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울의 길-100화 (100/166)

제 7장.  -토벌전쟁- (1)

클라스라인의 동쪽 해안에서 약 30만 세션쯤 떨어진 곳에서부터  넓게

분포되어있는 다도해. 크고 작은 섬 약700여 개로 이루어진 이 곳은 예

전부터 30개가 넘는 여러  부족들이 살고있어, 서로 세력  다툼을 하며

한시도 조용하지 않았다. 대지는  습기가 너무 많아 곡식이  잘 자라지

않았으며, 오직 어획과 수렵에 의존한 식생활을 고수해 오고 있었다.

그들은 대륙에 그다지 관심이 없어, 성의전쟁  때도 대륙 멸망의 위기

를 가만히 두고보기만 했는데, 그것은 후에  크게 작용하여 천사성국의

지도에는 다도해가 삭제되어 있을 정도였다.

그러다 성의력 667년, 이 다도해는 커다란 변경 점을 맞이하게 되었는

데, 바로 30여 개의 부족들 중에 그 세력이 가장 강대했던 '카르트'라고

불리는 부족에 의해 모든 섬들이 하나로 통일된 것이었다. 실로 천년이

넘는 분쟁 속에서 이룩된 소중한 부족간의 결합이었다. 물론 그 결합이

힘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다도해의 패권을 잡은 카르트 부족은 열악한 국내의  식량사정

과 일단 통합된 여러 부족들의 관심을  대외로 돌리기 위하여, 2년간의

준비를 거처 약 10만의 병사를 동원, 가장  가까우며 비옥한 토지를 다

량 보유하고 있는 클라스라인의 점령에 깃발을 세워들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무리를 하여 10만의 군사를  동원한 것은, 바로 장비의

열악함을 숫자로 메워  보겠다는 생각에서였다. 클라스라인  같은 대륙

최고의 인구를 보유하고있는 대국에서도 그 군대의 규모가 10만을 넘지

않을 정도였는데, 그 인구에 30%수준밖에  되지 않는 신생국 카르트에

서, 10만의 군사를 동원한다는 것은 확실히 무리가 있었다.

그러나 일단 무리를 해서라도 클라스라인을  점령하기만 한다면, 식량

이나 장비 면의 문제는 간단히 해결될 테고,  더불어 대륙의 패권에 도

전할 수 있는 전력을 갖출 수도 있는  것이었다. 만약 클라스라인을 점

령만 한다면 말이다.

카르트군은 일단 선발대로 8만의 병력을 수송선에 실어, 클라스라인의

프로겐 성 근처의 해안 가에 상륙시킨 다음,  야음을 노려 단번에 총력

을 펴서, 프로겐 성을 점령시켜  버렸다. 이때 프로겐성의 병력은 약  4

천. 성주이자 패러딘나이트인  크차리스 백작의 지휘아래  성의 이점을

살려 끊질 기게 농성을  했으나, 20배가 넘는 적군의  숫자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결국 혼자서 카르트군을 100여명 가까이 베며 분투했던

크차리스 백작은 카르트군의 '만도'(휘어진 칼)에 의해  목숨을 잃고 말

았다.

프로겐 성 자체가 항구도시여서 그 성의  규모가 대단히 견고해, 만약

적당한 병력이 조금 더  많이 성에 주둔해 있었다면,  그렇게 허무하게

함락 당하지 않았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쨌든 거점을 잡은 프로겐성은  곧바로 군을 정돈하여  클라스라인의

수도인 세인트룸으로 방향을 돌리었다. 근처에 몇  개의 작은 항구도시

들이 더 있었고, 수도까지 가는 도중에 수많은  크고 작은 성과 도시들

이 산재해 있었으나, '목만 베어버리면 나머지 몸둥아리는 자연히  죽는

다' 라는 신조를 가지고 있던  카르트군의 신조에 따라, 곧바로  수도를

점령하기로 작전을 세웠던 것이었다.

