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울의 길-133화 (133/166)

제 10장 -운명의 신- (2)

운명의 신 데스튼. 세디아 황국의 북쪽 칼튼  산맥에 대 신전이 위치해

있으며 그 대신전을 제외하고는 대륙 그 어느 곳에도 데스튼의  신전은

세워져 있지가 않았다.

모든 생명의 운명을 관장한다는 이  신은 어찌 보면 인간에게  있어서

최고의 위력을 발휘하는 지도 모르는 것이다.  예전에 타천사 나타스가

일으킨 성의 전쟁에서도 오직 그만이 인간들을 도와 '키퍼' 라는 존재를

만들어 준 선례를 보더라도 그가 지상계의 모든 생명들의 운명을  그들

의 손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하려는 노력을 알 수  있다. 지상계에 사는

모든 생명들의 운명은 오직 지상계의 생명들에 의해 움직여야 하는 것.

결코 다른 세상의 힘에 의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이 데스튼의

뜻이자, 데스튼의 신관들이 추구하는 단 한가지의 계율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데스튼의 신관들은 온 대륙을 떠돌며 마계의 힘을 사용

하는, 특히 다크휴먼 같은 존재들을  제거하며 다녔다. 그리고 그  힘을

가진 사람의 선악의 유무를 떠나서 오직 소유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제거

의 대상이 되는 것이었다. 그것이 오직 그들이 신관으로써 살아가는 유

일한 목적이었으므로.

"상급 신관 크라이스라고 합니다."

파울드를 찾아온 200여명의 데스튼의 신관들은 성에 들어오자마자  곧

바로 시청에 있는 시장을 찾아가서는 즉시 자신들의 목적을 말하기  시

작했다. 그야말로 다짜고짜 쳐들어 온 셈이었는데  원래 대륙에서 중립

을 지키며 그 어디라도 자유스럽게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이 바로 신관이

었으므로 그들의 앞을 막을 수는 없었다.  물론 클라스라인을 음양으로

돕고 있는 생명의 빛의 여신, 라프나의 신관들은 예외였지만.

"시장 대리인 제프입니다. 운명의 수호자이신 데스튼의 신관들께서 이

도시는 무슨 일로....."

노환으로 인해 자리에 누워있는 시장을 대신하여, 부시장인 제프가 그

들 신관들을 맞이했다. 원래 다른 신들의 신관들과는 달리 대륙에서 가

장 영향력 있는 3대 신전의 신관들이기 때문에 제프는 결코 소홀히  그

들을 대할 수 없었다. 게다가 지금 이곳에 온 그들의 목적이 결코 포교

나 빈민구제와 같은 성스럽고 보기 좋은 것이 아닐 것이란 사실은 그들

의 분위기와 무장상태만 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파울드를 찾아온 200

명의 신관들 전부가 '크란'이라 불리는 전투용 지팡이를 소유했으며  온

갖 성구들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 지상에 사는 생명에 하나이신 제프 님에게 데스튼의  뜻이 진실히

도착할 수 있기를."

"예......"

"저희들이 이 도시에 이렇게 찾아온 이유는, 오직 하나. 이  지상의 것

에 의하여 이 지상의 운명이  바뀌지 않게 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입니

다."

"그, 그렇다면......."

제프는 어느새 이마에 난 식은땀을 재빨리 닦아내며 마른침을 꿀꺽 삼

키었다. 그가 아무리 30대 초반의 젊은 부시장이고 열정과 혈기가 넘치

는 청년이라 할지라도, 상대를 향해 은은한 압박감을 주는  상급신관과,

그리고 그 뒤에 대기중인 그에 만만치 않아 보이는 200여명의 신관들을

대하고 있으려니,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거기에 대해 무

언가 켕기는 사실도 있었기 때문에, 거의 매  떼에게 둘러 쌓인 토끼라

도 된 기분이었다.

"우리 신관들 중 하나가, 이 도시에서 사악한 마족의 기운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리고 느꼈을 뿐만 아니라, 직접 보기도 했다는 군요."

"그, 그럴 리가...... 설마 요.  마족이 이런 사람들이 사는  도시에서 왜

살고 있단 말입니까. 그랬다면 벌써 그 마족에  의해 이 도시는 멸망하

고 말았을 것입니다."

아주 당연하다는 듯 대꾸하면서도, 제프는  속에서 철퇴가 굴러다니는

듯한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사실은,  그들이 이 도시의 군사력을  맞긴

나이트 길드에 소속된 어느  한 명이, 마족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는 북부  자치도시 연합의 지도층에서도  극히 일부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기 때문에 비밀이 새어나갈 염려는 없었다.

