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울의 길-50화 (50/166)

제 4장. -안개의 숲- (5)

"조심해! 루디형!"

킬츠는 안개 속 사방에서 예측 불가로 뛰쳐나오는 기형적인  생김새의

동물들을 상대하느라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일단 뉴린젤과 앞뒤에

서 루디를 막아주며 상대하고는 있었지만 언제,  어디서 어떤 높낮이로

달려들지 예측할 수 없는 다채로운  패턴의 몬스터들을 완전히 막아낼

수는 없었다. 그러나 루디라고  해서 가만히 앉아 당하고  있을 이유는

없었다.

"두개의 화염과 두 개의 바람! 역으로! 나의 주위를 감싸 들어라! 실드

오브 윈드 화이어!"

그러자 맹렬히 달려들던 몬스터들이  루디의 불의 바리어에  충돌하며

역겨운 냄새와 함께 순식간에 새카맣게 불타버렸다. 루디는 한 손을 으

슥하며 여유 만만한 동작을 취해 보였다.

"이래봬도 3년간 막 나갔었던 A클래스의  원소 마법사다! 4원소 조합

까지 가능한 베테랑이라고!"

그러나 루디가 그렇게 여유 만만한 상황을 누릴 수 있는 것도 다 킬츠

와 뉴린젤이 절대 다수의 적들을 상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상대는 끝

을 알 수 없는 몬스터. 대략 인간의 60%  정도의 키에 늑대와 같은 기

본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얼굴생김새는 마치 독수리와 같은 맹금류의 그

것을 닮은 마치 짜 맞춘 듯한 기형적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뉴린젤의

깨끗한 일격으로 목과 몸이 분리되어 땅으로 처박힌 한 불운한  몬스터

의 모습을 본 루디는 몸통만 보는 것과 얼굴만 보는 것으로는 이게 원

래 하나의 생명체라는 사실에 대해  강한 의심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

다.

"이거 키메라 아니야? 어느 마도에 빠진 마도사가 만들다 실패하여 버

린......"

"실패작치고는 번식력과 과감성이 너무 뛰어나!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이 놈들은....."

이미 말 위에서의 전투는  일지감치 포기하고, 말에서  내려 상대하고

있던 킬츠는 이미 30여 마리를 처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달려드는

기형의 생물들을 상대하며 진땀을 빼고있었다. 원래  어느 방향에서 어

떤 자세로 공격해 들어오는지 알 수만 있다면 더욱 수월하겠지만, 적들

은 킬츠일행에 비해 이 침묵의 안개의  숲에서 더 먼 곳을 볼 수  있는

듯 했다. 이미 그들의 말은 모습을 감춘 지 오래였다. 그것이 거리가 멀

어져서인지, 아니면 킬츠들을  습격하는 몬스터들에 의해서  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곳은 우리에게 너무 불리해. 최소한 결계 안에 있을 때는 어둡게나

마 적들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킬츠는 일단 선두에 있는 뉴린젤과 루디에게 소리치며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식량이든 배낭을 챙겨서 일단 먹을 것에 대한 걱정은 없었지

만, 마무리 넉넉히 준비했다  해도 그것은 말을 타고  이동했을 시간을

계산했을 때의 넉넉함일 뿐이지, 걸어서 이동을  한다고 생각해보면 결

코 충분한 양의 식량이 아닐것임에 틀림없었다. 최대한, 빨리 이동하는

것이 필요했다.

"뉴린젤! 선두에 서서 일단 루디형과  함께 달려서 이동해! 그렇게 하

면 적들에게서 사방으로 공격당하지 않아도  되고 빠르게 이동할 수도

있으니까 일석이조라고."

"너는?"

"난 후방에서 이 녀석들을 맡으며 최대한 빨리 따라갈게."

"그것도 좋겠군."

"십자 표시된 나무를 잃어버리지 마!"

일단 역할이 결정되자 뉴린젤과 루디는 두말하지 않고 앞을 향해 달려

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킬츠도 검을 쥔 손을 고쳐 잡으며 날카롭게  신

경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일단 주위에 동료들이  없었기 때문에 무엇인

가 느껴지기만 한다면 가차없이 베어버릴 수 있는 기회였다. 킬츠의 표

정에 약간의 미소가 번져들었다.

'일단....... 30마리만 더 상대하고 뒤를 쫓아야겠다.'

마치 예전의 결계 내에서의 상황이 재현된  것 같았다. 상대가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적을 살해하는 목적이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일 때, 킬츠는 자신의 최대한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었다. 지난 전투 때수많은 적병들을  베어 넘기

면서, 킬츠의 마음은 결코 편안하지 않았다.  분명히 희망이 있고, 목적

이 있으며 자신만의 소중한 사람 역시 있을 것임에 분명한 그들에게 죽

음을 안겨주었다는 생각이, 킬츠의 마음속 어딘가에  지워지지 않을 앙

금으로 남아있었다.

"기분이 안 좋았어... 앞으로 지금가지 겨우  적군이란 이유로 많은 인

간들을 죽였고..... 앞으로 더욱  더 많은 무고한  인간들을 죽여야 하다

니.... 난 뉴린젤처럼 그렇게 강한 껍질을 가지지도, 그렇다고 여린 마음

을 가지지도 않았다구.... 그래서 더욱 괴롭기는 하지만."

킬츠는 진위를 알 수  없는 그 미소와 함께,  가차없이 검을 휘두르며

달려드는 몬스터들을 산산조각내기  시작했다. 주위에 피  보라가 튀며

킬츠의 몸을 적시었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은 킬츠였다. 어차피 이

침묵의 안개 속에서 그 누구도  그의 이런 모습을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을 테니까.