"단숨에 수도를 공략한다니, 그거 정말로 대범한 작전이군. 확실히, 효

과도 있고 말이야."

수도를 출발한지 6일째 되는 날의 밤.  1선 지휘관을 모아 작전회의를

열고있던 세렌이 키사르가 알아낸 정보를  듣고는 처음으로 한 말이었

다.

이미 성을 떠나오기 전에 현재 아군의 병력으로 가장 효과적인 전술을

짜기 위해 고심했던 세렌과 키사르였는데, 일단  대략적인 개요만 잡아

놓고, 세부적인 전술은 시시각각 들어오는 새로운  정보를 토대로 현지

에서 짜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일단은 여섯 명의 지휘관에게 각자 병력

을 배치시켰는데, 1만의 보병은 카젯과 루벨이 각각 5천씩 나누어 운용

하기로 했고, 기마술에 뛰어난, 그래서  기병을 다루는 데에 그  능력을

십분 발휘할 것으로 추정되는 펠린에겐 8천의 화이트 나이트를  배속시

켰다. 그리고 세렌과 키사르는 함께 4천의 나머지 기마병을, 그리고  다

운크람은 본인이 자처한 수송부대 4천을 지휘하기로 했다.

아직 직접적인 전투가 벌어지지 않아서 나머지 인원의 실제 역량은 확

인되지 않았지만, 확실히 그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다운크람이었

다. 그는 천부적인 숫자적인 감각을 동원, 아군 2만 6천이 프로겐  성을

재탈환할 때까지 먹을 식량과 식수를 매끼 단위로 분류, 덕분에 식사를

병사들에게 배급할 때마다 그것은 대단히 효율적인 위력을 발휘했다.

"약 한달 이상 먹을 2만 6천 병사의  식량에, 1만 마리가 넘는 말들을

먹일 건초, 이 모든 보급 적인 세세한 과제를 완벽하게 해낼 사람은 우

리 중에 다운크람밖에 없다."

출병하고 얼마 후, 다운크람의  활약을 확인한 세렌이  감탄하며 직접

한 말이었다. 그리고 덕분에 세렌이 이끄는 클라스라인군은 보급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런데, 카르트군은 그 7만의 병력을 전부 동원하여 수도를 공격하려

하는 것인가?"

"아니, 정찰병이 알아온 소식에 의하면 그  규모는 대략 4만 정도라고

한다. 아마도 나머지 3만 여명은 프로겐 성을 지키고 있겠지."

다운크람의 질문에 키사르는 4만 이라는 숫자에 포인트를 맞추며 대답

했다.

"작전구상은 좋은데, 전략이 엉망이군. 하지만 덕분에 우리에게 승산이

생겼다."

세렌이 환한 표정을 지었다. 다행이 활로를 찾았다는 느낌이었다. 아무

리 전장에서 짜임새 있고, 효율적인 전술을  효과적으로 전개한다 하더

라도 약 4만 5천이라는 병력의 차이는 극복하기 어려운 난관이었다. 만

약 아군이 10만이고 적군이 14만  5천 이라면 전술적인 노력에  의하여

승리를 따낼 확률이 높았으나, 그것은 적군이 아군의 50%가 더 많은 4

만 5천 의 병력차이였고, 지금상황은 아군의 약 200% 더 많은 4만 5천

의 병력차이였다.

"확실히, 4만 정도라면 승산이 있다. 아마 양군의 거리 상  3일 후쯤에

는 전투가 벌어질 텐데, 그전에 모든 지휘관에게 작전을 전달하려고 한

다."

키사르는 임시로 지은 군용 막사의 테이블에 지도를 펼쳐 놓으며 자신

이 구상한 정밀한 작전을 나머지 다섯 명에게 전달하기 시작했다. 이것

은 출전하기 전, 세렌과 밤을 세워가며 만들었던  여러 개의 전술 중에

한가지였는데, 적군이 미련하게도 알아서 병력을 분산시켜준 덕분에 그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게된 것이었다.