'그런데 직접 보았다니...... 뭐라고 둘러대야 하나.'

일단 잘 둘러대고 있었지만, 영원히 신관들을 속일수도 없는 노릇이었

다. 그들은 보지 않아도 마계의 기운을 감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도 하겠지만, 일단 저희들이 보고, 느꼈음에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에 일단 저희로써는  이 도시를 철저하게  수색하도록 하겠습니다.

설마 시장대리님께서도 혹시나 모를 위험을 이대로 놔두시려는 것은 아

니겠지요."

신관 크라이스는 마치 제프의 마음속을 들어다 보기라도 하려는  듯이

강렬한 눈빛으로 그를 응시했다. 것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해도,  그는

이미 제프의 속사정을 눈치 챈 듯 했다.

"그, 그러시지요. 제가 어찌  데스튼의 뜻을 거역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저희 나라에서 곧 군사적인 행동이 있을 것 같으니 그 점에 대

해선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바로 곧 있을 드라킬스와의 전쟁을 생각해서  나온 말이었다. 이미 준

비는 착착 진행되어, 한달 정도만 있으면 곧바로 나이트 파리퀸이 지키

고 있는 성채, 제스타니아를 공략하기도 되어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중

간에 뜻하지 않은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

"걱정 마십시오. 우리들은 이 도시, 이 나라가 그 어떤  군사적인 행동

을 하던지, 아니면 어떤 계략을 꾸미는지 그것에 대해서 참견하지 않습

니다. 저희는 오직, 지상의 생명이 아닌 것들에 의해 이 지상에 있는 생

명들의 운명이 바뀌지 않게  하려는 것뿐입니다. 자 그럼  저희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그럼... 이 도시에 계실 동안에 만이라도  저희가 숙식을 제공해 드리

겠습니다. 미천하지만, 데스튼의 신관들께 드리는,  저희의 성의라고 생

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프는 재빨리 나가려는 크라이스  신관을 붙잡으며 친절하게  숙식을

제공해 주겠다고 나섰다. 일단 그들이 짐을 풀고, 식사를 할 동안  나이

트 길드에 이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생각  같아선 그냥 마족 하

나 이 도시에 있으니 잡아가쇼, 하고 싶었지만, 그 마족이 나이트  길드

에 속해있으며 결코 자신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으며 이 도시로  잠입

하려는 수많은 암살자들을 잡아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상, 마족

에 대한 편견만으로 이 일을 처리해 버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적어도

제프는 당사자의 의견도 묻지 않고 독단으로 일을 처리하는 막  나가는

귀족들 같은 인물은 아니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할  줄 아는 자치도시의

모범적인 시민인 것이었다.

크라이스는 시장 대리의 꿍꿍이 있는 호의를 고마워하며 감사히  받아

들였고, 제프는 곧 시청 옆 종합 관사에  있는 빈방들을 정리하여 신관

들에게 제공해 주었다. 그리고 이 사실을 재빨리 고급여관,  세피로이스

로 보내는 사실도 잊지 않았다.

'부디, 조용히 넘어 갔으면 좋으련만......'

일단 시청 쪽 보다도 먼저 이 사실을 알아챈 나이트 길드는 긴급 회

의를 열어 이 사태의 수습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했다.  모일 수 있는

간부들은 모조리 집합하였으며, 아무래도 이 일의  근원일 것이라 추측

되는 특수 치안 담당관, 크라다겜과 그의 동료라고 할 수 있는 성 방위

사령관 킬츠와 최근 크라다겜과 친해졌으며, 마침 이 도시에 있던 혼의

용병장, 스와인도 함께 자리에 모여 앉았다.

"큰일인데, 데스튼의 회색곰들이 떼거지로 몰려오다니....... 눈치  챈 것

이 틀림없어."

스와인은 이 사실을 듣고는 고개를 저으며 크라다겜을 바라보았다. 최

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며, 가끔 그에게  식사도 제공해 주던 스와

인은 데스튼 신전의 신관들에게 유일한 임무를 익히 알고 있었다. 그것

은 이 대륙에서 마계의 힘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일단...... 데스튼의 신관들이 하는 유일한 일은 다른 세계의 힘을 제거

하는 것이니, 그들이 이 도시로 찾아온 목적은  특수 치안 담당관인 나

이트 크라다겜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어떻게 알아냈는지는

의문이지만......"

나이트 길드의 총평의장인 슈레인은 냉정한 표정으로 사태를  정리하

며 한가지 의문을 제기했다. 혹시 나이트 길드 내에 이 일을 밀고한 사

람이 있을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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