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울의 길-74화 (74/166)

제 6장. -영광의 기사- (7)

얼마의 시간이 지나, 지식의 탑에 도착한 킬츠 일행은 우선 탑(이라기

보다는 일단 성 같음)의 정문을 찾기 위해 상당한 고생을 해야했다. 왜

냐하면, 아무리 탑의 주위를 둘러보아도 '문' 이라고 불릴만한 구조물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들여보내 줘! 라고 소리지를 수 도 없고.......... 루디형,  원래 매직길드

의 건물들은 입구가 없는 거야?"

"설마.... 내가 수행하던 클라스라인의 매직길드는 이렇지 않았어. 그리

고 적어도 이 정도  크기의 건축물에 문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데......"

킬츠가 신경질이 나는지 이마에 흐르는 땀을 거칠게 닦아내며  루디에

게 묻자, 루디는 고개를 갸웃하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워낙 건물이 넓어서 말이야, 반대쪽에 입구가 나있을지도 모르겠다."

"속셈을...... 알 수 없군....."

한참 킬츠가 투덜거리고 있을 때, 벽을  따라 한쪽으로 걷고있던 뉴린

젤이 한참을 가더니 킬츠와 루디를 불렀다.

"이봐, 여기에 문이 있다."

"어, 정말?"

그리하여 일단달려가 보기는 하였는데, 곧  킬츠와 루디의 눈에 경악

의 빛이 스쳐나갔다.

"문... 이긴 한데...."

루디가 혀를 차며 그 문제의 문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바로 그곳에 문

이랍시고 나있는 것은, 보통 집에 있는 평범한 크기의 방문보다도 더욱

작은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랄

까. 매우 낡아 보이는 철제의 재료로 되어있으며, 멋들어진  매직길드의

문장이 새겨져 있는 것까지는 고풍스러워 보여서  좋았지만, 이 거대한

탑의 문이라고 하기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작은 크기였다. 설사 작은

저택의 '뒷문' 이라 해도 이것보다는 커다랄 듯 했다.

"이 건물에 사는 인간들은 매우 소박한 취미를 가지고 있군."

"아니, 쥬크. 혹시 예비용  비상문이 아닐까? 반대편으로 빙  돌아가면

제대로 된 정문이 나온 다던 가......"

전설의 늑대의 눈으로는 그 작은 문이  꽤 마음에 들었는지, 고개가지

끄덕이며 매직길드 마법사들의 취미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있는 쥬크에

게, 킬츠는 아직도 경악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세로로 고개를 저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그 작은 철문이 열리면서, 안에서 매직길드의 문양이

새겨져 있는 흰색의 로브를 입은 젊은 마법사 하나가 삐죽 몸을 내밀었

다.

"관광객이신가 요? 더운데  이곳까지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자, 일단 안으로 들어오시지요."

무척 친절한 마법사의 태도에 바로  앞에 서있던 킬츠와 루디는  잠시

고개를 끄덕이다가, 잠시 후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루디는 품속

에서 고대어로 쓰여진 한 권의 책을 꺼내들었다.

"아니, 우리는 관광객이 아닙니다. 이  책을 전달해 드리러 온  것입니

다."

루디는 책을 마법사에게 내밀었고 책을 받아들어 천천히 훑어보던  그

는 잠시 후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킬츠일행을 이리저리  살펴보았

다.

"이, 이 책은 분명히  클라스라인의 매직길드에서 막  수행을 마친 세

명의 신규 마법사의 편으로 보낸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당신과,  당신

과, 당신이 마법사!"

처음에 로브를 입고있는 루디를 가리킬 때는 그다지 이상한 표정이 아

니었으나, 다음으로 킬츠, 그 다음으로 뉴린젤을 가리킬 대는 표정이 기

하급수적으로 바뀌었다.

"정말.....덩치도 좋으시고...... 복장도 개성적이신 마법사이시군  요. 게

다가 엄청난 크기의 늑대까지..... 애완용인가요? 어쨌든 몰라 뵈어서 정

말 죄송합니다."

마법사는 고개를 꾸벅이며 마법사.......를 알아보지 못한 자신의 통찰력

의 부족을 사과했다. 물론 처음 그의 통찰력이 옳은 것이긴 했지만.

"아닌데...... 일단 들어가서 자세히 이야기를 드리겠습니다."

마법사의 우스꽝스러운 행동에 결코 웃을 수 없던 루디는 일단 헛기침

을 몇 번인가 하고는 지식의 탑 안으로  들어가기를 희망했다. 물론 마

법사는 당연하다는 듯 안으로 안내했고, 킬츠 일행은 드디어 천년의 역

사를 가지고있는 마법사들의 성지이자 고향인 지식의 탑으로 발을 들여

놓게 되었다.

