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울의 길-136화 (136/166)

제 10장 -운명의 신- (5)

루디는 입맛이 나지 않는지 들고 있던 포크를 내려놓으며 한숨을 내쉬

었다. 욕망이라는 인간의 본성, 그리고 그  욕망을 관여하는 마계, 인간

은 마계를 증오하면서도 이미 피할  수 없는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었

다. 어떻게 보면 마족들도 인간의 감정으로 생명을 유지시켜 나가기 때

문에 서로가 서로에게 필수 불가결한 존재였다.

"데스튼은 이 지상계가 다른 세상의 영향을 받아 자신의  뜻에 어긋나

게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것 같아. 정말 이기적인 신이지. 이미  서로

는 뗄 수 없는 관계인데, 억지로 막고 있다 할까...."

그때, 세피로이스의 식당으로 두  명의 신관이 발소리도  내지 않으며

천천히 들어왔다. 역시 마족의 흔적을 찾으려는  듯, 두 눈을 번득이며,

혹은 꼭 감으며 사방을 훑으며 감지하고 있었다.

"아, 또 왔다 저 회색곰  녀석들. 어제는 막아서는 종업원들을  제치고

끝내 막 결혼식을 마친 신혼 방에 막무가내로 들어가서... 어휴. 생각 같

아선 확 베어버리고 싶은데......."

킬츠가 고개를 휙 돌리며 불만이 가득 담겨있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확실히, 데스튼의 신관들은 파울드의 시민들에게 엄청난 민폐를 끼치고

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일말의 반성도 하지 않으면서, 오직  데스튼의

뜻이라고 중얼거리며 유유히 돌아다닐 뿐이었다.

"아, 뉴린젤! 이쪽이야."

그때 신관들에 이어서 식당으로 들어온 뉴린젤을 발견한 루디는  가볍

게 소리치며 그녀를 불렀다. 뉴린젤은 식사를  하고있는 루디와 킬츠를

발견하고는 아무런 대답 없이, 식당 종업원에게 몇 가지 주문을 하고는

그들에게 다가왔다.

"............"

약간의 서먹한 감정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킬츠는 뉴린젤의 얼굴을  보

면서도 뭐라고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그저 그녀가  그들의 테이블에

합석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볼 뿐이었다. 그렇다고  그녀의 모습이나

시선을 피하지도 않았다.

"....... 밖에 엄청난 신관들이 몰려있다. 아무래도 이 여관을  노리고 있

는 것 같다. 이미 여관으로 들어온 신관만 해도  100명 가까이 되는 것

같으니......"

뉴린젤은 그런 킬츠의 모습에 신경 쓰지 않으며 이리저리  두리번거리

고 있는 두 명의 신관들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평소에

데스튼의 신관들에게 특별한 감정은 없었던 뉴린젤이었지만, 어제의 사

건으로 인해 그들에 대해 약간의 반감을 가지게 되었다.

"100명! 어, 어떻게 된 거지?"

그녀의 말을 들은 루디가 깜짝 놀라며  킬츠를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

니 식당 밖이 평소보다 상당히 소란스러웠다.  그리고 신관들이 무더기

로 들어와 행패(?)를 부리는 소리라는 사실은 이제 보지 않아도 명확한

사실이었다.

"설마.... 눈치 챈 건가? 크라다겜이이 여관에 있다는 사실을...."

크라다겜이 이 여관의 지하 깊숙한 곳에 숨은 지 이제 겨우 하루가 지

났을 뿐인데, 데스튼의 신관들은 어떻게 눈치를 챘는지 벌써 이 여관을

집중적으로 수색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확실히 알아 챈 것은 아닐 꺼야. 그냥 이곳에  크라다겜 씨의

기운이 많이 남아있으니..... 가장 의심이 많이  간 것이겠지. 만약, 지하

실에 있는 크라다겜 씨의 기운이 그들에게  감지되었다면, 이렇게 수색

만 하고 다니겠어? 당장 지하실로 들어가 그 비밀통로를 찾으려 난리를

부릴걸."

루디는 목소리를 아주 작게 낮추며 킬츠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말

에 킬츠도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지하  8층에 있는 크라다겜의 기운이

감지되리라 곤 믿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소울아이로도 알 수 없을 정도의 깊이인데......'

킬츠가 가진 사물의 내면을 보는 눈.  바로 소울아이의 투시 능력으로

도 지하 8층의 크라다겜을 발견해 낼 수 없었다. 물론 정신력을 극대로

활성화 시켜 소울아이를 풀로 가동한다면 모를까.

그때, 식당 안을 수색하고 있던 두 명의 신관이 루디와 킬츠, 뉴린젤이

식사를 하고있던 테이블까지 다가왔다. 킬츠일행은 그냥 무시하고 지나

치려고 마음먹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두 명의 신관들의 시선이

순간 킬츠에게로 고정되어있었다. 몸까지 부들거리고 떨면서....

"마, 마검이다!"

"이, 마계의 추종자!"

순간적으로 그 두 명의 신관들은 품속에 있던 자신들의 라브린을 꺼내

서는 킬츠를 공격해 들어왔다. 바로 그들이 보고  있던 것은 킬츠의 등

에 메어져 있는, 바로 크라다겜이 준 테슬로우라 부르는 검이었다.

"킬츠!"