".......... 십자 표시가 된 나무가 더 이상 없다."

"에, 엑? 뭐라고!"

선두에서 달리고 있던 뉴린젤이 갑자기 멈춰 서며 낮은 목소리로 지금

발생한 심각한 사실을 루디에게 말해주었다. 오로지  그것하나 믿고 이

불모의 미개척 지역을 통과하려했던 그들이었기에 사태는 더욱  심각했

다.

"길을 잘못 들었거나..... 이곳의 생물들에 의해서 십자표시가 지워졌거

나, 그 둘 중에 하나겠지."

"마치 남 말하듯...... 어쨌든 이젠 어쩌지? 벌써 이 숲에 들어온 지 이틀

밖에 안 지났는데........"

루디는 여전히 시아를 가로막는 짙은 뿌연 안개로 둘러 쌓인 숲의  음

침한 광경을 바라보며 막막함에 한숨을 내쉬었다.  고대어 마법 중에서

는 미로나안개 속에서 길을 찾을 수 있는 길 찾기 전용 마법도 있다던

데, 이 안개의 숲에서 통할지는 의문이었지만 일단, 예전에 고생을 해서

라도 익혀두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그의 마음속에 퍼지고 있었다.

'하기사, 기본적으로 상위마력을 운용해야 할 수 있는 것이니.... 이제와

서 후회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냐.'

뉴린젤은 무엇인가 궁리하는지 조용히  주위를 둘러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고 루디 역시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으쓱하고는 계속 주위를  둘러

보았다.

약 1크락 전부터 더 이상 몬스터들은그들을 공격해오지 않았는데, 덕

분에 루디는 덕의 습격에 대해 약간 마음을  놓은 상태였다. 물론 긴장

을 아주 풀어버린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상당히 방심하고있는 상태

였다. 그리고 그때, 옆에 있던 큰 나무 가지 위에서 무엇인가가  루디를

향해 떨어져 내려왔다. 그것은  너무나 완벽한 사각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소리 없이 내려와 만약 루디가 방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에게 킬츠처럼 소울아이라도 없는 한 도저히 눈치챌 수가 없었다. 하지

만 지난 3년간의 결계 내에서의 생활  때문인지, 루디는 자신의 오른쪽

어깨가 서늘해져오는 느낌을 받았다.

"응?"

루디는 무심결에 몸을 돌렸는데, 그대 무엇인가  길고 얇은 것이 그의

어깨가 있던 곳을 빠르게 스치고 지나갔다. 루디는 순간적으로 깜짝 놀

라며 발로 그것을 걷어 차버렸다.

"에, 이런!"

그것은 길이 10세션(80cm)정도의 뱀으로 무서운 것은 다리가 무려 세

상이 달려있는 것이었다. 마치 곤충의 그것처럼. 그 모습은 결계 안에서

의 몬스터들과 비교했을 때 결코 뒤쳐지지 않을 섬짓한 모습이었다.

루디의 발에 차인 그 기형 뱀은 곧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루

디가 자신의 알마스를 급하게 마력과 교환하며 언제 습격해 올지  모르

는 기형 뱀들을 대비하려할 때, 옆에 떨어져  있던 뉴린젤의 낮은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뉴린젤!"

뉴린젤에게도 아마 그 뱀이 기습을 해온  모양이었다. 그리고 아마 그

녀는 그것을 느끼지 못했는지. 뱀에게 물린 모양이었다. 옆에는 두 동강

난 세 쌍의 발이 달린 뱀의 시체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뉴린젤

도 비틀거리며 무너지듯 곧 그 자리에서 스러져 버렸다.

루디가 그녀에게로 달려가자 그녀의 목에 나있는 두 개의  이빨자국을

볼 수 있었다. 설마 물린 것이 아파서 쓰러질 리는 없을 테고, 뱀의  독

에 중독 된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곧  연이어 공중에 무성한 나뭇가

지에서 그 기형 뱀들의 급습이 연이어지기 시작했다.

"두개의 화염과 두 개의 바람! 역으로! 나의 주위를 감싸 들어라! 실드

오브 윈드 화이어!"

루디는 재빨리 바리어를 쳐서 그것들을 막아내었고 이번에는 아까  전

의 늑대와 독수리가 합친 형상의 몬스터가 불타 버릴 때보다 더욱 탁한

냄새를 풍기며 불타버렸다. 그리고 루디는 그때서야  이곳에 사는 생물

들의 두 가지 공통점을 알아챌 수 있었다.

'불에 약하다...... 그러나 더 문제는 바로 이 지독한 냄새.....  독이 증발

할 때 나는 냄새다.'

즉, 전의 몬스터가 탈 때 났었던 냄새도, 이번의 몬스터가 탈 때  났었

던 냄새도, 전부 그것들이 가지고있던 독의  성분이 증발함으로써 나는

냄새였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번의 세 발 달린  뱀의 타는 냄새가 훨씬

지독한 것으로 보아 더욱  강한 독을 가지고 있음에 틀림없었다.

"나이트길드에선어쩌자고 이런 곳을 지나가라고 한 거야!"

루디는 악을 쓰며 뉴린젤을 부축해 일으켜서 그냥 원래 향하던 방향으

로 달리기 시작했다. 뱀들의 숫자는 끝이 없는  듯 했고, 아무리 A클래

스를 자랑하는 그의 알마스도 언젠가는 바닥날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일

단은 다른 곳으로 몸을 피해야만 했다. 비록 십자표시가 없는 곳이었기

는 했지만, 일단 목숨을 건지는 것이 더 중요했다.

'어쩔 수.... 없다. 일단 피하고 보는  수밖에. 이런.... 뒤에 오는 킬츠와

방향이 맞게되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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