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울의 길-85화 (85/166)

제 6장. -영광의 기사- (17)

"그렇게 까지 말씀해 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마인슈는 가볍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한동안 드라킬스와의 전쟁은 없을 것입니다."

"네? 뭐라고 하셨습니까?"

별 것 아닌 이야기를 하듯 무덤덤하게 이야기하는 마인슈를 바라보며,

나이트 네프일은 자신의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이끌고 온

남부자치도시 연합의 자유 기사단은, 지금 한창 전쟁중인 북부자치도시

연합에 지원군이 되어 언제라도 벌어질지 모르는 다음전투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마인슈의 말은 그런 네프

일의 생각을 뒤집어 버리는 것이었다.

"드라킬스와의 전쟁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니.... 왜 그렇지요?"

의아해하며 해명을 부탁하는 네프일에게, 마인슈는 자신이 세웠던,  그

리고 지금 거의 90%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바로 그  전략을 친절하

게 설명해 주었다.

"일단 현재 드라킬스의 목표를 우리 자치도시의 점령이 아니라고 판단

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요?"

"그들의 목표는 바로 클라스라인 법국입니다.  얼마 전까지는 그게 페

이오드왕국일 가능성도 있었으나 현재 드라킬스군의 움직임으로 봐서는

단연 클라스라인이 목표라고 장담해도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 그런....."

대륙에서 최고의 군사력을 자랑하는 드라킬스  공국이, 대륙에서 최고

의 부유함을 자랑하는 클라스라인 법국을 공격하려고  한다. 아마도 두

나라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더해서 비교한다면  결코 서로 만만치 않은

상대임에 틀림없었다.

"지금까지 드라킬스가 이 북부자치도시 연합을 공격한 것은  바로 클라

스라인으로 진격하기 위한 이동로를  확보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리고

클라스라인과의 전쟁에서 필요한  식량을 조달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

요.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이미 북부의 70%이상의  곡창지대와 클라스

라인으로 침공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한 이상,  굳이 남아있는 이 파

울드를 공략할 이유는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왕 전쟁을 시작한 것, 끝장을 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병

력차이도 상당히 되는데... 그리고 드라킬스 쪽에서  봤을 땐 후에 기습

을 받을 가능성도 있고 말입니다."

네프일이 무척 신빙성 있는  사례를 내보이며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그러나 물론 그런 모든 방면으로 발생 가능한 사례들은 검토해 보지 않

은 북부자치도시 연합의 총 참모장이 아니었다. 그가 전략, 전술적인 면

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유한 까닭은 바로 그런 모든 가정을 종합하여 예

측해보고, 또 그중 심리적으로 가장 확률이 높은  것에 승부를 걸기 때

문이었다.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요. 하지만, 그

가능성을 더욱 낮추기 위하여 남부에 지원군을 요청한 것입니다."

"전쟁을 피하기 위해....... 병력을 더욱 증가한다?"

"바로 그것입니다. 드라킬스는 굳이 별 의미도 없는 이 도시를 점령하

기 위해 큰 병력의 손해를 감수하지 않으리라고 본 것이지요. 당연하지

않습니까? 이제 곧 대륙의 초강대국과 자웅을 겨루어야 할텐데 말입니

다."

물론 그 초강대국이란 클라스라인을 말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클라스

라인이 정치적으로 부패했다 하더라도, 일단 군사력과 경제력은 대륙에

서 손꼽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 나라임엔 틀림없었다.

물론 전쟁을 해보지 않는 한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라고는

하지만, 아무리 강력하고 파죽지세를 자랑하는 드라킬스의 군대라 할지

라도, 클라스라인이 쉽게 무너질 정도로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사실은,

굳이 전쟁을 해보지 않아도 예측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드라킬스로써는 조금이라도 더 많은 병력을 가지고 클라스라인을  공격

할 것이 틀림없었다.

