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울의 길-41화 (41/166)

제 3장 -전란의 길- (9)

"전방에 적군 출현!"

"후방에서도 적의 기습입니다!"

토우르 성에서 파울드를 향해 진격해 오던 드라킬스의 6천 5백 보병들

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자치도시 연합군의 기습을 받아 환전  혼란상태

였다. 전, 후방에서 드라킬스 군을 사정없이 유린하고 있는 것은 자치도

시 연합군 소속인 혼의 용병단 6천으로 그들은 길고 긴 이  전쟁에서도

그 숫자를 대부분 유지할 정도로 개개인이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었

다.

"속공이다! 적을 좌우로 분산시키면서 빠른 속도로 각개 격파하라!"

그들은 용병단장 스와인의 명확한 지휘하에 기마병이라는 아군의 우세

를 최대한 이용하여 드라킬스 군을 마구잡이로  공격하고 있었다. 예상

치 못한 적의 기습에 드라킬스 군은 혼비백산, 뿔뿔이 흩어지며 무참한

죽음을 당하고 있었다.

"다, 당황하지 말고 적의 공격에 대응하라! 당황하지마!"

드라킬스 군에서 그 누구보다도  당황하고 있던 쿠스나이트의  갑옷을

입고있는 사령관이 괴멸되어 가는 아군의 형세를 어떻게든 돌리려 발악

하고 있었지만 이미 상황을 되 돌이킬 수없을 정도로 절망적이었다.

그러다 혼의 용병 중 한 명이 그 불쌍한 사령관을 발견하고는 더욱 빠

르게 말을 몰아 돌진해왔다. 사령관 역시  말을 타고있었지만 승마기술

이나 완력, 검술, 경험에서 압도적으로 불리했기 때문에 금새 칼에 찔려

말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사령관이 사망하자 드라킬스 군은 더욱 혼비백산 분열하여 산산  조각

나기 시작했다. 결국 극히  일부가 드라킬스 군의 본대가  있는 곳까지

겨우 퇴각했고 나머지는 완전한 전멸을 맞이했다.

그 시간, 마켄성에서 진격해오던 드라킬스의 6천의  보병들도 역시 불

의의 기습을 받아 힘든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단지 다른 것이 있다면

그들을 공격하는 8천의 자유기사단이 조금 더 경험이나 통솔 면에서 혼

의 용병들보다 떨어졌고  마켄성에서 진격해오던 드라킬스의  지휘관이

토우르성에서 진격해오던 군대의 지휘관보다 약간 더 통솔력을  발휘하

고 있다는 점이었다. 덕분에 완전히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

다.

"무기를 창으로 통일하여 세 명씩 집단을 이루어 동시에  적의 기사들

을 공격해라! 대열을 흐트러뜨리지 말고! 연락  책을 보냈으니 곧 본대

에서 지원군이 올 것이다!"

그 지휘관은 통솔력뿐만 아니라 적에 대한 적절한 대처 법까지 활용하

고 있었다. 덕분에 피해가 줄어들고 있기는 했지만 병력이 열세이고 보

병과 기마병이라는 기본적인 차이 때문에 승기를 잡는다는 것은 불가능

했다.

"이제 그만 후퇴하라! 파울드로 돌아가는 거다!"

그리고 적에게 큰 피해를 입힌 자유기사들은 더 이상 전투를 오래  끌

지 않고는 방향을 돌려 서둘러 후퇴하기 시작했다. 드라킬스 군도 약 3

천 가량이 남아있었지만, 사령관은 추격을 명령하지 않았다. 보병이  후

퇴하는 기사단을 추격할 수도 없으려니와, 잘 버텼다고 하지만 이미 전

병력의 절반 가량을 잃은 후였다. 설마  파울드를 비워두고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압도적인 아군에게 공격을  해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방심이

그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게 만들었다. 그리고  일단은 그것보다도 전

병력을 하나로 통합하지 않고 안일하게 분산하여 진격하고 있던 총  사

령관의 실책이 더욱 컸다.

"뭣이라! 좌, 우의 잔여병력들이 기습을 당했다고! 어떻게 그런 일이!"

드래곤 나이트 NO 74 펠류즈는 갑작스런 소식에 흥분을 금치 못했다.

