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고 적과 아군의 비가 50대 1

이었기 때문에 신관들로선 겁먹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러나 그 숫자의 차는 생각조차 하지 않은 킬츠는 그대로 세차게  검

을 휘둘러 가장 가까이  서있던 다섯 명의 신관들을  공격해 들어갔다.

순간적으로 두 명의 목과 가슴을 베었고 또 두 명의 무기를 날려 버렸

지만, 나머지 다수의 신관들에 의해 킬츠는 곧 완전히 포위되어 버렸다.

"저자가 들고 있는 무기는 마계의 것이다!"

"지상의 운명은 지상의생명으로!"

"이건 생명이 아니니 상관없잖아!"

마치 주문을 외우듯 동시에  소리치며 포위하고있던 신관들이  공격해

들어오자 킬츠는 아슬아슬하게 사방에서 퍼부어지는 날카로운 공격들을

튕겨 내고, 피해냈다. 그러나 아무리 킬츠의 반사신경이 뛰어나다  하더

라도 상대적으로 킬츠가 움직여야 하는 양이 신관들의 몇 배였기  때문

에 먼저 지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뭐지요? 이 비겁한 분들은."

그때 누군가가 반대쪽에서 포위망을 형성하고 있던 신관들을 공격하며

킬츠를 돕기 시작했다. 그는 강력하고 안정된 검술을 구사하는 30대 초

반의 평범한 얼굴을 가진 남자였다.

"어어? 혹시 킬츠 님 아니십니까?"

"음...... 맞아, 리네임 씨! 정말 반갑군요!"

킬츠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혼자서 여러 명의 신관들을 상대하고 있

는 그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바로 예전에  이 파울드에 처음 들렸

을 무렵 어느 주점의 주인을  하고있던 리네임이라는 이름의 청년이었

다. 그리고 전  페이오드의 리플레이크 기사단의  일원이었으며 현재는

나이트길드의 길드 원이기도 했다. 실력 하나는 믿을 만한 남자였다.

어쨌든 아군이 두 배로 늘어났으므로 부담도 두 배로 줄어들.... 것  같

았지만 워낙 숫자가 차이가 나다보니  그다지 상황이 낳아지지는 않았

다. 킬츠도, 나이트 리네임도 뛰어난 실력의 소유자였지만, 그렇다고 데

스튼의 신관들이 풋내기 전사의 실력을 가진 것도 아니기 때문에  생명

이 왔다갔다하는 아슬아슬한 전투를 벌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때 소리 없이  신관들을 기습하는 빠른  움직임이 나타났다.

그는 순식간에 세 명의 신관들을 베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킬츠에게  소

리쳤다.

"이곳은 나와 루디가 막고 있겠다. 넌 어서 지하로 들어가라."

"뉴린젤!"

빠른 움직임의 소유자는 바로 뒤따라온  뉴린젤이었다. 그녀는 자신을

향한 신관들의 공격을 가볍게 막아내며 킬츠의 행동을 촉구했다.

"어서 들어가라! 여기는 50명이지만 저 안에는 100명도 넘는 신관들이

들어갔다,"

"그, 그래도 생각해 보면 저 안에는 크라다겜과 스와인, 그리고  몇 명

의 나이트 길드의 인원들이 있으니, 뉴린젤과 루디가 막기에는...."

"아니, 들어가서 크라다겜 씨를 도와 줘야해!"

그때 뒤에서 조금 늦게 달려온 루디가 재빨리 준비해 두고있던  3원소

조합의 화염마법을 신관들에게 퍼부으며 킬츠를 향해 소리쳤다. 갑작스

런 마법사의 출현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던 몇 명의 신관들은 불길에 휩

싸여 살 타는 냄새와 공포스런 비명을 발산해 내었으나 킬츠를 향한 루

디의 목소리를 완벽히 차단할 정도는 아니었다.

"저들의 신성마법은 마족에게 치명적인 것들이야. 아무리 절대 무적인

크라다겜 씨라 해도 고전할 것이 분명해! 그러니 신성마법이 통하지 않

는 너 같은 사람이그를 도와줘야 하는 거야! 안 그러면 크라다겜 씨의

목숨이 위험해!"