"과연..... 일리가 있는 작전이군요. 역시 최고의 참모장다운 전략이십니

다. 마인슈경."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이것도  남부의 지원군이 제때에  도착해 주신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물론 굳이 지원군이 오지  않았다 하더라도 드라킬스로써는  파울드를

공략하지 않는 것에 마음이 기울어진 상황이었다. 리고 그것 역시 예측

하고 있던 마인슈였다. 물론 지원군이 드라킬스의  확고한 방침을 정하

게 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네프일이 다시 한번 마인슈의 전략에 감탄하며 흥미 있는 표정으로 물

어보았다. 마인슈라면, 나중을 위해 또 어떤 멋진 전략을  세워놓았을지

궁금했던 것이었다.

"바로 그것을 위해 이 자리에 각 부대의 사령관들을 모이라고 한 것입

니다. 이제부터, 우리는  여러 가지를 나누어서  신경을 써야만  하거든

요."

마인슈는 각각의 사령관들에게 주요 임무를 전달하기 시작했다. 그 대

부분은 적의 공격을 미리 예측하는 초계 업무였는데, 일단 스와인의 혼

의 용병에게는 소규모의 정찰 부대를  조직하여 돌아가며 혹시 있을지

모르는 드라킬스의 북쪽으로부터의 기습이나, 세디아 왕국의 동태를 살

피는 것이었고, 물론 파울드의 용병대는 언제라도  적의 기습에 대비할

수 있는 성벽의 수비를, 그리고 특이한 것은  자유기사단의 두 면의 사

령관에게 내린 임무였다.

"나이트 네프일 경과, 나이트 세텔 경. 두 분은 각자  지휘하시는 대부

분의 기사단을 이끌고 드라킬스가 점령중인 근처 성들의 근처를 행군하

시면 됩니다."

"행군... 이요?"

"네. 그냥 근처를 빙 둘러 다니며 경계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주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호오. 그거 참 재미있겠군요."

네프일이 손바닥을 탁 치며 마인슈의 작전에  동감을 했다. 그 기이한

행동은, 바로 파울드의 군사력을 과시하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2만이 넘는 기사단을 동원하여 경계를  한다면, 드라킬스로써는 파울드

내에 그 이상의 병력이 예비 되어 있다고  판단할 것이었다. 물론 적군

에서도 그런 책략을 꾀 뚫어 볼 수 있는 전략가가 없다고는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일단은 경계로써 가장 큰  효력을 발휘하는 행동이었

다.

"그렇지만, 언제나 대기하셨다가, 적이  공격해 오는 움직임을  보인다

면, 바로 퇴각 해 오셔야 합니다. 우물쭈물하다가 그런 곳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우리로써는 너무나 불리해요."

"알겠습니다. 바람같이 도망쳐 오지요."

네프일이 자신 있게 말하자 마인슈의 얼굴에 안도의 미소가 번지었다.

다행이 지원군의 사령관이 오로지 전투밖에 모르는 야수가 아니었기 때

문이었다. 그는 적어도 아군의 전략을 이해하고, 거기에  따라줄 줄 아

는 유연하고 현명한 인물이었다.  만약 다 필요 없다고  우기며 전투를

벌여 용감하게 전멸시켜 버리자고  소리치는 사람이었다면, 마인슈로써

는 곤란하기 이를 데 없는 일이었다.

"일단 내년 가을이나 겨울 때까지는 드라킬스군의 전면적인  움직임은

없을 것입니다. 그대까지 우리는 경계와 정보수집에  온 노력을 기울여

야 하는 것입니다. 아셨지요? 우리가 이  약한 국력으로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는 여러분들의 능력이 절실히 필요한 것입니다."

마인슈는 그곳에 모인 모두를 찬찬히 바라보며 조용하고 단호하게  말

했다. 물론 정보수집은  대륙 최고의 정보기관인  나이트길드가 뒤에서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기는 하지만, 일단 눈앞에  닥친 상황을 해결하는

것은 바로 야전사령관들의 몫이기 때문이었다.

회의는 그렇게 종결되었고, 모였던 사람들 모두가 각자 자신들의 위치

로 돌아갔다. 남부의 지원군 사령관, 네프일에게는 고급 여관, 세피로이

스에 방이 마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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