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울의 길-63화 (63/166)

이  무엇인지 우리는 아무 것도 몰

라. 그냥 무척 중요한 책이니 세심을 기울여서 지식의 탑에다 전달하라

는 원장님의 부탁이 있으셨을 뿐.

제임스는 고개를 저으며 약간 못마땅한 얼굴로 이야기했고 루디는  고

개를 갸우뚱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 그런가. 깊이 생각하면 골치 아프지."

"예나 지금이나 그 성격 하나는 변함없구나, 루디."

"하하하....... 이 훌륭한 내 성격이 어디  가겠냐. 아참, 그러고 보니 배

가 고픈데...."

아까 전에 약간의 도마뱀 구이 만 먹었던 루디가 다시 배가고파오는

것을 느끼고 중얼거리자 옆에 있던 레나가 자신도 울상을 지으며  칭얼

거렸다.

"우리도 오늘 묵어갈 여관을 잡으려고 하루종일 아무 것도  먹지 못했

어."

"물론 우리야 하루 ,이틀쯤 굶는 것에 익숙하긴 하지만, 뭔가 먹고싶은

데?"

제임스도 배가 고픈지 레나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러자 조금 떨어

진 곳에 구이를 파는 노점상을 발견한 루디가 소리치며 그쪽으로  달려

갔다.

"아, 그러면 내가 도마뱀구이를 사올게, 씹는 맛이 약간 이상하기는 하

지만, 그런 데로 먹을만해."

"에엑, 도마뱀.... 다른 것은 없어요?"

레나가 도마뱀이라는 말에 얼굴을 찡그리자 루디는 저만치 달려가서는

가볍게 웃으며 한번 더 소리쳤다.

"전갈 꼬치구이도 있는데!"

"어억! 그것만은 사양하겠어!"

그러자 이번에는 제임스가 먼저 기겁하며 대꾸했다. 나머지 하나가 전

갈 꼬치구이라면 야 그들로써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매직길드의 애송이들인가....."

그때 누군가의 음산한 목소리가 먹을 것을 사러간 루디를 기다리는 세

명의 귀에 심하게 거슬리며  들려왔다. 셋은 전부 심상치  않은 시운을

느끼고는 소리가 난 그들이 가던 길의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 곳엔 지

나가는 사람들의 사이로 한 새카만 망토로 얼굴까지 가리고 있는  정체

를 알 수 없는 한 사람이 섬뜩할 정도로 아무런 움직임 없이 서있었다.

"누, 누구지?"

제임스가 재빨리 자신의 짧은 지팡이를 내밀며 위협적인 말투로  소리

쳤다. 이미 그 사람 주변의 원소들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았기 때문에

세 명 모두 순식간에 바싹 긴장하고 있었다.

"내가 누구냐고? 흐흐흐..... 굳이 밝히지 못할 이유는 없지.  난 다크휴

먼의 다크 위자드, '헤릭사'라고 한다.. 아쉽지만 나는  너희 같은 갓 졸

업한 매직길드의 비린내나는 꼬마들이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란

다."

그는 기분 나쁠 정도로 음산한 목소리를 더욱 짙게 깔면서 혼자  웃기

시작했다. 그러나 제임스와 베키트, 그리고 레나는 이미 자신을  다크위

자드라고 밝힌 그 헤릭사라는 인간의 주위에 응집하는 믿을 수 없을 정

도의 거대한 불의 원소들을 확인하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너희가 가지고 있는 책은 우리 다크휴먼의 오랜숙원을  방해할지 모

르는 저주스런 존재. 나의 이  폭염에 의하여,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만

한다. 덕분에 세 명의 인간을 죽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 너희들, 정

말 고마울 뿐이다."

그리고는 바로 헤릭사의 앞에 거대한 화염의 구체가 생겨났다. 그리고

그것은 곧바로 제란스 일행에게 무시무시한 기세로 육박해오기  시작했

다.

"다섯의 화염.  내 앞의  것들을 불태우고,   폭발시키거라. 프레임 럼

프!(flame lump)"

그것은 작렬하는 너무나도 거대한 화염의 덩어리였다.  덕분에 아무 생

각 없이 그들의 사이로 걸어가던  텔핀의 사람들 여러 명이 그  화염에

휩싸여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폭발하며 불길에 휩싸여 순식간에 재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다행이  주위의 사람들이 불행이  사라져버린 그들

대신 찢어지는 공포의 비명을 질러주기 시작했다.

"이런! 상위마력이다. 5원소 조합의 마법이야!"

제란스는 이를 악물며 자신이 펼쳐낼 수 있는 최대한의 바리어를 전개

하기 시작했다. 나머지 두 명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그들이 조합할  수

있는 원소의 한계는 셋 이였다. 루디가  주력으로 사용하는 4원소 조합

의 실드 오브 윈드 화이어 조차 사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

"셋의 바람! 그 모든 것을 휩쓸며 함께 소멸하여라! 게일 윈드!"

세 명이 동시에 3원소의 마법인 게일 윈드를 사용하여 바로 앞까지 다

가온 다크위자드의 폭염의 거대한 덩어리에 맞서기 시작했다. 3원소 조

합 마법과 5원소 조합 마법에는 현격한 위력의 차이가 있어, 그들의 마

법은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폭염을 소멸시키지 못하고 혼자  맴돌며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제길! 없어져버려!"

막 얼굴까지 육박해오는 그야말로  저주스런 폭염의 덩어리의  열기에

세 명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그 압도적

인 힘에 밀린 그들과 폭염의 덩어리는 충돌해버리고 말았다.

"콰앙!"

그때, 도마뱀 구이를 양손에 잔뜩 들고는  저 만치에 있는 노점상에서

몸을 돌이킨 루디의 눈에 폭발하는 엄청난 폭염의 덩어리와 그  폭발에

휘말려 사방으로 튕겨 나오는 자신의 친구들의 모습이 루디의 눈에  선

명하게 들어왔다. 그들은 자신들이 사용했던 마법 때문에 한 순간에 타

버려 재가되지 못하고 단지, 그 폭발에 휩쓸려 튕겨 버린 것이었다.  사

방으로 전신이 분해되며......

"뭐.......... 뭐야! 대체...."

루디는 그 믿을 수 없는 상황을 바라보며 절망의 절규를 내질렀다.

"안돼!!! 이럴 수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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