올해나이 41세. 그 동안 드래곤 나이트가 되어서도 부적격으로 진짜 드

래곤을 다루지 못했던 대부분의 하프 드래곤 나이트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육체적으로는 강인했지만, 안타깝게도 두뇌  쪽에서 능력이 떨어

졌기 때문에 그 동안 그다지 큰 임무나 군대를 지휘하지 못한 체 빛을

보지 못하고 지내왔었다. 그리고 이번에 겨우 발탁되어  총 군사 3만 3

천이라는 대군을 지휘하게 되었는데, 물론 그 군대들이 경험 부족의 지

원군과 지칠 대로 지친 잔여병력으로 이루어져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대군의 지휘관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없었다. 그래서 무척 기분이 좋았던

나이트 펠류즈였다.

소식에 의하면 본 진의 좌측의 병사 6천 5백 은 완전히 전멸 당한 후

였고 우측의 병사 6천도 심각한 피해를 입어 본 진에 지원군을  부탁하

고 있었다. 그리고 뒤늦게 지원군을 보내기는 하였으나 적은 이미 퇴각

한 후였다.

"쥐새끼 같은 놈들...... 치고 내빼다니....."

펠류즈의 전략은 아군이 총 네 개로 갈라져 파울드의 성벽의 4면을 동

시에 공략. 점령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자치도시 연합군이  농

성을 한다는 전제하에 이루어진 것으로 설마 성밖으로 기어 나와  압도

적으로 많은 아군을 공격하겠느냐하는 안이한 생각이 부른 전략이었다.

하지만 그는 압도적으로 많은 아군도 병력이 하나로 뭉쳐야만  성립한

다는 사장 기본적인 대 전제를 망각하고 있었다. 아직 아군사이의 간격

이 많이 떨어져 있고  전군이 보병이라는 것을 감안,  애초부터 병력을

하나로 모아 진격했어야 옳았다. 하지만 어설프게  짜낸 전략이 곧 1만

이상의 아군의 손실을 가져다주었다.

"토우르성에서 진격해오던 아군의 잔여병력을 본대와 합류하라고 전령

을 보내라!"

그리고 이제서야 상황을 파악한 펠류즈는 용감하게 버틴 우측의  잔여

군을 본대로 합류시키라는 명령을  내렸다.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은

명령이었지만, 그래도 아군은 아직 적보다 1만 정도 더 많은 병력을 보

유하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병력을 하나로 집중하여 파울드까지 진격한

다면 아직은 높은 승산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펠류즈는 마음 것 아군을 유린한 적의 총 병력이라고 해도 무

방한 자유기사단과 혼의 용병들이 모두 성으로 귀환하지 않았다는 무서

운 사실을 예측하지 못하고 있었다. 역시 설마 성을 비워두고 귀환하지

않았을 리 없다는 판에 박힌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판단이었다.  하지만,

자치도시연합에 새로 임명된 총 참모장의  전략은 그런 모두의 생각을

뛰어넘고 있었다.

드라킬스 군에게 점령당한 자치고시연합의 마켄성에서는 본대로  보낼

보급식량들을 마차에 싫고  있는 중이었다. 군대의  진격속도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 대부분의 보급부대는 나중에 보내기로 되어있기  때문이

었는데, 성에 남아있는 소수의 드라킬스 군들은 마침 식량을 두 마리의

비 전투용 말이 끄는 2천대의  수레를 성밖으로 내보내고 있는  중이었

다. 그들 역시 꿈에도 자치도시 연합군이  이곳으로 공격해온다는 생각

은 하고있지 않았다.

"저기에 흙먼지가....."

드라킬스의 눈이 좋은 어느 한  병사가 멀리 평원에서 일어나는  뿌연

흙먼지를 발견하고는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잠시 후

그 병사의 눈은 불신과 경악으로 읽으러져 갔다.

"적! 적이다! 혼의 용병이다!"

드라킬스의 병사들에게 유일한 공포의 대상인  혼의 용병은 그 동안

크고 작은 전투에서 수많은 드라킬스의 군대들을  상대했는데, 그 개개

인의 실력이 전부 기사 급인데다 기사같이 무거운 갑옷을 착용하지  않

아 몸놀림이 빠르고 말의  이동속도가 무척 빨랐다. 갑옷을  입지 않은

기마병. 그것은 대륙에 오직 그들 혼의 용병밖에 없었다.

깜짝 놀란 드라킬스 군은 서둘러 수레를 성안으로 들여보내려  했으나

초고속으로 달려온 혼의 용병들에 의해 그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되었다.

