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울의 길-73화 (73/166)

제 6장. -영광의 기사- (6)

킬츠일행은 처음 텔핀에 도착했을 때 그대로의 모습으로 다시  텔핀을

떠나고 있었다. 약간 바뀐 점이 있다면 뉴린젤의 배낭이 더욱 커졌다는

것과 은빛 늑대 쥬크의 등에 사막에서 노숙할 때 필요한 천막의 재료가

담긴 커다란 천이 얹어져 있다는 것 정도였다.

"실리온 늑대의 수장을 짐꾼으로 쓰다니, 전대미문의 일이다. 이건."

"잔소리하지 말고 조용히 걸어라 개."

"크악! 여자! 난 개가 아니야!"

"한번 부른 명칭은 다시 바꿔 부르지 않는다."

뉴린젤과 쥬크가 티격태격 거리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루디

의 분위기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열사의 사막을 걸으면서도, 무언가 깊

이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이 5원소 마법에 대한 생각인지, 아

니면 덧없이 세상을 떠난 자신의 동기들에 대한 생각인지, 보는 사람으

로썬 알 수 없는 일이었다.

"3일정도 걸으면 도착할 거라 하던데, 이쯤 되면 보이는 게 정상이 아

닐까?"

킬츠가 루디를 툭툭 건드리며 묻자 루디는 조금 늦게 반응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래. 방향을 잘 맞춰 걸어왔다면 곧  도착할 거야. 아마 저 모래

언덕을 넘으면 보일지도 모르겠군."

루디는 그들의 정면에 보이는 약간 커다란 모래언덕을 가리켰고  킬츠

도 고개를 끄덕이며 루디의 말에 수긍했다.

"그러길 바래. 사막을 여행한다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라서 말이야."

"동감이다."

"설마 이렇게 고생하며 가는데 도착하면 시원한 물 한잔쯤 주겠지?"

킬츠는 물통에 들어있는 미지근한 물을 들이키며 기분이 좋지  않은지

표정을 찌푸렸다. 이런 무더운 사막에서 물조차 뜨끈한 걸 마신다는 것

은 여간 괴로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그 뜨끈한 물이라도 없으면 이 곳

을 살아 지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인간은 생각하면 할수록 너무 불편한 존재란 말이야. 난 그런 물쯤은

열흘 정도 마시지 않아도 견딜 수 있는데."

과연 전설로 남아있는 실리온 늑대의 수장다운 말을 하며 쥬크가 고개

를 빳빳이 세웠다. 눈부신  사막의 태양에 빛나는 그의  아름다운 은색

털들은 아름답게 보이기는 했지만 무척 더워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물론 자신은 땀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있었지만.

"안 더워 쥬크? 그런 털에 덮여 있으니 땀이 많이 날 것 같은데."

"나의 이 자랑스러운 은색의 털들은 피부를 외부의 열기로부터 차단하

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 이 정도의 더위쯤이야 아무 것도 아니지."

"털이 많으면 좋은 점도 있군."

"물론이지. 생명체가 가진 모든 몸의 털들은 제각각 특수한 기능을 가

지고 있다. 물론 우리 실리온 늑대의 털은  다른 종족과는 달리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쥬크가 더욱 우쭐해 져서는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즐거워했다.

그러나 뉴린젤의 일격을 맞고는 금새 흥분하며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모피 상들이 무척 좋아하겠군."

"크르르.... 이 인간 여자가 정말..... 얼굴에 천만 감고 있으면 다냐!"

"인간은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다른 종족보다 뛰어날 수 있다."

"도구 같은 것은 엘프나 드워프들도 다 사용하는 것이다!"

"...................."

이번엔 확실한 뉴린젤의 패배인 듯 했다. 확실히 엘프나 드워프,  심지

어는 반인 반마의  종족인 켄타로스들조차 도구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그들은 이 대륙에서 번성 치  못하고 무척 적은 수만이 살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만약 키퍼의 도움이 없었다면 벌써 멸망했을 지도 모르는 일

이었다.

"자자. 그 만들 해. 저기 지식의 탑이 보인다."

킬츠는 험악해진 그들을 말리며 모래의 언덕 너머로 보이기 시작한 회

색의 높은 탑을 가리켰다.

"지식의 탑........."

명색이 마법사인 루디조차 클라스라인에 있는 매직길드 출신이었기 때

문에 소문으로만 들어왔던 지식의 탑이었다. 약 천년 이상 전에 세워진

대륙 마법사들의 성지. 수많은 고명한 마도사들을  탄생시킨 전설의 탑

으로 매직길드의 총 본산이기도 했다.

그 규모는 가히 클라스라인에 있는 라프나 대신전과 견줄 수 있을  정

도로 거대했다.  거대한 성과 같은 건물위로, 가운데 있는 하늘을 찌를

듯이 가장 높은 탑을 중심으로 하여 크고 작은 여러 개의 탑들이 솟아

있었다. 과연 그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안에 살고 있는 마법사들의 실력

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호오. 내가 본 인간들의 건물 중에서 가장 멋지군. 웅장함과 섬세함을

동시에 갖추었어."

"당연하지요 쥬크 님. 지식의 탑은 천년 전에 최고의 건축사들과 몇몇

의 드워프들이 100년에 걸쳐 함께 만든 최고의 예술품이니까요."

감탄하는 쥬크에게 루디가 친절하게 건물의 내력을 설명해 주었다.

"과연, 역시 드워프의 솜씩 들어가면 뭐가 달라도 다르다니까."

쥬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식의 탑을 가만히  응시했다. 확실히 그 건

물은 설사 한 나라의 궁성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절묘한  조화와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런 풍화가  심한 사막에서 천년

이상을 지내 왔으면서도 그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심미

적인 것뿐만 아니라, 실용적인  면에도 한 가닥 하는  드워프 장인들의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자, 어서 가자. 이렇게 잘  보이긴 해도 사실 아직도 많이  가야 하니

까....."

킬츠는 그들이 있는 곳에서 지식의 탑까지 남은 거리를 어림잡아 계산

하며 동료들의 걸음을 재촉했다. 모두들, 어서 저 아름답고 웅장한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픈 생각이 간절했다. 과연, 그 안은 어떻게 되어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호기심이 다시 그들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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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영광의 기사라고 세렌쪽의 이야기만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쪽의 이야기가 약 1년에 걸쳐서 나오기 때문에...

그대 다른 곳에 일어나는 주요 사건들도 다뤄야 하지요.

일단 급하게 tM는 중이니.....

오타나, 약간의 착오가 발견되더라도 너그럽게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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