킬츠에게 상황을 이해시키느라 너무 많이 소리를 지른 루디에게도  대

여섯 명의 신관들이 달려들었으나, 순간적으로 몸을  빼낸 뉴린젤이 그

들을 막아내었다.

"어서 들어가, 들어가는 거다!"

뉴린젤은 동시에 십 여명의 신관들을 상대하며 다시 한번 킬츠를  향

해 소리쳤다. 뉴린젤도 루디도, 저쪽에서 싸우고 있는 리네임도  상당히

위험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지만, 일당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지하실을

향해 달릴 수밖에없는 킬츠였다.

"알았어! 절대 죽으면 안 돼!"

킬츠가 지하실로 들어가자 루디는 재빨리 그곳으로 달려가 입구를  막

아서며 신관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 누구도 더 이상 들어가게 하지 않겠다!"

그러나 그런 루디의 외침은 신관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강력한  도발

이 되어 집중적인 공격을 초래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루디가 미리

예측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 건방진 마법사!"

"데스튼의 뜻으로! 죽어라!"

"지상의 운명은 지상의 생명으로!"

"그렇지. 나도 당당히 마계의 힘을 소유한 사람이니까....."

루디는 자신의 정신에 존재하는 절망의 정령을 떠올리며 또 한번 쓴웃

음을 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자신에 의해 어느 인간의 운명이  바

뀌었다면, 그 역시 데스튼의 뜻에 거역하는 일인가? 자신은, 그 힘을 원

하지도 않았는데?

'운명의 신 데스튼. 당신 뜻대로  하시길. 나 역시 내  뜻대로 할 테니

까......'

루디는 양쪽에서 힘든 전투를 벌이고 있는 뉴린젤과 리네임의  모습을

힐끔 쳐다보고는 다시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20여명의 신관들을 바라보

았다. 이 녀석들만 붙잡아 둘 수 있다면 나머지는 뉴린젤과 리네임에게

맡겨두어도 괜찮을 듯 싶었다. 아마 곧 나이트길드의 다른 사람들도 몰

려 올 테고. 그렇다면, 한번 목숨을 걸어볼 가치는 있었다.

"이걸로 나는 원소마법의 한계에 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게 되었군....

둘의 화염과 넷의 대지! 작렬하여 내 앞의 적들을 섬멸하라! 마그마 캐

논!(mag-ma canon)"

루디가 마법을 시전하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걸렸고, 빠르게 달려온 신

관 두 명의 라브린이 루디를 공격해 들어왔다.  루디는 그 공격을 피하

기 위해 몸을 움직였지만, 정신력이 흐트러지지 않을 정도의 제한된 움

직임이었기 때문에 한쪽 가슴과 허벅지에 큰 상처를 입고 말았다. 극심

한 고통에 루디의 얼굴은 일그러졌으나, 그들의 두 번째 공격이 이어지

기 전에, 루디는 회심의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방금 전에 자신을 공격

한 신관들을 포함하여 약 스무 명의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신관들이 밟

고 있는 지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기 때문이었다.

"잘 가길........."

그리고 루디의 정면으로 약 지름 30세션의 원형공간의 지면이  화염으

로 휩싸이며 엄청난 열기를 지상으로 뿜어내었다. 단지 열기뿐이었지만,

워낙 엄청난 열이라 신관들의 몸은 전부 강렬한 불길에 휩싸였다. 신성

마법을 전개하고 자시고할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대로 단발 마의

비명을 지르며 재가 되어버릴 뿐이었다.

"멋... 지군. 하지만 하루에 이 정도의 마력을 사용하면....... 아무리 A클

래스의 마법사라도......"

루디의 얼굴에 흥분의 미소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 얼굴은 곧 핏기가

완전히 가신 창백한 모습으로 변하더니, 그대로 주저 않으며쓰러져 버

렸다.

"피곤.... 하다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