"마켄 성 재 함락! 이거 생각보다 너무 쉬운데요? 타이밍이 딱 맞았어

요."

보급 수레들을 성안으로 들여보내던 혼의 용병 부단장인 파킨스가  용

병단장인 스와인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스와인도 생각보다 싱겁게 끝나

약간 아쉽다는 표정이었다.

"나이트길드 사람들의 전략이 딱딱 맞는군요. 나이트 제란스  님. 이대

로 라면, 이번 전쟁 쉽게 이길지도 모르겠어요."

스와인은 동행하고 있던 나이트길드의 자치도시연합 담당관인  나이트

제란스를 바라보며 즐거운 웃음을 지었다. 올해 나이 36살인 혼의 용병

단장 스와인은 역대 용병단의 규칙대로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갖추었기

때문에 용병단장으로 선출되었다. 그는 모든 혼의  용병들을 완벽히 지

휘하고 세세한 전투에서 강한 통솔력을 보여주었지만 전체적인  전술이

나 전략에 있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사내였다. 오직 주어진 전투에

만 충실했을 뿐. 그것이  성의전쟁 이후로 그들 혼의  용병단을 받아준

자치도시연합에게 그들이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성의였다. 덕분에 이런

뛰어난 전략을 직접  경험하자, 그대로  따르면서도 무척  놀라고 있는

혼의 용병단이었다.

"혼의 용병단이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기 때문에 상황이 이렇게 호전된

것입니다. 전략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전략을 뒷받침 해 부응할

수 있는 군대 역시 중요하지요.  혼의 용병단은 정말 대단합니다.  그런

전략을 가장 완벽하게 실현해 냈으니까요."

제란스는 스와인의 놀라운  지휘능력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막강한

위력을 발휘했던 혼의 용병단의 전투를  떠올리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

다. 그만큼 그들의 전투는 뛰어난 것이었다.

"우리는 오직 전쟁을 통해서 자치도시 연합의 은혜를 갚을  수 있으니

까요. 성의전쟁 이후, 그 어떤 나라도 받아주지 않던 우리들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준 유일한 나라니까 말입니다. 그 나라를 위해서 우리는 강해

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혼의 용병은 사실 성의전쟁에서 타락천사 나타스의 마계의 적들을  상

대했던 각지의 의용병들로 당시 그 실력은 뛰어났으나 그들을 받아들일

경우 그들에게 내려야할 수많은 작위와 보상을 염려한 대륙의 여러  국

가들은 그들을 받아들여주지 않았다. 사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작위나

보상이 아닌 전쟁 후에 편안히 쉴 수 있는 인간으로써 살아갈 터전이었

는데 여러 나라들은 그것을 깨 닳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막 독립했던 자치도시 연합은  그런 그들의 마음을 파악,

아예 성채 하나를 그들의 생활의 터전으로 마련해 주며 받아들여  주었

고 그들은 바로 그 성채인 제인트에서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행복

한 삶을 살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가지도  이 성채의 젊은이들이

나 모여드는 사람들을 나름대로 전해져오는 특별한 방법으로  훈련시켜

이 혼의 용병단을 유지해오고 있었다.

"자치도시 연합에 여러분 같은  군대가 남아있다는 것은 큰  행운입니

다. 그런데....... 이곳은 잘 해결되었지만 토우르 성으로 떠난 자유기사단

들은 어떻게 됐을지......"

"걱정 마십시오. 그쪽엔 나이트길드의 피리우크 님이 사령관으로 계시

지 않습니까?"

스와인이 문제 없을 거라는 표정으로 제란스를 바라보자 제란스는  고

개를 가볍게 흔들며 불안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물론 피리우크는 뛰어난  기사이지만....... 자유기사들을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무엇보다 자유기사단들 중  이번에 새로 선

발된 신인들이 많아서....  통솔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염려되는  것입니

다."

제란스의 말에 스와인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옛날을 생각했다. 다른

나라의 기사단들과 비교했을 때 실력이 떨어진다고 불려왔던  자유기사

단이었지만 그래도 수많은 뛰어난 기사들이 소속되어 있던 것이 사실이

었다. 하지만 허술한 자치도시 연합의 전술로 인하여 아깝게 목숨을 잃

어간 자유기사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만약 그들이 살아만  있어준다면.

지금 나이트 이렇게 제란스가 걱정하는 일 따윈 없으련만, 스와인은 안

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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