클라스라인의 수도인 세인트룸을 점령하기 위해 4만의 병력을  이끌고

평야를 행군 하고있는 카르트군의 지휘관은 라크튼이라고 불리는  40대

후반의 중년의 전사였다. 그는 카르트부족이 다도해를 통일하는데 지대

한 공을 세운 사나운 용장이었는데, 용병을 잘한다던가, 전술에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시 자신의 무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그 용맹을  내세

워 적군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부족장에서

일 국의 왕으로 뛰어오른 카르트의 국왕, 하르엘이 가장 신임하는 장수

가 바로 그였다.

카르트군은 클라스라인을 공격할 대군을 보내며 단 두 명의  지휘관을

동행시켰는데, 그 들 중 하나는 제크트라는 30대 초반의 젊은 장수였고,

나머지 한 명이 라크튼이었다. 그 동안의 실적 면에서 제크트보다는 라

크튼이 더 뛰어났기 때문에 그가 총  사령관이었고, 제크트가 부사령관

이었다.

"라크튼 님,  이 프로겐 성에는 최소한의  병력만 남겨두고 전 병력을

동원하여 세인트룸을 공격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편이  더 성을 함

락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되는데..."

제크트는 라크튼이 4만의 군대를 지휘하며 클라스라인의 수도를  함락

하려고 하자, 일단 신중하게 말하며 그의 행동을 저지하려고 하였다.

"흥, 이 라크튼이 4만의 용맹스런 다도해의  군사들을 가지고 고작 시

시한 클라스라인의 수도하나 함락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나! 그리고 이

곳을 빼앗기면나중에 곤란해지니까, 부사령관인 자네가  꼭 지키고 있

어야 한다."

그러나 그는 패기 있게 부사령관의 의견을 묵살해 버리며 곧바로 행군

을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힘을 믿었고, 역시 자신의 군대가 가진  용맹

을 믿었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그런 대로  봐줄 만 했는데, 그는 그것들

을 너무 과신한 나머지, 클라스라인군의 정확한  실력을 파악하지 못했

던 것이었다. 대륙에서  3대기사단으로 불리는  패러딘나이트의 위용과

화이트 나이트의 강력한 위력을 말이다.

그리고 라크튼이 이끄는 4만의 카르트군은 프로겐성과 세인트룸을  일

직선으로 놓았을 때, 약 3분의 2쯤 되는  곳에서 드디어 처음으로 클라

스라인의 군대를 육안으로 포착하게 되었다. 바로  세렌이 이끄는 군대

였는데, 그때까지 카르트군으로써는 세렌이 이끄는 군대에 관한 아무런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흥, 3만도 안 되는군. 허수아비처럼 무력한 클라스라인군쯤은 이 라크

튼 님이 단번에 쓸어주마!"

어차피 전술에 대한 개념이  없는 카르트군이었다. 그들의  전술은 단

한가지로써, 뭉터기로 모여서 적군을 향해 돌격하는 것뿐이었다. 지금까

지는 서로 그래왔기 때문에 오직 숫자가 많고 힘이 센 군대만이 다도해

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물론 그것이 대륙의 전쟁에서 통할지는

의문이었지만.

"전군 돌격! 적군을 섬멸하라!"

라크튼은 자신의 검을 높이 들며 소리쳤고 카르트군은 함성을  지르며

저 멀리 보이는 클라스라인군을 향해 돌진해 들어갔다.

"모조리 죽여버렸! 적들은 우리보다 숫자가 적다!"

라크튼 군을 용맹하게 돌격했다. 그들은 갑옷이라 부를 수 있는 그 어

떠한 장비도 갖추고 있지 않았으며 오로지 들고있는 것이라고는 한  자

루의 만도뿐이었다. 그러나 그만큼 기동력과 민첩성이 뛰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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