그들은 킬츠의 등뒤에서 공격해 들어왔으므로 반대편에 앉아있던 루디

가 가장 먼저 그들의 공격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거리는

너무도 가까웠다. 루디가  마법을 사용할 시간적인  여유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알마스를 운용할 그 어떤 준비도 되어있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러나 먼저 반응한 것은 뉴린젤이었다. 그녀는  어제의 일이 뼈에 사

무쳐있었는지, 신관들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

속엔, 자신들의 목적에 합당하다면, 앞 뒤 가릴 것 없이 마구잡이로  공

격해 들어오는 것이 바로 데스튼의 신관이라 인식되어있었다.

이미 다음에는 베어버리겠다고 말해 놓은  뉴린젤이었다. 그녀는 가차

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등에 있던 자신의 검을 빼어들어,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킬츠의 등을 향해 달려드는 두 명의 신관들을 가차없이 베

어버렸다. 눈앞에 킬츠의 검만 보이던 그 두  명의 신관들은 엄청난 속

도로 공격해 오는 뉴린젤의 공격을 미처 발견하지도 못했고, 그녀와 가

까이 있던 왼쪽의 신관은 복부와 척추, 그리고  등이 단숨에 베어져 버

리며 반 토막 나버렸다.

"아, 아앗!"

그리고 그제서야 뉴린젤이란 사나운 여 검사를 발견한 나머지 한 명의

신관은 검붉은 내장과 붉은 선혈을 흩날리며 쓰러지는 자신의 동료  신

관을 바라보며 비명을 질러대었다. 그리고는 일단 공격 목표를  바꾸어,

킬츠를 향하던 자신의 라브린을 뉴린젤을 향해  휘둘렀다. 그리고 뉴린

젤은 그 공격을 가볍게 막아내었고 가볍게 좌우로 연이은 파상  공격을

하여 신관의 움직임을 봉쇄했다.

그러나 그 신관의 목숨을 끊은 것은  뉴린젤이 아니었다. 힘겹게 뉴린

젤의 공격을 막아내던 그 신관은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며 임으로  핏덩

이를 꾸역꾸역 뱉어내었다. 킬츠의 검이 그의  허리를 관통하여 반대편

으로 삐져 나와 있었다.

"생각해 보니..... 이 검은 마계의 물건이었어. 신관들이  감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가...."

자리에서 일어나 있던 킬츠는 킬츠의 검에 박혀 쓰러지지도 못하던 그

신관을 발로 차버리며 얼굴을 찌푸렸다. 삽시간에 주변은 두 구의 시체

에서 흘러나온 핏물에 의해 붉게 물들었고 주변에 식사를 하던  투숙객

들은 비명을 지르며 밖으로  도망쳤다. 그리고 곧바로 십  여명의 다른

신관들이 식당 안으로 달려 들어왔다.

"아..... 제길. 이미 업질러진 물이야."

킬츠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이제 데스튼의 신전을

적으로 돌리게 된 것이었다.

식당으로 들어온 총 14명의 신관들은 식당 안에 있는 두 구의  시체를

바라보고는 그중 10여명이 곧바로 킬츠들을 향해 돌격해 들어오기 시작

했다. 그러나 이번에 선제공격을 하는 쪽은 신관들이 아니었다.

"비켜 킬츠, 뉴린젤! 다섯의 화염! 내 앞의 것들을 불태우고, 폭발시켜

라! 프레임 럼프!(flame lump)"

재빨리 뉴린젤과 킬츠는 옆에로 몸을 피했고,  순간 앞으로 내민 루디

의 두 손앞에 거대한 화염의 덩어리가 모습을 드러내며 새빨간 혀를 날

름거렸다. 달려오던 신관들도 기겁을 하며 그 자리에 멈춰서 버렸다.

"다 사라져 버려라! 회색곰들아!"

그리고 그 불덩어리는 엄청난 가속도를 내며 신관들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 중간에 있던 다른 테이블이나 의자들은 닿기도 전에 불길

에 휩싸여갔다. 바로  예전에 다크휴먼의 마법사가  루디의 동료들에게

사용했던 그 마법이었다.

"5, 5원소 마법!"

신관들은 경악하며 당황했다. 그러나 곧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달려

들던 전원이 마법을 사용하며 그 엄청난 화염의 덩어리를 막아내기  시

작했다.

"데스티니 바리어!(destiny barrier)"

그러자 곧 그들의 앞에 거대하고 투명한  두꺼운 무형의 막이 처졌다.

바로 신성계의 방어 마법인 데스티니 바리어였는데,  상대 속성에 관계

없이 모든 공격을 막을 수 있는 다재  다능한 수비용 마법이었다. 그리

고 모든 신성마법이 그렇듯이, 사용하는 신관의 능력에 따라 그 위력이

천차만별이었는데, 일단 열 명의 신성력이 하나로 모인 것이어서, 그 방

어력은 막강한 것이었다.

"콰, 콰광........"

두 마법이 충돌하자 그 교차점에서는 극심한 충돌의 굉음이 일어났다.

루디의 마법은 끊임없이 상대 마법을 관통하려  했고, 신관들의 마법은

계속하여 상대의 마법을 중화시키려 했다. 애초에 원소마법과 신성마법

은 계열이 다른 것이었지만, 일단 물리력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강력한 반발력을 일으켰다.

"마, 막았다!"

아직 루디의 프레임럼프는 사라지지 않았지만,  신관들의마법에 의해

일단은 성공적으로 막아낸 듯, 커다란 화염의  덩어리는 데스티니 바리

어에 걸려 조금씩 중화되고 있었다. 워낙 서로간에 동원된 마력의 크기

가 거대하다 보니 소멸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여간 오래 걸리는 것이 아

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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