"이봐, 잠깐."

"왜 그래 쥬크. 애완용이라 불려서 기분 나쁜 거야? 일단 들어가면 다

말하게 될 테니 일단 들어오라구."

"아니.... 그게 아니라............."

문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가만히 서서는 킬츠를 부른 쥬크는  난처하다

는 듯 표정을 찌푸렸다.

"너무 좁아서........ 과연 내가 들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과연 쥬크가 들어가기에는 너무나도 좁은  문이었다. 게다가 문안으로

길게 이어져 있는 통로 역시 마찬가지여서 키가 무척 큰 뉴린젤은 고개

를 숙여야 할 정도였다.

그리하여 몇 명의 인간들은 전설로 불리는 실리온 늑대 한 마리가  그

아름다운 은빛의 털을 구긴 체 부비적 거리며 힘겹게 좁은 통로를 헤집

고 들어가는 기이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나중에 다시 나갈 것이 걱정이다."

쥬크는 무척 찜찜한 표정을 지으며 방금 자신이 지나온 통로를 바라보

았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탁 트인 넓은 광장으로, 방금 들어온 입구와는 너

무나도 대조적인 공간이었다. 근 원형의 구조를  가지고 있었는데 벽마

다 찬장이 놓여있으며 광장 군데군데 마다 여러 개의 조각이나  기이한

도구들이 놓여 있었다.

"이곳은 관광객들에게 개방하는 1층 전시관입니다.  여러 권의 마법서

적들과 마법도구들, 그리고 이곳 출신 마법사  분들께서 남기신 예술작

품들이 전시되어 있지요."

그들을 안내해준 마법사는 주위를 빙 둘러보며 자랑스럽다는 표정으로

그들이 서있는 장소에 대한 설명을 늘여놓았다.

"저기... 그런데 왜 그렇게 입구는 작나요?"

루디가 꾹 참고 있던 질문을 하자 마법사는 빙긋 웃으며 친절하게  대

답을 해주었다.

"아, 그것은 일단  이곳을 침범하려는 적에게서  출입구를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것입니다. 저곳 말고도 두 군데의 통로가 더 있지만,  모

두 크기는 비슷하지요."

그리고는 방 한가운데에 있는 나선형의 계단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

했다.

"일단 현재 여러분과 만날 수 있는 13인의 마도사는  이트라이 님밖에

없군요. 이트라이 님의 방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13인의 마도사란 지식의 탑에서 가장 높은 신분의 마도사로 대륙 매직

길드의 총 관리와 마법연구,  고대서적 해석 등 길드의  주체적인 모든

업무를 주관하고 있는 실질적인 매직길드의 수뇌였다.

1층은 매우 간편한 구조였으나, 일단 2층으로  올라가서 부터는 그 구

조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갈라지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다

른 곳으로 통하는 좁은 길과 계단이 수 도 없이 이어져 있었다.

"여차하단 길 잃기 딱 좋겠군."

이미 자신이 어느 길과, 계단을 거쳐서 왔는지, 알 수 없게 되 버린 킬

츠는 한숨을 내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대부분  석재로 되어있는 지식

의 탑 내부는 어느 한군데도 소홀히 하지 않고 수많은 글자가 적혀 있

었다.

"벽이 아주 멋지군요."

루디가 감탄하는 표정으로 그것들을 감상하며 안내하는 마법사에게 말

했다.

"아, 벽 말이에요? 그거 사실은 처음엔 전부 깨끗했다고  하던데, 지나

다니던 마도사 님들께서  순간순간 떠오른 생각들을  적어두신 거예요.

이곳의 오래되신 분들은 건망증이 심 하시거든 요. 가끔 길을 잃어버리

시기도 할 정도예요"

"과연 그렇군요."

건망증이 심하지 않다 하더라도 충분히 길을 잃기는 쉬울 구조였기 때

문에, 루디는 마도사가 자신들의  탑에서 길을 잃고 헤맨다는  그 말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갔다.

"자, 이곳이 이트라이 님의  방입니다. 이 책은  직접 전달 해  드리세

요."

구불구불한 길을 걷고, 어지러운 계단을 오르며 드디어 13인의 마도사

가 있다는 방에 도착한 킬츠일행은, 지금가지  안내해준 마법사에게 다

시 건네주었던 책을 다시 돌려 받고는 정면에 있는 평범해 보이는 나무

로 된 문을 천천히 열고는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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